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크는 비어 있거나 차 있거나
경계 설계 v1.0이 배포된 지 2주가 지났다. 장애는 없었다. 다만 몇 가지 엣지 케이스가 발견됐다.
엣지 케이스 1. 점심시간.
수요일 열두 시 삼십 분. 보라와 준혁은 식탁에서 마주 앉아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었다. 각자 자기 숟가락으로. 보라는 회의가 없는 점심이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다가, 문득 장난스럽게 그를 보며 말했다.
"야옹."
준혁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현관을 가리켰다.
"후크 봐."
그녀는 봤다. 후크에 방울이 걸려 있었다.
"지금 팀장님."
"…낮에 한 번 하는 것도 안 돼?"
"낮에 나비라고 부르지 않는다. 낮에 고양이처럼 만지지 않는다. 네가 승인한 문서야."
"장난이었어."
"장난도 누출이야. 너 그렇게 말했잖아. 세 시 사십오 분에."
보라는 볶음밥을 한 입 먹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쳇"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야옹이 아니었으므로 규칙 위반이 아니었다. 준혁은 그것을 아는 얼굴로 웃었다.
엣지 케이스 2. 5시 58분.
금요일. 오피스 출근일이 아니라 재택으로 바꾼 날이었다. 보라는 다섯 시 오십분에 마지막 슬랙을 보냈고, 오십오 분에 노트북을 닫았고, 오십팔 분에 현관 앞에 서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어디 가."
작은방에서 준혁의 목소리.
"퇴근."
"여섯 시부터."
"2분 봐 줘."
"안 돼."
"준혁."
"낮의 규칙은 낮의 보라가 정했어. 나는 집행만 해."
그녀는 문 앞에서 2분을 기다렸다. 후크에 걸린 방울을 보면서. 방울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고 그녀는 뻗지 않았다. 6시 00분에 문을 열었다. 복도에서 1분. 벨. 문. "다녀왔어?" 무릎. 딸랑.
그날 그녀는 첫 야옹에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준혁은 그것을 알아차리고 "2분 참은 고양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그의 무릎에서 몸을 뒤틀었다.
엣지 케이스 3. 옆집 아저씨.
옆집 아저씨는 2주 동안 그녀를 세 번 더 봤다. 세 번째에 아저씨가 물었다.
"…열쇠를 자주 잃어버리시나 봐요."
"네."
보라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것이 가장 짧은 설명이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갔다. 보라는 그날 저녁 준혁에게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방울이 목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삼 분에 했다. 준혁은 커피를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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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변화라기보다 관찰이었다.
월요일 오피스. 스탠드업 뒤에 민수가 다가와서 말했다.
"팀장님 요즘 표정 좋아지셨어요."
"…내 표정이 안 좋았어?"
"아, 아니요. 그냥. 뭔가 좀. 재택 시작하고 나서 처음 한 주는 좀 무서웠는데."
"무서웠어?"
"화면에서 보면 뭔가 팀장님이 두 명 같았어요. 설명은 못 하겠는데."
보라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두 명. 민수는 눈치가 없는 사람인데 가끔 이렇게 정확한 말을 한다. 눈치가 없어서 정확한 걸 그대로 말해 버리는 것이다.
"지금은?"
"한 명이요."
그녀는 그날 저녁 복도에서 1분 동안 그 말을 생각했다. 한 명. 낮에 한 명, 밤에 한 명. 그러면 두 명 아닌가. 그런데 민수 말이 맞았다. 문이 있으면 한 번에 한 명만 있다. 문이 없으면 한 번에 두 명이 있다. 그게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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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 문제가 있었다.
#고양이-보고-싶다 채널은 2주 동안 죽지 않았다. 지은이 매일 아침 "오늘은 나비 사진 볼 수 있나요 :pleading_face:" 하고 물었고, 보라는 매일 "나중에요"라고 답했다. 열흘째에 지은은 "나중에가 언제예요"라고 물었고, 열이틀째에 민수가 "혹시 고양이 없으신 거 아니에요?"라고 썼고, 동현이 그 메시지에 눈알을 눌렀다.
동현의 눈알은 심각한 신호였다.
보라는 그날 저녁 일곱 시 이 분, 방울을 달기 전에—현관 밖으로 나가기 전에, 노트북을 닫은 직후, 아직 후크에 방울이 걸려 있는 낮의 시간에—작은방 문을 열었다.
"준혁. 부탁이 있어."
"뭐."
"고양이 그려 줘."
준혁은 태블릿에서 고개를 들었다.
"…무슨 고양이."
"나비."
"나비가 어떻게 생겼는데."
"그걸 네가 알아야지. 네가 이름 지었잖아."
준혁은 3초 동안 그녀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그리고 새 캔버스를 열었다.
15분 뒤 그가 태블릿을 돌려 보여 준 것은 갈색 얼룩 고양이였다. 한국 고양이. 좀 큰. 목에 얇은 갈색 끈과 황동 방울. 표정이 미묘하게 불만스러웠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안 되는 고양이의 표정.
"…이거 나야?"
"나비야."
"표정이 왜 이래."
"OOM 킬 얘기 못 해서."
보라는 그 그림을 저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스탠드업 직전에 #고양이-보고-싶다에 올렸다.
채널이 폭발했다.
지은: 헐 헐 헐 헐 헐 헐
민수: 표정이 왜 저래요 ㅋㅋㅋㅋㅋ
지은: 실물이에요?? 그림이에요??
보라: 동거인이 그렸어요. 실물은 사진 싫어해요.
민수: 이름이 뭐예요
보라: 나비
민수: 성의 없으시네요
지은: 아니 진짜 최고예요 이거 이모지로 만들어도 돼요??
그날 오후 개발1팀 슬랙에 :nabi: 이모지가 등록됐다. 불만스러운 얼룩 고양이. 그 주 동현은 PR 링크에 불꽃 대신 :nabi:를 붙였다. 의미는 아무도 모르지만 다들 좋아했다. 보라는 그 이모지를 볼 때마다 목에 손이 가려는 것을 참았다. 낮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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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이었다.
방울. 무릎. 밥. 냉장고 소리. 다 정상이었다. 정상 이상이었다. 보라는 그날 오후 자기 얼굴을 한 이모지가 회사 슬랙에 등록되는 것을 지켜봤고, 그것은 누출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이었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새는 게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을 밖에서 아무도 모르는 채로 보고 있다는 이상한 기쁨. 그녀는 그 기쁨을 들고 방울을 달았고, 그래서 그날 밤 나비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기분이 아주 좋은 고양이는 사고를 친다.
준혁은 소파에서 태블릿으로 뭔가 그리고 있었다. 나비는 그의 옆에서 몸을 말고 있다가, 일어나서, 소파 팔걸이 위로 올라갔다. 팔걸이 옆 사이드 테이블에 그의 태블릿 펜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봤다. 그를 봤다. 다시 펜을 봤다.
손등으로 펜을 밀었다.
펜이 바닥에 떨어졌다. 툭.
준혁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있었다. 아무 표정 없이. 정확히 그림 속 나비의 표정으로.
"…나비."
"야옹."
그는 몸을 숙여 펜을 집어 테이블에 올렸다. 그리고 다시 태블릿을 봤다.
3초.
툭.
"나비."
"야옹."
그는 다시 집었다. 이번에는 올려놓고 그녀를 봤다.
"세 번째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녀는 모른다는 얼굴을 했다. 안다. 규칙에는 없지만 안다. 1년 3개월 동안 세 번째는 두 번 있었다.
그녀는 그를 똑바로 보면서, 아주 천천히, 손등으로 펜을 밀었다.
툭.
준혁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이리 와."
그녀는 팔걸이에서 그의 무릎으로 내려왔다. 그가 그녀를 뒤집어 자기 허벅지 위에 엎드리게 했다. 잠옷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갔다. 속옷도. 방울이 그의 허벅지 옆으로 늘어져 흔들렸다.
"몇 번이었지?"
"…야옹."
"세 번. 세 번이면 몇 대야?"
이것도 규칙에는 없다. 그런데 그녀는 안다.
"야옹, 야옹, 야옹."
"그렇지."
첫 번째. 손바닥이 엉덩이에 닿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고 방울이 따라 울렸다. 아프지 않았다. 아픈 것과 뜨거운 것의 경계쯤이었다. 그녀의 몸이 그의 허벅지 위에서 조그맣게 튀었다.
"하나."
"야옹."
두 번째. 같은 자리. 조금 더 세게. 뜨거운 것이 피부에서 안쪽으로 퍼졌다. 그녀는 자기가 젖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가 그것을 볼 수 있는 자세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더 젖게 했다.
"둘."
"야, 옹…"
세 번째는 바로 오지 않았다. 그의 손이 뜨거운 자리를 천천히 쓸었다. 문질렀다. 그리고 손가락이 아래로 내려가 허벅지 사이를 스쳤다.
"나비. 펜 떨어뜨리는데 왜 이렇게 젖었어?"
"…"
"대답은 못 하지. 알아."
세 번째. 이번에는 진짜로 뜨거웠다. 그녀의 입에서 야옹이 아닌 소리가 나왔다. 방울이 크게 울렸다. 그리고 그의 손이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뜨거운 피부를 손바닥으로 덮고, 그 아래로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가 그녀를 열었다.
"셋. 다 받았어. 착하지."
두 손가락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의 허벅지 위에서 허리를 들었다. 엉덩이는 뜨겁고 안은 젖었고 방울은 시끄러웠다. 그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녀는 소리를 냈다.
"벌 받는 고양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더…"
"더? 벌인데?"
"야옹. 더."
준혁은 웃었다. 그리고 그녀를 들어 소파 팔걸이 위에 엎드리게 했다. 아까 그녀가 앉아서 펜을 밀었던 그 팔걸이. 그녀의 배가 팔걸이에 눌리고 다리가 바닥에 닿고 엉덩이가 그를 향했다. 뜨거운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그가 그 자국 위에 손을 올린 채로 뒤에서 들어왔다.
깊이. 한 번에.
보라의 손이 소파 쿠션을 움켜쥐었다. 방울이 팔걸이 가죽에 부딪혀 둔하게 울렸다. 그는 처음부터 빠르게 했다. 벌이었으니까. 뜨거운 엉덩이에 그의 골반이 부딪힐 때마다 그 열이 다시 살아났고, 그녀는 그 열과 안을 채우는 감각을 동시에 받았다. 그의 한 손이 그녀의 뒷목을 잡았다. 방울 위. 끈이 당겨졌다.
"펜 또 떨어뜨릴 거야?"
"아, 아—"
"대답해. 야옹으로."
"야옹—"
"떨어뜨린다고?"
"야옹!"
그는 웃으면서 더 세게 박았다. 그녀는 웃으려다 웃지 못하고 절정으로 갔다. 팔걸이 위에서, 엉덩이가 뜨거운 채로, 방울이 가죽에 부딪히면서. 안이 그를 물었고 그는 물린 채로 몇 번 더 움직였다. 그녀가 두 번째로 조이기 시작한 것은 첫 번째가 끝나기 전이었고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손을 앞으로 돌려 클리토리스를 찾았고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다시 왔고 그 조임 안에서 그도 왔다. 깊이. 그녀의 뜨거운 엉덩이에 자기 골반을 붙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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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 둘은 러그 위에 누워 있었다. 보라는 엎드려 있었다. 뜨거운 자리가 아직 뜨거웠다. 준혁이 그 위에 차가운 손을 올려 줬다.
"내일 앉을 때 좀 아프겠다."
"야옹."
"의자에 쿠션 깔아 줄게."
"야옹."
"스탠드업 중에 표정 관리 잘해."
"…야옹."
그는 웃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머리를 쓸면서 물었다.
"펜 또 떨어뜨릴 거야?"
보라는 고개를 조금 돌려 그를 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림 속 나비의 표정으로.
"야옹."
그것은 '응'이었다. 둘 다 알았다.
후크는 다음 날 아침 일곱 시에 다시 찼다. 그리고 여섯 시에 비었다. 비어 있거나 차 있거나. 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민수가 말한 것처럼. 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