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점심시간

지혜의 하루는 새벽 한 시에 시작된다.

로스앤젤레스는 서울보다 열일곱 시간 늦다. 서울의 새벽 한 시가 그곳의 전날 오전 여덟 시다. 그녀가 일하는 회사는 그곳에 있고, 그녀가 옮기는 문서는 그곳의 오전 여덟 시부터 오후 네 시 사이에 들어온다. 임상시험 보고서, 부작용 목록, 동의서. 그녀는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다. '경미한 두통'과 '중등도의 오심' 같은 말들을. 사람의 몸에 일어난 일을 아무도 다치지 않는 문장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녀는 그 일을 십 년 했고 잘한다.

새벽 세 시가 점심시간이다.

그녀는 세 시에 헤드폰을 벗고 코트를 입고 대로를 건넌다. 편의점에서 두유를 산다. 그것이 사 년째 그녀의 유일한 외출이다. 아홉 시에 일이 끝나면 커튼을 치고 잔다. 오후 네 시에 일어나 장을 보거나 운동을 한다. 해가 지면 다시 앉는다. 세상이 자는 동안 그녀는 깨어 있고 세상이 깨어 있는 동안 그녀는 잔다. 그렇게 살면 아무도 그녀에게 무엇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기 전에는 다른 삶이 있었다.

도윤은 그녀가 낮에 있기를 원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밤에 일하는 여자가 신기하다고 했다. 결혼하고 삼 년쯤 되자 그는 주말에 자기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그녀가 접시 옆에 고개를 떨구고 잠드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됐다. 그녀는 노력했다. 낮에 깨어 있으려고 약을 먹었고 일을 줄였다. 그래도 몸은 밤에 살았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너는 밤에만 사람 같아. 그 문장을 그녀는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부작용 목록처럼.

이혼하고 이 집을 지켰다. 그녀가 산 집이었다. 도윤이 나간 뒤로 식탁 의자 하나만 바닥에 자국이 났다.

커뮤니티는 그 뒤에 찾았다. 어떤 밤에 그녀는 자기 안에 있는 것에 이름이 있는지 알고 싶었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둘 만났다. 마흔셋의 남자와 일 년, 서른넷의 남자와 여덟 달. 둘 다 밤에 왔고 해 뜨기 전에 갔다. 둘 다 좋은 사람이었다. 둘 다 어느 순간 아침을 함께 먹자고 했고, 주말에 어디를 가자고 했고, 부모를 만나보자고 했다. 그녀는 일곱 번 규칙을 지켰다. 말하고 그만두었다. 사라지지 않았다. 둘 다 그녀를 이해한다고 말했고 둘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것을 원망하지 않았다. 낮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그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녀가 배운 것은 이것이었다. 해 뜨기 전에 끝내면 아무도 실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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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생을 처음 본 것은 십이월이었다. 지난해 십이월.

그때는 그냥 알바생이었다. 명찰에 김현수라고 적혀 있었고 나이가 어렸고 말이 없었다. 영수증 드릴까요, 네. 그게 전부였다. 그녀는 영수증을 받는 사람이다. 종이에 적힌 것을 믿는 사람이다. 그가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지 아닌지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처음 이상하게 여긴 것은 두유였다.

편의점 냉장고는 먼저 들어온 것을 앞에 둔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부터 팔아야 하니까. 그런데 그녀가 꺼내는 앞줄 두유는 언제나 유통기한이 가장 길었다. 그리고 가장 차가웠다. 뒷줄 것을 꺼내본 적이 있다. 뒷줄 것이 앞줄 것보다 기한이 짧았다. 거꾸로였다. 매장 규칙과 반대였다. 누가 일부러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삼 주 동안 확인했다. 매일 유통기한을 봤다. 그가 성분표를 읽는다고 생각하는 그 시간에 그녀는 날짜를 보고 있었다. 매일 앞줄이 가장 길었다. 매일 가장 차가웠다.

그리고 그를 봤다.

그는 그녀를 보지 않았다. 정확히는, 새벽 손님들이 여자를 보는 방식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봤다. 동전을 놓는 손, 영수증을 받는 손, 두유를 감아 잡는 손. 그리고 그녀가 나갈 때 유리 너머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유리에 비치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열한 달이었다. 그는 매일 거기 있었다. 같은 자리에, 같은 시간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두유를 앞으로 꺼내놓고. 그녀에게 무언가를 매일 해주면서 그것을 해준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만난 남자들은 무언가를 해주면 그것을 말했고, 말한 뒤에는 무언가를 원했다.

영수증 뒷면에 문장을 쓴 것은 세 번째였다. 앞의 두 번은 집에 가서 버렸다. 세 번째는 그 앞에서 썼다. 집에 가서 버릴 수 없도록.

그가 사흘 걸릴 것을 그녀는 알았다. 이틀이면 너무 빨랐고 나흘이면 오지 않을 것이었다. 사흘째 밤에 그녀는 가지 않았다. 그가 알아야 했다. 그녀가 없는 세 시가 어떤 것인지. 그것을 아는 사람만이 규칙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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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다른 사람과 키스했다고 말한 목요일에 그녀는 좋아, 라고 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진심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것을 그가 나간 뒤 현관에 등을 대고 서서 알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진심일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부작용 목록에서 배웠다. 어떤 약은 졸음과 불면을 동시에 일으킨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자기를 만졌다. 그것은 계획이었다. 그가 다른 사람 얘기를 하는 동안 그녀가 거기 앉아 있는 것, 그가 보기만 하는 것, 그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는 것. 계획대로 됐다. 그가 엄지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왔다. 그것은 계획이 아니었다.

이번 주 목요일에 그녀는 결정하지 않은 채로 문을 열었다.

그는 씻고 나왔고 수건을 내렸고 무릎을 꿇었다. 삼 주 만에 그의 몸은 그 순서를 알고 있었다. 어깨가 내려가는 것이 빨라졌다. 숨이 고르게 되는 것이 빨라졌다. 그녀는 그 앞에 서서 그의 어깨를 봤다. 지난주에 남긴 선이 옅어져 있었다.

그때 결정했다.

"누워. 등으로."

그는 러그에 누웠다. 그녀는 그의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손목을 겹치게 했다. 묶지 않았다.

"거기서 움직이지 마. 내가 묶은 거야. 안 묶었지만."

"네."

그녀는 옷을 벗었다. 셔츠를, 바지를, 속옷을. 그의 앞에서 처음이었다. 그는 봤다. 그녀는 자기 몸을 알았다. 서른여덟의 몸. 가슴은 작고 배에는 선이 있고 허벅지는 앉아서 일하는 사람의 허벅지다. 그는 그것을 봤고 그의 성기가 배 위에서 뛰었다. 그녀는 그것을 봤다.

사이드테이블에서 콘돔을 꺼냈다. 그의 위에 앉아 그것을 씌웠다. 손으로. 서두르지 않고. 그는 머리 위에 손을 둔 채 그것을 보고 있었다.

"얼굴 보지 마. 천장 봐."

그는 천장을 봤다.

그녀는 그의 위에 앉았다. 손으로 그를 잡고 자기 아래로 가져갔다. 그리고 내렸다.

오래 비어 있던 곳이었다. 여덟 달 남자가 떠난 뒤로 일 년 반. 몸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동시에 잊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는 동안 그녀는 숨을 멈췄다. 끝까지 내려앉았을 때 그의 몸이 아래에서 크게 떨렸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은 머리 위에 있었다. 천장을 보고 있었다. 이를 물고 있었다. 그녀는 그 턱을 봤다.

"움직이지 마. 내가 해."

"…네."

그녀는 움직였다. 처음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앞뒤로, 그를 안에 둔 채로. 그의 배에 손을 얹었다. 배가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손 아래에서 오르내렸다. 그녀는 자기 안에서 그가 어떤 모양인지 느꼈다. 그것을 조였다. 그가 소리를 냈다.

그녀는 속도를 올렸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자기가 원하는 각도로. 십 년 넘게 자기 몸으로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온 사람의 방식이었다. 그는 그 아래에서 그것을 받았다. 그의 손이 머리 위에서 주먹이 됐다. 움직이지 않았다. 천장을 봤다. 그녀는 그것이 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요구했다.

"가까워지면 말해."

"…가까워요."

"참아."

"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참는 것을 보면서, 그 턱을, 그 주먹을, 배 위의 땀을 보면서, 자기를 위해 움직였다. 그가 참고 있는 것이 그녀를 가깝게 했다. 그녀는 자기 손을 클리토리스에 가져갔다. 그의 위에서. 그가 천장을 보는 동안.

왔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몸이 그의 위에서 접혔고 손이 그의 가슴을 눌렀고 안에서 그를 조이는 것을 그녀는 느꼈고 그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소리를 냈다. 참는 소리. 그녀는 그 위에서 그것이 지나가도록 놔뒀다. 자기 안의 것이 다 지나가도록.

그러고 나서 그녀는 몸을 숙였다. 그의 얼굴 위로. 그는 아직 천장을 보고 있었다. 눈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그 얼굴을 봤다.

"봐."

그는 봤다. 그녀를.

"지금."

그녀는 다시 움직였다. 두 번, 세 번. 그가 왔다. 그녀의 안에서, 콘돔 안에서, 몸이 위로 솟았고 손이 머리 위에서 풀려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놔뒀다. 그것만. 그가 자기 허리를 잡는 것. 그의 손은 뜨거웠다. 그녀의 손이 열한 달 동안 차가웠던 만큼.

끝났을 때 그녀는 그의 위에 잠깐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 내려와 러그에 누웠다. 그의 옆에. 어깨가 닿았다.

그녀는 다른 두 사람과 이렇게 한 적이 없었다. 끝나면 일어났다. 커피를 내렸다. 옷을 입혔다. 옆에 눕지 않았다. 그것은 규칙이 아니었다. 규칙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자기가 러그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고, 알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옷 입어."

그는 옷을 입었다. 그녀는 셔츠만 입고 현관까지 갔다. 목덜미에 손을 얹었다. 삼 초. 이번에는 손톱을 쓰지 않았다.

"다음 주도 목요일."

"네."

문이 닫혔다.

그녀는 문에 등을 대고 섰다. 아홉 시 마감인 문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부작용 목록. 그녀는 책상에 앉아 헤드폰을 썼다. 창밖이 밝아지고 있었다. 커튼을 쳤다. 첫 문장을 옮겼다. '경미한 어지러움.' 그녀는 그 문장을 세 번 고쳤다. 손이 아직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