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뒷면
결산은 삼 주 뒤에 끝났고, 도영은 그 삼 주 동안 세 번 우진 집에 갔고, 두 번 파티에 갔고, 네 번째 파티에서 이름을 정했다.
정한 건 화이트보드 앞에서였다. 재호가 마커를 들고 "오늘의 팩"을 쓰다가 도영을 돌아봤다.
"이칠이? 오늘도 이칠이?"
도영은 매트 위에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우진이 옆에 서서 목줄을 잡고 있었다. 우진은 아무 말도 안 했다. 여기서 정해. 여기서 정하는 이름이 진짜야.
"보리."
재호가 눈썹을 올렸다. "보리?"
"네. 보리."
재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이칠(신입)'을 지우고 '보리'라고 썼다. 그러고 그 옆에 작은 별을 하나 그렸다. 신입 딱지가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우진이 목줄을 살짝 당겼다. 나 여기 있어. 그러고 몸을 숙여 도영 귀에 대고 물었다.
"회계사가 보리?"
"숫자 아닌 걸로 하고 싶었어요."
우진이 웃었다. 그날 밤 우진은 공을 던질 때마다 "보리" 하고 불렀고, 도영은 자기 이름이 매트 위에서 열 번쯤 불리는 걸 들었다. 이칠이라고 불릴 때와 달랐다. 이칠이는 재호가 붙인 거고, 보리는 자기가 붙인 거였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느껴지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었는데, 아무튼 목 뒤 어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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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이 지났다.
도영은 이제 언더독 단톡방에 있었다. 단톡방 이름은 '지하3층'이었고 서른두 명이 있었고, 파티 공지가 올라오면 이십 분 안에 이모티콘이 마흔 개 달렸다. 회비는 월 삼만 원, 매트 세탁비와 물값이었다. 파티가 끝나면 절반쯤은 근처 국밥집으로 갔다. 국밥집 사장님은 새벽 한 시에 하네스 자국이 남은 목으로 들어오는 열몇 명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깍두기를 더 내줬다.
도영은 이제 팩을 다 알았다. 모카는 대학원생이었고 삼 년 동안 한 번도 파티를 빠진 적이 없었다. 감자는 헬스 트레이너였고 시끄러운 건 파티 밖에서도 똑같았다. 두부와 두부 남자친구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콩이와 루비는 룸메이트였고 서로 오너는 아니었다. 세라는 감자 핸들러이자 이 팩에서 제일 오래된 사람이었고, 우진이 처음 강아지였을 때부터 알았다고 했다.
"우진이 그때 진짜 조용했어." 세라가 국밥에 후추를 치면서 말했다. "지금도 조용한데 그때는 더. 매트 구석에서 공 하나 물고 한 시간 있었어."
"형이요?"
"응. 보리 너 첫날 봤을 때 딱 그 얼굴이었어. 그래서 재호가 우진이한테 붙인 거야."
도영은 국밥을 먹으면서 옆자리 우진을 봤다. 우진은 못 들은 척 콩나물을 건지고 있었다.
두 달 동안 우진은 오너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도영도 꺼내지 않았다. 규칙이었으니까. 그 대신 다른 것들이 생겼다. 도영은 매주 금요일 밤 우진 집에 갔고, 토요일에 함께 파티에 갔고, 일요일에 우진 집에서 밥을 먹고 돌아왔다. 하네스는 우진 집 신발장 옆에 걸려 있었다. 무릎 패드도. 우진은 도영에게 매일 밤 열두 시 전에 뭘 먹었는지 물었고, 도영은 처음엔 귀찮았고 나중엔 그 질문이 안 오면 이상했다.
우진 집 회색 방석 옆에 두 번째 방석이 생겼다. 도영이 골랐다. 파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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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째 파티가 끝나고 담요를 쓰고 물을 마시고 있을 때 우진이 도영 옆에 앉았다. 평소와 다르게 손에 뭘 들고 있었다. 작은 검은 상자.
"머리 돌아왔어?"
"…거의."
"그럼 잠깐 이리 와."
우진이 도영을 데리고 매트 구석, 화이트보드 뒤편으로 갔다. 팩이 보이는데 들리지는 않는 자리. 도영은 담요를 어깨에 걸친 채 우진 앞에 섰다.
우진이 상자를 열었다.
가죽 칼라였다. 검은색, 파티용 나일론보다 두껍고, 안쪽에 부드러운 안감. 버클은 놋쇠. 그리고 앞쪽에 작은 원형 태그가 달려 있었다.
태그 앞면에 '보리'.
우진이 태그를 뒤집었다. 뒷면에 전화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우진 번호였다. 도영이 재킷 안주머니에 석 달 동안 넣고 다녔던 종이 조각의 그 번호.
"이 얘기 내가 먼저 꺼낸다고 했지."
도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세 달 봤어. 파티 열 번, 우리 집 열두 번. 너 결산 끝나는 것 봤고, 밥 안 먹는 것 봤고, 밥 먹기 시작하는 것 봤고, 무릎 나아지는 것 봤어. 그리고 네가 이름 정하는 것 봤어." 우진은 상자를 든 손이 조금 떨리는 걸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물어. 내가 네 오너 해도 돼?"
"……"
"싫으면 이건 그냥 선물이야. 칼라 하나 갖는 거야. 태그 떼도 되고. 그렇게 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아. 진짜로. 파티 담당은 계속할 거고 금요일 라면도 계속……"
"채워주세요."
우진이 말을 멈췄다.
"채워주세요. 지금."
우진은 몇 초 동안 도영을 봤다. 그 다음 상자를 매트에 내려놓고 칼라를 꺼냈다. 도영이 등을 돌렸다. 담요가 어깨에서 떨어졌다. 가죽이 목에 감겼다. 나일론과 달랐다. 무겁고 매끄럽고 따뜻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 버클이 채워졌다. 놋쇠 소리는 딸깍이 아니었다. 더 낮고 더 확실한 소리. 두 손가락이 여유를 확인했다. 그러고 그 손가락이 물러나지 않고 도영을 돌려세웠다.
우진이 태그를 손끝으로 만졌다. 앞면. 보리.
"내 강아지."
우진이 그 말을 처음 했다. 도영은 그 말이 몸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았다. 목 뒤가 아니었다. 더 안쪽.
"네."
그때 화이트보드 뒤에서 뭐가 튀어나왔다. 감자였다. 후드 귀가 흔들리고 있었고 눈이 커져 있었다.
"어어어어 이거 지금 뭐야 이거 칼라링이야?"
"감자." 세라 목소리가 뒤따라왔다. "돌아와. 얘들 지금……"
그런데 이미 늦었다. 감자가 짖었다. 진짜로, 파티 매트에서 신났을 때 내는 소리로. 그러자 매트 쪽에서 모카가 고개를 들었고, 콩이와 루비가 일어났고, 두부가 남자친구 팔을 잡았다. 재호가 카운터에서 태블릿을 내려놨다.
"우진이 칼라링했어요?" 재호가 소리쳤다.
우진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웃고 있었다.
"했어."
박수가 났다. 매트 위에서, 소파에서, 카운터에서. 감자가 도영을 덮쳤고 이번엔 도영이 굳지 않고 같이 넘어졌다. 모카가 와서 도영 목의 가죽 칼라에 코를 댔다. 콩이가 "태그 봐 태그" 하면서 태그를 뒤집어 봤다. "번호 새겼어. 형 로맨틱하네." 두부가 "우리도 저거 살까" 하고 남자친구를 봤다.
재호가 카운터에서 나와서 우진 등을 쳤다.
"칼라링은 뒷풀이 국밥 오너가 쏘는 거다. 규칙이야."
"그런 규칙 없잖아."
"지금 만들었어."
우진이 웃으면서 지갑을 꺼냈다. 도영은 감자와 모카 밑에 깔려서 그걸 보고 있었다. 목에 가죽 무게. 시끄럽고 밝고 따뜻했다. 그는 이 방이 처음 봤을 때 체육관 같다고 생각했던 걸 기억했다. 지금도 체육관 같았다. 그런데 이제 그 체육관이 자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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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집에서 열두 명이 우진 카드로 먹었다. 국밥집 사장님이 도영 목의 칼라를 힐끗 보고 "좋은 일 있나 보네" 하고 깍두기를 두 접시 냈다.
우진 집에 도착한 건 새벽 두 시였다.
도영은 신발을 벗고 거실에 섰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셔츠 칼라 위로 가죽 칼라가 나와 있었다. 택시 안에서 우진은 도영에게 셔츠 첫 단추를 열라고 했다. 태그가 보이게.
우진이 도영을 거실 벽 거울 앞에 세웠다. 뒤에 섰다.
"봐."
도영은 거울을 봤다. 정장, 넥타이 없음, 셔츠 첫 단추 열림, 그 위로 검은 가죽과 놋쇠 태그. 그 뒤에 우진.
"저 안에 있는 게 사물함이라고 했지. 첫날."
"네."
"지금은?"
도영은 거울 속 남자를 봤다. 정장을 입고 있는데 사물함 같지 않았다. 정장은 그냥 옷이었다. 옷 위에 칼라가 있고 칼라 위에 태그가 있고 태그 뒤에 번호가 있고 그 뒤에 우진이 있었다.
"저 사람이 나예요."
우진이 뒤에서 도영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거울을 보면서. 도영도 거울을 봤다. 자기가 벗겨지는 걸 봤다. 셔츠가 어깨에서 떨어지고 바지가 내려가고 속옷이 내려갔다. 칼라만 남았다. 우진은 옷을 벗지 않았다.
"무릎."
도영은 거울 앞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우진이 뒤에서 무릎을 꿇었다. 거울에 둘이 보였다. 우진의 손이 뒤에서 앞으로 넘어와 태그를 잡았다. 살짝 당겼다. 도영의 고개가 들렸다.
"오늘은 천천히 할 거야. 아주."
우진의 손이 태그를 놓고 내려갔다. 가슴. 젖꼭지. 도영이 알게 된 그 자리. 우진이 손톱으로 살짝 긁었다. 도영이 소리를 냈다. 우진의 다른 손이 배를 지나 성기를 잡았다. 거울에서 도영은 자기가 우진 손 안에서 커지는 걸 봤다. 우진이 천천히, 정말 천천히 움직였다.
"봐. 눈 감지 마."
도영은 봤다. 힘들었다. 눈을 감으면 더 쉬울 텐데 우진이 감지 말라고 했다. 자기 얼굴이 무너지는 걸 봤다. 입이 벌어지고 눈이 젖고 목이 뒤로 젖혀지는 걸.
우진이 손을 놓고 도영을 앞으로 엎드리게 했다. 이마가 거울 앞 바닥에 닿았다. 엉덩이가 들렸다. 우진이 뒤에서 도영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벌렸다. 그 다음 뜨거운 게 닿았다. 손가락이 아니었다. 혀였다.
도영이 소리를 질렀다. 짖는 게 아니라 그냥 소리.
"형, 그거……"
"타임?"
"아니, 아니요, 아니……"
우진이 계속했다. 혀가 원을 그리고 눌렀다. 도영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쳤다. 한 번. 두 번 아니었다. 한 번은 그냥 못 견뎌서. 우진이 그 차이를 알았다. 계속했다. 도영의 다리가 떨렸다. 이런 걸 해본 적 없었다. 이런 걸 누가 자기에게 해준 적 없었다. 우진은 급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 도영이 앞으로 흘리는 게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우진이 물러났다. 젤. 손가락 둘. 도영은 이제 그게 거의 안 아팠다. 콘돔 봉지. 그리고 우진이 들어왔다. 천천히. 도영이 들어오는 걸 거울로 봤다. 자기 얼굴이 바닥에 반쯤 눌려 있고 그 뒤에 옷을 다 입은 우진이 자기 안에 들어오는 걸.
"봐."
"보고 있어요."
"뭐가 보여."
"…형 강아지."
우진이 멈췄다. 몇 초. 그 다음 몸을 앞으로 숙여 도영 목의 칼라를 입으로 물었다. 가죽 위로. 그러고 움직였다.
느리게 시작해서 느리게 끝나지 않았다. 우진이 한 손으로 칼라를 잡고 한 손으로 도영의 허리를 잡았다. 칼라가 목을 당겼다. 도영은 그 당김을 따라 상체를 들었다. 거울에 자기가 보였다. 무릎으로 꿇고 상체를 세우고 목에 우진 손이 있고 뒤에서 우진이 박고 있는. 도영은 그걸 보면서 짖었다. 소리를 안 죽였다. 새벽 두 시 빌라 3층인데 우진이 됐다고 했으니까.
"착하다. 내 강아지. 봐. 계속 봐."
우진이 손을 앞으로 돌려 도영을 잡았다. 도영은 거울 속 자기 눈을 보면서 쏟았다. 거울 아래로. 우진이 뒤에서 몇 번 더 세게 박고 도영 등에 이마를 박고 멈췄다. 그 상태로 한참 있었다. 우진의 숨이 칼라 위 목 뒤에 닿았다.
"물." 우진이 먼저 말했다.
"조금만 더요."
우진이 웃었다. 도영 등 위에서. 그 웃음이 등을 타고 내려왔다.
"그럼 조금만 더."
칼라는 그날 밤 풀지 않았다. 도영이 풀지 말라고 했고 우진이 안 풀었다. 잠들 때 도영은 태그를 손에 쥐고 있었다. 뒷면 번호가 손바닥에 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