다시 말해 줘

"수업 하나 들어 봐."

하나가 그렇게 말한 것은 그 밤에서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두 사람은 그 일주일 동안 만나지 않았다. 싸운 것이 아니었다. 그냥 두 사람 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것을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무슨 수업."

"내가 하는 거. 복지관에서 화요일 저녁마다 초급반 해. 성민 씨랑 같이. 와서 뒤에 앉아 있으면 돼."

"내가 거기서 뭘 배우는데."

"내 말이 어디서 왔는지."

지호는 화요일에 왔다.

복지관 삼층의 작은 강의실이었다. 열 명 정도의 수강생이 앉아 있었고, 앞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하나와 성민. 성민은 사십 대의 남자였고, 농인이었고, 이 수업을 오 년째 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의 옆에서 소리를 담당했다. 그가 손으로 말하면 그녀가 소리로 옮기고, 수강생이 소리로 물으면 그녀가 손으로 옮겼다.

지호는 맨 뒷자리에 앉았다. 그는 하나가 일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녀의 손은 방에서와 달랐다. 방에서 그녀의 손은 그의 손등 위에서 아주 작게 움직였다. 여기서 그녀의 손은 크고 분명했다. 팔꿈치가 움직이고 어깨가 움직이고 얼굴이 함께 움직였다. 그녀는 성민이 하는 말을 소리로 옮기면서 동시에 자기 얼굴로 그의 얼굴을 따라갔다. 그가 눈썹을 올리면 그녀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가 손을 멈추면 그녀도 멈췄다.

그날 수업은 감각에 관한 것이었다. 아프다. 괜찮다. 뜨겁다. 차갑다. 기다려.

성민이 '아프다'를 만들었다. 하나가 소리로 옮겼다. 수강생들이 따라 했다. 지호도 뒤에서 따라 했다. 그의 손은 밧줄을 다루는 손이었고 이런 모양은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손가락이 어색하게 벌어졌다. 하나가 뒤를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아무 표정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녀가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기다려'가 나왔을 때 지호는 손을 멈추고 그것을 오래 보았다. 성민의 손이 만든 모양. 하나의 손이 따라 만든 모양. 두 사람의 손은 같은 말을 했지만 조금 달랐다. 성민의 것은 더 작고 빨랐고, 하나의 것은 더 정확했다. 배운 사람의 손과 태어난 사람의 손의 차이였다.

수업 후반에 한 수강생이 물었다.

"그럼 어두운 데서는요? 밤에는 어떻게 말해요?"

하나가 그것을 손으로 옮겼다. 성민이 웃었다. 그는 손을 움직였고 하나가 소리로 옮겼다.

"불을 켜죠."

수강생들이 웃었다. 성민은 손을 계속 움직였고 하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정말 못 볼 때가 있어요. 시각도 청각도 없는 분들이 계세요. 그분들은 손 위에 손을 얹어요. 말하는 사람의 손 위에 듣는 사람의 손을 얹고, 모양을 만지는 거예요. 말이 눈 앞이 아니라 손 위에서 사는 거죠."

하나의 목소리가 거기서 아주 조금 흔들렸다. 지호만 들었다. 그녀는 곧 다시 고르게 말했다.

"저도 그렇게 대화해 본 적 있어요. 어렵고, 느려요. 그런데 손 위에서 사는 말은 한 가지가 달라요. 도착했는지 안 했는지를 바로 알아요. 눈으로 보는 말은 상대가 딴 데 보고 있으면 그냥 지나가요. 손 위의 말은 안 그래요."

지호는 손을 들었다. 하나가 그를 보았다. 그녀는 잠깐 망설였다. 그러나 그녀는 통역사였고 손을 든 사람은 수강생이었다.

"그렇게 손 위에서 말할 때, 신호가 흐려지면요? 손이 떨리거나, 모양이 안 나오면요?"

하나는 그 질문을 손으로 옮겼다. 자기 손으로, 자기가 한 질문을. 그녀의 손이 그것을 성민에게 건넬 때 그녀는 자기 손가락이 아주 조금 굳는 것을 느꼈다.

성민은 지호를 보았다. 그다음에 하나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움직였다. 하나가 옮겼다.

"그럼 다시 물어요. 못 알아들었으면 못 알아들었다고 말해요. 그게 대화예요. 알아듣는 게 대화가 아니라, 못 알아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대화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그 문장을 끝까지 고르게 옮겼다. 그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그러나 문장이 끝난 뒤 그녀는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강의실이 조용했다. 성민이 그녀를 보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었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다음 단어로 넘어갔다.

수업이 끝나고 두 사람은 복지관 앞 벤치에 앉았다. 십일월이었다. 하나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당신이 물을 줄 몰랐어."

"물어야 할 것 같았어."

"성민 씨가 뭐라고 했는지 들었지."

"들었어. 당신 목소리로."

하나는 웃었다. 아주 조금.

"우리는 못 알아들었다고 말하는 신호가 없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흐려지면 당신은 멈춰. 그건 맞아. 그런데 멈추는 거랑 다시 묻는 거는 다른 거야. 당신이 멈추면 대화가 끝나. 당신이 다시 물으면 대화가 이어져."

"그날 나는 멈췄어."

"맞았어. 그때는 그게 맞았어. 그런데 그 앞에 하나가 더 있었어야 했어. 다시 말해 줘. 그게 없었어."

지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도 물을 수 있어야 해."

그가 말했다.

"당신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을 때. 손이 있는데 조용할 때. 그때 내가 먼저 묻는 거. 우리는 그것도 안 만들었어. 대답 없으면 빨강, 그것만 있어. 그런데 내가 묻지 않으면 대답이 없는 건지 그냥 조용한 건지 모르잖아."

"그럼 두 개네."

"두 개."

그날 밤 두 사람은 다시 종이를 꺼냈다. 지난번 종이 아래에 새 줄이 생겼다.

다섯. 내가 묻는다. 당신 어깨나 가슴 위를 두 번 두드리면, 어때. 당신은 한 숨 안에 대답한다. 대답이 없으면 빨강.

여섯. 다시 말해 줘. 내가 당신 살 위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면, 못 읽었어, 다시. 당신은 다시 말한다. 두 번째도 못 읽으면 빨강.

"그리고 하나 더."

하나가 말했다.

"내 손이 안 될 때. 그날처럼 떨릴 때. 다른 데로 말할 수 있어야 해."

"어디."

"발."

그녀는 신발을 벗고 발을 그의 정강이에 올렸다. 발가락 끝이 살에 닿았다.

"같은 말. 길게 누르면 초록. 두 번이면 노랑. 발을 펴서 붙이면 빨강. 손이 흐려지면 발로. 발은 묶지 않기로 해."

지호는 그것을 적었다. 일곱. 발은 손과 같은 말을 한다. 발은 묶지 않는다.

"그리고 넷을 고쳐야 해."

그가 말했다.

"내 손이 없을 때 내 허벅지에다 하라고 했잖아. 그게 틀렸어. 허벅지는 움직여. 당신 손가락이 닿는 곳은 움직이지 않는 곳이어야 해. 내 손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어딘가. 그것도 없으면 안 하는 거야. 그날처럼은 안 해."

"그날처럼 하고 싶어."

하나가 말했다.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날처럼 세게. 그날처럼 많이. 그런데 이번엔 당신이 묻고, 내가 발로 대답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

지호는 오래 그녀를 보았다. 그러다가 연필을 들어 넷을 고쳐 적었다. 내 손이 없을 때는 당신 손가락이나 발이 닿을 수 있는, 움직이지 않는 곳이 있어야 한다. 없으면 하지 않는다.

"그럼 다음 주에."

"다음 주에."

그는 종이를 접어 서랍에 넣었다. 하나는 그 서랍을 보았다. 그 안에 두 사람의 언어가 있었다. 열 줄에서 열몇 줄이 된 언어. 그것은 아직 작았다. 그러나 오늘 그 언어는 한 가지를 새로 배웠다. 못 알아들었다고 말하는 법.

돌아가기 전에 하나는 문 앞에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하나의 모양을 만들었다. 오늘 수업에서 배운 것 중 하나. 그는 그것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어색하게, 밧줄 만지는 손으로 같은 모양을 따라 만들었다.

기다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내려갔다. 한 계단에 한 번. 그는 문을 닫지 않고 그 소리가 다 사라질 때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