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세 번

종이 한 장과 연필 하나였다.

두 사람은 지호의 낮은 탁자에 마주 앉았다. 하나는 종이 맨 위에 세 줄을 적었다.

하나. 손가락만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둘. 어둠 속에서, 보지 않고, 닿는 것만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셋. 실수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게 조건이에요. 통역할 때도 비슷해요. 상대가 어떤 상황에서 내 손을 볼 수 있는지 먼저 봐요. 조명이 어두우면 크게 하고, 멀면 느리게 하고."

"여기서는 안 보이니까."

"닿는 걸로 해야죠."

지호는 종이를 자기 쪽으로 돌려 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세 줄을 읽었다. 그러다가 연필을 들어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넷. 내 손 하나는 언제나 당신 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곳에 닿아 있어야 한다.

"이건 당신 조건이 아니고 내 조건이에요. 신호를 만들어도 받는 손이 없으면 소용없으니까."

하나는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그는 자기 쪽의 의무를 먼저 적었다. 그것은 그녀가 누구에게서도 받아 본 적 없는 종류의 문장이었다.

"그럼 신호는 세 개면 돼요. 더는 많아요. 많으면 헷갈리고, 헷갈리면 안 써요."

그녀는 자기 손을 탁자 위에 놓고 지호의 손을 그 아래로 가져오게 했다. 그의 손등이 위를 보게 하고, 그 위에 그녀의 손가락 끝이 닿았다.

"이렇게. 한 번, 길게 누르는 거예요."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손등을 눌렀다. 두드리는 게 아니라 누르는 것이었다. 하나, 둘, 셋을 셀 만큼.

"이건 좋아. 계속해. 초록."

"알았어요."

"두 번."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그의 손등을 두 번 두드렸다. 톡, 톡.

"천천히. 잠깐. 노랑. 멈추라는 게 아니에요. 속도를 낮추라는 거예요. 그대로인데 느리게."

"세 번은요?"

"세 번은 안 써요."

지호는 그녀를 보았다.

"세 번은 두 번이랑 너무 가까워요. 급할 때, 손이 떨릴 때, 두 번인지 세 번인지 몰라요. 세는 게 문제가 되는 순간에 셈으로 된 신호는 위험해요."

"그럼 빨강은."

하나는 손가락 끝을 그의 손등에서 떼었다. 그리고 손을 활짝 펴서 손바닥 전체로 그의 손등을 덮었다. 다섯 손가락이 다 펴진 채로. 그리고 그대로 두었다.

"이거예요. 셈이 아니라 모양이에요. 손가락이 전부 펴지는 거.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거."

지호는 자기 손등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지난주에 벽에서 이렇게 됐죠."

"네. 몸이 이걸 먼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빨강으로 정하는 거예요. 새로 배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걸 이름 붙이는 거."

그녀는 손을 거뒀다.

"수어에도 손을 펴는 모양이 많아요. 문장을 닫을 때, 끝났다고 할 때. 정확히 그 뜻은 아니지만 저한테 이 모양은 마침표 같은 거예요."

"묶여 있으면 이게 돼요?"

"손목이 묶여도 손가락은 펴져요. 손가락까지 묶으면 안 돼요. 그건 규칙에 넣어요."

지호는 연필을 들어 적었다. 손가락은 묶지 않는다.

"그럼 이제 내 쪽이에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말하면 나도 대답해야 하니까. 대답이 없으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신고예요."

하나는 웃었다. 그가 처음으로 그녀를 웃게 했다.

그는 자기 손가락 끝을 그녀의 손등에 놓았다.

"한 번. 알았어, 들었어."

톡.

"두 번. 천천히 할게. 당신이 두 번 하면 나도 두 번. 받았다는 뜻으로."

톡, 톡.

"그리고 빨강일 때는."

그는 손을 펴서 그녀의 손 전체를 감쌌다. 손가락으로 손가락을 덮었다.

"멈췄어. 여기 있어."

하나는 그 손 안에 자기 손을 두었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밧줄을 오래 다룬 사람의 손이었다. 손가락 마디가 조금 두꺼웠다.

"이제 연습해요."

그녀가 말했다.

"눈 감아요."

지호는 눈을 감았다. 하나는 그의 손등에 손가락을 놓고 잠시 기다렸다. 그러다가 두 번 두드렸다.

"노랑."

길게 눌렀다.

"초록."

손을 펴서 덮었다.

"빨강."

두 번.

"천천히."

한 번, 길게. 그리고 곧바로 두 번.

지호가 잠시 멈췄다.

"……초록, 그리고 노랑. 좋은데 속도 낮춰."

"맞아요. 이어질 수 있어요. 한 신호가 다른 신호를 지우는 게 아니라 문장이 되는 거예요."

그녀는 다시 손을 올렸다. 이번에는 아주 빠르게, 세 번 두드렸다. 톡톡톡.

"노랑."

"틀렸어요."

지호가 눈을 떴다.

"세 번은 안 쓴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세 번이 오면 그건 제 손이 흐트러진 거예요. 두 번을 하려다 못 한 거거나, 펴려다 못 편 거거나. 뜻을 모르는 신호가 오면 어떻게 한다고 했죠."

"멈춰."

"그러니까 세 번은 빨강이에요. 우리가 정한 게 아니라, 정하지 않은 거라서 빨강이에요."

지호는 그 말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그는 다시 연필을 들었다. 모르는 신호는 전부 빨강.

"미안해요. 당신이 이미 멈춰 있어야 하는데 나는 천천히 하고 있었네요."

"그래서 연습하는 거예요."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오래 했다. 하나가 신호를 보내고 그가 말하고, 그녀가 고치고. 그의 대답이 점점 빨라졌다. 그러다가 그녀가 신호를 보내지 않고 손가락을 가만히 놓아두었을 때, 그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요."

"맞아요. 그것도 읽어야 해요. 아무 말도 안 하는 건 초록이 아니에요."

그가 눈을 떴다.

"그럼 아무 말도 없으면요."

"물어봐요. 내 손등을 한 번 두드려요. 그럼 나는 대답해요. 대답이 없으면……"

"빨강."

"네."

그는 다시 적었다. 대답 없음은 빨강.

종이는 이제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연필로 쓴 열 줄쯤 되는 문장들. 하나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언어라기보다 아직 어휘 목록에 가까웠다. 그러나 모든 언어는 어휘 목록으로 시작했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반대로도 해요."

지호가 말했다.

"이번엔 당신이 눈 감고. 내가 대답하는 거 당신이 읽어야 하니까."

하나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에 왔다. 톡. 알았어. 톡, 톡. 천천히 할게. 그리고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전부 감쌌다. 멈췄어. 여기 있어.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그 마지막 것을 가장 오래 느꼈다. 자기 손이 다른 사람의 손 안에 완전히 들어가 있는 감각. 그것은 묶인 것과 비슷했고, 묶인 것과 정반대였다.

"하나만 더."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나 방에서 밧줄 한 가닥을 가져왔다. 얇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오늘은 이것만 해요. 손목 하나."

그는 그녀의 왼쪽 손목에 밧줄을 두 번 감고 매듭을 지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매듭이 끝나자 그는 밧줄의 남은 끝을 자기 손에 쥐고, 다른 손을 그녀의 묶인 손 아래에 놓았다.

"말해 봐요."

하나는 손목이 묶인 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밧줄은 손목만 잡고 있었다. 손가락은 자유로웠다. 그녀는 길게 눌렀다. 초록.

톡. 그가 대답했다.

그녀는 손을 펴서 그의 손등을 덮었다. 빨강.

그의 손이 곧장 그녀의 손을 감쌌다. 그리고 다른 손이 매듭을 풀었다. 매듭은 한 번 당기면 풀리는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괜찮아요?"

"연습이었어요."

"알아요. 그래도 물어요."

하나는 자기 손목을 보았다. 밧줄이 있던 자리에 아주 옅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곧 사라질 것이었다.

"다음엔 손목 두 개."

그녀가 말했다.

"다음엔 손목 두 개."

그가 종이 맨 아래에 그렇게 적었다. 그것은 계획이었고, 약속이었고, 두 사람이 만든 언어의 첫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