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취업규칙 제1조
웨이브릿에는 마흔두 쪽짜리 취업규칙이 있다. 보라는 팀장이 되면서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고, 읽은 사람이 회사에 자기와 인사팀장밖에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보라와 준혁의 집에는 여섯 조항짜리 취업규칙이 있다. 문서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냉장고에 붙여 놓자는 준혁의 제안은 보라가 "누가 놀러 오면 어떡해"라며 기각했다. 준혁은 "놀러 온 사람이 냉장고에 붙은 고양이 규칙을 보고 뭘 상상할 것 같아"라고 되물었고, 보라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날은 낮이었으니까 결정할 수 있었다.
그래도 조항은 존재한다. 대략 다음과 같다.
제1조. 방울이 목에 있는 동안 완전한 문장은 금지한다. 허용 어휘: 야옹, 응, 아니, 더, 싫어, 그리고 비상시 '준혁'.
제2조. 휴대폰은 신발장 서랍에 둔다. 알람은 준혁이 확인한다.
제3조. 결정은 하지 않는다. 밥, 목욕, 취침, 텔레비전 채널을 포함한다.
제4조. 음식은 손 또는 숟가락으로 받아먹는다. 고양이는 식기를 잡지 않는다.
제5조. 식탁 위 출입을 금지한다. (보라가 진짜 고양이처럼 식탁 위로 뛰어올라가려다 준혁의 노트북을 밟은 사고 이후 신설. 액정 교체비 34만 원.)
제6조. 안전어는 "회의 잡을게"다. 이 말이 나오면 방울은 즉시 풀리고 모든 것이 멈춘다.
제6조를 정할 때 준혁은 다른 후보들을 제안했다. 빨강, 정지, 그만. 보라는 전부 기각했다. "그건 침대에서 나올 수도 있는 말이잖아. 절대 안 나올 말이어야지." 그래서 '회의 잡을게'가 됐다. 한국어에서 가장 성적이지 않은 문장. 이 문장을 침대에서 실수로 내뱉을 사람은 없다. 아직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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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이었다. 나쁜 화요일은 아니었다. 그냥 화요일이었다.
"제가 할게요" 열한 번, 강 이사 호출 한 번, 민수가 뭔가를 죽이지 않은 기적 같은 날. 다만 민수가 뭔가를 죽이지 않은 대신 '쿠버네티스 파드가 자꾸 재시작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는 슬랙을 퇴근 직전에 남겼고, 보라는 그것을 지하철에서 읽었고, 답을 알았고, 답을 쓰지 않았다. 내일 아침에 직접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게 팀장이 주니어에게 해 줄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일 중 하나다.
문제는 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목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관. 무릎. 딸랑. 야옹. 서랍. 거실. 무릎.
준혁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쓸고 있었다. 냉장고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런데 오늘 민수가—"
준혁의 검지가 그녀의 코끝을 톡, 쳤다.
보라는 입을 다물었다. 코를 찡그렸다.
"…야옹."
"그렇지."
"야아옹."
"응?"
"야옹, 야옹야옹. 야옹."
준혁은 진지하게 듣는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민수가 뭘 죽였다?"
"아니."
"안 죽였어?"
"응."
"그런데 뭔가 문제가 있고, 너는 답을 알고, 지금 그걸 말하고 싶어 미치겠다?"
"야옹!"
"나비."
그가 그녀의 턱을 들어 눈을 맞췄다.
"회사 얘기는 방울 풀고."
보라는 그의 무릎 위에서 아주 작게 몸을 뒤틀었다. 이것은 고양이가 하는 저항이다. 준혁은 그 저항을 정확히 무시하고 그녀의 등을 다시 쓸었다. 세 번쯤 쓸었을 때 그녀는 항복했고, 리소스 리미트가 너무 낮게 잡혀 있어서 OOM 킬이 나는 거라는 문장은 내일 아침 아홉 시까지 그녀의 뒷목 어딘가에 보관됐다.
"우리 나비 오늘 뭐 잘했어?"
준혁이 물었다. 이건 매일 묻는 질문이다. 고양이는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보여 줘야 한다.
보라는 그의 무릎에서 내려가 바닥에 앉았다. 그의 두 무릎 사이. 그리고 얼굴을 그의 반바지 앞에 문질렀다. 코로, 뺨으로. 고양이가 다리에 몸을 비비는 것처럼. 준혁의 숨이 조금 바뀌었다.
"오, 그렇게 잘했어?"
"야옹."
그녀는 반바지 허리끈을 이로 물었다. 이것은 매번 시도하고 매번 실패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실패했다. 끈이 매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 번 잡아당기고 나서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준혁이 웃으면서 매듭을 풀어 줬다.
"손은 써도 돼. 그건 규칙에 없잖아."
허리춤을 끌어내렸다. 그의 성기가 이미 반쯤 단단해져 있었다. 보라는 그걸 손으로 잡지 않고, 먼저 뺨으로 비볐다. 준혁이 소리를 냈다. 그녀는 혀끝으로 뿌리부터 끝까지 한 번 길게 핥았다. 그루밍. 고양이는 그루밍을 한다.
"천천히."
그녀는 천천히 했다. 끝을 입에 넣고 혀로 감싸고, 조금씩 더 깊이. 방울이 그의 허벅지 안쪽에 닿아 작게 울렸다. 그녀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딸랑, 딸랑, 그의 피부에 눌린 채로 둔하게 울렸다. 준혁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 안으로 들어왔다. 밀지도 당기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 있었다.
"착하지. 그렇게. 우리 나비 입 좋아."
칭찬을 들으면 그녀의 안쪽이 반응한다. 이건 보라가 팀장이 된 뒤에 알게 된 자기 몸의 사실 중 하나다. 회사에서 칭찬은 아무 데도 닿지 않는다. 강 이사가 "잘했어요"라고 하면 그녀는 "네"라고 하고 끝이다. 그런데 방울을 달고 준혁이 "착하지"라고 하면 허벅지 사이가 젖는다. 이 두 사실이 같은 몸에서 일어난다는 게 아직도 신기했다.
그녀는 더 깊이 넣었다. 목 안쪽에 닿을 때까지. 준혁의 허리가 들렸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비, 잠깐—"
그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밀어 올렸다. 그녀가 입을 떼자 그의 성기가 젖은 채로 빠져나왔다. 그녀는 아쉬운 소리를 냈다. 준혁은 웃었다.
"너만 잘하면 어떡해. 나도 잘해야지."
그는 그녀를 러그 위에 눕혔다. 블라우스를 벗기고, 슬랙스를 벗기고, 속옷을 벗겼다. 방울만 남았다. 준혁은 그녀의 무릎을 벌리고 그 사이에 엎드렸다. 그의 혀가 닿는 순간 보라의 손이 러그를 잡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바깥에서부터 안으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그리고 클리토리스에서 오래 머물렀다. 혀로 누르고, 입술로 감싸고, 빨았다. 보라의 발뒤꿈치가 그의 등을 눌렀다. 그녀의 소리는 이제 어떤 동물의 소리도 아니었다. 그저 사람이 좋을 때 내는 소리였다. 두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와 그의 혀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방울이 그녀의 쇄골 위에서 계속 떨렸다.
"나비, 소리 들려? 방울 소리."
"으, 응…"
"네가 지금 얼마나 떨리는지 다 들려."
그 말에 그녀는 왔다. 급하게, 허리를 들고, 그의 머리를 허벅지로 조이면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떨림이 잦아들 때까지 혀를 아주 천천히 움직였고, 그녀가 손으로 그의 머리를 밀어냈을 때에야 입을 뗐다.
그리고 그녀 위로 올라왔다. 얼굴을 마주 보고.
"이 얼굴."
그가 그녀의 뺨을 손으로 감쌌다.
"낮에 열 명이 보는 얼굴. 지금은 나만 봐."
그가 들어왔다. 천천히, 끝까지. 보라는 그의 눈을 봤다. 팀장은 회의 중에 사람 눈을 보는 훈련이 잘 되어 있다. 이건 그 훈련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몸은 그의 리듬을 따라 흔들렸고, 방울은 쇄골 위에서 그 리듬을 소리로 바꿨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가 깊이 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짧은 소리가 나왔고, 그가 "착하지"라고 할 때마다 그 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나비, 한 번 더 와. 내 거 물면서."
"…응, 응—"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려 각도를 바꿨다. 안쪽 어딘가를 정확히 눌렀다. 보라는 두 번째로 왔다. 이번에는 소리 없이, 온몸이 그를 조이면서. 그 조임에 준혁이 낮게 신음했고 몇 번 더 깊이 박은 뒤 그녀 안에서 멈췄다. 그의 이마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둘의 숨이 섞였다. 방울은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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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뒤, 그가 욕실에서 물을 받는 소리가 났다. 보라는 러그 위에서 몸을 뒤집어 천장을 봤다. 그러다가 아주 천천히, 네 발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방울을 손으로 감싸 쥔 채, 현관 쪽으로 기어갔다.
신발장 서랍.
손이 서랍 손잡이에 닿기 직전이었다.
"나비."
그녀는 얼어붙었다. 준혁이 욕실 문에 기대 서 있었다. 물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야옹."
"안 돼."
"야옹."
"OOM 킬은 내일 아침에도 OOM 킬이야."
보라는 서랍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준혁을 올려다봤다. 그가 어떻게 알았느냐는 얼굴로.
"네가 아까 '야옹야옹, 야옹' 할 때 세 번째 야옹 억양이 리소스 리미트였어."
"…"
"1년 넘게 들었는데 그 정도는 알지."
그녀는 그날 밤 그의 옆에서 몸을 말고 잤다. 방울은 조용했고, 리소스 리미트는 뒷목에 얌전히 보관됐고,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삼 분에 민수는 팀장이 자기 자리 뒤에 서서 "이거 봐 봐" 하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것이 팀장이 주니어에게 해 줄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일 중 하나다.
그리고 그걸 열두 시간 참는 것이 고양이가 팀장에게 해 줄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