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잡은 목줄

봄이 왔고, 결산이 끝났고, 도영은 파티에서 한 번도 안 빠졌다.

삼월 마지막 파티가 끝나고 국밥집에서 재호가 도영과 우진 맞은편에 앉았다. 국밥집 사장님이 깍두기를 놓고 갔다. 재호는 국밥을 두 숟갈 먹고 말했다.

"신입이 늘었어."

"좋은 거잖아요." 도영이 말했다.

"좋은 거지. 근데 핸들러가 부족해. 지난달에 신입 다섯 왔는데 봐줄 사람이 셋이었어. 세라 누나가 둘 봤어. 감자까지 셋. 감자 알지? 세라 누나 그날 집에 가서 쓰러졌대."

우진이 웃었다. 도영도.

"그래서." 재호가 도영을 봤다. "보리. 보조 해볼래?"

도영이 숟가락을 멈췄다.

"저요?"

"응. 핸들러 보조. 우진이 옆에서. 신입 하나 붙여줄게. 우진이가 뒤에서 보고, 네가 앞에서 하고."

"저 아직 일 년도 안 됐어요."

"아홉 달. 하진이 봤잖아. 사물함 통로에서. 세라 누나가 그거 다 봤어. 규칙 설명하는 거, 팔찌 설명하는 거, 매트에서 인사하는 거. 세라 누나가 '저 애 시켜' 그랬어."

도영은 우진을 봤다. 우진은 콩나물을 건지고 있었다. 도영이 계속 보니까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네가 배운 거 그대로 말하면 돼."

"그게 다예요?"

"그게 다야. 나도 그렇게 시작했어."

도영은 국밥을 봤다. 자기가 아홉 달 전 이 국밥집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했다. 그때는 세라가 옆에서 우진 옛날 얘기를 해줬다. 매트 구석에서 공 하나 물고 한 시간. 지금 재호가 자기에게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방향이 바뀐 것이었다.

"할게요."

재호가 숟가락으로 도영 그릇을 툭 쳤다.

"보조 첫날은 국밥 재호가 쏘는 거다. 규칙이야."

"그런 규칙 없잖아요."

"지금 만들었어."

---

사월 첫 파티. 도영은 사물함 27번에 정장을 넣고 하네스를 차고 나왔다. 칼라는 우진이 채웠다. 규칙이니까. 그런데 오늘은 우진이 칼라를 채운 뒤 뭘 하나 더 건넸다.

목줄이었다. 검은 나일론. 손잡이에 패드. 끝에 쇠 클립. 우진 것과 똑같은 거였다. 새 것.

"네 거야."

도영은 그걸 받았다. 손 안에서 무게가 낯설었다. 아홉 달 동안 이 무게는 항상 목 뒤에 있었다. 손에 있는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잡아요?"

우진이 도영의 손목에 목줄을 두 번 감아줬다. 자기가 하는 방식으로.

"손잡이 아니라니까. 연결선. 잡는 게 아니라 거는 거야."

도영은 손목을 봤다. 검은 나일론이 두 번 감겨 있었다. 그 위에 초록 팔찌. 그 아래 가죽 칼라와 태그. 전부 동시에.

"이상해요."

"뭐가."

"둘 다 하고 있는 게."

우진이 도영의 목 뒤를 한 번 눌렀다.

"둘 다 너야. 오늘 저녁엔 이쪽, 오늘 밤엔 저쪽. 그거 나도 그래."

"형도요?"

"내가 오너인데 왜 방석이 두 개겠어."

도영은 그 말을 몇 초 동안 생각했다. 파란 방석. 회색 방석. 우진이 회색 방석에 앉은 적이 있었나. 도영은 기억을 뒤졌다. 없었다. 아직은.

"그건 나중에." 우진이 말했다. "오늘은 네 신입."

---

신입은 사물함 14번이었다. 하진이 쓰던 번호. 하진은 이제 22번을 썼다. 정기 멤버가 되면서 번호를 옮겼다. 하진 이름은 '깜지'였다. 어렸을 때 키운 강아지 이름이라고 했다. 세라가 "그거 하지 마, 울어" 했는데 하진이 그대로 했고 첫날 정말로 울었다.

14번은 남자였고, 삼십대 초반이었고, 노랑 팔찌였고, 얼굴이 하얬다. 간호사라고 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삼교대. 도영은 그 말을 듣고 그 사람 손을 봤다. 손이 자꾸 뭘 확인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주머니, 손목, 다시 주머니. 자기가 아홉 달 전에 사물함 열쇠를 두 번 밀어 넣었던 손이었다.

"14번?"

14번이 돌아섰다. 사물함 통로에서. 정장은 아니었고 병원 로고가 박힌 패딩이었다. 안에 검은 티셔츠와 반바지. 온라인에서 산 것 같은 새 옷.

"보리야. 오늘 네 담당. 뒤에 있는 형은 우진이. 오늘 나 봐주는 사람."

14번이 도영 뒤 우진을 봤다. 우진은 벽에 기대 서서 고개만 까딱했다.

"저, 저는 이름이……"

"아직 없지. 알아. 오늘은 정하지 마. 14번으로 하루만 참아."

도영은 손에 든 무릎 패드를 내밀었다. 14번이 받았다.

"바닥이 매트긴 한데 오래 기면 무릎 아파. 아프면 말해. 말 안 나오면 나 두 번 두드려. 손이든 어깨든 어디든. 두 번."

"두 번."

"응. 그리고 하나." 도영은 14번의 반바지 주머니를 봤다. 열쇠 끝이 나와 있었다. "그거 내가 갖고 있을까? 기어 다니다가 흘리는 사람 많아."

14번이 망설였다. 도영은 그 망설임이 얼마나 긴지 알았다. 저 열쇠는 사물함 14번을 여는 유일한 열쇠였고, 안에는 패딩과 아마 내일 새벽 출근용 뭔가가 있을 것이었다.

14번이 열쇠를 꺼내 도영에게 건넸다.

도영은 그걸 반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가 얕았다. 그는 열쇠를 두 번 밀어 넣었다. 그러고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웃었다.

"됐다. 이제 이건 내가 책임질게. 너는 오늘 밤 저거 신경 안 써도 돼."

뒤에서 우진이 아주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

규칙 설명은 소파에서 했다. 도영은 14번을 소파에 앉히고 옆에 앉았다. 우진은 소파 등받이 뒤에 서 있었다. 잡지 않고, 있기만 하는 자리.

"먼저 여기 규칙 세 가지."

도영은 말했다. 여기서 본 얼굴은 여기서 끝. 사진 없음. 이 방에선 성적 접촉 없음. 팔찌. 노랑이니까 누가 만지고 싶으면 눈 마주치고 손 내밀 거야. 받아주고 싶으면 머리 대. 싫으면 고개 돌려. 말 안 해도 돼. 신호. 타임. 두 번.

말하면서 그는 이 말들이 자기 입에서 나오는 걸 들었다. 아홉 달 전 우진 목소리로 들은 문장들. 그런데 지금은 자기 목소리였다. 하진 때 처음 느낀 그거. 내가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말 같은 거. 이번엔 이상하지 않았다.

"칼라는," 도영이 자기 손목의 목줄을 풀어 두 손으로 펼쳐 보였다. "이건 뭐라고 생각해?"

"…목줄이요."

"뭐 하는 거라고 생각해?"

14번이 생각했다. "끄는 거?"

"아니. 이건 손잡이가 아니야."

도영은 뒤에 있는 우진을 보지 않았다. 볼 필요 없었다.

"연결하는 거야. 네가 어디 가면 나도 거기 있다는 뜻. 네가 멈추면 나도 멈춘다는 뜻. 내가 이걸 당기면 그건 이쪽으로 와가 아니라 나 여기 있어야. 오늘 내가 당기는 건 그 뜻만이야."

14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영은 그 끄덕임이 아직 머리로만 하는 거라는 걸 알았다. 몸이 알게 되는 건 나중이었다. 세 번째 공쯤.

파티용 칼라를 채웠다. 뒤에서. 나일론. 딸깍. 두 손가락으로 여유. 손가락이 14번 목 옆을 스치고 물러났다. 도영은 자기 손이 물러나는 걸 느꼈다. 우진 손이 아홉 달 전 자기 목에서 물러났던 그 속도로.

무릎 패드. 벨크로 두 번.

"이제 기어봐. 저기 화이트보드까지만. 나는 여기서 목줄 잡고 따라갈게."

14번이 엎드렸다. 팔이 너무 길다는 얼굴. 등이 뻣뻣하고 고개가 자꾸 들리는. 도영은 클립을 칼라에 걸었다. 딸깍. 목줄이 손목에서 14번 목까지 이어졌다. 그 선이 도영 손에 무게를 만들었다. 아홉 달 동안 목 뒤에 있던 무게가 이번엔 손에.

"안 봐."

도영이 말했다.

"아무도 안 봐. 다들 자기 놀기 바빠. 앞만 보고 가."

14번이 갔다. 오른손, 왼쪽 무릎, 왼손, 오른쪽 무릎. 세고 있었다. 도영은 그게 보였다. 절반쯤 갔을 때 도영은 목줄을 아주 살짝 당겼다. 14번이 멈췄다. 뒤를 돌아보려다 멈췄다. 그러고 다시 앞으로.

나 여기 있어. 그 뜻이 전달됐다.

---

세 번째 공에서 14번의 머리가 꺼졌다.

도영은 그걸 봤다. 정확히 그 순간을. 첫 번째 공은 14번이 눈으로 따라갔고 두 번째는 경로를 계산했고 세 번째—도영이 등 뒤로 숨겼다가 왼쪽으로 던지는 척하고 오른쪽으로 낮게 굴린—공에서 몸이 먼저 움직였다. 계산이 없어졌다. 14번은 매트를 가로질러 공을 가슴으로 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몇 초 멈췄다. 뭔가 사라진 얼굴로.

도영은 손바닥을 매트에 내려놨다.

14번이 공을 코로 밀어 도영 발 앞에 가져왔다. 손으로 집지 않고. 그러고 도영 손바닥에 이마를 댔다.

도영은 손을 올려 14번 머리를 쓸었다. 귀 뒤. 목 뒤 칼라 위. 다시 머리. 천천히.

"잘했어."

14번이 소리를 냈다. 목에서. 짧고 낮고 조금 떨리는. 자기 소리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도영은 웃지 않았다. 계속 쓰다듬었다.

"응. 그거야. 그거 해도 돼."

그 순간 도영은 자기 손이 자기 손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우진 손 같았다. 그런데 자기 손이었다. 둘 다였다. 아홉 달 전 매트 위에서 자기 머리를 쓸던 손이 지금 자기 손 안에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었는데, 아무튼 그는 그 순간 자기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았다.

뒤에서 소파에 앉은 우진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도영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등에 시선이 있었다. 목줄처럼. 나 여기 있어.

---

파티가 끝나고 14번은 담요를 쓰고 물을 마시면서 울었다. 도영은 옆에 앉아서 아무 말 안 했다. 십 분. 그 다음 칼라를 풀었다. 딸깍. 손가락으로 그 자리를 한 번 쓸고 물러났다.

사물함 앞에서 도영은 주머니 열쇠를 꺼내 건넸다. 열쇠는 도영 체온으로 따뜻했다.

"밖에 있을게. 천천히 입어."

14번이 나왔을 때 패딩을 입고 있었고 목이 허전한 얼굴이었다. 도영은 그 얼굴을 알았다.

"어때?"

14번이 생각했다. 오래.

"저 안에 있는 게," 사물함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아니라, 아까 저 바닥에 있던 게 더…… 제 것 같았어요."

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자주 있는 일이라는 얼굴로. 그런데 눈이 웃고 있다는 걸 그는 알았다.

"그거 알게 되는 데 세 번 오는 사람도 있고 삼 년 걸리는 사람도 있어. 너는 빠르네."

"간호사라서요."

도영이 웃었다. 소리 내서.

---

우진 집에 도착한 건 새벽 한 시였다. 국밥은 재호가 쐈다.

현관에서 우진이 도영의 손목에 감긴 목줄을 풀었다. 두 번. 그러고 신발장 옆 고리에 걸었다. 자기 것 옆에.

"봤어. 잘하더라."

"형이 한 말 그대로 했어요."

"그게 맞는 말이라서."

"그때 형도 이랬어요? 처음에?"

우진이 도영의 하네스 버클을 풀면서 말했다.

"그때 나도 떨렸어. 열쇠 받으면서 손 떨었어. 재호 형이 그거 보고 웃었어."

도영이 웃었다. 우진이 하네스를 벗겨 걸었다. 그러고 도영의 칼라를 손끝으로 만졌다. 태그를.

"오늘 저녁엔 핸들러 했으니까."

"……"

"오늘 밤엔 강아지로 돌아와."

도영은 무릎을 꿇었다. 현관에서. 파란 방석까지 가지 않고. 우진이 위에서 내려다봤다. 아홉 달 전 처음 그 눈높이. 도영은 자기가 오늘 밤 14번을 그렇게 내려다봤다는 걸 생각했다. 그러고 그 생각을 놨다. 지금은 이쪽이었다.

우진이 조거 팬츠를 내렸다. 도영이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시키지 않았는데. 우진이 그걸 보고 숨을 뱉었다.

"착하다."

도영이 입을 벌렸다. 우진이 들어왔다. 도영은 삼켰다. 아홉 달 전보다 깊이. 목이 열리는 법을 몸이 알았다. 우진의 손이 머리를 잡았다. 밀었다. 도영은 받았다. 소리를 냈다. 우진이 위에서 낮게 신음했다. 오래 하지 않았다. 우진이 빼고 도영을 일으켜 안고 침실로 갔다.

침대에서 우진은 도영을 옆으로 눕히고 뒤에서 안았다. 젤. 콘돔. 손가락이 들어오는 동안 우진 입이 도영 목 뒤 칼라 위에 있었다. 그러고 우진이 들어왔다. 옆으로 누운 채. 느리게. 도영의 한 다리를 들고. 우진 손이 도영 배를 지나 아래를 잡았다.

"오늘 그 애 머리 쓸어줄 때."

"……"

"네 얼굴 봤어."

도영은 소리를 냈다. 우진이 움직이는 대로.

"어떤 얼굴이었어요……"

"내 얼굴."

우진이 도영을 잡은 손을 움직였다. 안에서와 같은 속도로. 도영은 등 뒤 우진 가슴에 몸을 맡겼다. 목줄도 방석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우진 손 두 개. 하나는 안에, 하나는 앞에.

"형, 나……"

"응. 해. 내 손에."

도영이 우진 손 안에 쏟았다. 우진이 뒤에서 도영 목 뒤 칼라를 이로 물고 몇 번 더 박고 멈췄다. 둘이 옆으로 누운 채 한참을 그렇게. 우진이 손을 빼서 도영 배 위에 얹었다. 젖은 채로.

"물."

"조금만 더."

"그럼 조금만 더."

도영은 우진 팔 안에서 목줄이 걸린 신발장 고리를 생각했다. 두 개. 나란히. 그러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