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라는 이름의 사고

방울이 처음 울린 날을 이야기하려면 1년 3개월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날을 이야기하려면 그보다 3주 전, 보라가 팀장이 된 날부터 시작해야 한다.

승진은 슬랙 공지로 왔다. "개발1팀 리드로 김보라 님이 함께해 주십니다 :tada:" 열두 개의 폭죽 이모지와 여섯 개의 하트가 달렸고, 동현은 링크 대신 엄지 하나를 보냈다. 보라는 그 공지를 보고 화장실에 가서 3분 동안 거울을 봤다. 기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그 3분 동안 거울 속 얼굴이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입꼬리 3밀리미터. 그날 처음 생겼다.

3주째 되던 목요일에 결제 모듈이 죽었다.

정확히는 그녀의 팀이 배포한 코드가 결제사 응답을 4시간 동안 잘못 파싱했고, 그 4시간 동안 웨이브릿의 고객사 열한 곳이 물류비 정산을 못 했다. 죽였다는 표현이 맞다. 팀장이 된 지 3주 만에 그녀는 열한 개 회사의 목요일을 죽였다.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제가 확인할게요'를 서른 번 넘게 말했다. 세지는 않았다. 세는 습관은 그날 이후에 생겼다.

밤 열 시에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에서는 김치찌개 냄새가 났다. 준혁이 부엌에서 나오며 "왔어? 밥 먹었어?" 하고 물었다. 보라는 대답 대신 식기세척기를 열었다.

"이거 이렇게 넣으면 안 돼."

"…뭐?"

"접시가 이 방향이면 물이 안 닿아. 그리고 컵은 위칸. 이건 기본이잖아."

그녀는 접시를 하나씩 뺐다가 다시 넣기 시작했다. 준혁은 부엌 문틀에 기대어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낮에 보낸 카톡, 답이 너무 늦어. 내가 물어봤으면 최소한 확인했다는 표시는—"

"보라."

"—해 줘야 내가 다음 판단을 하지. 그리고 이번 주 주말에 처가에 가는 건 미리 캘린더에—"

"보라."

"뭐."

"나 네 팀원 아니야."

접시를 든 손이 멈췄다.

그 문장은 화가 난 사람의 문장이 아니었다. 준혁은 화가 나면 조용해지는 사람인데, 이 목소리는 조용하지도 않았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목소리였다. 오늘 비가 온다든지, 우유가 다 떨어졌다든지 하는 것처럼.

보라는 접시를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그리고 부엌 바닥에 앉았다. 앉았다기보다 무릎이 접혔다.

울음은 소리 없이 시작했다가, 준혁이 옆에 앉아 등에 손을 얹었을 때 소리가 났다. 그녀는 오늘 일을 이야기했다. 열한 개 회사, 4시간, 서른 몇 번의 확인, 강 이사의 회의실, 민수의 하얗게 질린 얼굴, 자기가 그 얼굴에게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라고 말했던 것. 그 말을 할 때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팀장 같았는지. 얼마나 팀장 같은 게 싫었는지.

"오늘 결정을 몇 개 했어?"

준혁이 물었다. 그녀는 웃었다. 울면서 웃는 건 처음이었다.

"몰라. 백 개?"

"그럼 지금부터 자정까지 0개."

"…뭐?"

"결정 0개. 밥 먹을지, 씻을지, 뭐 볼지, 몇 시에 잘지, 전부 내가 정해. 넌 하나도 안 해."

"그게 돼?"

"고양이는 하잖아. 고양이가 뭐 결정하는 거 봤어? 먹고 자고 예쁨받고 끝이야."

보라는 그를 봤다. 준혁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가끔 이 사람은 농담과 진담의 경계를 정확히 그 위에 서서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어느 쪽으로 받아도 되게.

그녀는 어느 쪽으로도 받지 않았다. 그냥 부엌 바닥에서 그의 무릎 위로 기어 올라갔다. 정장 바지에 김치찌개 국물이 묻은 채로, 몸을 최대한 작게 접어서. 준혁이 잠깐 웃었고, 그다음에는 웃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쓸었다.

"…밥은?"

"안 물어. 결정 0개라고 했지. 먹여 줄 거야."

그날 그녀는 그의 무릎에서 김치찌개를 받아먹었다. 그의 손에서. 그리고 그의 결정에 따라 씻었고, 그의 결정에 따라 그가 고른 동물 다큐멘터리를 봤고, 그의 결정에 따라 열한 시 반에 잤다. 잠들기 전에 준혁이 말했다.

"오늘 잘했어, 우리 고양이."

그건 그냥 농담이었다. 그 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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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준혁이 애견용품점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뭐야?"

"선물."

봉투 안에는 얇은 갈색 가죽 목걸이가 있었다. 한가운데에 황동 방울. 진짜 고양이 목걸이. 성인 여자 목에 맞는 사이즈는 아니어서, 그는 가죽 공방에 가서 끈만 길게 새로 만들어 방울을 옮겨 달았다고 했다. 애견용품점 점원이 "어떤 품종이세요?" 하고 물어서 "한국 고양이요. 좀 큰"이라고 대답했다는 말에 보라는 식탁을 두드리며 웃었다.

"이름은?"

"나비."

"…세상에 그것보다 성의 없는 이름이 있어?"

"없지. 그래서 좋아."

"왜?"

"회사 프로젝트 이름 지을 때처럼 고민 안 해도 되잖아. 브랜딩 안 해도 되고 상표 검색 안 해도 되고. 그냥 고양이니까 나비."

보라는 그 논리에 반박하려다가 못 했다. 반박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반박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날 저녁 그녀는 처음으로 현관에서 무릎을 꿇었다. 준혁은 조금 손을 떨면서 버클을 채웠다. 딸랑. 그 소리를 듣고 둘 다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다.

"…다녀왔어, 나비."

"야옹."

첫 야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사양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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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섹스가 된 것은 그로부터 3주쯤 뒤였다. 계획한 적은 없었다. 규칙도 아직 다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토요일 오후였고 준혁은 거실 러그 위에서 태블릿으로 작업 중이었다. 보라는 방울을 달고 그 옆에서 네 발로 어슬렁거리다가,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부딪치다가, 옆으로 누워 배를 보이다가, 다시 일어나 걸어 다녔다. 걸을 때마다 방울이 울렸다. 준혁이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쓸었다. 등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엉덩이 위로.

그때 보라는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방울이 흔들릴 때마다,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다리 사이가 젖어 가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멈췄다. 준혁이 고개를 들었다.

"왜?"

"…야옹."

그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 뒤로 와서 무릎을 꿇고, 아까처럼 등을 쓸었다. 이번에는 손이 허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반바지 허리춤 안으로, 속옷 안으로. 그의 손가락이 젖은 것에 닿았을 때 그녀의 팔꿈치가 러그를 눌렀다.

"나비."

"응…"

"이거 방울 때문이야?"

"…모, 몰라."

"괜찮아. 알아볼게."

그는 그녀의 반바지와 속옷을 무릎까지 내렸다. 보라는 네 발 자세 그대로 있었다. 일어서지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러그 위에서 팔꿈치와 무릎으로 몸을 받치고, 목에 걸린 방울이 턱 아래에서 흔들리는 걸 느꼈다. 준혁의 손가락이 뒤에서 그녀를 열었고, 그의 혀가 이어서 닿았다. 그녀는 소리를 냈다. 야옹이 아니었다. 그냥 소리였다.

"말은 안 돼도 소리는 돼, 나비."

그가 뒤에서 그녀를 핥는 동안 방울은 계속 울렸다. 혀가 들어올 때, 그의 코가 엉덩이에 닿을 때,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문지를 때마다 그녀의 몸이 조금씩 앞으로 밀렸고 방울이 따라 울렸다. 그녀는 그 소리가 들리는 게 부끄럽고, 부끄러운 게 좋았다.

준혁이 일어나 자기 바지를 내리는 소리. 그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성기의 끝이 젖은 입구에 닿았고, 그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밀어 넣었다. 보라의 손가락이 러그를 움켜쥐었다. 안이 꽉 찼다. 그가 완전히 들어왔을 때 그녀는 이마를 팔에 대고 긴 소리를 냈다.

"착하지."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딸랑. 딸랑. 딸랑.

한 번 박을 때마다 한 번 울렸다. 그가 빠르게 하면 방울도 빠르게 울렸고, 느리게 깊게 하면 방울도 무겁게 한 번씩 울렸다. 보라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 몸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팀장은 하루 종일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관리하는 직업이었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 보이는지 관리하지 않았다. 그냥 소리로 보고됐다. 딸랑. 딸랑.

"소리 내, 나비. 더."

"아, 아…"

준혁의 한 손이 앞으로 돌아와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다른 손은 방울 바로 위, 그녀의 뒷목을 감쌌다. 목걸이 끈이 피부에 살짝 당겨지는 감각. 그것이 결정타였다. 보라는 러그에 얼굴을 박고 몸을 떨었다. 안쪽이 그를 조이고, 놓고, 다시 조였다. 그는 그녀가 떨리는 동안 더 깊이, 더 빠르게 박았고, 그녀가 두 번째로 조이기 시작했을 때 이를 물며 안에서 터졌다. 방울이 마지막으로 길게 흔들리다 멈췄다.

둘은 러그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준혁이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의 숨이 뒷목에 닿았다. 한참 뒤 보라가 방울을 만지며 말했다.

"…이거, 이상해?"

문장이었다. 규칙은 아직 없었다.

"우리 둘만 아는 이상함이면 됐지."

준혁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비. 회사 얘기는 방울 풀고."

그것이 규칙 제1조가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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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울은 그 후로 삼백 번쯤 더 울렸다. 애견용품점 점원은 아직도 준혁이 좀 큰 한국 고양이를 키우는 줄 알고 있다. 틀린 말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