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의 침대

십이월이 되자 하루가 모자랐다.

수요일 낮에는 유진을 만났다. 두 번 더 만났고 두 번 더 입을 맞췄고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유진의 고시원은 사람을 들일 수 없는 곳이었고 현수의 원룸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가 말을 돌렸다. 유진은 그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눈치챘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점심을 먹자고 했고 카페에 가자고 했다. 낮에. 진짜 낮에. 현수는 갔다. 그 시간에 잠을 잤어야 했다.

토요일에는 청주에 내려갔다. 김장은 지난주에 끝났지만 엄마는 김치를 가져가라고 했다. 고속버스에서 두 시간을 잤고 집에서 밥을 먹었고 엄마는 얼굴이 왜 그러냐고 했다. 그는 야간이라 그렇다고 했다. 엄마는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묻지 않았다. 그게 더 힘들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두 시간을 잤다. 김치통을 원룸 냉장고에 넣고 그날 밤 출근했다.

사장이 월요일 야간을 한 번 더 부탁했다. 원래 쉬는 사람이 아파서. 현수는 알았다고 했다. 시급 때문이 아니었다. 거절하는 법을 몰라서였다.

그래서 그 주에 그는 하루 세 시간을 잤다. 네 시간을 자면 좋은 날이었다.

목요일 세 시 사 분에 차임이 울렸고 지혜가 두유를 샀다. 현수는 영수증을 건넸다. 지혜는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둘째 규칙. 그런데 영수증을 받는 손이 반 박자 늦었다. 그는 그것을 봤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봤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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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 십 분에 벨을 눌렀다.

씻었다. 뜨거운 물이 등에 닿을 때 다리가 조금 풀렸다. 그는 벽에 손을 댔다.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지혜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헤드폰을 쓰고 있었다. 모니터에 영어가 있었다.

"무릎. 거기. 기다려."

러그였다. 그는 수건을 내리고 무릎을 꿇었다. 지혜는 돌아서지 않았다. 헤드폰을 쓴 채로 자판을 쳤다. 이것은 지난 몇 주 동안 그녀가 조금씩 늘려온 것이었다. 기다리는 것. 처음에는 십 분이었고 그다음에는 십오 분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거실에서 무릎을 꿇고 자기 몸을 듣는 것. 그는 그것을 좋아하게 됐다. 그 시간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됐다.

자판 소리가 났다. 규칙적이었다. 주방 등의 빛이 천장 한쪽에 있었다.

그는 자기 숨을 들었다. 무릎이 러그를 누르는 것. 어깨가 내려가는 것. 몸이 서고 있었다. 몸은 순서를 알았다. 그러나 그 아래에 다른 것이 있었다. 이번 주의 세 시간. 고속버스. 유진의 카페. 사장의 부탁. 그것들이 무릎 아래에서 그를 당겼다.

자판 소리가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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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났을 때 빛이 있었다.

주방 등이 아니었다. 흰 빛이었다. 커튼이 있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벽에 줄을 그렸다. 그는 누워 있었다. 이불 아래였다. 침대였다. 그가 한 번도 들어온 적 없는 방이었다.

시계가 보였다. 오후 두 시 십사 분.

그는 이불 아래에서 자기가 알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기가 지혜의 침대라는 것을. 그리고 낮이라는 것을.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무거웠다. 여덟 시간을 잤다. 그가 몇 달 동안 자본 것 중 가장 길었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거실에서 자판 소리가 났다.

그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으로 갔다. 문틀에 손을 댔다.

거실은 밝았다. 커튼이 반쯤 열려 있었다. 십이월 오후의 빛이 소파와 러그와 식탁 위에 있었다. 그가 무릎을 꿇었던 자리. 지혜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등을 보이고. 헤드폰을 쓰고. 검은 스웨터. 묶은 머리. 빛 속에서 그 머리에 흰 것이 두어 가닥 있었다. 그는 그것을 처음 봤다.

소파에 담요가 있었다. 접히지 않은 채로. 소파 앞 사이드테이블에 커피 컵이 있었다. 반쯤 남은 것. 식은 것이라는 걸 그는 색으로 알았다.

그녀는 자지 않았다.

그녀는 열 시에 자는 사람이다. 지금 두 시였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담요를 덮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가 자기 침대에서 자는 동안 깨어 있었다. 낮에.

지혜가 돌아봤다. 그가 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돌아봤다. 헤드폰을 벗었다.

얼굴이 닫혀 있었다. 그는 그 얼굴을 몰랐다. 세 시의 얼굴도 아니었고 여섯 시의 얼굴도 아니었다. 무언가를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은 얼굴이었다.

"일어났어."

"…죄송해요."

"괜찮아."

괜찮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알았다.

"옷 저기."

식탁 의자에 그의 옷이 개어져 있었다. 청바지, 니트, 코트. 그가 욕실에 두고 온 것을 그녀가 가져다 개어놓은 것이었다. 그는 알몸으로 거실을 건너 옷을 입었다. 빛 속에서. 그녀가 보는 앞에서. 부끄러운 것은 몸이 아니었다.

"지혜 씨."

"가."

"…"

"가서 자. 아니, 잤지. 그냥 가. 다음 주에 얘기해."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화였다면 그는 알았을 것이다. 이건 다른 것이었다. 그는 나중에, 대로를 건너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무서워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현관에서 그는 신발을 신었다. 뒤에 그녀가 서지 않았다. 목덜미에 손이 오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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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 반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햇빛이 가득했다. 유치원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렸다. 택배 기사가 카트를 밀었다. 놀이터에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소리를 냈다. 낮의 소리였다. 그는 그 소리들 사이로 걸었다. 니트 안에서 몸이 아직 그녀의 침대 냄새를 갖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잠들었다. 그녀가 자판을 치는 동안. 그녀가 돌아서서 그것을 봤을 것이다. 러그 위에 앞으로 무너진 알몸의 남자를. 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았다. 옮겼다. 자기 침대로.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다.

그는 그 장면을 상상했다. 어두운 거실에서 서른여덟의 여자가 스물여섯의 남자를 반쯤 들고 반쯤 끌어 침실로 옮기는 것. 무거웠을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했다. 그리고 커튼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열었다. 반쯤. 자기 집에서, 자기가 자야 할 시간에, 깨어 있으면서.

그녀는 낮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을 규칙으로 알았다. 셋째 규칙. 낮에는 연락하지 않는다. 규칙은 밝을 때 쓰고 나머지는 밝을 때 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규칙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알았다. 그것은 규칙이 아니었다. 그 여자의 벽이었다. 규칙은 벽에 걸린 안내문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그 벽 안에서 여덟 시간을 잤다. 그녀가 옮겨서. 그녀가 지켜보면서.

죄송하다는 말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그는 알았다. 그가 어긴 것이 아니었다. 그가 무너졌고 그녀가 받았다. 받은 쪽이 지금 문 뒤에서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가 어길 수 없는 것을 그녀가 스스로 어긴 것이었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무섭게 했다.

대로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었다. 안에 사장이 있었다. 낮의 편의점. 그는 그 앞을 지나쳤다.

집에 가서 그는 커튼을 치지 않았다. 창가에 앉았다. 오후 세 시의 빛이 원룸 바닥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봤다. 자기 방에 이 시간의 빛이 있다는 것을 이 년 동안 몰랐다.

휴대폰을 봤다. 오후 세 시 십 분. 자정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그는 그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 열한 달을 기다린 사람이었다.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