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이 아는 것
지연은 손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물리치료를 십일 년 했다. 손을 대면 안다. 어디가 굳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아픈 척하는지. 환자들은 말로 거짓말을 하지만 근육은 거짓말을 못 한다. 아프다고 말하면서 힘을 풀고 있는 어깨가 있고, 괜찮다고 말하면서 뭉쳐 있는 허리가 있다. 지연은 그 둘을 구분하는 데 돈을 받았다.
그 주 태현은 괜찮다고 말하면서 뭉쳐 있는 허리였다.
월요일에 늦게 왔다. 화요일엔 화장실 문을 닫고 전화를 했다. 수요일은 평범했다. 목요일 밤 열한 시에 그는 갑자기 부엌을 청소했다. 가스레인지 옆 기름때까지. 금요일엔 유난히 밝았다. 밝은 건 좋은 일인데 그날의 밝음은 어딘가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토요일에 장을 보러 갔을 때 그는 시아버지가 좋아하는 약과를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지연은 그것을 봤다. 그는 지연이 봤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지연은 묻지 않았다. 일요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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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 오십 분에 태현이 고무장갑을 벗었다. 물을 마셨다. 컵을 씻었다. 지연은 타이머를 삼십 분에 맞추고 소파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그가 왔다. 바지 허리춤에서 멈췄다. 그 멈춤이 오늘은 조금 길었다. 이 초쯤. 지연은 그것을 셌다. 그가 바지를 내리고 트렁크를 내리고 무릎 위로 엎드렸다. 무게가 내려앉았다. 지연은 왼손을 그의 허리에 얹었다.
거기서 알았다.
등뼈가 끝나고 골반이 시작되는 자리, 척추기립근이 붙는 곳. 거기가 딱딱했다. 일요일 저녁의 태현은 늘 거기가 부드러웠다. 설거지 삼십 분과 물 한 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그는 누워 있는데 서 있는 사람의 허리를 하고 있었다.
지연은 아무 말 하지 않고 타이머를 눌렀다.
"이번 주."
"월요일 늦은 거." 그가 말했다. "말 안 하고 늦었어."
첫 손바닥. 그가 움찔했다. 늘 첫 번째에 움찔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수요일에 후배가 실수한 거 내가 대신 사과했어. 그거 하지 말라고 했었잖아."
"했었지."
지연의 손이 리듬을 잡았다. 오른쪽, 왼쪽. 그의 살이 데워지기 시작했다. 왼손 밑의 허리는 여전히 딱딱했다.
"금요일 회식 먼저 나왔어. 팀장인데."
"먼저 나온 게 잘못이야?"
"…아니. 근데 말하려고."
지연은 때렸다. 그가 말한 것들은 전부 진짜였을 것이다. 지연이 아는 태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말하지 않았다. 그건 그에게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건 그가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처리가 끝나면 말한다. 어머니 수술 때도 그랬다. 그때 지연은 화를 냈고, 그는 약속했고, 육 년을 지켰다. 그러니 지금 그가 말하지 않는 건 아직 처리 중이라는 뜻이었다.
십 분. 십오 분. 그의 엉덩이가 붉었다. 그의 것이 허벅지에 눌려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평소와 같은 때였다. 그건 괜찮았다. 몸은 자기 일을 했다.
"다른 건."
"없어."
왼손 밑에서 근육이 조여졌다.
지연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그가 알아챌 것이다. 그가 알아채면 방어할 것이다. 지연은 그냥 때렸다. 조금 더 세게. 그의 허리 근육이 조여졌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지 않고, 다만 손바닥으로, 오른쪽 왼쪽 오른쪽, 그 딱딱함이 풀어지는지 지켜보면서.
풀어지지 않았다.
"지연아."
"응."
"지연아."
"응."
이십 분이 넘었다. 말이 끝나야 하는 때였다. 그는 말을 멈췄지만 지연의 이름을 세 번째로 불렀다. 지연은 세 번째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조금 더 낮게, 엉덩이와 허벅지 경계에 떨어뜨렸다. 거기가 가장 아픈 곳이었다. 그가 소리를 냈다. 목 안에서 나는 소리.
이십오 분. 그의 엉덩이가 진한 빨간색이었고 지연의 손바닥이 아팠다. 그의 다리가 벌어졌다가 모였다. 지연은 그의 뒷목을 봤다. 거기 잔머리가 땀에 젖어 있었다. 여름도 아닌데.
삐-, 삐-, 삐-.
손이 멈췄다. 지연은 타이머를 끄고 손바닥을 그의 엉덩이에 얹었다. 뜨거웠다. 왼손을 아직 허리에 두고 있었다. 기다렸다. 매주 이 순간에 그의 허리가 마지막으로 풀린다. 삼십 분 내내 조금 들려 있던 몸이 내려앉는다.
내려앉았다. 조금. 그 딱딱한 자리는 남았다.
"됐어."
"응."
지연은 로션을 덜었다. 뜨거운 살 위에 차가운 로션이 닿자 그가 숨을 들이켰다. 천천히 문질렀다. 오른쪽 볼기, 왼쪽 볼기, 골 가까이. 그리고 손이 왼쪽 골반 위쪽, 허리뼈 옆으로 올라갔을 때 그가 움찔했다.
거기는 때리지 않은 곳이었다.
지연은 손을 멈추고 봤다. 거실 불 아래 옅은 멍이 있었다. 오백 원짜리 동전 크기. 이삼 일 된 것.
"여기 뭐야."
"아, 그거." 그가 쿠션에 얼굴을 묻은 채로 말했다. "화요일에 병—책상 모서리에 부딪혔어."
병. 지연은 그 한 글자를 들었다. 그가 그 글자를 삼키고 다른 단어를 꺼내는 걸 들었다. 로션 바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멍 위를 조심스럽게 지나 다시 엉덩이로 내려갔다.
"조심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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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태현은 배를 깔고 누웠다. 오늘은 옆으로가 아니었다. 지연은 옷을 벗고 그의 옆에 무릎으로 섰다. 그의 붉은 엉덩이를 내려다봤다. 로션이 남아 번들거렸다. 지연은 손을 뻗어 그것을 한 번 쓸었다. 그가 시트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냈다.
"돌아누워."
그가 돌아누웠다. 그의 것이 단단하게 서서 배에 닿아 있었고 끝에서 흘러나온 것이 배꼽 옆에 고여 있었다. 지연은 그것을 봤다. 그러고 그의 얼굴 위로 올라갔다.
무릎을 그의 머리 양쪽에 짚고 앉았다. 태현이 눈을 들어 그녀를 봤다. 지연은 자기 손으로 자기를 벌렸다. 그의 눈앞에서. 젖어 있었다. 삼십 분 동안 남편이 무릎 위에서 뭉쳐 있는 걸 손바닥으로 풀려고 하다가 실패하면서, 지연은 젖어 있었다. 그게 이상한지 지연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내려앉았다. 그의 입에.
태현은 이걸 잘했다. 지연이 가르쳤고 그가 배웠다. 혀가 입구를 훑고 올라와 음핵을 찾았다. 지연은 그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세지 않게. 그냥 쥐었다. 방향을 잡아주는 정도. 그가 혀를 눌렀다. 빨았다. 지연은 골반을 그의 얼굴에 문질렀다. 그의 코가 그녀의 음핵 위를 눌렀고 그의 혀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연은 소리를 냈다.
내려다봤다. 그의 눈이 감겨 있었다. 얼굴이 그녀에게 젖어 있었다. 이 남자는 지금 아무것도 처리하고 있지 않았다. 지연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앉아 있으면서, 그의 머리를 잡고 있으면서, 그의 혀가 자기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지연은 그의 허리가 지금은 풀려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손을 뻗어 확인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입에 자기를 더 세게 눌렀다.
갔다. 그의 얼굴 위에서 다리가 떨렸고 지연은 그의 머리카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빨았다. 지연이 그만, 하고 말할 때까지.
내려와서 그의 위에 앉았다. 그의 것은 아직 서 있었다. 더 서 있었다. 지연은 그것을 잡아 자기에게 넣었다. 젖어 있어서 한 번에 들어갔다. 태현이 소리를 냈다. 그의 얼굴이 그녀로 번들거렸다.
지연은 천천히 움직였다. 방금 간 뒤라 안이 예민했다. 그가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지연은 조금씩 몸을 떨었다. 그를 봤다. 그가 그녀를 봤다. 그는 손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것 같았다. 지연은 그의 두 손을 잡아 자기 젖가슴에 얹었다. 그가 쥐었다. 지연은 더 세게 움직였다. 그의 붉은 엉덩이가 시트에 쓸리는 걸 알았다. 그가 이를 물었다.
"아파?"
"응."
"그래도?"
"응."
지연은 두 손을 그의 가슴에 짚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의 것이 안에서 그녀를 문질렀다. 다시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더 깊은 데서 온다. 지연은 그의 눈을 보면서 자기 손을 내려 자기를 만졌다. 태현이 그것을 봤다. 그의 숨이 짧아졌다. 그가 밑에서 밀어 올렸다. 지연은 앉는 힘으로 그것을 받았다.
"지연아."
"뭐."
"지연아."
"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연은 갔다. 두 번째. 그의 위에서 몸을 접으며. 안이 그를 물었다.
"해."
태현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 밑에서 세게, 세게 올렸다. 그의 엉덩이가 시트에 부딪혔다. 그가 아, 하고 소리를 냈다. 아파서 내는 소리와 좋아서 내는 소리가 같은 소리였다. 그가 안에서 터졌다. 지연은 그것을 받았다. 그가 굳었다가 풀리는 것을, 숨을 참았다가 쉬는 것을. 그 순간만은 그의 허리가 풀렸을 것이다. 지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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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옆에서 잠들었다. 지연은 잠들지 못했다.
천장을 봤다.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자는 사람의 몸은 거짓말을 안 한다. 등뼈 끝나는 자리를 찾아 손바닥을 댔다. 딱딱했다. 자는데도.
지연은 손을 떼지 않았다. 병. 책상 모서리. 약과. 일요일에 다 말해. 육 년 동안 지킨 약속. 그가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처리 중이었다. 처리가 끝나면 말할 것이다. 어머니 수술처럼.
그런데 그때 지연이 화가 났던 건 수술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가 혼자였다는 것 때문이었다.
지연은 태현의 등에 손을 얹은 채로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아침에 그가 먼저 일어났다. 부엌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아버지. 오늘 저녁에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