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있는 건 목줄이 아니야
십이월 결산은 삼월 결산보다 두 배 컸다.
도영은 그걸 알고 있었다. 매년 그랬으니까. 그런데 올해는 뭔가 달랐다. 작년까지는 결산 시즌이 그냥 시즌이었다. 견디는 것. 올해는 결산이 뭔가를 뺏어가는 기간이었다. 뭘 뺏어가는지 그는 정확히 알았다. 금요일 밤, 토요일 매트, 일요일 라면.
첫 주에 그는 파티를 빠졌다. 우진에게 "이번 주 못 가요. 마감"이라고 보냈다. 우진은 "알았어. 밥은?"이라고 물었다. 도영은 편의점 삼각김밥 사진을 보냈다.
둘째 주에 또 빠졌다. 금요일 밤에 우진 집에도 못 갔다. 새벽 세 시에 회사에서 나왔으니까. 우진에게 "미안해요"라고 보냈고 우진은 "미안할 거 없어. 밥은?"이라고 물었다. 도영은 답을 안 했다. 안 먹었으니까.
셋째 주 화요일 밤 열두 시 사십 분에 우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규칙 하나 추가할게. 밤 열두 시 넘어서 사무실에 있으면 뭐 먹은 거 사진 한 장. 없으면 없다고. 그거만."
도영은 그 메시지를 화면에 띄워놓고 사 분 동안 봤다. 옆에서 시트 세 개가 열려 있었고 각주 열한 개가 검토 대기였고 팀장이 아침 여덟 시까지 초안을 달라고 했다. 규칙. 사진. 열두 시.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형, 지금 그런 거 할 여유 없어요."
보내고 나서 그는 그 문장이 어떻게 읽힐지 알았다. 회계사니까. 문장이 어떤 숫자를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지우지 않았다. 지울 여유도 없었다.
우진은 답하지 않았다.
수요일에도. 목요일에도. 우진은 매일 밤 열두 시에 물었었다. 넉 달 동안. 밥은? 그게 안 왔다.
금요일 밤 열한 시에 도영은 회사 화장실 세면대를 잡고 거울을 봤다. 셔츠 칼라. 넥타이. 그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목이 조였다. 넉 달 만에 처음으로 목이 조였다.
그는 세면대에서 손을 떼고 휴대폰을 들었다. 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 울리고 받았다.
"형."
"응."
"…나 화났어요."
"알아."
"형한테 화난 게 아니라……"
"알아. 그런데 지금 나한테 화나 있잖아. 그것도 알아."
도영은 세면대 앞에 서서 숨을 쉬었다. 화장실 형광등이 눈에 하얬다.
"나한테 형은…… 나는 형한테 파티 때 필요한 거잖아요. 매트 위에 있을 때. 그때만."
말을 하면서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틀린 말이라는 걸 알았다. 태그 뒷면 번호를 알았다. 두 명. 우진 집 신발장 옆 파란 방석. 매일 밤 열두 시 밥은? 전부 알았다. 그런데 입에서는 그 말이 나왔다. 육 주 동안 안 잔 몸에서.
우진이 아주 오래 아무 말 안 했다. 전화기 너머로 숨소리만.
"보리."
"……"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칼라 지금 풀어."
도영의 손이 목으로 갔다. 칼라는 없었다. 회사니까. 그런데 손이 갔다.
"내가 잡고 있는 건 목줄이 아니야. 파티 때 잡는 건 목줄이지. 그건 금방 풀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넉 달 동안 잡고 있던 건 그게 아니야. 너야. 네 월요일이랑 네 결산이랑 네가 밥 안 먹는 거. 그걸 잡고 있는 거야. 그거를 지금 네가 파티 때만이라고 하면……" 우진 목소리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도영이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지금 헛것을 잡고 있는 거야."
"……"
"밥 먹었어?"
도영은 세면대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안 먹었어요."
"알았어."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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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은 새벽 한 시에 회사를 나왔다. 초안은 팀장에게 보냈다. 각주 세 개가 미검토였다. 그는 그걸 알면서 보냈다. 처음이었다.
택시 안에서 그는 자기 집 주소를 말하려다가 우진 집 주소를 말했다.
빌라 3층 앞에 서서 그는 벨을 누르지 않고 문을 봤다. 새벽 한 시 사십 분. 우진은 여섯 시 퇴근하는 사람이었고 아마 자고 있을 것이었다.
그는 문을 두 번 두드렸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으니까. 두 번.
문이 열렸다. 우진이 서 있었다. 자다 깬 얼굴이 아니었다. 안 잔 얼굴이었다.
"미안해요."
우진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도영을 봤다. 정장. 넥타이. 여섯 주 동안 안 잔 얼굴. 손에 든 가방.
"들어와. 정장 벗고."
도영은 들어갔다. 현관에서 구두를 벗었다. 신발장 옆에 하네스가 걸려 있었다. 넉 달 전 그대로. 파란 방석이 거실에 있었다. 그대로.
거실 한가운데 서서 그는 재킷을 벗으려고 했다. 손이 안 움직였다. 정말로 안 움직였다. 결산 육 주째 새벽 두 시 저장 버튼 앞에서처럼.
우진이 다가와서 도영의 손을 내렸다.
"오늘은 네가 안 해. 내가 해."
우진이 재킷을 벗겼다. 소파에 걸었다. 던지지 않고. 넥타이 매듭을 잡았다. 도영은 눈을 감았다. 우진이 매듭을 풀었다. 천천히. 도영의 목에서 실크가 미끄러져 내렸다. 그 다음 셔츠 단추. 위에서부터. 하나씩. 우진의 손이 빠르지 않았다. 재활치료사 손이 아니었다. 다른 손이었다.
셔츠가 벗겨졌다. 하네스는 없었다. 셔츠 밑에 아무것도 없는 도영의 몸. 우진이 그걸 봤다. 육 주 동안 빠진 살. 갈비뼈.
"밥 안 먹었네."
"…네."
우진이 벨트를 풀었다. 바지를 내렸다. 속옷. 도영은 서 있지 않았다. 몸이 그럴 여유가 없었다. 우진이 그걸 보고 아무 말 안 했다. 대신 신발장 옆 서랍에서 뭘 꺼내왔다.
가죽 칼라. 태그.
"이거 여기 있었어요?"
"네가 두고 갔잖아. 삼 주 전에."
우진이 뒤로 갔다. 도영은 등을 돌리지 않았다. 우진이 도영을 마주 보고 선 채로 칼라를 목에 걸었다. 뒤로 손을 넘겨 버클을 채웠다. 놋쇠 소리. 두 손가락. 여유. 그 손가락이 물러나지 않고 도영의 턱을 들었다.
"봐."
도영은 우진을 봤다.
"파티 때만이야?"
"…아니요."
"그럼 뭐야."
도영은 말을 찾았다. 정확한 말. 회계사니까. 그런데 정확한 말이 없었다. 그냥 나오는 말만 있었다.
"형이 없으면 목이 조여요."
우진이 도영을 안았다. 그냥 안았다. 도영은 정장을 다 벗고 칼라만 한 채로 옷 다 입은 우진 품에 서 있었다. 우진 손이 등에 있었다. 등뼈를 따라. 갈비뼈를 세는 것처럼.
"무릎."
도영은 무릎을 꿇었다. 파란 방석 위에. 우진이 앞에 섰다.
"오늘은 아무 결정도 안 해도 돼. 뭘 하고 싶은지도 안 정해도 돼. 내가 정할게. 싫으면 두 번. 그거만 기억해."
"네."
우진이 조거 팬츠를 내렸다. 도영 앞에서. 우진은 서 있었다. 도영은 그걸 보고 입안이 말랐다. 삼 주. 그러고 저도 모르게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손 뒤로."
도영이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우진이 도영의 머리를 잡았다. 첫날처럼 얹는 게 아니었다. 잡았다. 그러고 도영의 입에 자기를 밀어 넣었다.
이번엔 도영 속도가 아니었다. 우진 속도였다. 도영은 그게 필요했다. 정확히 그게. 뭘 정하지 않는 것. 우진이 밀고 우진이 당기고 도영은 받았다. 목이 막혔고 눈이 젖었고 침이 흘렀다. 우진이 잠깐 빼고 도영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닦았다. 그러고 다시. 더 깊이. 도영의 머릿속이 육 주 만에 처음으로 꺼졌다. 시트 세 개, 각주 열한 개, 아침 여덟 시. 전부. 남은 건 입안의 우진과 머리를 잡은 손.
"착하다. 우리 보리. 삼 주 동안 이거 안 했지."
도영은 입이 막힌 채로 소리를 냈다.
우진이 뺐다. 도영을 일으켜 소파로 데려갔다. 이번엔 엎드리게 하지 않았다. 도영을 소파에 눕혔다. 등을 대고. 다리를 들었다. 우진이 그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젤. 콘돔. 손가락이 들어왔다. 삼 주 만이라 조금 아팠다. 도영이 소리를 냈다. 우진이 멈췄다.
"두 번?"
"아니요. 계속."
우진이 계속했다. 손가락 하나. 둘. 도영이 알게 된 자리. 우진이 거기를 천천히 눌렀다. 도영의 허리가 소파에서 떴다. 우진이 다른 손으로 도영의 칼라를 잡았다. 태그를. 도영이 그 손을 봤다.
"봐. 눈 감지 마."
우진이 들어왔다.
마주 보고 하는 건 처음이었다. 첫날은 뒤에서, 그 다음은 도영이 위에서, 칼라링 밤은 거울로. 이렇게 우진 얼굴을 보면서 우진이 들어오는 건 처음이었다. 도영은 우진의 얼굴을 봤다. 우진이 자기 안에 들어오면서 어떤 얼굴을 하는지. 우진도 도영을 봤다. 눈 가리는 거 안 해. 내가 안 보는 거 싫어.
"형……"
"응."
"미안해요."
"알아. 됐어. 이제 다른 말 해."
우진이 움직였다. 느리게. 그 다음 느리지 않게. 도영은 우진 등을 잡았다. 티셔츠 위로. 우진은 옷을 안 벗었다. 도영은 다 벗었고 칼라만. 그 차이가 도영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우진이 도영의 두 손목을 잡아 소파 위로 올렸다. 머리 위로. 한 손으로 둘 다. 도영은 저항하지 않았다. 아무 결정도 안 해도 돼.
"이렇게 하는 거 괜찮아?"
"네. 네."
우진이 손목을 잡은 채로 박았다. 세게. 소파가 밀렸다. 도영은 소리를 질렀다. 짖는 소리도 아니고 그냥 소리. 육 주 동안 안에 있던 게 전부 나오는 소리. 우진이 그걸 들으면서 더 세게. 칼라 태그가 도영의 가슴 위에서 튀었다. 우진이 그 태그를 입으로 물었다. 놋쇠를. 그러고 도영의 귀에 대고 말했다.
"파티 때만이 아니야. 알아? 이거 파티 때 아니잖아."
"알아요, 알아요……"
"네 결산도 내 거야. 네 밥도 내 거야. 네 새벽 한 시도."
"……네."
"그러니까 열두 시에 사진 보내."
도영이 웃었다. 우진 밑에서, 손목 잡힌 채로, 안에 우진을 담고. 웃음이 소리로 바뀌고 소리가 다시 신음으로 바뀌었다. 우진이 손을 앞으로 돌려 도영을 잡았다. 도영은 삼 주 만에 서 있었다. 우진 손 안에서. 우진이 손과 허리를 같은 리듬으로 움직였다.
"봐. 나 봐."
도영은 봤다. 우진 눈을 보면서 쏟았다. 우진 티셔츠 위로. 우진이 그걸 보고 신음하고 도영 안에서 몇 번 더 세게 박고 도영 위로 무너졌다. 손목을 놨다. 도영이 그 손으로 우진 등을 잡았다. 티셔츠가 젖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물."
"조금만 더."
"안 돼. 오늘은 물 먼저." 우진이 몸을 일으켰다. "너 육 주 동안 물도 제대로 안 마셨잖아."
우진이 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밥을. 새벽 두 시 반에. 라면이 아니라 밥. 계란국. 김치. 도영은 소파에 담요를 쓰고 칼라를 한 채로 식탁에 앉았다. 밥은 사람으로 먹어. 그런데 오늘은 칼라를 한 채로. 우진이 그걸 허용했다.
밥을 먹고 나서 우진은 도영을 침대에 눕히고 발을 잡았다.
"뭐 해요?"
"재활치료사. 육 주 동안 구두 신고 열여덟 시간 서 있었을 발."
우진 손이 발바닥을 눌렀다. 도영은 소리를 냈다. 아파서. 그러고 좋아서.
"형."
"응."
"밥 사진 보낼게요."
"그거면 돼."
"각주 세 개 안 검토하고 보냈어요. 처음이에요."
우진 손이 잠깐 멈췄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몰라요. 아침 여덟 시에 알겠죠."
우진이 발을 계속 눌렀다.
"아침 여덟 시는 아침 여덟 시에 생각해. 지금은 두 시 오십 분이야."
도영은 잠들었다. 우진 손이 아직 발에 있었다. 칼라는 풀지 않았다.
아침 여덟 시에 팀장 메일이 왔다. 각주 세 개 수정 요청. 그게 다였다. 도영은 우진 침대에서 그 메일을 읽고 웃었다. 우진이 옆에서 자고 있었다. 도영은 휴대폰으로 우진 부엌 식탁 사진을 찍어 우진에게 보냈다. 계란국 그릇이 아직 있었다.
"밥."
우진 휴대폰이 옆에서 울렸다. 우진은 안 깼다. 도영은 그 옆에 다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