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에는 문이 없다

공지는 월요일 아침 전사 슬랙으로 왔다.

"다음 주부터 주 3일 재택근무를 시행합니다. 화·수·목은 자율 재택, 월·금은 오피스 출근입니다. 자세한 가이드는 노션 참고 :house:"

폭죽 이모지 마흔세 개. 하트 열아홉 개. 민수는 "드디어!!!"라고 썼고 지은은 "출근 안 하는 날 카메라 켜야 돼요?"라고 물었고 동현은 링크 대신 처음으로 문장을 썼다. "집에 모니터가 없습니다." 그 문장이 웨이브릿 역사에서 동현이 슬랙에 쓴 첫 완전한 문장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보라 하나였다.

보라는 폭죽을 누르지 않았다. 누르지 않은 자기 손가락을 잠깐 내려다봤다. 왜 누르지 않았는지는 그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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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은 이미 재택근무자였다. 정확히는 재택이 아니라 그냥 택이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출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그의 낮은 작은방 책상과 태블릿과 세 번째 커피 사이에서 흘러갔다. 보라가 "나 이제 화수목은 집에 있어"라고 말했을 때 그는 "좋네"라고 했다. 그리고 3초 뒤에 "…좋은 거 맞지?"라고 덧붙였다.

"좋지. 왜."

"아니, 그냥. 네가 폭죽 안 눌렀다고 해서."

보라는 그가 자기 슬랙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가 알았다는 게 조금 무서웠다.

첫 재택 화요일, 그녀는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노트북, 보조 모니터, 무선 마우스, 회사에서 가져온 머그, 그리고 정장 상의. 하의는 잠옷 바지였다. 재택근무의 첫 번째 규칙이다. 카메라에 보이는 부분만 팀장이면 된다.

아홉 시 스탠드업. 카메라 켜짐. 열 개의 얼굴이 격자로 떴다. 민수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고, 지은은 뒤에 화분이 있는 카페처럼 보이는 곳에 있었고, 동현은 카메라가 꺼져 있었다. 모니터가 없어서일 것이다.

"자, 시작할게요. 동현 님부터."

보라의 목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팀장 목소리. 낮고 명확하고 문장 끝이 정확히 떨어지는 목소리. 작은방에서 태블릿 펜을 쥐고 있던 준혁은 그 목소리를 벽 너머로 들었다. 1년 3개월 동안 그는 그 목소리를 딱 두 번 들어 봤다. 회사 워크숍에 배웅 갔을 때 한 번, 그녀가 전화로 장애 대응할 때 한 번. 그런데 이제 그 목소리가 자기 집 거실에서 나고 있었다.

"민수 씨, 그 PR은 좀 쪼개죠. 한 번에 리뷰하기엔 너무 커요. 마이그레이션이랑 API 변경은 따로 올려 주세요."

준혁은 펜을 멈췄다.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 섹시했고, 이상하게 낯설었다. 밤에 그의 무릎에서 야옹 하는 사람과 같은 성대에서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것이 좋으면서 뭔가 잘못된 느낌이었다.

점심. 둘은 식탁에서 마주 앉아 배달 샐러드를 먹었다. 보라는 왼손으로 포크를, 오른손으로 슬랙을 잡고 있었다.

"…지금 낮 모드지?"

준혁이 물었다.

"응? 응, 낮이야. 왜."

"아니. 확인."

"뭘 확인해. 방울 없잖아."

그녀가 웃으면서 목을 가리켰다. 그는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이 둘 다 조금 늦었다. 아주 조금, 0.5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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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여섯 시에 끝나야 하는 회의가 있었다. 분기 로드맵 리뷰. 강 이사, 개발 팀장 셋, PM 둘. 여섯 시에 시작해서 일곱 시에 끝나기로 되어 있었고, 보라는 일곱 시에 끝나는 회의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캘린더를 믿었다.

일곱 시 십 분. 강 이사가 "그럼 이 부분만 더 보고요"라고 말했다.

일곱 시 이십오 분. 준혁이 작은방에서 나왔다. 손을 씻고, 냉장고를 열고, 저녁을 꺼내 데우기 시작했다. 보라는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그 소리를 들었다. 전자레인지, 접시, 물.

일곱 시 사십 분. 준혁이 소파에 앉았다. 노트북 화면 오른쪽 위, 카메라 프레임 바깥, 보라의 시야 안. 그의 왼손에 갈색 가죽끈이 걸려 있었다.

늘 그 시간에 그는 그것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녀가 현관문을 열 때 이미 따뜻하게. 다만 지금은 현관문이 없었다. 그는 그냥 소파에 앉아 그것을 쥐고 기다렸다. 매일 하던 그대로.

보라의 눈이 갔다.

강 이사가 3분기 목표 지표를 말하는 동안 그녀의 눈은 방울로 갔다. 다시 화면. 다시 방울. 준혁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는 텔레비전을 소리 없이 켜 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 그 손이 방울을 쥐고 있었고, 방울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그녀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어깨가 내려가려 했다. 목이 앞으로 기울려 했다. 허벅지 사이가—

"보라 팀장, 개발1팀은 어때요?"

"네. 저희는—"

목소리는 정확히 나왔다. 팀장 목소리. 그녀는 3분 동안 분기 계획을 설명했고, 강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동안 그녀의 왼손은 식탁 아래에서 자기 허벅지를 꽉 쥐고 있었다. 프레임 밖에서.

여덟 시 십오 분. 회의 종료.

보라는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한 3초. 아니면 30초. 준혁이 일어나 다가오는 것을 봤다. 그가 앞에 서서 방울을 내밀었다. 그녀는 식탁 의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어제까지는 현관 매트였다. 오늘은 식탁 다리 옆이었다.

"다녀왔—"

준혁이 말을 멈췄다. 다녀온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수고했어, 나비."

"아, 잠깐. 슬랙 하나만—"

그녀의 손이 닫힌 노트북으로 갔다. 준혁이 그 손을 잡았다. 부드럽게. 그리고 다른 손으로 버클을 채웠다.

딸랑.

보라는 그 소리를 들었다. 들었는데, 들리지 않았다. 소리는 났는데 어깨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녀는 네 발로 소파로 갔다. 방울이 울렸다. 그의 무릎으로 올라갔다. 그의 손이 머리를 쓸었다. 순서는 다 맞았다. 그런데 냉장고 소리가 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오른손 검지가 그의 티셔츠 위에서 아주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타이핑하는 것처럼. 로드맵 수정 사항을 노션에 정리하는 손가락. 그녀는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걸 몰랐다.

"나비."

"야옹."

"어디 있어?"

"…야옹."

사양서였다. 첫 야옹이 아니라 열 번째 야옹인데 사양서였다.

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밥을 먹였다. 그녀는 받아먹었다. 씹으면서 눈이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식탁 위의 닫힌 노트북. 그것은 거기 있었다. 6미터 거리에. 회사가 6미터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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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준혁이 그녀의 등에 입을 맞췄다. 목에, 어깨에. 손이 잠옷 안으로 들어와 배를 쓸고 가슴으로 올라왔다. 보라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봤다. 그의 입술이 내려왔고 그녀는 받았다. 그의 손이 젖꼭지를 굴렸고 그녀의 몸은 반응했다. 몸은 정확했다. 몸은 늘 정확하다. 젖꼭지가 서고, 숨이 짧아지고, 다리가 조금 벌어졌다.

그런데 그의 손이 잠옷 바지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마이그레이션이랑 API 변경은 따로 올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건 자기 목소리였다.

"…미안. 오늘은."

문장. 규칙 위반. 준혁은 지적하지 않았다. 손을 뺐다. 잠옷 바지를 다시 올려 줬다. 그리고 그녀를 안았다. 그냥 안았다. 방울이 둘 사이에서 눌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보라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어둠 속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지하철 40분이 없어졌다.

그 40분 동안 팀장이 죽었었다. 4호선 창문에 비친 회의용 얼굴이 정거장을 지날 때마다 조금씩 지워졌고, 아파트 복도를 걷는 동안 마지막으로 남은 3밀리미터가 사라졌고, 도어락 여섯 자리를 누르는 동안 손끝에서 하루가 떨어졌고, 문이 열리면 거기 방울이 있었다. 그건 그냥 통근이 아니었다. 그건 한 사람이 죽고 다른 사람이 태어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죽을 시간이 없었다.

노트북을 닫으면 바로 방울이었다. 6미터. 팀장이 죽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였다. 그래서 팀장은 죽지 않고 방울을 달았다. 그게 오늘 일어난 일이었다.

"준혁."

허용 어휘. 비상시.

"응."

"…아니야. 야옹."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쓸었다.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옆에서 그가 잠들지 못하는 소리도 들었다. 둘은 그 사실을 서로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날 밤 방울은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목에 걸려 있는데 울리지 않는 방울은, 걸려 있지 않은 방울보다 더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