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설계 v1.0

목요일 저녁 일곱 시. 보라는 노트북을 열었다. 회사 노트북이 아니라 개인 노트북이었다. 이건 중요한 구분이었다. 그리고 노션을 열고 새 페이지를 만들었다.

제목: 경계 설계 v1.0

준혁이 그 화면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히, 그다음에는 식탁을 치면서.

"뭐."

"…v1.0."

"버전 관리는 기본이야."

"목표 항목도 있어?"

"당연하지."

목표: 낮(팀장 모드)과 밤(고양이 모드)의 명확한 전환 트리거를 확립하여 상호 누출을 방지한다.

"상호 누출."

"어제 우리가 그렇게 말했잖아. 새어 들어온다고."

"그건 그런데 그걸 문서에 쓰니까 배관 공사 견적서 같아."

"배관 공사 맞아."

그녀는 다음 줄을 쳤다.

요구사항:
1. 물리적 트리거일 것 (마음가짐 X, 행동 O)
2. 양방향일 것 (출근/퇴근 모두)
3. 오피스 출근일과 재택일 모두에 호환될 것
4.

"4번은?"

준혁이 노트북을 자기 쪽으로 돌려 한 줄을 쳤다.

4. 귀여울 것

"…이건 요구사항이 아니야."

"비기능 요구사항. 너 그런 말 쓰잖아."

보라는 그 줄을 지우지 않았다.

---

"그래서 문이 뭐였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준혁이 말했다. 그는 이제 웃지 않고 있었다. 이 사람은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예전에 뭐가 팀장을 죽였어? 지하철?"

"…지하철도 있고. 복도. 도어락. 문."

"그중에 진짜 마지막은?"

보라는 생각했다.

"문이 열리는 거. 네가 먼저 열어 주는 거. '다녀왔어?'"

"그렇지. 그게 문이었어. 진짜 현관문. 그 문 바깥이 회사고 안이 집이었어. 지하철은 그냥 문까지 가는 길이었고."

"그런데 이제 문을 안 지나가."

"그러니까 지나가면 되지."

보라는 그를 봤다. 준혁은 현관을 가리켰다.

"진짜로. 퇴근하면 나가. 저 문으로. 복도에 서 있다가 다시 들어와."

"…나가서 뭐 해?"

"아무것도. 1분만 서 있어. 편의점 가서 맥주 사 와도 되고. 그리고 벨을 눌러."

"내가 우리 집 벨을?"

"응. 내가 열어 줄 거야. 다녀왔어? 할 거야. 예전처럼."

보라는 그 장면을 상상했다. 자기가 자기 집 문 앞에서 벨을 누르는 장면. 처음 든 생각은 '미쳤다'였고 두 번째 든 생각은 '…그런데 될 것 같다'였다. 세 번째 생각은 노션에 타이핑됐다.

퇴근 프로토콜:
- 18:00 이후 업무 종료 → 노트북 닫기
- 현관문 밖으로 나가기 (복도, 최소 1분)
- 벨 누르기
- 준혁이 문을 열고 "다녀왔어?"
- 후크에서 방울을 꺼내 준혁에게 건넴 → 무릎 → 착용

"후크?"

"방울을 어디 둘지. 서랍 말고 현관에 걸어 두자. 문 옆에 후크 하나 달아서. 나갈 때 거기 있고, 들어올 때 거기서 꺼내는 거야."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침은?"

출근 프로토콜:
- 07:00 준혁이 방울을 풀어 후크에 걸기
- "다녀와"
- 보라가 식탁으로 '출근' (오피스 날엔 진짜 출근)

"6미터 출근."

"6미터 출근."

"그리고 이거."

준혁이 노트북을 다시 돌려 한 항목을 추가했다.

준혁 규칙:
- 방울이 후크에 있는 동안 '나비'라고 부르지 않는다
- 방울이 후크에 있는 동안 고양이처럼 만지지 않는다
- 낮에 나는 팀원도 주인도 아니다. 그냥 준혁이다.

보라는 그 세 줄을 오래 봤다.

"이거 네 규칙이야?"

"응. 어제 팬티 사건 생각해 봤는데. 낮에 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인지 나도 모르고 있었어. 네가 집에 있으니까 자꾸 밤 모드로 대하려고 했고. 회의 중에 방울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잖아. 그것도 누출이야. 내 쪽에서."

"…"

"그러니까 낮에는 나도 문 밖에 있을게. 그냥 같이 사는 사람. 동료. 뭐 그런 거."

보라는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낮의 손으로.

"v1.0 승인."

"리뷰어 한 명으로 머지해도 돼?"

"이 레포는 리뷰어가 두 명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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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는 다음 날 오후에 달렸다. 다이소에서 산 1,000원짜리 황동 후크. 현관문 옆, 도어락 높이에서 20센티미터 아래. 준혁이 드릴 없이 나사 하나로 달았고, 보라는 그것을 보고 "저기 걸리면 나갈 때마다 보이겠네"라고 말했다. 그게 목적이었다.

그날 저녁 여섯 시 사십 분,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

일어났다. 현관으로 갔다. 후크에 걸린 방울을 봤다. 만지지 않았다. 슬리퍼를 벗고—

"…퇴근인데 왜 신발을 신어?"

"복도잖아."

"슬리퍼 신고 나가."

"아, 그렇네."

그녀는 슬리퍼를 다시 신었다.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갔다. 문이 뒤에서 닫혔다.

복도.

형광등. 옆집 문. 소화기. 엘리베이터 쪽에서 나는 기계음. 그녀는 거기 서 있었다. 잠옷 바지와 정장 상의와 슬리퍼로. 1분은 굉장히 길었다. 30초쯤 됐을 때 옆집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아저씨는 그녀를 봤다. 그녀는 아저씨를 봤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저씨는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보라는 자기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집 앞에서 잠옷 바지로 서 있는 서른세 살 팀장.

1분.

그녀는 벨을 눌렀다.

안에서 발소리가 났다. 잠금 해제음. 문이 열렸다. 준혁이 서 있었다. 회색 반바지, 낡은 티셔츠.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울은 후크에 있었다.

"다녀왔어?"

그 순간이었다.

보라는 나중에 이 순간을 설명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못 했다. 가장 가까운 표현은 이거였다. 하루 종일 참고 있던 숨을 내쉰 것 같았다. 참고 있는 줄도 몰랐던 숨을. 어깨가 내려갔다. 진짜로. 어제도 그제도 내려가지 않았던 어깨가 문턱에서 내려갔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왔다. 슬리퍼를 벗었다. 후크에서 방울을 꺼냈다. 차가웠다. 그의 손이 아니라 문 옆에서 기다렸으니까. 그것을 두 손으로 준혁에게 건넸다. 그리고 매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버클. 딸랑.

"다녀왔어, 나비."

"…야옹."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사양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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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길었다.

준혁은 그녀를 무릎에 얹고 밥을 먹이고, 머리를 쓸고, 냉장고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냉장고 소리는 났다. 3분 만에. 그는 그 소리를 듣고 조금 웃었고, 그다음에는 그녀를 안아 들었다. 네 발로 가게 두지 않고 안아서 침실로 갔다.

침대에 내려놓고 그는 그녀의 옷을 벗겼다. 아주 천천히. 정장 상의 단추를 하나 풀 때마다 그 아래 드러나는 피부에 입을 맞췄다. 쇄골. 방울 바로 옆. 가슴 사이. 브래지어가 풀리고 그의 입이 젖꼭지를 감쌌을 때 방울이 첫 번째로 울렸다.

"여기 팀장 아니지?"

"야옹."

"여기도?"

그의 손이 잠옷 바지를 끌어내리고 허벅지 안쪽을 쓸었다.

"야옹…"

"여기는?"

손가락이 속옷 위로 그녀를 눌렀다. 이미 젖어서 천이 달라붙어 있었다.

"…야, 옹."

"여기가 제일 고양이네."

그는 속옷을 벗기고 그녀를 봤다. 그냥 봤다. 침대 위에 다리를 벌리고 누운, 방울만 걸친 그녀를. 보라는 그 시선을 견뎠다. 낮에 열 명이 보는 얼굴이 아니라 밤에 한 명이 보는 몸. 그가 보는 동안 그녀는 더 젖었고 그것이 보였을 것이다.

준혁이 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녀 위로 올라오는 대신 침대에 앉아 그녀를 자기 위로 끌어올렸다.

"오늘은 네가 움직여. 나비가 퇴근했으니까."

그녀는 그의 허벅지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손으로 그의 성기를 잡아 자기 입구에 댔다. 그리고 천천히 앉았다. 그가 들어오는 동안 방울이 그녀의 쇄골 위에서 짧게, 짧게 울렸다. 끝까지 앉았을 때 그녀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긴 소리를 냈다.

"착하지. 다 들어갔어."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리게. 허리를 앞뒤로. 방울이 무겁게 한 번씩 울렸다. 준혁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밀지 않았다. 그냥 잡았다. 그녀가 리듬을 찾을 때까지. 그녀는 찾았다. 위아래로, 조금씩 빨라지면서, 방울이 그 속도를 정확히 보고했다. 딸랑딸랑딸랑. 그가 그녀의 가슴을 손으로 감싸고 젖꼭지를 굴렸고 그녀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 사이사이에 야옹의 조각들이 섞였다.

"우리 나비 잘 타네. 더."

"으, 응…"

그녀는 그의 목을 안고 더 빨리 움직였다. 안에서 그가 부딪치는 곳이 있었다. 거기. 매번 거기. 그녀의 허벅지가 떨리기 시작했고 준혁이 그것을 느꼈다. 그가 손을 아래로 내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눌렀다. 그녀가 앉을 때마다, 들릴 때마다.

"나비, 소리."

"아, 아—"

"방울 소리 들려? 네가 얼마나 빨리 가는지."

그녀는 왔다. 그의 위에서, 그의 목을 안고, 온몸으로 그를 조이면서. 방울이 미친 듯이 울리다가 그녀가 움직임을 멈추자 마지막으로 두 번, 세 번 여운을 남겼다. 준혁은 그녀가 떨리는 동안 허리를 잡고 있었다. 다 내려올 때까지.

그리고 그녀를 뒤집었다.

침대에 엎드리게. 무릎을 세우게. 그녀는 네 발이 됐다. 방울이 시트 위로 떨어져 아주 작게 울렸다. 준혁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잡고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천천히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직 첫 번째 절정의 여운 안에 있었고 그가 그 안으로 세게 들어왔을 때 시트를 움켜쥐었다.

"나비. 한 번 더."

"모, 못—"

"할 수 있어. 착한 고양이니까."

그는 뒤에서 그녀를 박았다. 깊고 빠르게. 방울이 시트에 눌린 채로 둔하게 울렸고, 그녀의 소리가 베개에 묻혔고, 그의 손이 그녀의 뒷목을 감쌌다. 목걸이 끈이 피부에 살짝 당겨졌다. 그 감각. 그것이 그녀의 안쪽 어딘가를 열었다. 그녀는 두 번째로 왔다. 이번에는 소리를 냈다. 베개에 묻히지 않는 소리를. 준혁이 그 소리를 듣고 이를 물고 마지막으로 몇 번 세게 박은 뒤 그녀 안에 깊이 사정했다. 그의 몸이 그녀의 등 위로 무너졌다.

방울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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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 어둠 속에서.

"설계 검토 결과는?"

"…야옹."

"합격이네."

"야옹."

"v1.0 배포 완료."

보라는 그의 팔 안에서 웃었다. 고양이가 웃을 수 있다면 그렇게 웃었을 것이다. 목에서 방울이 아주 작게 울렸다. 내일 아침 일곱 시에 이 방울은 후크에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6미터를 출근할 것이다. 그리고 여섯 시에 복도로 나가 자기 집 벨을 누를 것이다. 옆집 아저씨가 또 볼지도 모른다.

그래도 됐다. 문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