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긴 규칙의 값

자정에 문자를 보냈다.

얘기하고 싶어요.

답이 없었다. 세 시 사 분에 차임이 울리지 않았다. 목요일 밤이었다. 그는 두유 앞줄을 확인했다. 차가웠다. 네 시, 다섯 시. 오지 않았다.

금요일 자정에 다시 보냈다.

죄송하다는 말은 안 할게요. 그건 제가 어긴 게 아니니까요.

답이 없었다. 세 시 사 분에 차임이 울리지 않았다. 그는 창을 셌다. 하나였다. 그 하나가 그녀인지 아닌지 여전히 몰랐다. 사흘째 밤에 오지 않았던 그때와 같았다. 그때는 시험이었다. 지금은 시험이 아니었다. 그는 그 차이를 알았다. 그때 그녀는 기다렸다. 지금 그녀는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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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점심에 유진을 만났다.

사거리 국밥집이었다. 낮의 국밥집은 새벽과 달랐다. 사람이 많았고 시끄러웠고 유진은 카키색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 현수는 국밥을 시켰고 먹지 않았다.

"할 말 있죠."

유진이 먼저 말했다. 현수는 숟가락을 놨다.

"새벽에 다른 사람 있어요."

"…"

"처음부터 있었어요. 유진 씨 만나기 전부터. 그걸 말 안 하고 만났어요. 미안해요."

유진은 깍두기를 먹었다. 천천히 씹었다. 그러고 나서 말했다.

"그 세 시 손님이죠."

현수는 유진을 봤다.

"두유 사는 분. 회색 코트."

"…어떻게."

"한 번 봤어요. 제가 좀 일찍 온 날. 다섯 시 반쯤이었는데, 그분이 대로 건너편에 서 있었어요. 편의점 보고 있었어요. 안에 현수 씨 있는 거. 그 얼굴이 좀."

유진은 말을 고르지 않았다. 고를 것이 없다는 듯이.

"그런 얼굴로 누구 보는 사람 오래 못 봤거든요."

현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다섯 시 반. 그녀는 세 시에 왔다가 갔다. 그리고 다섯 시 반에 대로 건너편에 서 있었다. 그가 유리 너머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다. 열한 달 동안, 혹은 몇 주 동안, 그녀는 거기 서 있었을 수 있다.

"현수 씬 낮에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예요, 아니면 낮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그것 봐요. 그 사람 얘기할 땐 안 그러잖아요."

유진은 국밥을 다 먹었다. 그는 반을 남겼다. 계산은 유진이 했다. 그가 하려고 하자 유진이 손을 저었다.

"낮에 사는 사람 필요하면 연락해요."

그리고 코트를 입으면서 덧붙였다.

"아니, 하지 마요. 그게 맞아요."

유진은 웃었다. 눈이 없어지는 웃음이었다. 상처받지 않은 웃음도 아니었다. 그냥 다 알고 있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그는 그 웃음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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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였다. 해가 있었다. 현수는 국밥집 앞 길에 서서 휴대폰을 꺼냈다.

셋째 규칙. 연락은 자정에서 여섯 시 사이에만.

그는 그것을 알았다. 그가 쓴 손으로 서명한 종이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썼다.

지금 얘기하고 싶어요. 낮이지만.

전송했다. 규칙을 어겼다. 처음이었다. 어기는 순간에 그는 이상하게 침착했다. 이것은 무너지는 것이 아니었다.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가 이 여자의 규칙을 어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그가 지키는 것이 지키는 것이 된다.

답은 없었다. 해가 졌다. 그는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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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세 시 사 분에 차임이 두 번 울렸다.

회색 코트. 냉장고. 두유. 성분표. 계산대. 동전.

"천사백 원입니다."

"영수증 드릴까요."

"네."

그녀는 영수증을 받았다. 반으로 접었다. 그리고 접은 채로 계산대 위에 손을 얹었다. 그의 얼굴을 봤다. 둘째 규칙이 있는 자리에서. 그녀가 그것을 어기고 있었다.

"규칙 어겼어."

편의점에서 그녀가 그에게 한 첫 문장이었다. 네, 와 펜 좀 빌려주세요, 와 이건 현수 씨 거, 를 빼면.

"네."

"목요일에."

그녀는 두유를 들고 나갔다. 차임이 두 번 울렸다. 유리 너머로 그녀가 대로를 건넜다. 그는 유리 너머를 봤다.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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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여섯 시 십 분.

문이 열렸고 지혜는 그를 거실로 부르지 않았다. 식탁으로 불렀다. 주방 등이 켜져 있었고 식탁 위에 검은 노트가 있었다. 규칙을 쓰는 자리. 그는 코트를 입은 채로 앉았다. 지혜는 맞은편에 앉았다.

"먼저 말할게. 여기서 잠든 건 벌 아니야. 그건 내가 널 너무 오래 세운 거야. 네가 그 주에 얼마나 잤는지 물었어야 했어. 내 잘못이야."

"…"

"낮에 문자한 건 규칙이었고 넌 알았어. 알고 어겼어."

"네."

"왜."

첫 번째 규칙.

"지혜 씨가 숨었으니까요."

지혜는 그 말을 받았다. 얼굴이 조금 움직였다. 아주 조금.

"그래. 숨었어."

그녀는 노트를 손으로 덮었다.

"벌 받을래, 오늘은 얘기만 할래. 둘 다 돼. 둘 다 규칙 안이야."

"벌."

"확실해."

"네."

"그럼 그것도 규칙이야. 열 번. 손으로. 세는 건 네가. 노랑이면 멈춰. 빨강이면 끝."

"네."

"씻어."

그는 씻었다.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지혜는 소파 옆에 서 있었다. 소파 팔걸이를 가리켰다.

"엎드려. 여기. 배를 대고."

수건이 떨어졌다. 그는 소파 팔걸이에 배를 대고 엎드렸다. 발은 러그에, 손은 소파 쿠션에. 엉덩이가 그녀 쪽으로 올라갔다. 그는 이 자세를 상상한 적이 있었다. 상상보다 훨씬 더 드러난 자세였다. 그는 소파 천에 얼굴을 댔다.

지혜의 손이 등에 얹혔다. 어깨뼈 사이에. 잠깐 거기 있었다.

"숨."

그는 숨을 쉬었다.

손이 떠났다. 그리고 왔다.

소리가 먼저였다. 살과 살이 만나는 소리. 그다음 열이었다. 왼쪽 엉덩이에. 그는 소리를 냈다. 준비했던 것보다 컸다.

"세."

"…하나."

두 번째는 오른쪽이었다. 같은 세기. 지혜의 손은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 치고, 기다리고, 그가 세고, 기다리고. 그 사이가 치는 것보다 길었다.

"둘."

"셋."

네 번째에 그는 알았다. 이것은 아픈 것이 아니었다. 아픈 것이었지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열이 살에서 안으로 들어왔다. 안에서 무언가가 풀렸다. 사흘 동안, 아니 그 전부터 그가 쥐고 있던 것. 그녀가 숨었을 때 그가 쥐었던 것.

"넷."

"다섯."

"여섯."

손이 멈췄다. 등에 손바닥이 얹혔다.

"노랑?"

"…초록."

"목소리가."

"초록이에요."

"그래."

일곱 번째가 왔다. 여덟. 그의 성기가 소파 팔걸이에 눌려 있었다. 그것이 서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자기 몸이 이것을 원한다는 것을. 부끄러운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이 여덟 번째였다.

"아홉."

열 번째는 다른 곳이었다.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 가장 아픈 곳. 그는 소리를 냈고 세지 못했다.

"세."

"…열."

끝났다.

지혜의 손이 등에 얹혔다. 그대로 있었다. 그의 숨이 몇 번 오갔다. 엉덩이가 뜨거웠다. 그 열이 식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등을 타고 내려와 그 열 위에 얹혔다. 손바닥 전체로. 차가운 손. 그는 그 차가움이 열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그 열 번보다 더 컸다.

"일어나."

그는 일어났다. 다리가 떨렸다. 지혜는 소파에 앉아 자기 옆을 가리켰다. 그는 앉았다. 앉는 것이 아팠다. 그녀는 그것을 봤다.

"이리."

지혜가 그를 당겼다. 그의 등이 그녀의 가슴에 닿았다. 그녀는 뒤에서 그를 안았다. 두 팔로. 그런 적이 없었다. 그녀의 셔츠가 그의 맨 등에 있었다. 턱이 그의 어깨에 얹혔다.

"이건 벌 아니야."

그녀의 손이 내려갔다. 그의 성기를 잡았다. 서 있었다. 열 번 동안 서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천천히 만졌다. 뒤에서 안은 채로. 그의 귀 옆에서 숨을 쉬면서.

"결혼했었어."

손은 계속 움직였다. 느리게.

"그 사람은 내가 낮에 있길 원했어. 나는 못 했어."

"…"

"그게 다야. 그 얘기는."

세 문장이었다. 그녀는 더 하지 않았다. 손이 조금 빨라졌다. 그의 몸이 그녀의 팔 안에서 굳었다. 그는 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그녀의 허벅지에 뒀다. 그녀가 그것을 놔뒀다.

"낮에 있어달라고 안 할게요."

지혜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런 말 하지 마."

"…"

"그것도 약속이야. 못 지킬 거야."

그녀는 다시 움직였다. 그는 그 말을 들었다. 못 지킬 거야.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그가 낮을 원하게 될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 여섯 번 규칙에 다른 사람을 넣은 것처럼. 그녀는 그것을 미리 말하고 있었다. 그가 언젠가 그 약속을 어기게 될 때 그것이 그의 잘못이 아니도록.

"지금."

그는 왔다. 그녀의 팔 안에서. 그녀의 손 안에서. 정액이 그의 배와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 그녀는 손을 떼지 않았다. 끝까지. 그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숨을 쉴 때까지.

그녀는 티슈로 손을 닦았다. 그의 배도. 그리고 그를 놓지 않았다. 잠깐 더. 뒤에서 안은 채로. 그의 엉덩이가 그녀의 허벅지 위에서 아직 뜨거웠다. 그녀는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내일 앉을 때 아플 거야."

"네."

"그게 여섯 번 규칙이야."

일곱 시 이십 분에 그는 옷을 입었다. 청바지가 닿는 것이 아팠다. 현관에서 목덜미에 손이 왔다. 삼 초. 손톱은 없었다. 오늘은 다른 데 남겼으니까.

"다음 목요일."

"네."

밖은 밝아지고 있었다. 그는 대로를 건넜다. 걷는 것이 아팠다. 아픈 것이 그를 그녀에게 묶어놓고 있었다. 하루 동안. 그는 그것이 좋았다.

편의점 앞을 지날 때 안에 유진이 없었다. 사장이 있었다. 유진은 지난 월요일에 그만뒀다고 사장이 말했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고. 현수는 유리 너머를 봤다. 그리고 지났다.

집에 가서 그는 엎드려 누웠다. 커튼을 치지 않았다. 아홉 시에 잠들었다. 자면서도 아팠다. 그것이 그가 지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