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시의 타이머

일요일 저녁 설거지는 태현의 몫이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정한 규칙이었다. 평일엔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밥을 하고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이 설거지를 하지만, 일요일 저녁만은 태현이 한다. 이유는 별것 없었다. 그날 밤에 있을 일 앞에서 태현이 손을 물에 담그고 있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건 지연이 먼저 알아챈 것이었고, 태현은 한참 뒤에야 인정했다.

여섯 시 사십 분.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멎고 수도꼭지 잠기는 소리가 났다. 지연은 소파에서 폰을 내려놓고 부엌 쪽을 봤다. 태현이 고무장갑을 벗어 싱크대 가장자리에 걸치고 있었다. 손을 털고, 앞치마 끈을 풀고, 그 다음엔 언제나 그러듯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마시는 척이었다. 마시고 나서 컵을 씻는 것까지 포함해 그건 그가 스스로에게 주는 삼 분이었다.

지연은 부엌 서랍 두 번째 칸에서 타이머를 꺼냈다.

흰색 플라스틱, 손바닥만 한 사각 타이머. 다이소에서 이천 원에 산 것으로,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건전지 뚜껑이 부러졌고, 두 번째는 태현이 뒤척이다 팔꿈치로 쳐서 바닥에 떨어져 버튼이 들어가 버렸다. 새로 사면서 지연은 같은 것을 골랐다. 다른 걸 사면 소리가 달라질까 봐서였다. 소리는 중요했다.

삼십 분.

숫자를 맞추고 소파 팔걸이 위에 올려놓았다. 거실 창가 쪽 소파, 삼인용 중에 오른쪽 자리. 지연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모았다. 면 트레이닝 바지 위로 허벅지가 평평해졌다. 쿠션은 쓰지 않는다. 처음 몇 번은 쓸까 했지만 태현이, 그러면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태현이 왔다. 거실 조명은 그대로 두었다. 어둡게 하지 않는 것도 규칙이라면 규칙이었다.

그는 지연 앞에 서서 바지 허리춤에 손을 넣었다. 잠깐 멈추었다. 늘 멈춘다. 이 년 전에도 오 년 전에도 그랬다. 그 멈춤이 없어지면 그때는 이걸 그만해야 한다고, 지연은 어느 날 밤 생각했었다. 태현은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그 위에 회색 트렁크를 내렸다. 지연은 그의 얼굴을 봤다. 그는 지연의 무릎을 보고 있었다.

"와."

그가 무릎 위로 엎드렸다. 상체는 왼쪽 소파 자리에, 배는 지연의 허벅지에, 다리는 오른쪽 팔걸이 너머로 늘어졌다. 백팔십이 안 되는 키에 소파는 늘 조금 짧아서 발끝이 바닥에 닿았다. 무거웠다. 팔 년 동안 매주 느낀 무게였고 그 무게가 없는 일요일은 지연에게 이제 상상이 잘 안 됐다.

지연은 왼손을 그의 허리 아래, 등뼈 끝나는 자리에 얹었다. 오른손 손바닥을 한 번 폈다 접었다. 그리고 타이머 버튼을 눌렀다.

"이번 주."

"월요일." 태현이 말했다. 목소리가 쿠션에 반쯤 묻혔다. "회의에서 김 과장 말 끊었어. 두 번."

첫 손바닥이 떨어졌다. 오른쪽 볼기 한가운데. 소리는 늘 첫 번째가 가장 컸다. 아직 아무것도 데워지지 않은 살에 닿는 소리.

"두 번이면 두 번."

두 번째. 왼쪽.

"화요일은." 그가 숨을 골랐다. "화요일은 별거 없었어. 아, 엄마한테 전화 안 했어. 하기로 했는데."

"하기로 한 거 안 한 건 별거야."

지연의 손이 리듬을 잡았다. 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 세지 않았다. 세는 건 초반 몇 달에 그만뒀다. 숫자를 세면 벌이 된다. 벌이 아니었다.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둘은 한참 찾다가 결국 태현이 회사에서 쓰는 말을 가져왔다. 정산. 한 주 동안 각자 들고 있던 것들을 이 삼십 분 안에 내려놓고, 남는 걸 확인하고, 다음 주로 넘어가는 것.

"수요일." 태현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야근하고 연락 안 했어. 열 시 넘어서."

"열한 시 이십 분."

"미안."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손바닥이 조금 더 세게 떨어졌다. 지연은 자기 손이 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살도 데워지고 있었다. 하얗던 볼기가 분홍으로, 분홍이 붉게. 손자국이 겹쳐지며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 지연은 물리치료사였다. 하루에 열 명 넘는 사람의 몸을 손으로 만지고 어디가 굳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아픈 척하는지 알아내는 것으로 밥을 먹었다. 그 손이 일요일 저녁엔 남편의 엉덩이 위에서 그 주의 굳은 곳을 찾았다.

목요일. 금요일. 태현은 말했고 지연은 때렸다. 작은 것들이었다. 회사 사람에게 짜증 낸 것, 지연이 부탁한 택배를 하루 늦게 부친 것, 술자리에서 한 잔 더 마신 것. 큰 것이 있는 주도 있었다. 그런 주엔 삼십 분이 다르게 흘렀다. 이번 주는 아니었다. 이번 주는 그냥, 한 주였다.

십오 분쯤 되었을 때 지연은 허벅지에 닿는 감촉이 달라진 걸 느꼈다. 태현이 단단해지고 있었다. 늘 이맘때쯤이었다. 처음엔 둘 다 그걸 두고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태현은 부끄러워했고 지연은 그게 자기 때문인지 이것 때문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지금은 안다. 둘 다이고, 나눌 수 없다. 지연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때렸다. 그의 성기가 그녀의 허벅지에 눌려 뜨거워지는 걸 무릎 안쪽으로 느끼면서.

"다른 건."

"없어." 태현이 말했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없어" 하고 한 번 더 말했다.

이십 분이 넘으면 말이 끝난다. 그 뒤 십 분은 말이 없다. 손바닥 소리와 태현의 숨소리, 그리고 가끔 그가 참지 못하고 내는 짧은 소리만 있었다. 지연은 이 십 분이 가장 좋았다. 정산이 끝나고 남는 것. 아무것도 갚을 게 없는데 계속 맞는 시간. 태현이 무릎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시간. 회사에서 그는 팀장이었고 집안에서 장남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선 총무였다. 어디에서나 뭔가를 처리하는 사람. 이 십 분 동안만 그는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았다.

지연의 손바닥이 아팠다. 그의 엉덩이는 이제 진한 붉은색이었고 허벅지 위쪽까지 물들었다. 그가 다리를 살짝 벌리고 다시 모았다. 오른손이 쿠션 모서리를 쥐었다.

"지연아."

"응."

부르기만 한 거였다. 지연은 대답만 하고 계속했다.

삐-, 삐-, 삐-.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팔 년 동안 한 번도 타이머 소리 뒤에 손이 떨어진 적이 없었다. 지연은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처럼 지켰다. 삼십 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건 태현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지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어디까지 가고 싶어질지 모르는 자기 손을 위한 울타리.

지연은 타이머를 눌러 소리를 끄고, 손바닥을 태현의 엉덩이 위에 그냥 얹었다. 뜨거웠다. 데워진 살이 손바닥으로 열을 올려보냈다. 태현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무게가 다시 허벅지 위로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삼십 분 내내 조금씩 들려 있던 것이 내려오는 것.

"됐어."

"응."

그는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늘 이 분쯤 그대로 있었다. 지연은 로션을 꺼내 손에 덜었다. 소파 옆 서랍에 늘 있는 것, 무향, 큰 통. 그의 엉덩이에 얹으니 그가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찬 로션이 뜨거운 살에 닿는 순간을 지연은 좋아했다. 천천히 문질렀다. 손자국이 겹친 자리, 골 가까운 안쪽, 허벅지 경계. 태현의 성기는 여전히 단단하게 그녀의 허벅지에 눌려 있었고 로션 바르는 손이 움직일 때마다 그가 골반을 조금씩 밀었다.

"일어나."

그가 일어났다. 무릎에 바지가 걸린 채로 어정거리며 서서 지연을 내려다봤다. 눈이 젖어 있었다. 울지는 않았다. 이번 주는 우는 주가 아니었다. 그냥 젖어 있었다. 지연은 그의 얼굴을 봤고 그 다음엔 시선을 내렸다. 그의 것이 배 쪽으로 곧게 서 있었고 끝이 번들거렸다.

"침대."

태현이 바지를 벗어버리고 먼저 갔다. 지연은 타이머를 서랍에 넣고, 로션 뚜껑을 닫고, 거실 불을 끄고 갔다. 이 순서도 바뀐 적이 없었다.

침실에서 태현은 옆으로 누워 있었다. 등을 문 쪽으로. 붉은 엉덩이가 어두운 방에서 그 자체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지연은 옷을 벗고 그의 뒤에 누웠다. 그의 등에 젖가슴을 대고, 손을 앞으로 돌려 그의 것을 잡았다. 그가 낮게 신음했다.

"뜨거워."

"네가 뜨거워."

지연은 그를 등으로 눕혔다. 시트에 엉덩이가 닿자 그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 표정을 보며 지연은 그의 위로 올라갔다. 무릎을 그의 골반 양쪽에 짚고 앉아, 손을 뻗어 자기 사이를 만졌다. 이미 젖어 있었다. 삼십 분 내내 그의 무게를 받으며 젖어 있었다. 지연은 그의 성기를 잡아 자기 입구에 대고 그대로 앉았다.

한 번에 다 들어왔다. 팔 년 동안 몸이 서로를 외운 결과였다. 태현이 소리를 냈고 지연도 소리를 냈다. 지연은 잠시 그대로 있었다. 그가 안에 꽉 차 있는 느낌, 밑에서 그의 골반이 떨리는 느낌.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지연은 그 손을 떼어내지 않았다. 잡게 뒀다.

천천히 움직였다. 앞뒤로, 그의 것이 안에서 자기를 문지르는 각도를 찾아. 태현은 밑에서 올려 밀었고 그럴 때마다 그의 붉은 엉덩이가 시트에 쓸렸다. 그가 이를 악무는 게 보였다. 아파서, 그리고 그 아픔이 좋아서. 지연은 알았다. 그래서 더 세게 눌러 앉았다. 그의 몸이 시트에 눌리도록.

"봐."

태현이 눈을 떴다. 지연은 그의 눈을 보면서 움직였다. 자기 손을 내려 음핵을 문질렀다. 그가 그것을 보는 걸 보면서. 그의 눈이 그녀의 손과 얼굴 사이를 오갔다. 숨이 짧아지고 있었다. 지연은 자기 안이 그를 조이는 걸 느꼈다. 다리가 떨렸다. 그의 어깨를 한 손으로 짚고 나머지 한 손으로 계속 자기를 문지르며, 그가 안에서 커지는 걸 느끼며.

먼저 갔다. 늘 그랬다. 지연은 소리를 내면서 그의 위에 무너졌고 안이 몇 번 세게 그를 물었다. 태현은 참았다. 참는 게 보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이가 악물리고, 목에 힘줄이 섰다. 그는 지연이 말하기 전엔 가지 않았다. 그것도 규칙이었나, 하고 지연은 어느 날 생각했었다. 아니었다. 그건 그냥 그가 하는 것이었다.

"해."

태현이 밑에서 세 번, 네 번 올려 쳤다. 그의 엉덩이가 시트에 쓸리며 그가 아, 소리를 냈다. 그리고 안에서 그가 터졌다. 지연은 그것을 다 받았다. 뜨겁게 안을 채우는 것을, 그의 몸이 굳었다가 풀리는 것을, 그가 숨을 못 쉬다가 다시 쉬는 것을.

한참 그렇게 있었다.

지연이 내려와 그의 옆에 누웠다. 태현이 몸을 돌려 그녀의 품으로 들어왔다. 지연은 그의 뒷머리를 쥐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찾아 자기 뺨에 댔다. 손바닥이 아직 얼얼했다. 그는 그 손바닥에 뺨을 대고 눈을 감았다.

"다음 주에."

"응. 다음 주에."

지연은 그가 잠드는 걸 지켜봤다. 침대 옆 탁자에서 그의 폰이 한 번 켜졌다가 꺼졌다. 발신자 이름은 보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이었고, 정산은 끝났고, 그 주엔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