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하는 손

"오늘은 눈이랑 입도요."

하나가 그렇게 말한 것은 세 번째 밤이었다. 지호는 그 말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먼저 물었다.

"입을 막으면 소리로 된 말은 완전히 없어져요. 알죠."

"그래서요. 그래서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소리가 뒤에 있었어요. 쓰지 않았지만 있었어요. 없어도 되는지 알고 싶어요."

"내가 알고 싶은 건 다른 거예요."

"뭐요."

"당신 손이 하는 말이, 뒤에 아무것도 없어도 나한테 충분히 들리는지."

그것은 같은 질문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밤 그는 안대와, 부드러운 천을 말아 만든 것을 꺼냈다.

먼저 밧줄이었다. 이번에는 손목을 등 뒤로 모아 묶었다. 그녀는 무릎을 세우고 침대에 앉았고 그는 뒤에서 그녀의 두 손목을 붙여 감았다. 손가락은 자유로웠다. 손등이 그녀의 허리 아래에 놓였다. 그는 그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어 확인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손등에 닿았다.

길게.

톡.

그다음이 안대였다. 방은 이미 어두웠지만 안대를 하자 어둠의 종류가 달라졌다. 하나는 눈을 뜨고 있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그녀 앞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옷이 스치는 소리. 그가 무릎을 꺾는 소리.

"마지막이에요. 이거 하면 물을 때 대답은 손으로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이 입술 사이로 들어왔다. 부드러웠고 조금 두꺼웠다. 이를 벌리고 그것을 물자 혀가 그 아래에 갇혔다. 그가 천의 양끝을 뒤통수에서 묶었다. 너무 세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어때요."

그가 물었다. 하나는 대답하려고 했다. 습관이었다. 입이 움직였고 소리는 천에 막혀 뭉개졌다. 아무 말도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사실에 잠깐 무서워졌다. 그리고 그 무서움 다음에 온 것은 손이었다. 손가락이 그의 손등을 찾았다. 길게.

톡.

무서움이 갔다. 그가 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에 왔다. 안대 위, 뺨, 천이 물린 입가. 그는 그 자리를 엄지로 천천히 쓸었다. 그다음에 손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손이 어디에 있는지가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가슴에 있었고, 그다음에는 배에, 그다음에는 허벅지 안쪽에.

"손 하나는 뒤에 있을 거예요. 앞으로는 다른 걸 써요."

그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그녀는 볼 수 없었다. 작은 기계음이 들렸다. 낮고 고른 진동 소리.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았고, 다음 순간 그것이 허벅지 안쪽에 닿았다. 아직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허벅지에서 천천히 위로 옮기고, 닿기 직전에 멀어지게 하고, 다시 옮겼다.

하나의 손가락이 길게 눌렀다. 초록. 그리고 손가락 끝을 조금 당겼다. 그가 지난번에 읽은 그것. 더 가까이.

진동이 그녀의 가장 예민한 곳에 닿았다.

그녀의 온몸이 튀었다. 소리가 나왔지만 천에 막혀 콧소리로만 새어 나왔다. 진동은 낮았지만 정확한 자리였고, 그는 그것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 두었다. 하나는 안대 속에서 눈을 꽉 감았다. 몸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너무 빨랐다. 좋은데, 이렇게 가면 금방이었고 그녀는 금방을 원하지 않았다.

톡, 톡.

진동이 멀어졌다. 허벅지로.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 천천히 할게.

그녀는 숨을 쉬었다. 천 사이로, 코로. 몸이 조금 내려왔다. 그녀는 길게 눌렀다.

진동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가장자리에. 정확한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만큼 옆에. 그는 그것을 아주 천천히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안으로 좁혀 들어오다가, 중심에 닿기 직전에 다시 넓어졌다. 하나의 허리가 저절로 그것을 따라갔다. 그녀는 자기 몸이 그것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가 그것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길게. 길게.

그는 원을 조금 좁혔다. 진동이 중심을 스쳤다. 그녀의 다리가 떨렸다. 다시 넓어졌다. 다시 좁혀졌다. 그것은 오래 이어졌다. 그녀는 몇 번이나 가장자리까지 갔다가 내려왔다. 그때마다 그녀의 손가락이 두 번 두드렸고, 그의 손가락이 두 번 대답했고, 진동이 물러났다. 그리고 그녀가 길게 누르면 다시 왔다.

그것은 대화였다. 그녀는 안대 속에서, 천을 물고, 등 뒤로 손이 묶인 채로, 지금까지 살면서 한 어떤 대화보다 긴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마디도 소리로 되지 않은 대화를.

어느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새로운 것을 했다. 그녀도 모르게. 손가락 끝으로 그의 손가락 하나를 잡고, 규칙적으로 조였다가 풀었다. 쥐고, 놓고, 쥐고, 놓고. 심장 박동 같은 것.

진동이 멈췄다.

그가 물었다. 톡. 이게 뭐예요.

하나는 그 신호가 무슨 뜻인지 자기도 몰랐다. 그러나 손은 알았다. 손은 그것을 계속했다. 쥐고, 놓고. 그리고 그녀는 안대 속에서 이해했다. 그것은 더였다. 이제 됐어, 이제 보내 줘, 더.

그는 그것을 읽지 못했다. 정해지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뜻을 모르는 신호를 받으면 어떻게 하는지 알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전부 감쌌다. 멈췄어. 여기 있어.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뒤통수로 가서 천의 매듭을 풀었다. 천이 입에서 빠져나왔다. 하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게 뭐였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그녀는 아직 안대를 하고 있었다.

"더."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더 해 달라고. 이제 보내 달라고. 손이 먼저 만들었어요."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에 왔다. 톡.

"쥐고 놓고. 더. 오늘부터."

그가 천을 다시 그녀의 입에 물렸다. 그녀는 이번에는 스스로 입을 벌렸다.

진동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바로 중심이었다. 하나는 곧바로 차올랐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을 쥐고, 놓고, 쥐고, 놓았다. 더. 그는 진동을 그 자리에 두었다. 조금 더 눌렀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등 뒤로 묶인 손이 허리 아래에서 짓눌렸고 그 아래에 그의 손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왔다. 이번에는 소리가 나왔다. 천에 막혀 뭉개진, 말이 아닌 소리. 길게. 몸이 여러 번 조여졌다. 진동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고, 그다음에 부드럽게 물러났다. 그녀의 손가락은 아직 쥐고 놓고를 하고 있었다. 느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멈췄다. 그리고 길게 눌렀다.

톡.

그는 기다렸다. 그녀의 숨이 돌아오기를. 그리고 그녀를 엎드리게 했다. 얼굴이 베개에 닿았다. 묶인 손이 등 위에 놓였다.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무릎을 세우게 하고, 자기 왼손을 그녀의 묶인 손 위에 겹쳤다. 손바닥이 손등에.

콘돔 포장이 찢어지는 소리. 그다음에 그의 것이 그녀의 뒤에서 입구에 닿았다.

그는 밀어 넣지 않고 기다렸다.

길게.

그가 들어왔다. 뒤에서는 더 깊었다. 하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천을 물고 소리를 냈다. 그는 다 넣고 멈추었고, 그다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게. 그의 오른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고 왼손은 그녀의 손 위에 있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 손이 그녀의 손을 눌렀다. 그것은 신호가 아니었지만 신호 같았다.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여기 있어.

그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말하지 못했고, 손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까지 어느 침대에서보다 안전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그녀는 나중에 오래 생각하게 될 것이었다.

그의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길게 눌렀다. 괜찮아. 더 빨라졌다. 그녀는 쥐고 놓았다. 더. 그는 그녀의 허리를 세게 잡고 깊이 들어왔다. 침대가 삐걱거렸다.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하나는 세 번째로 차오르는 것을 느꼈고, 이번에는 그와 함께였다. 그가 그녀 안에서 멈추고 몸을 떨었을 때 그녀도 조여졌다. 그의 왼손이 그녀의 손가락을 꽉 감쌌다. 지난번처럼. 그의 손이 먼저 하는 말.

그가 매듭을 풀고 천을 빼고 안대를 벗겼을 때, 방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나는 눈을 뜨고 그를 보았다.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고 눈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소리 없어도 됐어."

그녀가 말했다.

"뒤에 아무것도 없어도 됐어."

지호는 그녀의 손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새 말을 만들었어. 나는 그걸 못 읽었고. 그래서 멈췄어."

"그게 맞았어."

"알아. 그런데 다음엔 읽을 거야."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쥐고, 놓았다. 쥐고, 놓았다. 그는 웃었다. 그가 웃는 것을 하나는 그날 처음 보았다.

"지금은 그 뜻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지금은 그냥 고맙다는 뜻이야."

"그럼 그것도 정해야겠네."

"아니. 이건 정하지 말자. 문맥으로 읽어."

그것은 통역사가 하는 말이었다. 같은 손 모양이 문장 안에서 다른 뜻이 되는 것. 그것을 읽는 것이 언어였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문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