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사람으로 먹어

도영은 낯선 천장을 보면서 깼다.

우진의 침대였다. 옆자리는 비어 있었고, 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와 칼질 소리가 났다. 창밖은 이미 밝았다. 휴대폰을 봤다. 열 시 사십 분. 그는 토요일 밤에 잠들어 일요일 오전까지 한 번도 깨지 않은 게 몇 달 만인지 세어보려다가 그만뒀다.

몸이 이상했다. 아픈 데가 있었다. 무릎, 허리 아래, 그리고 안쪽. 그런데 그 아픈 데들이 전부 좋은 쪽으로 아팠다. 회사에서 열두 시간 앉아 있을 때 오는 아픔과 종류가 달랐다.

그는 우진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언제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났다. 아마 씻고 나서 우진이 던져준 걸 그대로 입었을 것이다.

부엌으로 나갔다. 우진이 등을 돌린 채 파를 썰고 있었다. 회색 반바지에 맨발.

"깼네. 앉아."

식탁엔 두 자리가 차려져 있었다. 밥 두 공기, 김치, 계란말이, 그리고 냄비에서 끓고 있는 건 진짜 라면이었다.

도영은 식탁 의자를 봤다. 그 다음 거실 소파 앞 회색 방석을 봤다. 어젯밤 그가 무릎 꿇었던 자리. 소파 천에 얼룩이 남아 있을 텐데 우진이 이미 뭔가로 덮어놨다.

우진이 도영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러고 웃었다.

"밥은 사람으로 먹어. 내 규칙."

"규칙이요?"

"응. 어떤 오너들은 바닥에 그릇 놓고 먹이는 거 좋아해. 그것도 하는 사람은 해. 나는 안 해. 밥은 마주 앉아서 먹어. 얘기하면서. 강아지는 밥 먹고 나서."

도영은 의자에 앉았다. 우진이 라면을 그릇에 담아 앞에 놓았다. 파 잔뜩. 계란 반숙.

"이게 진짜 라면이에요?"

"진짜 라면. 어제 그 라면은 어제 먹었잖아."

도영은 얼굴이 뜨거워졌다. 우진이 그걸 보고 소리 내서 웃었다. 도영도 웃었다. 그러고 라면을 먹었다. 뜨겁고 짜고 맛있었다. 그는 결산 시즌 육 주 동안 앉아서 밥을 먹은 게 몇 번인지 세어보려다가 또 그만뒀다.

"형은 왜 핸들러예요?"

우진이 계란말이를 씹으면서 잠깐 생각했다.

"처음엔 나도 그쪽이었어. 강아지."

"진짜요?"

"응. 스물여섯에. 그때 파티는 지금이랑 달랐어. 언더독도 없었고, 누구 집에서 여덟 명이 모이는 정도. 규칙도 지금처럼 정리 안 돼 있었어. 팔찌 색깔 같은 것도 없었고."

"그때 담당이 있었어요?"

"있었어. 그 사람이 내 첫 오너였고, 사 년 같이 있었고, 헤어졌어." 우진은 말을 고르지 않고 그냥 했다. 오래 다듬어진 문장 같았다. "헤어질 때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야. 그 사람이 다른 도시로 갔어. 그런데 그 사람 없이 파티 가니까 내가 바닥에 있는 게 안 되더라. 머리가 안 꺼져. 대신 다른 애들 보고 있으면 저 애 지금 무섭구나, 저 애 지금 머리 꺼졌구나, 그런 게 보였어. 그래서 재호 형이 너 그럼 이쪽 서봐, 해서."

"그게 몇 년 전이에요?"

"육 년."

"그 다음에는…… 없었어요? 강아지."

우진이 도영을 봤다. 그 질문의 진짜 뜻을 알아듣는 얼굴이었다.

"파티에서 봐준 애들은 많아. 신입만 서른 명은 봤을 거야. 그런데 파티 밖으로 데려온 건." 그가 라면 국물을 한 번 떠먹었다. "너 포함 두 명."

도영은 밥을 씹었다. 두 명. 그 숫자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서 그냥 씹었다.

"그러면," 그는 결국 물었다. 회계사니까, 궁금한 건 물어야 했다. "오너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건 어떻게 정해요?"

우진이 젓가락을 내려놨다.

"급하게는 안 정해. 그게 첫 번째야."

"……"

"어제 좋았지. 나도 좋았어. 그런데 어제 좋았다고 오늘 오너 하자고 하는 사람 있으면 나는 그 사람 의심해. 나도 의심하고." 우진은 도영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너는 파티 밤 담당이 아니야. 네 월요일도 보는 거야. 네 결산도 보고, 네가 밥 안 먹는 것도 보고, 네가 무릎 아픈 것도 보는 거야. 그거를 어제 처음 라면 먹은 사람하고 정하지는 않아. 나는."

도영은 그 말이 거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몸 어딘가가 조금 내려앉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우진이 그걸 봤다.

"파티 몇 번 더 봐. 여기도 몇 번 더 와. 그러고 얘기하자. 이 얘기는 내가 먼저 꺼낼 거야. 네가 꺼낼 필요 없어. 그러니까 그동안은 그거 생각 안 하고 놀아. 그게 오늘 네 규칙."

"…알았어요."

"밥 먹어. 국물 다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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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는 도영이 했다. 우진이 말리지 않았다. 도영은 그게 좋았다. 손님이 아니라는 뜻 같았다.

설거지가 끝나고 도영은 손을 닦고 거실로 갔다. 우진이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물리치료 관련 두꺼운 원서. 도영은 소파 옆에 서서 잠깐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우진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손가락으로 방석을 가리켰다.

"밥 먹었으니까."

도영은 방석 위에 무릎으로 앉았다. 그 다음 엎드렸다. 우진의 다리 옆에. 머리를 우진의 허벅지에 기댔다. 우진의 손이 책장을 넘기고, 그 다음 도영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그렇게 한 시간이 갔다.

우진은 책을 읽었다. 도영은 눈을 감았다. 손이 머리카락을 쓸었다. 귀 뒤. 목 뒤. 그러다 손이 책장을 넘기러 갔다가 돌아왔다. 도영은 그 손이 없는 몇 초를 세지 않게 됐다. 처음엔 셌다. 나중엔 안 셌다. 머리가 파티 매트에서처럼 꺼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낮았다. 아주 낮은 데서 천천히 돌았다.

어느 순간 도영은 자기가 우진의 다리에 몸을 문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뺨을. 그 다음 어깨를. 하네스는 안 하고 있었다. 티셔츠 하나. 그 밑에 아무것도. 우진의 손이 머리에서 등으로 내려갔다. 티셔츠 위로. 그 다음 티셔츠 밑단 안으로.

책이 닫히는 소리.

"올라와."

도영이 고개를 들었다. 우진이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반바지 앞이 올라와 있었다.

"어제는 내가 했으니까. 오늘은 네가 해봐. 위에서."

도영은 방석에서 일어나 소파 위로 올라갔다. 우진의 허벅지 위에 무릎을 벌리고 앉았다. 우진이 도영의 티셔츠를 위로 벗겼다. 손이 가슴을 쓸었다. 젖꼭지를 스쳤다. 도영이 움찔했다. 우진이 그걸 보고 이번엔 스치지 않고 잡았다. 살짝 비틀었다. 도영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여기 좋아?"

"…몰랐어요."

"이제 알았네."

우진이 자기 반바지를 내렸다. 도영은 이미 서 있었다. 우진도. 우진이 소파 옆 서랍에서 젤과 콘돔을 꺼냈다. 도영에게 콘돔을 건넸다.

"네가 씌워."

도영은 봉지를 찢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우진 위에 콘돔을 씌우고 젤을 발랐다. 우진이 젤을 자기 손에도 받아서 도영 뒤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들어왔다. 어제보다 쉬웠다. 도영은 우진 어깨를 잡고 숨을 뱉었다.

"아직 부드러워. 어제 때문에."

"…네."

"천천히 앉아. 네 속도."

도영은 자기 손으로 우진을 잡고 위치를 맞췄다. 그러고 앉았다. 천천히. 어제 뒤에서 들어올 때와 달랐다. 이번엔 자기가 정하는 거였다. 얼마나 깊이, 얼마나 빨리. 그게 무서웠고 그게 좋았다. 반쯤. 멈췄다. 숨. 더. 끝까지.

우진이 도영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가만히 있었다. 도영이 우진 얼굴을 봤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우진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어제는 뒤에서였으니까. 우진은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 눈 가리는 거 안 해. 내가 안 보는 거 싫어. 도영은 그 말을 기억했다. 우진이 자기를 보고 있었다.

"움직여."

도영은 움직였다. 처음엔 엉망이었다. 리듬이 안 맞았고 허벅지가 떨렸다. 우진이 웃지 않았다. 대신 허리를 잡은 손으로 도영을 살짝 이끌었다. 이 각도. 이 속도. 도영이 그걸 따라가자 우진이 손을 놨다.

"그래. 그거야."

도영은 우진 어깨를 잡고 움직였다. 안에서 우진이 어제 찾은 자리를 지날 때마다 소리가 났다. 우진이 손을 뻗어 도영의 젖꼭지를 다시 잡았다. 도영의 허리가 튀었다. 우진이 그걸 보고 이번엔 앞으로 몸을 기울여 입으로 물었다. 도영은 소리를 참지 않았다. 소리가 짖는 것에 가까워졌다.

"착하다."

우진이 도영 귀에 대고 말했다. 낮게.

"잘한다. 우리 27번. 착해."

그 말에 도영이 무너졌다. 몸이 아니라 머리가. 어제 소파에 엎드려 있을 때보다 더 깊이. 위에 있으면서, 자기가 속도를 정하면서, 그런데도 머리가 완전히 꺼졌다. 남은 건 안에 있는 우진과 귀에 닿는 목소리.

"형……"

"응."

"나, 나……"

"알아. 해. 내 위에 해."

도영은 우진의 배 위로 쏟았다. 손으로 잡지도 않았다. 우진 안에서 조여지는 것만으로. 우진이 도영의 허리를 잡고 밑에서 몇 번 세게 올려 박았다. 도영이 우진 어깨에 이마를 박고 소리를 냈다. 우진이 낮게 신음하면서 멈췄다.

둘 다 한참 그대로 있었다.

우진이 먼저 손을 올려 도영의 목 뒤를 잡았다. 칼라가 없는 자리. 그런데 있는 것처럼 잡았다.

"물."

"조금만 더요."

우진이 웃었다. 소리 없이. 도영의 등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그럼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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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우진이 도영을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줬다. 도영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셔츠 아래 하네스는 없었다. 하네스는 우진 집 신발장 옆에 걸려 있었다. 우진이 "다음 주에 다시 하고 가면 되잖아" 했고 도영은 반대하지 않았다.

역 입구에서 우진이 말했다.

"다음 파티 때 이름 정해와. 아니, 정해오지 말고. 거기서 정해."

"이칠이 말고요?"

"이칠이 말고. 이칠이는 재호 형이 붙인 거야. 네가 붙인 게 아니잖아."

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목 뒤, 자꾸 만지는 버릇." 우진이 도영의 목덜미를 자기 손으로 한 번 눌렀다. 지하철역 입구, 사람들 지나가는 데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거 계속해. 그거 좋은 버릇이야."

도영은 계단을 내려가면서 목덜미를 만졌다. 우진 손 자국이 아직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