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본 얼굴은 여기서 끝

그날 파티의 신입은 셋이었다.

재호가 입구에서 팔찌를 채우고 있을 때 도영은 이미 사물함에서 정장을 벗고 하네스를 차고 칼라를 하고 나온 상태였다. 넉 달째였다. 정장을 벗는 데 이제 이 분이 걸렸고 하네스는 혼자 찼다. 칼라만 우진이 채웠다. 그건 규칙이었다. 도영이 만든 규칙.

그는 우진 옆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입구를 봤다. 신입들이 하나씩 팔찌를 받고 열쇠를 받고 사물함 통로로 들어갔다. 첫 번째는 이십대 후반 여자, 빨강 팔찌. 두 번째는 사십대 남자, 노랑. 세 번째는—

도영의 손에서 물병이 조금 기울었다.

세 번째는 도영이 아는 얼굴이었다.

민하진. 옆 팀 대리. 도영보다 세 살 아래. 같은 층, 같은 탕비실, 같은 엘리베이터. 지난주 화요일에 도영이 그에게 재고 실사 일정표를 넘겼고, 그는 "선배 감사합니다" 하고 받았다. 지금 그 하진이 회색 후드에 청바지를 입고 재호 앞에 서서 노랑 팔찌를 받고 있었다.

하진은 도영을 보지 못했다. 소파는 조명이 어두운 쪽이었고 그는 입구에서 재호 말을 들으느라 바빴다.

도영은 물병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보리?"

우진 목소리를 뒤로 두고 그는 걸었다. 파티룸 밖으로, 사물함 통로 반대편, 화장실로. 문을 닫고 잠갔다. 세면대를 잡았다. 거울을 봤다. 검은 하네스, 가죽 칼라, 놋쇠 태그. 보리.

월요일 아침 열 시 회의. 옆 팀 대리. 같은 엘리베이터.

머리가 꺼지는 게 아니라 켜졌다. 한 번에 전부. 결산 시즌보다 더 시끄럽게.

노크. 두 번.

"보리. 나야."

도영은 문을 열었다. 우진이 들어와서 문을 닫았다. 화장실이 좁아서 둘이 서면 꽉 찼다.

"무슨 일이야."

"세 번째 신입이요."

"응."

"회사 사람이에요."

우진의 얼굴이 아주 조금 변했다. 놀란 건 아니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얼굴이었다.

"같은 팀?"

"옆 팀. 같은 층. 매일 봐요."

"그 사람이 너 봤어?"

"아직."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도영의 두 팔을 잡았다. 하네스 스트랩 위로.

"먼저 숨 쉬어. 그 다음 내 말 들어."

도영은 숨을 쉬었다. 세 번.

"첫 번째 규칙 기억하지. 여기서 본 얼굴은 여기서 끝. 재호 형이 지금 저 사람한테도 똑같이 말하고 있어. 신입 셋 전부한테. 그 규칙은 너를 지키는 규칙이면서 저 사람을 지키는 규칙이야."

"그래도……"

"그래도, 알아. 규칙이 있다고 무섭지 않은 건 아니야. 그런데 하나 더 생각해봐." 우진이 도영 눈을 봤다. "저 사람 지금 어떤 상태일 것 같아?"

도영은 생각했다. 노랑 팔찌. 회색 후드. 신입. 사물함 열쇠를 받아 들고 통로로 들어가는 뒷모습.

"…무서울 거예요."

"응. 넉 달 전 너만큼. 그리고 저 사람이 여기 널 보면 어떨 것 같아?"

"망했다고 생각하겠죠."

"네가 지금 그러고 있듯이."

도영은 세면대에 기댔다. 우진이 말한 게 맞았다. 이 화장실 안에서 무서운 건 자기 혼자가 아니었다. 십 미터 밖에 똑같이 무서운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아직 자기가 있는 걸 모르는.

"어떻게 해요."

"세 가지 중에 골라." 우진이 손가락을 들었다. "하나, 오늘 그냥 집에 가. 아무도 아무 말 안 해. 재호 형한테 몸 안 좋다고 하면 끝. 둘, 저 사람 안 보이는 데서 놀아. 여기 넓어. 재호 형한테 말하면 담당 핸들러한테 조용히 전달해서 동선 갈라줘. 셋."

"셋은요?"

"셋은, 저 사람 만나. 파티 시작 전에. 사물함 앞에서. 오 분."

도영은 세 번째 손가락을 봤다.

"그게 제일 무서워요."

"알아. 그런데 그게 제일 확실해. 나머지 둘은 오늘 넘기는 거고, 셋은 월요일까지 넘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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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호는 카운터 뒤에서 도영 말을 다 듣고 태블릿을 내려놨다.

"14번이네. 담당은 세라 누나가 맡았어. 잠깐 얘기하고 올게."

재호가 세라에게 가서 뭐라고 했다. 세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사물함 통로로 들어갔다. 이 분 뒤에 나와서 도영에게 손짓했다.

"14번 말했어. 선배가 여기 있다고. 처음엔 나가겠다고 하더라. 근데 그 얘기 하니까 만나겠대. 사물함 통로에서. 지금."

도영은 우진을 봤다.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줄은 잡지 않았다. 여기서는 잡을 게 아니었다.

"혼자 가. 나는 통로 밖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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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은 사물함 14번 앞에 서 있었다. 후드는 벗어서 사물함 안에 걸어놨고, 검은 티셔츠와 반바지. 팔에 노랑 팔찌. 얼굴이 하얬다.

도영은 통로 입구에서 멈췄다. 하네스, 칼라, 태그. 하진이 그걸 봤다. 도영이 하진의 노랑 팔찌를 봤다.

둘이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선배."

"응."

"저 진짜……" 하진이 말을 못 끝냈다. 손으로 얼굴을 한 번 문질렀다. "저 선배 보고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나도."

"…선배도요?"

"화장실 가서 문 잠갔어."

하진이 웃었다. 억지로. 그런데 진짜 웃음이 조금 섞였다.

"저는 사물함 열고 다시 옷 입으려고 했어요. 세라 씨가 오셔서……"

"알아."

도영은 통로 안으로 두 걸음 들어갔다. 하진과 사물함 세 개 거리.

"하진아. 여기 첫 번째 규칙 들었지."

"네. 여기서 본 얼굴은……"

"여기서 끝. 그거 진짜야. 나 넉 달 됐어. 여기서 본 사람 밖에서 마주친 적 한 번 있어. 편의점에서. 서로 눈도 안 마주쳤어. 그게 여기 규칙이 진짜로 돌아가는 방식이야."

하진은 사물함 문을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월요일에," 도영이 계속했다. "아무 일도 없어. 열 시 회의 있고, 네가 재고 실사표 갖고 오고, 내가 확인하고, 그게 다야. 여기 있는 일은 여기서만. 나도, 너도."

"…약속하는 거예요?"

"약속하는 게 아니라 규칙이야. 약속은 깰 수 있는데 규칙은 여기 서른 명이 다 같이 지키는 거야. 나 하나가 아니라."

하진이 숨을 뱉었다. 길게. 사물함 문을 놨다.

"선배는…… 여기 온 지 오래됐어요?"

"넉 달."

"좋아요?"

도영은 자기 목의 태그를 손끝으로 만졌다. 뒷면 번호.

"좋아."

하진이 그 태그를 봤다. 그러고 도영의 초록 팔찌를 봤다. 그러고 자기 노랑 팔찌를 봤다.

"저 그거…… 팔찌 색 설명 들었는데 뭘 골라야 할지 몰라서 그냥 노랑 했어요."

도영은 그 말을 듣고 어떤 게 몸 안에서 자리를 바꾸는 걸 느꼈다. 십 분 전까지 자기가 무서운 사람이었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더 무서웠다. 그리고 자기는 그 무서움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았다.

"노랑 잘 골랐어. 첫날은 다 노랑이야. 누가 널 만지고 싶으면 눈 마주치고 손 내밀 거야. 받아주고 싶으면 그 손에 머리 대. 싫으면 고개 돌려. 말 안 해도 돼. 다들 알아."

"…고개 돌리면 정말 알아요?"

"알아.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거부터 배웠어. 그리고 모르는 척하는 사람 있으면 재호 형이 바로 와. 세라 누나도 오고."

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영은 자기가 방금 한 말이 누구 말인지 알았다. 넉 달 전 소파에서 들은 말이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리고 무릎 아프면 말해. 말 안 나오면 두 번 두드려. 세라 누나 좋은 사람이야. 감자 삼 년 봤어. 감자 알게 되면 세라 누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아."

"감자가 누구예요?"

"오늘 알게 될 거야."

하진이 처음으로 제대로 웃었다.

"선배, 여기서는 선배 이름 뭐예요?"

도영은 잠깐 망설였다. 그러고 태그를 뒤집어 보여줬다. 앞면.

"보리."

"…보리요?"

"숫자 아닌 거 하고 싶었어."

하진이 웃었다. 이번엔 소리 내서. 그러고 사물함 문을 닫았다. 열쇠를 돌렸다. 딸깍.

"저는 이름 아직 없어요."

"오늘 정하지 마. 재호 형이 14번이라고 부를 거야. 그거 하루 참아. 이름은 여기서 정하는 게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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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평소대로 갔다.

도영은 우진과 매트 왼쪽에서 놀았고 하진은 세라와 오른쪽에서 시작했다. 동선은 갈라지지 않았다. 갈라달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두 번째 공에서 도영의 머리는 꺼졌고, 꺼진 채로 어느 순간 매트 한가운데서 하진과 마주쳤다. 하진은 아직 어색하게 기어 다니고 있었다. 팔이 너무 길다는 얼굴로. 도영은 그 얼굴을 알았다.

도영이 멈췄다. 하진이 멈췄다. 노랑. 물어보고 터치.

도영은 눈을 마주치고 한 손을 매트에서 들어 반쯤 내밀었다.

하진이 몇 초 동안 얼어 있었다. 그러고 이마를 도영 손에 댔다.

도영은 코끝을 하진의 뺨에 한 번 문질렀다. 모카가 자기에게 했던 것처럼. 하진이 움찔했고, 그 다음 저도 모르게 웃었다. 도영은 물러나면서 작게 "웡" 했다. 그러고 공 쪽으로 가버렸다.

뒤에서 세라가 하진에게 말하는 게 들렸다. "봤지? 저게 인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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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가 끝나고 담요를 쓰고 물을 마실 때 우진이 도영 옆에 앉았다. 목줄을 풀고, 이번엔 칼라는 풀지 않았다. 도영이 풀지 말라고 했으니까.

"잘했어."

"무서웠어요."

"무서운데 했잖아. 그게 잘한 거야." 우진이 도영 머리를 쓸었다. "그리고 봤어. 팔찌 설명해주는 거. 내 말 그대로 하더라."

"형 말이 맞는 말이라서요."

"그건 그렇지."

사물함 앞에서 정장을 입고 나왔을 때 하진은 이미 없었다. 세라가 먼저 보냈다고 했다. 첫날은 뒷풀이 안 데려간다고. 그게 세라 규칙이었다.

월요일 열 시 회의에서 하진이 재고 실사표를 들고 왔다. 도영이 확인했다. 숫자는 맞았다. 하진이 "감사합니다 선배" 했다. 도영이 "응" 했다. 둘 다 서로 눈을 봤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옆 팀 대리와 선배.

회의가 끝나고 도영은 목덜미를 만졌다. 셔츠 칼라 아래 가죽 칼라는 없었다. 월요일이니까. 그런데 있는 것처럼 만졌다.

그날 밤 우진 집에서 도영은 침대에 누워 우진 팔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다. 그냥 그렇게. 우진이 도영 목 뒤를 계속 문질렀다.

"오늘 회의 어땠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게 규칙이 돌아가는 방식이야."

도영은 우진 어깨에 이마를 댔다.

"형, 나 오늘 그 애한테 형 말 하면서 이상했어요."

"뭐가?"

"내가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말 같았어요."

우진이 한참 아무 말 안 했다. 그러고 도영 머리 위에 턱을 얹었다.

"그거, 나도 알아. 육 년 전에 처음 느꼈어."

도영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다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