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고양이 키우세요?

수요일 아홉 시 스탠드업. 카메라 켜짐. 열 개의 격자.

보라는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정장 상의, 잠옷 바지, 회사 머그. 어제와 같았다. 어제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몰랐고 민수는 알았다.

"동현 님부터 갈게요."

동현의 카메라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 모니터가 없어서. 그는 마이크로만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말했다. 문장 두 개. 그것이 동현식 스탠드업이다. 다음 지은, 다음 민수.

"저는 어제 PR 쪼갰고요, 오늘은—"

민수가 말을 멈췄다. 화면을 뚫어지게 보는 얼굴.

"팀장님, 뒤에 그거 뭐예요?"

"뭐가요?"

"의자 뒤에요. 목걸이 같은 거 걸려 있는데. 방울 달린."

보라는 뒤를 돌아봤다.

거기 있었다. 식탁 의자 등받이에 걸린 갈색 가죽끈. 황동 방울. 어젯밤 준혁이 그녀의 목에서 풀어서, 늘 두던 침실 서랍이 아니라 그냥 손 닿는 곳에 걸어 두고 잔 것이다. 어제는 방울이 한 번도 울리지 않은 밤이었고, 그도 피곤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열 명의 화면에 있었다.

"…아."

"고양이 목걸이 아니에요? 팀장님 고양이 키우세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렀다. 보라의 뇌는 팀장 뇌였고, 팀장 뇌는 위기 상황에서 3초 안에 답을 낸다.

"네. 키워요."

"헐!!"

지은이었다. 지은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프로필 사진이 고양이다.

"이름이 뭐예요? 사진 보여 주세요! 왜 말 안 하셨어요!"

"나중에요. 스탠드업 진행할게요. 민수 씨, 오늘 할 일."

"아, 네. 오늘은 마이그레이션 PR 리뷰 반영하고…"

스탠드업은 4분 뒤에 끝났다. 그리고 4분 30초 뒤에 개발1팀 슬랙에 채널이 하나 생겼다.

#고양이-보고-싶다

만든 사람: 지은. 멤버: 열 명 전원. 동현까지. 동현은 들어오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동현식으로는 매우 강한 의사 표현이었다.

보라는 채널을 봤다. 그리고 채널 이름을 봤다. 그리고 의자 뒤에 걸린 방울을 봤다. 그리고 작은방 문을 봤다.

"준혁."

문이 열렸다.

"왜."

"우리 고양이 키운대."

"…응?"

"팀에서 그렇게 알아. 사진 보여 달래."

준혁은 의자 뒤 방울을 봤다. 그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뭔가를 이해하는 얼굴이 됐다.

"…미안."

"괜찮아. 회사에서 나 고양이 있는 사람 됐어. 그게 다야."

그녀는 웃었다. 진짜로 웃겼다. 어젯밤의 조용한 방울과 오늘 아침의 #고양이-보고-싶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웃겼다. 준혁도 웃었다. 둘이 웃는 동안 방울이 의자에서 흔들려 아주 작게 울렸다. 오전 아홉 시 십오 분에. 낮에.

둘은 그 소리를 못 들은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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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이것이 사고의 특징이다. 보라는 장애 대응을 백 번쯤 해 봤고, 장애는 늘 두 번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후 두 시. 지은과 1:1 미팅. 카메라 켜짐. 지은은 연차 얘기와 다음 스프린트 얘기를 하고 있었고, 보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노트를 치고 있었다.

그때 작은방 문이 열리고 준혁이 나왔다.

박서 팬티. 회색.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입에 전동 칫솔을 물고 있었고 치약 거품이 입가에 묻어 있었다. 그는 부엌으로 가는 중이었고 부엌으로 가는 길은 보라의 카메라 뒤를 지나갔다.

지은의 얼굴이 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은의 얼굴은 변하지 않으려고 아주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이 얼굴에 다 보였다.

"…팀장님."

"네."

"뒤에."

보라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팀장 뇌. 3초.

"동거인이에요. 계속하세요."

"…네."

준혁은 부엌에서 물을 마시고 다시 작은방으로 돌아갔다. 카메라 뒤를 다시 한 번 지나갔다. 이번에는 거품이 없었다. 지은은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1:1이 끝나고 30초 뒤에 #고양이-보고-싶다 채널에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팀장님 고양이 말고 다른 것도 키우시는구나 :eyes:"

동현이 그 메시지에 처음으로 이모지를 눌렀다. 눈알이었다.

보라는 노트북을 닫고 작은방 문을 열었다.

"너."

"왜."

"팬티."

"…아."

"두 시에 지은이랑 1:1이었어."

준혁은 태블릿 펜을 든 채로 굳어 있었다.

"미안. 진짜 미안. 나 원래 낮에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알아. 네 집이니까."

그 말은 사과를 받아 주는 말인데 이상하게 슬프게 나왔다. 네 집이니까. 어제까지 이 집은 낮에는 준혁의 집이었고 밤에는 둘의 집이었다. 그 사이에 문이 있었다. 이제 낮에도 그녀가 있었고, 그건 그가 낮에 자기 집을 자기 방식으로 쓸 수 없다는 뜻이었고, 그녀가 낮에 회사를 자기 방식으로 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팬티는 입을게. 낮에는."

"고마워."

둘은 웃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웃음이 0.5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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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사고는 세 시 십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이것은 사고라고 부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결제 API 응답 지연. 처음엔 P3. 십 분 뒤 P2. 이십 분 뒤 강 이사가 콜에 들어오면서 P1.

"보라 팀장, 현황."

"네. 결제사 게이트웨이 응답이 평균 2.3초에서 8초로 튀고 있고요, 저희 쪽 타임아웃이 5초여서 절반이 실패로 떨어집니다. 원인은 결제사 쪽으로 보이는데 확인 중이고, 우선 타임아웃을 15초로 늘려서 실패율을 줄이고 큐로 돌리는 방향으로—"

팀장 목소리. 정확하고, 빠르고, 떨리지 않는. 그녀는 콜 하나, 슬랙 세 개, 대시보드 두 개를 동시에 보고 있었다. 민수가 타임아웃 설정 PR을 올렸고, 동현이 리뷰했고, 지은이 프론트 재시도 로직을 봤고, 보라는 그 전부를 봤다.

세 시 사십 분. 배포. 실패율이 떨어졌다. 아직 결제사 답은 없었다.

세 시 사십오 분. 강 이사가 "좋아요, 계속 봐 주세요"라고 말하고 콜을 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보라의 오른손이 자기 목으로 올라갔다. 쇄골 위. 방울이 있어야 할 자리. 손가락이 거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3초 동안 머물렀다.

그리고 그녀는 알았다. 자기가 지금, P1 장애 대응 콜을 켜 놓고, 열 명의 팀원이 대시보드를 보고 있는 이 순간에, 식탁 아래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네 발로. 작은방 문을 열고 준혁의 무릎에 머리를 얹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가 머리를 쓸어 주면서 "착하지"라고 해 주기를. 결정을 그만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지금. 낮에. P1 중에.

손이 목에서 떨어졌다. 그녀는 대시보드를 봤다. 실패율 0.4퍼센트. 정상 범위. 그녀는 슬랙에 "결제사 답 오면 바로 공유할게요, 지금은 안정"이라고 썼다. 손가락이 정확했다. 문장이 정확했다.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그녀는 알았다.

낮의 나한테 밤이 새어 들어오고 있어.

아니면 반대인가. 밤의 나한테 낮이 새어 들어와서, 밤이 밀려 나와 낮으로 흘러넘치는 건가. 어느 쪽이 새는 건지 모르겠다는 게 가장 무서웠다. 물이 새면 어디서 새는지 알아야 막는다. 그녀는 장애 대응을 백 번쯤 해 봤다. 원인을 모르는 장애가 가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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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 삼십 분. 결제사에서 답이 왔다. 그쪽 인프라 문제. 복구 완료. 보라는 팀에 수고했다고 썼고,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침실로 갔다. 서랍을 열었다. 방울을 꺼냈다. 자기 손으로 목에 감았다. 뒤에서 버클을 채우려다가 세 번 실패하고 네 번째에 채웠다.

딸랑.

그녀는 네 발로 거실로 나갔다. 준혁이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아직 방울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시계는 여섯 시 삼십삼 분이었다.

"나비?"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무릎으로 올라갔다. 올라간다기보다 덤볐다. 그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에 올리고, 허리를 그의 허벅지에 문질렀다. 방울이 미친 듯이 울렸다.

"나비, 잠깐—"

"야옹. 더."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기 잠옷 바지 안으로 끌어넣었다. 준혁의 손가락이 젖은 것에 닿았다. 그녀는 이미 완전히 젖어 있었다. 세 시 사십오 분부터였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손 위에서 허리를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그것을 타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빠르게, 방울이 쉬지 않고 울렸고, 그녀의 소리는 야옹이 아니라 뭔가 절박한 것이었다.

준혁은 처음 몇 초 동안 반응했다. 손가락이 그녀 안에서 구부러졌고 엄지가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물었다. 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멈췄다.

"나비."

"더—"

"나비. 잠깐."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그냥 멈췄다. 그녀는 그의 손 위에서 몇 번 더 움직이다가, 움직여도 그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멈췄다. 방울이 마지막으로 한 번 울리고 조용해졌다.

"지금 도망치는 거야, 아니면 오는 거야?"

보라는 그의 목에 얼굴을 묻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 뒤 그녀가 말했다.

"…모르겠어."

문장이었다.

준혁은 손을 뺐다. 그리고 그녀의 목 뒤로 손을 올려 버클을 풀었다. 방울이 그의 손에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소파 옆 테이블에 놓았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손으로 감싸서.

"그럼 오늘은 보라로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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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식탁에 앉았다. 마주 보고. 그녀는 아직 잠옷 바지 안이 젖어 있었고 그는 손가락에 그녀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둘 다 그걸 알았고 둘 다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세 시 사십오 분에."

보라가 말했다.

"P1 장애 중에. 강 이사 콜 나가자마자. 네 무릎에 올라가고 싶었어."

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짜로. 식탁 밑으로 기어가서 네 방 문 열고. 그 생각을 하면서 슬랙에 '지금은 안정'이라고 썼어. 손은 정확했어. 아무도 몰랐어."

"…"

"나 미친 거야?"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둘이 동시에 나왔다. 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식탁 위에서. 고양이의 손이 아니라 보라의 손을.

"아니."

"그럼 뭐야."

"문이 없어진 거지."

보라는 그를 봤다.

"어제 네가 말했잖아. 아니, 말은 안 했는데. 밤에 잠 안 자면서 뭔가 생각하고 있었잖아. 나도 생각했어. 예전엔 지하철에서 40분 동안 팀장이 죽었어. 맞지?"

"…맞아."

"이제 그 40분이 없어. 그러니까 팀장이 안 죽어. 안 죽은 팀장이 방울을 달아. 그럼 방울은 그냥 목걸이야. 그리고 반대로, 안 죽은 팀장 안에 고양이가 계속 있으니까—낮에도 새어 나오지. 세 시 사십오 분에."

"…"

"네가 미친 게 아니야. 우리가 문을 안 만든 거야. 집이 회사가 됐는데 문을 안 만들었어."

보라는 손등으로 눈을 닦았다.

"…너 되게 팀장 같아. 지금."

"1년 3개월 동안 네 스탠드업 억양을 벽 너머로 들었으니까."

그녀는 웃었다. 이번에는 우는 것 없이.

"그럼 어떻게 해."

"문을 만들어야지."

"어떻게?"

준혁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현관을 봤다. 진짜 현관문. 6미터 거리에 있는, 어제부터 아무도 통과하지 않는 문.

"내일 저녁에 얘기하자. 오늘은 그냥 밥 먹고 자."

"방울은?"

"오늘은 안 달아. 오늘은 그냥 보라야. 보라도 밥 먹어야 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처음으로, 1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방울 없이 자기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준혁과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이상하게 그것도 괜찮았다. 그것도 그들이었다.

소파 옆 테이블 위에서 방울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내일이면 저것을 어디에 둘지 결정해야 한다. 그건 낮의 결정이었다. 그녀는 낮의 결정을 잘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