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은 손잡이가 아니다

파티룸은 도영이 상상한 것보다 밝았다.

게시판 글들을 읽으면서 그는 어둡고 붉은 조명에 안개 같은 게 깔린 곳을 떠올렸다. 그런데 지하 3층은 체육관 같았다. 바닥엔 두꺼운 회색 매트가 벽에서 벽까지 깔려 있었고, 천장 조명은 노란빛이었고, 한쪽 벽엔 커다란 거울 대신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었다. 화이트보드엔 마커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오늘의 팩: 모카, 감자, 두부, 콩이, 루비, 이칠(신입)

"이칠?"

"27번이니까." 우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름 없으면 재호 형이 사물함 번호로 써. 오늘만."

매트 위에서는 이미 다섯 명쯤이 네 발로 다니고 있었다. 하네스를 한 사람, 후드에 귀가 달린 사람, 그냥 반바지만 입은 사람. 공이 굴러다녔고, 누가 누구 등에 올라타서 웃고 있었고, 한쪽 구석에선 두 사람이 나란히 엎드려 그냥 숨만 쉬고 있었다. 벽을 따라 소파와 빈백이 놓여 있고, 거기 앉은 사람들이 목줄을 느슨하게 잡고 있거나 그냥 구경하고 있었다. 반대편 카운터 뒤엔 재호가 앉아 태블릿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도영을 쳐다보지 않았다.

우진은 구석 소파로 도영을 데려갔다. 도영이 소파에 앉으려 하자 우진이 손짓으로 말렸다.

"아직 사람이야. 바닥 말고 여기 앉아. 규칙 먼저."

도영은 소파에 앉았다. 우진이 옆에 앉았다. 손목에 감긴 목줄이 무릎 위로 늘어졌다.

"먼저 여기 규칙 세 가지. 첫째, 여기서 본 얼굴은 여기서 끝. 재호 형이 말했지? 둘째, 사진 없음. 휴대폰은 사물함이거나 가방이거나 카운터. 셋째, 이 방 안에서는 성적인 접촉 없음. 플레이룸은 지하 2층 안쪽에 따로 있고 거기는 오늘 안 가. 여기는 놀고 쉬는 방이야. 그래서 애들이 이렇게 편하게 뒹구는 거고."

"네."

"다음, 팔찌." 우진이 도영의 노랑 팔찌를 손끝으로 톡 건드렸다. "노랑이니까 누가 널 만지고 싶으면 먼저 물어봐야 해. 물어보는 방식은 보통 눈 마주치고 손 내미는 거야. 네가 받아주고 싶으면 그 손에 머리를 대. 싫으면 그냥 고개 돌려. 그게 다야. 말 안 해도 돼."

"고개 돌리면 다들 알아요?"

"알아. 여기 있는 애들 다 그거부터 배웠어. 그리고 모르는 척하는 사람 있으면 재호 형이 바로 와. 나도 가고."

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신호." 우진이 자기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말 할 수 있으면 '타임'. 그러면 나는 바로 멈추고 너를 소파로 데려와. 말 안 나오면 두 번 두드려. 바닥이든 나든. 그럼 똑같이 멈춰. 강아지 모드 깊이 들어가면 말이 안 나오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두 번이야.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으니까."

"만약에…… 형이 못 보면요?"

"내가 못 보면 다른 핸들러가 봐. 여기 소파에 앉은 사람들 다 보고 있어. 그리고 나는 네 목줄 끝을 잡고 있을 거니까, 네가 바닥을 두 번 치면 그 진동이 여기까지 와."

우진은 손목에 감긴 목줄을 풀어서 두 손으로 펼쳐 보였다. 검은 나일론, 손잡이 부분에 패드, 끝에 쇠 클립.

"이게 뭐라고 생각해?"

"목줄……이요."

"뭐 하는 거라고 생각해?"

도영은 잠깐 생각했다. "끄는 거?"

"아니. 이건 손잡이가 아니야." 우진이 목줄을 자기 손목에 다시 한 번 감았다. "잡아끄는 게 아니라 연결하는 거야. 네가 어디 가면 나도 거기 있다는 뜻. 네가 멈추면 나도 멈춘다는 뜻. 내가 이걸 당기면 그건 '이쪽으로 와'가 아니라 '나 여기 있어'야. 오늘 내가 당기는 건 그 뜻만이야. 다른 뜻은 없어."

도영은 그 말을 몇 번 속으로 반복했다. 나 여기 있어.

"칼라는?" 그가 물었다. "칼라는 오늘……"

"파티용 칼라 있어. 재호 형이 빌려주는 거. 오늘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해도 돼." 우진이 잠깐 도영을 봤다. "칼라는 뜻이 좀 더 커. '지금 이 사람을 누가 봐주고 있다'는 표시야. 파티에서 칼라 하고 있으면 다른 핸들러들이 '아, 저 애는 담당이 있구나' 하고 알아. 오너 칼라는 또 다른 얘기고, 그건 오늘 얘기 아니야."

"할게요. 파티용."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 옆 바구니에서 검은 나일론 칼라를 하나 꺼냈다. 재호가 미리 챙겨둔 것 같았다.

"돌아 앉아."

도영은 등을 우진 쪽으로 돌렸다. 손이 목덜미에 닿았다. 따뜻했다. 나일론이 목에 감기고, 버클이 채워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딸깍. 두 손가락이 칼라와 목 사이에 들어와 여유를 확인했다. 그 손가락이 목 옆을 스치고 물러났다.

"조여?"

"아니요."

"좋아. 이제 무릎 패드."

우진이 소파 앞 매트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도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도영은 그 손을 잡고 소파에서 내려와 매트에 앉았다. 우진이 무릎 패드를 하나씩 채워줬다. 벨크로 소리. 두 번.

"이제 기어봐. 저기 화이트보드까지만. 나는 여기서 목줄 잡고 따라갈게."

도영은 네 발로 엎드렸다.

첫 번째 감각은 어색함이었다. 손바닥에 매트, 무릎에 폼. 팔이 너무 길고 다리가 너무 어정쩡했다. 그는 자기 몸이 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 리모컨을 든 모양으로 굳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등이 뻣뻣했다. 고개가 자꾸 들려서 주변을 보려고 했다.

목줄 클립이 칼라에 걸리는 소리가 났다. 딸깍. 목 뒤로 가벼운 무게가 생겼다.

"안 봐."

우진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왔다.

"아무도 안 봐. 다들 자기 놀기 바빠. 앞만 보고 가."

도영은 앞만 봤다. 회색 매트, 굴러온 파란 공 하나, 그 너머 화이트보드 다리. 오른손을 앞으로. 왼쪽 무릎. 왼손. 오른쪽 무릎. 그는 순서를 세고 있었다. 회계사니까. 오른손, 왼쪽 무릎, 왼손, 오른쪽 무릎.

절반쯤 갔을 때 목줄이 살짝 당겨졌다. 도영은 멈췄다. 뒤를 돌아보려다가 멈췄다. 나 여기 있어. 그 뜻이었다. 그는 다시 앞으로 갔다.

화이트보드 앞에 도착했다. 우진이 옆에 와서 앉았다.

"어때?"

"이상해요."

"뭐가?"

"팔이 너무 길어요."

우진이 웃었다. 작게, 그런데 진짜로. "그거 다 그래. 첫날은 다 자기 팔 길이에 놀라. 다음 주에는 안 놀라."

그때 옆에서 무언가 다가왔다. 도영은 고개를 돌렸다. 검은 하네스에 갈색 후드를 쓴 사람이 네 발로 와서 도영 앞에 멈췄다. 후드에 축 늘어진 귀가 달려 있었다. 그 사람은 도영의 노랑 팔찌를 힐끗 보고, 그 다음 도영의 눈을 봤다. 그러고는 한 손을 매트에서 들어 도영 쪽으로 반쯤 내밀었다.

물어보는 거였다.

도영은 얼어붙었다. 노랑. 물어보고 터치. 받아주고 싶으면 머리를 대. 싫으면 고개를 돌려. 알고 있었다. 마흔두 개 댓글에서 읽었다. 그런데 몸이 어느 쪽으로도 안 움직였다.

"모카야." 우진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3년 됐어. 인사하는 거야. 코 비비는 걸 좋아해. 받아주고 싶으면 이마 대면 되고, 아니면 그냥 고개 돌려. 뭘 해도 괜찮아. 모카는 안 서운해해."

도영은 모카의 손을 봤다. 손등에 작은 상처 자국이 있었고, 손톱은 짧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냥 사람 손이었다.

그는 이마를 그 손에 댔다.

손이 살짝 눌렀다. 그 다음 모카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서 코끝을 도영의 뺨에 한 번 문질렀다. 따뜻하고 조금 축축했다. 도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고, 그 다음 저도 모르게 웃었다.

모카가 물러나면서 후드 안에서 작게 "웡" 했다. 그러고는 뒤돌아 굴러가는 공 쪽으로 가버렸다.

"잘했어." 우진이 말했다.

도영은 뺨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웃음이 아직 입가에 남아 있었다.

"저게…… 인사예요?"

"응. 너 이제 팩이 하나 알아. 저기 노랑 하네스에 시끄러운 애는 감자, 감자 담당은 저 소파의 세라 누나. 회색 후드 두부, 두부 담당은 두부 남자친구. 콩이랑 루비는 서로 봐줘. 다 천천히 알게 돼."

우진은 목줄을 한 번 더 살짝 당겼다. 나 여기 있어.

"이제 공 하나 던져볼까? 아니면 좀 앉아 있을까? 네가 정해."

도영은 파란 공을 봤다. 아직 머리는 시끄러웠다. 오른손, 왼쪽 무릎, 팔이 너무 길고, 저 사람들이 다 나를 안 보는 게 정말인지, 사물함 열쇠는 우진 주머니에 잘 있는지, 월요일 아침 회의는 열 시인지 열 시 반인지.

그런데 목 뒤의 무게는 조용했다.

"공."

우진이 공을 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