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공

첫 번째 공은 도영이 눈으로 따라갔다.

우진이 손목을 가볍게 털어 던진 파란 공은 매트 위를 세 번 튀고 화이트보드 다리에 맞고 멈췄다. 도영은 그게 어디로 갈지 계산했고, 어느 경로로 가면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을지 계산했고, 계산이 끝났을 때 공은 이미 멈춰 있었다. 그는 기어가서 공을 손으로 집었다.

"손 아니야." 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입도 아니고. 첫날엔 손으로 해도 되는데, 그냥 알려주는 거야. 나중엔 코로 밀거나 입으로 물어. 오늘은 손으로 가져와도 돼."

도영은 공을 손에 들고 돌아왔다. 우진 손바닥에 놓았다. 우진이 머리를 한 번 쓸어줬다.

두 번째 공은 조금 더 멀리 갔다. 도영은 이번엔 계산을 조금 덜 했다. 그래도 했다. 콩이와 루비가 뒹구는 자리를 피해서, 감자가 뛰어다니는 경로를 피해서. 공을 집었다. 돌아왔다. 손바닥. 머리.

"생각하지 마." 우진이 공을 다시 들면서 말했다.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아. 경로 짜고 있지. 그거 안 해도 돼. 부딪히면 부딪히는 거고, 그럼 내가 있어."

세 번째 공.

우진은 이번엔 던지지 않았다. 손을 등 뒤로 숨겼다가, 왼쪽으로 던지는 척했다가, 오른쪽으로 아주 낮게 굴렸다. 공은 도영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도영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계산이 없었다. 경로가 없었다. 그냥 공이 저기 있고 자기가 여기 있고 그 사이의 거리만 있었다. 손바닥이 매트를 쳤고 무릎이 밀었고 어깨가 돌았다. 그는 공을 따라 매트 위를 가로질렀다. 감자와 부딪힐 것 같았는데 감자가 먼저 비켜줬다. 공이 벽에 맞고 되돌아왔고 도영은 그걸 손이 아니라 가슴으로 막았다. 공이 가슴 밑에 멈췄다.

그리고 그때, 정확히 그때, 머리가 꺼졌다.

게시판 글쓴이가 말한 그거였다. 도영은 이제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소리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었고 누가 웃고 있었고 감자가 짖고 있었다. 그런데 소리 밑에 항상 깔려 있던 낮은 웅웅거림이 사라졌다. 월요일 회의, 재고 자산 평가손실, 셔츠 칼라,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일까, 팔이 너무 길다. 그 전부가 한 번에.

남은 건 가슴 밑의 공이었다. 그리고 등 뒤 어딘가에서 목줄을 통해 전해지는, 여기 있다는 무게.

그는 공을 코로 밀었다. 손으로 집지 않았다. 코로 밀어서 우진 쪽으로 굴렸다. 공은 똑바로 가지 않았다. 도영은 다시 밀었다. 우진 발 앞에 도착했다.

우진이 손바닥을 매트에 내려놨다. 도영은 그 손바닥에 이마를 댔다.

손이 머리로 올라와서 머리카락을 쓸었다. 귀 뒤. 목 뒤 칼라 위. 다시 머리. 천천히.

"잘했어."

도영은 소리를 냈다. 뭐라고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목에서 나왔다. 짧고, 낮고, 조금 떨리는 소리. 자기 소리에 놀라서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우진은 웃지 않았다. 그냥 계속 쓰다듬었다.

"응. 그거야. 그거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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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도영은 나중에도 순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공을 몇 번 더 물어왔다. 어느 순간부터 입으로 물었다. 고무 맛이 났고 아무렇지 않았다. 모카가 와서 나란히 엎드렸고 도영은 모카 옆구리에 머리를 기댔고 모카는 가만히 있어줬다. 콩이와 루비가 서로 등에 올라타다가 무너지면서 도영 위로 쏟아졌고, 도영은 그 밑에서 웃었다. 소리 내서. 그러다 또 짖었다. 이번엔 놀라지 않았다.

한 번, 감자가 너무 신나서 달려오다가 도영을 그대로 덮쳤다. 하네스 버클이 도영 어깨를 눌렀고 감자 무게가 등에 얹혔고 순간 도영의 몸이 굳었다. 강아지 모드 밑에서 뭔가가 확 올라왔다. 노랑. 나 노랑인데. 물어봐야 하는데.

그런데 그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목줄이 당겨졌고, 우진의 손이 감자 하네스를 잡았고, 동시에 소파에서 세라가 일어나 있었다.

"감자. 노랑이잖아."

세라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감자는 즉시 물러났다. 물러나서 도영 앞에 앉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후드 귀를 손으로 눌렀다. 미안하다는 뜻인 것 같았다.

우진이 도영 옆에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은 몸이 풀리는 데 몇 초 걸렸다. 그런데 그 몇 초 동안 그가 느낀 건 무서움이 아니었다. 이거였다. 규칙이 진짜로 작동한다는 것. 종이에 쓰인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 팔찌 색깔 하나에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는 감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감자가 그 손에 이마를 댔다.

"됐어." 우진이 말했다. "감자 원래 저래. 나쁜 애 아니야. 신나면 눈이 안 보여."

세라가 소파에서 감자 목줄을 슬쩍 당기며 말했다. "얘 처음 왔을 때는 저거 세 배였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야. 이칠이 놀랐지? 미안."

도영은 이칠이라고 불린 것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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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열두 시에 끝났다. 재호가 카운터에서 조명을 한 단계 밝히고 음악을 낮추면서 "십 분!" 하고 말했다. 그게 신호인 것 같았다. 팩이 하나씩 자기 핸들러 쪽으로 돌아갔고, 소파 근처에 담요가 펼쳐졌고, 재호가 물병을 한 상자 내왔다.

우진이 도영을 소파로 데려갔다. 목줄 클립을 칼라에서 풀었다. 딸깍. 무게가 사라졌다. 도영은 그 순간 목 뒤가 허전한 걸 느꼈고, 그 느낌에 놀랐다.

"칼라는 잠깐 더 해도 돼. 천천히 풀자."

우진이 담요를 도영 어깨에 걸어줬다. 물병을 열어서 건넸다. 도영은 소파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손이 조금 떨렸다. 추워서가 아니었다.

"머리 돌아오는 데 시간 걸려." 우진이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사람마다 달라. 오 분인 사람도 있고 삼십 분인 사람도 있어. 그동안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마. 뭐 잘했는지 못했는지도 생각하지 마. 그냥 앉아 있어."

도영은 앉아 있었다. 매트 위에서는 모카가 자기 핸들러 무릎에 머리를 얹고 눈을 감고 있었고, 감자는 세라가 하네스를 벗겨주는 동안 계속 뭐라고 떠들고 있었고, 두부는 남자친구와 나란히 담요를 쓰고 있었다. 밝고, 시끄럽고, 느렸다. 도영은 그 풍경을 보면서 물을 마셨고, 어느 순간 눈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아……"

"괜찮아. 그것도 자주 있어."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몰라도 돼. 나중에 알아도 되고 안 알아도 돼."

도영은 손등으로 눈을 눌렀다. 우진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옆에 앉아 있었다. 십 분쯤 지났을 때 우진이 손을 내밀었다.

"칼라."

도영은 등을 돌렸다. 버클이 풀렸다. 딸깍. 나일론이 목에서 떨어졌다. 우진의 손가락이 칼라가 있던 자리를 한 번 쓸었다. 그러고는 물러났다.

"머리 돌아왔어?"

"…네. 거의."

"그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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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함 27번 앞에서 우진이 주머니 지퍼를 열고 열쇠를 꺼내 건넸다. 도영이 받았다. 열쇠는 우진 체온으로 따뜻했다.

"밖에 있을게. 천천히 입어."

우진이 통로 밖으로 나갔다.

도영은 열쇠를 넣고 돌렸다. 딸깍. 문을 열었다. 정장이 거기 걸려 있었다. 옷걸이 하나, 그 아래 구두. 두 시간 전과 똑같았다.

그는 반바지를 벗고 바지를 꺼내 입었다. 티셔츠를 벗고 셔츠를 입었다. 단추를 아래에서부터 채웠다. 손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몇천 번을 해온 동작이니까.

그런데 세 번째 단추에서 그는 멈췄다.

이상했다.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 짚는 데 시간이 걸렸다. 옷이 안 맞는 건 아니었다. 사이즈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셔츠가 조금 남의 것 같았다. 아주 조금. 몸이 셔츠 안에 들어가긴 하는데 셔츠가 몸의 모양이 아니었다.

그는 거울 없이 넥타이를 맸다. 매듭을 만들면서 손이 한 번 멈췄다. 목이었다. 이십 분 전까지 나일론 칼라가 있던 자리에 이제 실크 넥타이가 올라오고 있었다. 둘 다 목에 두르는 것이었다. 둘 다 누가 채워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는 조였고 하나는 조이지 않았다.

그는 매듭을 끝까지 올리지 않았다. 반쯤 느슨하게 뒀다.

재킷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가방을 들었다. 사물함 안은 이제 비어 있었다. 텅 빈 회색 철제 상자. 그는 그걸 잠깐 봤다.

두 시간 전에 그는 여기 사람 하나를 넣어놓고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 반대였다. 두 시간 전에 여기서 나간 게 사람이었다. 지금 다시 정장을 입고 서 있는 이쪽이, 어쩌면, 사물함이었다.

그는 문을 닫고 열쇠를 뽑았다.

통로 밖에 우진이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도영이 나오자 그는 도영의 정장을 위아래로 한 번 봤다. 특별한 표정은 없었다.

"어때?"

도영은 잠깐 생각했다.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다. 회계사니까.

"저 안에 있는 게," 그는 사물함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아니라, 아까 저 바닥에 있던 게 더 편했어요."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자주 있는 일이라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눈은 조금 웃고 있었다.

"그거 알게 되는 데 세 번 오는 사람도 있고 삼 년 걸리는 사람도 있어. 너는 빠르네."

"회계사라서요."

우진이 웃었다. 이번엔 소리 내서. 그러고는 조거 팬츠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하나를 꺼냈다. 명함이 아니었다. 파티 안내지를 찢은 조각에 손으로 쓴 번호.

"파티 밖에서 연락하는 건 강요 아니야. 다음 파티 오면 재호 형한테 나 배정해달라고 하면 되고, 안 해도 다른 핸들러 있어. 그냥, 궁금한 거 생기면. 신입은 첫 주에 질문이 제일 많아."

도영은 종이를 받았다.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회사 명함이 들어 있는 자리였다.

"이름은 다음에." 우진이 말했다. "정해오지 말고. 여기서 정해. 여기서 정하는 이름이 진짜야."

계단을 올라가면서 도영은 넥타이를 완전히 풀어 가방에 넣었다. 지상 1층 바에서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거리에 나왔을 때 밤공기가 목에 닿았다. 셔츠 첫 단추가 열린 채였다.

그는 목덜미를 만졌다. 버릇처럼. 그런데 이번엔 조이는 걸 풀려는 손이 아니었다. 거기 있던 걸 확인하는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