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장난이었다
월요일 아침 지연은 태현보다 먼저 깼다.
그는 배를 깔고 자고 있었다. 이불이 허리까지 내려가 있어서 엉덩이가 보였다. 어제의 붉은 기는 거의 빠지고 엷은 분홍만 남아 있었다. 손자국 한 개, 왼쪽 볼기 바깥에 희미하게. 지연은 그것을 손끝으로 만져보고 싶었지만 만지지 않았다. 대신 그의 등을 한 번 쓸고 일어났다.
부엌에서 물을 올리는데 태현이 폰을 들고 나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베란다 쪽으로 가서 통화를 했다. 목소리를 낮췄다. 지연은 듣지 않으려고 했지만 좁은 집이었다.
"네, 아버지. 제가 알아볼게요. 네.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그가 돌아와서 커피를 받았다. 지연은 묻지 않았다. 태현은 말하지 않았다. 그게 그들이 평일을 사는 방식이었다. 평일에 쌓인 것은 일요일에 정산한다. 지연은 그 규칙을 믿었다. 팔 년 동안 그 규칙이 틀린 적은 없었다.
출근길 버스에서 지연은 창에 이마를 대고 첫 번째 일요일을 생각했다. 정확히는 첫 번째 일요일이 아니었다. 그건 목요일 밤이었다.
---
결혼 이 년째 봄. 그때 그들은 방 두 개짜리 빌라에 살았다. 거실이 좁아서 소파는 이인용이었고 그 소파에 둘이 앉으면 어깨가 붙었다.
시어머니가 담낭 수술을 했다는 걸 지연은 수술이 끝난 다음 날 시어머니 본인에게서 들었다. 별거 아니었다고, 태현이가 다 알아서 했다고, 너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시어머니는 그것을 자랑처럼 말했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든든하다고.
그날 밤 태현이 들어왔을 때 지연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 수술하셨대."
태현이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 얼굴에 아, 하는 표정이 스쳤다. 들켰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아, 그걸 말했어야 했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지연을 더 화나게 했다.
"넌 왜 항상 혼자 다 처리해."
"너 걱정할까 봐."
"내가 애야?"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거야."
싸움은 길지 않았다. 태현은 싸움을 못 했다. 싸움이 시작되면 그는 미안하다고 하고 조용해졌고, 그 조용함이 지연에겐 벽 같았다. 그날도 그랬다. 미안해. 다음엔 말할게. 그리고 침묵. 지연은 그 벽 앞에 서서, 화가 나는데 화낼 곳이 없어서, 반은 장난으로 말했다.
"이리 와. 너 진짜 맞아야겨."
태현이 웃었다. 지연은 웃지 않았다. 그가 웃음을 멈추고 왔다.
지연은 그의 팔을 잡아 끌어내렸다. 그게 어떻게 되었는지 나중에 둘 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이인용 소파에 그가 엎어졌고 그의 허리가 지연의 무릎에 걸쳤고 지연이 그의 청바지 위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세게. 장난처럼 세게. 한 번, 두 번, 다섯 번.
"아, 아파. 야."
여섯 번, 일곱 번. 지연은 웃으면서 때렸다. 그게 화를 푸는 방법인 줄 알았다. 그리고 여덟 번째쯤에서 태현의 몸이 달라졌다.
무거워졌다. 그게 지연이 나중에 찾은 말이었다. 그는 버티고 있다가, 버티는 걸 그만두었다. 몸무게 전체가 지연의 무릎 위로 내려앉았다. 웃음소리가 멎었다. 지연은 손을 멈췄다.
"왜."
태현이 대답하지 않았다. 쿠션에 얼굴을 묻은 채로. 지연은 그의 등을 봤다. 티셔츠 아래에서 그의 숨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가는 걸 봤다. 이 남자가 이렇게 천천히 숨 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더."
지연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할 수도 있었다. 일어나서 물이나 마시고 자러 갈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그들은 다른 팔 년을 살았을 것이다. 지연은 그러지 않았다. 손을 들어 다시 때렸다. 이번엔 웃지 않고.
청바지 위로는 소리만 났다. 몇 번 더 때렸을 때 태현이 몸을 일으켜 자기 벨트를 풀었다. 지연을 보지 않고. 청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다시 엎드렸다. 팬티 위로 때렸다. 소리가 달라졌다. 그가 다시 몸을 일으켜 팬티를 내렸다.
"이렇게는 안 느껴져."
그게 그가 그날 밤 한 가장 긴 말이었다.
지연은 남편의 맨 엉덩이를 때렸다. 자기 손바닥이 그의 살에 닿는 소리가 좁은 거실에 울렸다. 윗집에 들릴까 잠깐 생각했고 그 생각은 곧 사라졌다. 그의 살이 붉어지는 걸 봤다. 손자국이 하나씩 올라오는 걸 봤다. 이건 이상해, 하고 생각하면서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이상한 건 그가 아니라 자기였다. 지연은 자기 안이 젖어가는 걸 느꼈다. 그것에 놀라서, 놀란 만큼 더 세게 때렸다.
십 분쯤이었을 것이다. 지연은 손바닥이 아파서 멈췄다. 정확히는 손바닥이 아픈 걸 핑계로 멈췄다. 멈추지 않으면 어디까지 갈지 몰라서.
태현이 무릎 위에서 떨고 있었다. 우는 게 아니었다. 그냥 떨었다. 지연은 그의 붉은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뜨거웠다. 그리고 허벅지에 눌린 것이 느껴졌다. 그가 단단해져 있었다. 청바지가 무릎에 걸린 채로, 좁은 소파 위에서, 아내에게 맞고.
"태현아."
그가 일어났다. 얼굴이 벌겠다. 엉덩이만큼. 눈을 못 마주쳤다. 그의 것이 배 쪽으로 곧게 서서 끝이 젖어 있었다. 지연은 그것을 봤고, 그다음엔 그를 봤고, 그리고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거실 바닥이었다. 러그도 없었다. 지연은 자기 바지를 벗어 던지고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가 뭐라고 말하려 했는데 지연은 듣지 않았다. 손으로 그의 것을 잡아 자기에게 대고 그대로 앉았다.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 십 분 동안 그를 때리면서 지연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태현이 신음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붉은 엉덩이를 차가운 장판에 대고. 지연은 그 위에서 거칠게 움직였다. 화가 났던 게, 무서웠던 게, 젖은 게 전부 한 덩어리가 되어서 그를 향해 쏟아졌다. 그의 가슴에 손을 짚고 몸을 세워 앉았다. 그가 안에서 꽉 찼다. 지연은 그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는 눈을 뜨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벽이 없었다. 처음으로.
"말해."
"뭐를."
"아무거나."
"…좋아."
"뭐가."
"네가. 이게. 몰라. 좋아."
지연은 그의 위에서 소리를 내며 갔다. 다리가 풀려 그의 가슴 위로 쓰러졌다. 태현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밑에서 밀어 올렸다. 엉덩이가 장판에 쓸릴 텐데 그는 멈추지 않았다. 몇 번, 그리고 그가 그녀 안에서 터졌다. 신음 소리가 컸다. 윗집이 들었을 것이다. 둘 다 그 생각을 했고, 둘 다 말하지 않았다.
바닥에 나란히 누웠다. 천장의 형광등이 밝았다. 지연이 먼저 말했다.
"우리 이거 뭐야."
태현이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
"몰라. 근데 나 지금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머리가 조용해."
지연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을 그때는 몰랐다.
---
그 뒤 몇 주는 이상했다. 태현이 화요일 밤에, 금요일 아침에, 아무 때나 지연을 봤다. 말은 안 했지만 지연은 그 눈빛을 알았다. 그리고 지연 자신도 알았다. 회사에서 환자 어깨를 풀어주다가 문득 그의 엉덩이가 붉어지던 게 떠올라 손이 멈추는 것을. 집에 오는 길에 오늘도 할까,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더 세게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오래. 그 생각이 무서웠다.
세 번째 주 일요일에 지연은 다이소에 갔다. 타이머를 사고, 그날 저녁 태현 앞에 놓았다.
"일요일. 저녁. 삼십 분."
"왜 삼십 분이야."
"그 이상은 안 해. 그 이하도 안 해."
"왜."
지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그때 솔직하게 말한 것을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서워서. 내가 어디까지 가고 싶어질지 몰라서."
태현은 오래 타이머를 봤다. 그러고 고개를 끄덕였다.
첫 타이머 일요일은 어색했다. 삼십 분은 생각보다 길었고, 아무 말 없이 때리는 건 이상했다. 그래서 태현이 말을 시작했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들. 처음엔 고해성사 같아서 둘 다 불편했다. 몇 주 지나면서 그건 달라졌다. 잘못한 일만이 아니라 그냥 있었던 일들. 힘들었던 일들. 지연이 모르는 채 그가 혼자 처리한 일들. 정산, 이라고 태현이 어느 날 말했다. 회사에서 쓰는 말. 이번 주 정산.
"뭐 하나만 약속해." 지연이 말했다. "혼자 처리하는 건 해도 돼. 근데 일요일엔 다 말해."
태현은 약속했다. 육 년 동안 그 약속을 지켰다.
---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지연은 내려서 병원까지 걸었다. 오늘 첫 환자는 어깨 회전근개 파열 재활 팔 주차, 오십 대 남자. 손을 씻고 장갑 없이 그의 어깨를 잡을 것이다. 굳은 곳, 아픈 곳, 아픈 척하는 곳. 손이 아는 것들.
폰이 울렸다. 태현이었다.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저녁 먼저 먹어.]
[알았어. 무슨 일?]
[별거 아니야. 일요일에.]
지연은 알았어,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병원 문을 열었다. 일요일에. 그 말이 팔 년 동안 틀린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