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더 오래
월요일 저녁 태현은 아버지 집에 갔다.
"검진 결과 좀 보고 올게. 별일 아니야."
지연은 같이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다면 말했을 것이다. 그가 말하지 않았다는 건 아직 아니라는 뜻이었다. 지연은 혼자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소파에 앉아서 그 자리, 오른쪽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걸 문득 알아챘다. 옆으로 옮겨 앉았다.
그는 열 시에 왔다. 얼굴이 피곤했고 목소리는 평소 같았다. 아버지 괜찮으시대, 하고 그가 말했다. 지연은 알았어, 하고 말했다. 그날 밤 그는 지연 쪽으로 돌아누워 잤다. 등이 아니라. 지연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태현은 일을 했다. 회사에 갔고 집에 왔고 밥을 먹었다. 조금 말이 적었다. 지연이 뭘 물으면 대답했다. 대답은 늘 완결되어 있었다. 응.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가 처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지연은 짐작만 했다. 아버지. 병원.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회사에서도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목요일에 그는 퇴근하고 나서 삼십 분 동안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지연은 베란다에서 그 차를 봤다. 시동도 안 켠 차 안에 앉아 있는 남편을. 그가 올라왔을 때 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금요일에 그는 지연에게 물었다. "일요일에 뭐 먹을까." 지연은 된장찌개, 하고 말했다. 그가 웃었다. 그 웃음은 진짜였다. 지연은 그 웃음을 붙잡고 주말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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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여섯 시 사십오 분. 고무장갑. 물. 컵.
지연은 타이머를 꺼냈다. 삼십 분에 맞췄다. 손끝이 다이얼을 돌리는 감각. 팔 년째 같은 감각. 소파 팔걸이에 올리고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태현이 왔다. 바지 허리춤에서 멈췄다. 삼 초. 지연은 셌다. 그가 바지와 트렁크를 내리고 무릎 위로 왔다. 무게. 지연은 왼손을 그의 허리에 얹었다. 딱딱했다. 지난주보다 더. 돌 같았다.
타이머를 눌렀다.
"이번 주."
"월요일에 아버지 집 갔어."
첫 손바닥.
"검진 결과 봤어. 괜찮으시대."
두 번째. 지연은 그 말을 그냥 받았다. 괜찮으시대. 그가 그렇게 말하면 지연은 그렇게 듣는다. 일요일엔 다 말해.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할 수 있는 만큼.
"수요일에 팀원한테 소리쳤어. 소리치지는 않았는데. 목소리가 컸어."
"누구."
"박 대리."
"왜."
"…몰라. 그날 그냥."
지연의 손이 리듬을 잡았다. 오른쪽, 왼쪽. 그의 살이 붉어졌다. 그가 말했다. 목요일에 차 안에 있었어, 삼십 분. 지연은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말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금요일. 토요일. 작은 것들. 그러고는 말이 끊겼다.
십 분이 안 됐는데 말이 끊겼다. 평소엔 이십 분까지 갔다. 지연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때렸다. 말이 없는 시간이 길어졌다. 손바닥 소리. 그의 숨. 왼손 밑에서 돌 같은 허리.
십오 분. 그가 단단해졌다. 늘 그 때였다. 그건 변하지 않았다. 지연은 그것을 이상하게 안심하며 느꼈다. 몸이 자기 일을 한다는 것.
이십 분. 지연은 손바닥을 더 낮게, 허벅지 경계로 내렸다. 그가 소리를 냈다. 다리가 벌어졌다. 지연은 벌어진 안쪽, 허벅지 안쪽을 때렸다. 거기는 가끔만 때리는 곳이었다. 오늘은 거기를 여러 번 때렸다. 그가 쿠션을 쥐었다.
이십오 분. 그의 엉덩이는 지연이 본 것 중 가장 진한 빨간색이었다. 허벅지 위까지. 손바닥이 얼얼했다. 지연은 다른 손으로 바꾸지 않았다. 바꾸지 않는 것도 규칙이었다. 오른손. 삼십 분. 그것이 한계였다. 한계가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허리는 여전히 돌이었다.
이십팔 분. 이십구 분. 지연은 다이얼 소리 없이도 시간을 알았다. 팔 년이었다.
삐-, 삐-, 삐-.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지연은 손을 뻗어 타이머를 끄려고 했다. 그때 태현이 말했다.
"오늘은 더 오래."
쿠션에 묻혀서 들렸다. 지연은 손을 멈췄다. 타이머가 계속 울렸다. 삐-, 삐-, 삐-. 지연은 그것을 눌러 껐다. 거실이 조용해졌다.
육 년이었다. 육 년 동안 그는 한 번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지연도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삼십 분. 그 이상은 안 해. 그 이하도. 내가 무서워서.
"얼마나."
"모르겠어."
지연은 자기 손을 봤다. 붉었다. 그의 엉덩이와 같은 색으로. 그 손이 지금 뭘 하고 싶어하는지 지연은 알았다. 그게 무서웠다. 육 년 전 그날 밤에 무서웠던 것과 같은 것. 그때는 타이머를 샀다. 지금 타이머는 꺼져 있었다.
지연은 왼손 밑의 허리를 느꼈다. 돌. 삼십 분이 지났는데도.
타이머를 집어 뒤집어 놓았다. 숫자가 보이지 않게. 소파 팔걸이 위에 흰 플라스틱의 뒷면. 건전지 뚜껑. 그것을 한 번 보고 지연은 말했다.
"그럼 내가 정해."
"…응."
"내가 멈추면 끝이야. 네가 아니라."
"응."
지연은 손을 들었다.
달랐다. 첫 번째부터 달랐다. 삼십 분 동안의 손바닥은 리듬이었다. 정산이었다. 이건 리듬이 아니었다. 지연은 천천히 때렸다. 한 번 때리고 기다렸다. 그의 살이 그것을 다 받아들일 때까지. 그리고 다시. 세게. 훨씬. 삼십 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힘으로. 소리가 달랐다. 그가 소리를 냈다. 아, 하고. 지연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그의 몸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피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움직였다. 지연은 왼손으로 그의 허리를 눌러 잡았다. 그가 가만히 있었다.
몇 번인지 세지 않았다. 시간도. 뒤집어진 타이머. 지연은 자기 손바닥의 아픔으로 시간을 잴 수 있었다. 얼얼한 것에서 뜨거운 것으로, 뜨거운 것에서 아무 감각이 없는 것으로. 그의 엉덩이는 이제 붉은 것을 넘어 어두웠다. 몇 군데는 살이 부어올랐다. 지연은 그것을 봤다. 자기 손이 한 것을. 봤고, 다시 때렸다.
그가 울기 시작했다.
십 분쯤 더 되었을 때였다. 처음엔 숨소리가 달라졌다. 그러고 어깨가 움직였다. 그러고 소리가 났다. 쿠션에 묻힌 소리. 지연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우는 것과 그만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지연은 그 차이를 알았다. 육 년 동안 몇 번 그가 울었고 그때마다 삼십 분은 끝까지 갔다. 우는 건 몸이 하는 일이었다. 지연은 그의 몸이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았다.
때렸다. 그가 울었다. 때렸다. 그가 울었다. 지연의 손바닥은 감각이 없었고 그의 엉덩이는 지연이 본 어떤 것과도 달랐다. 왼손 밑에서 그의 허리가—
풀렸다.
돌이 아니었다. 갑자기. 어느 손바닥 하나에서. 그의 몸 전체가 지연의 무릎 위로 내려앉았다. 이십 킬로그램이 더 얹힌 것 같았다. 그가 우는 소리가 달라졌다. 참으면서 우는 소리에서 그냥 우는 소리로.
지연은 손을 멈췄다.
멈추고, 손바닥을 그의 엉덩이 위에 그냥 얹었다. 뜨거웠다. 불 같았다. 그가 움찔했다. 손바닥이 닿는 것만으로. 지연은 손을 떼지 않았다.
"끝."
그가 울었다. 지연은 그의 허리에서 왼손을 떼고 그의 뒷머리에 얹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있었다. 지연은 그것을 쓸었다. 몇 번. 그가 우는 동안. 오래. 얼마인지 몰랐다. 타이머는 뒤집어져 있었다.
우는 게 끝나갈 때 지연은 로션을 덜었다. 그의 엉덩이에 얹으니 그가 소리를 질렀다. 짧게. 지연은 멈추고 다시 얹었다. 더 천천히. 그가 참았다. 지연은 아주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부어오른 곳은 피해서. 로션이 열에 녹아 흘렀다.
"일어날 수 있어?"
"…응."
그가 일어났다. 다리가 떨렸다. 바지가 무릎에 걸려 있었고 얼굴은 울어서 엉망이었고 그의 것은 그런데도 서 있었다. 지연은 그것을 봤다. 그가 그녀를 봤다. 눈이 부어 있었다.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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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그는 바로 지연을 찾았다. 그녀가 옷을 벗기 전에. 지연이 옷을 벗는 동안 그는 지연의 다리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지연은 그의 머리를 쥐고 옷을 벗었다. 누웠다. 그가 뒤로 왔다. 옆으로 누운 그녀의 등에 가슴을 대고, 무릎 뒤에 무릎을 넣고.
"안에."
지연은 다리를 들어줬다. 그가 들어왔다. 뒤에서, 천천히. 지연은 젖어 있었다. 그를 사십 분 넘게 때리면서 젖어 있었다. 그가 다 들어왔을 때 지연은 숨을 내쉬었다.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안에 있었다.
"움직여."
그가 움직였다. 천천히. 지연은 뒤에서 그의 엉덩이가 어떤 색일지 생각했다. 어두운 방에서도 그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가 뒤에서 그녀를 안고 천천히 밀어넣고 뺐다. 그의 얼굴이 그녀의 뒷목에 있었다. 아직 젖어 있었다. 눈물이 그녀의 목에 묻었다.
지연은 자기 손을 내려 자기를 만졌다. 그가 안에서 그녀를 문지르고, 그녀의 손가락이 음핵을 문지르고.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고 있었다. 세게. 그가 그녀를 놓지 않으려는 것처럼. 지연은 그 팔 위에 다른 손을 얹었다.
"괜찮아."
"…응."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내가 정해. 그러니까 괜찮아."
그가 소리를 냈다. 우는 소리인지 다른 소리인지 몰랐다. 그가 더 세게 밀어넣었다. 지연은 그것을 받았다. 그의 골반이 그녀의 엉덩이에 부딪혔고 그의 엉덩이가—그의 부어오른 엉덩이가 움직일 때마다 그가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지연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를 문질렀다.
갔다. 그의 팔 안에서, 다리가 떨리고 안이 그를 조이면서. 소리를 냈다. 그가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냈다.
"해."
그가 몇 번 더 밀어넣고 안에서 터졌다. 뜨거웠다. 그가 그녀를 꽉 안았다. 팔이 아플 정도로. 지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가 안에 있는 채로 둘은 오래 그렇게 있었다. 그가 부드러워져서 빠져나올 때까지.
그가 잠들었다. 지연의 등에 얼굴을 댄 채로. 지연은 그가 잠든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거실에 갔다. 불을 켰다. 소파 팔걸이에 타이머가 뒤집어져 있었다. 지연은 그것을 집어서 바로 놓았다. 숫자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삼십 분이 지난 뒤 얼마나 더 갔는지 지연은 몰랐다. 시계를 보지 않았다.
로션 통 옆에 손바닥이 아팠다. 지연은 자기 오른손을 봤다. 붉게 부어 있었다. 그의 엉덩이와 같은 색.
무서웠다.
육 년 전과 같은 종류의 무서움이었다. 그런데 하나가 달랐다. 그때 지연은 자기 손을 무서워했다. 지금은 자기 손이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타이머 없이. 그가 풀리는 순간에. 그것을 알아챈 자기 손을.
그가 왜 더 오래 원했는지 지연은 아직 몰랐다. 묻지 않았다. 오늘은 아니었다.
타이머를 서랍에 넣었다. 불을 끄고 방으로 갔다. 그가 잠결에 그녀를 찾아 팔을 뻗었다. 지연은 그 팔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