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는 척
그 주의 세 시는 길었다.
금요일 세 시 사 분에 차임이 두 번 울렸다. 회색 코트. 냉장고. 두유. 성분표. 현수는 계산대 뒤에 서 있었고 청바지 안에서 성기가 서 있었다. 그 여자가 문을 열기 전부터 그랬다. 차임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계산대 아래로 손을 내리지 않았다. 손은 계산대 위에 있어야 했다. 지혜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었지만 그는 알았다.
"천사백 원입니다."
동전이 놓였다. 지혜는 그의 손을 보지 않았다. 그의 얼굴도 보지 않았다. 두유를 봤다. 둘째 규칙. 여기서는 손님과 알바생.
"영수증 드릴까요."
"네."
그는 영수증을 건넸다. 손끝이 닿지 않았다. 지혜는 영수증을 반으로 접어 코트 주머니에 넣고 두유 팩의 몸통을 감아 잡고 나갔다. 차임. 유리 너머 회색 코트가 대로를 건넜다.
현수는 숨을 내쉬었다. 계산대 모서리를 잡았다.
토요일도 같았다. 일요일도. 월요일 새벽에 그는 영수증을 건네다가 지혜가 그것을 받아 접지 않고 뒤집는 것을 봤다. 지혜는 계산대의 끈 달린 볼펜을 집었다. 뒷면에 무언가를 썼다. 다시 접어서 그의 앞에 놓았다. 그리고 두유를 들고 나갔다. 두 마디였다.
잘하고 있어.
그는 그것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그날 밤 대리기사가 캔커피를 사고 취객이 담배를 사고 물류 아저씨가 상자를 내려놓는 동안 그 두 마디가 주머니 안에서 뜨거웠다. 그는 지금까지 어른이 되고 나서 누구한테서도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알게 되니 좀 곤란했다.
화요일에는 영수증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그것도 지시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는 날도 있다.
만지지 않았다. 여섯 시에 집에 가서 커튼을 치고 누웠고 손을 베개 밑에 넣었다. 잠들기까지 오래 걸렸다. 잠에서 깨면 몸이 먼저 깨어 있었다. 그는 일어나 찬물로 씻었다. 오후 다섯 시에 창문을 열면 해가 지고 있었고, 그 붉은 것이 원룸 벽에 닿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기 몸이 도시 전체를 다르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버스 소리가 컸다. 편의점 형광등이 밝았다. 컵라면 국물 냄새가 짙었다. 참는 몸은 모든 것을 크게 받는다. 그는 그것을 이번 주에 배웠다.
수요일 새벽에는 거의 미칠 것 같았다. 정확히는 새벽 네 시였다. 손님이 없었고 창은 두 개였고 그는 계산대에 두 손을 얹고 서서 오 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랑이라고 문자할 수 있었다. 자정이 지났으니까. 하지 않았다. 노랑은 아니었다. 노랑은 잠깐 멈추고 얘기하자는 뜻이고 그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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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다섯 시 오십 분에 아침 교대가 왔다.
"안녕하세요."
"네."
유진이었다. 이 주 전부터 사장 대신 아침 근무를 하는 사람. 스물다섯이라고 했던가 여섯이라고 했던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첫날에 말했다. 현수는 그 말을 들었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유진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유진은 그런 것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현수 씨."
"네."
"퇴근하고 국밥 먹으러 갈래요?"
현수는 앞치마 끈을 풀다가 멈췄다.
"저기 사거리에 있는 데. 여섯 시에 열어요. 혼자 먹기 싫어서."
"…오늘은 좀."
"그럼 다음에."
유진은 웃었다. 상처받은 웃음이 아니었다. 그냥 다음에, 라는 웃음이었다. 현수는 그것이 고마웠고 동시에 자기가 지금 이 여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머리는 이미 대로 건너편에 있었다.
"다음에요."
여섯 시 십 분에 벨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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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어두운 거실에 서 있었다. 지난주와 같았다. 주방 등 하나. 셔츠. 맨발. 그리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회색이었다. 코트와 같은 회색. 스카프였다. 실크.
"씻어."
그는 씻었다. 수건만 두르고 나왔다. 수건을 내리라는 말이 있었고 수건은 내려졌다. 무릎이라는 말이 있었고 무릎은 러그에 닿았다.
"손 앞으로. 손목 모아."
그는 두 손목을 앞으로 모았다. 지혜가 스카프를 감았다. 실크는 차가웠다가 금방 따뜻해졌다. 두 번 감고, 사이로 넣어 한 번 묶고, 다시 묶었다. 꽉 조이지 않았다. 손목을 돌리면 돌아갔다. 그러나 풀 수는 없었다. 지혜는 묶은 자리에 손가락 하나를 넣어 확인했다.
"저려?"
"아니요."
"저리면 노랑."
"네."
"오늘은 기다리는 거 배울 거야. 다른 거."
지혜는 일어나서 주방으로 갔다. 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 묶인 손을 허벅지 위에 두고 어두운 거실 한가운데에 남았다. 주방에서 기계 소리가 났다. 커피였다. 물이 끓고, 원두가 갈리고, 컵이 놓이는 소리. 시간이 지났다. 지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소리를 들었다. 그다음에는 자기 숨을 들었다. 그다음에는 자기 몸을 들었다. 무릎이 러그를 누르는 감각, 손목 안쪽에 실크가 닿는 감각, 그리고 허벅지 사이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데 벌써 무겁게 서 있는 것. 일주일이었다. 몸은 그 일주일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움직이지 않았다.
십 분쯤이었을 것이다. 지혜가 돌아왔다. 컵을 들고 있었다. 소파에 앉았다. 그의 바로 앞에.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사이드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잘했어."
그 두 마디가 또 왔다. 이번에는 종이가 아니라 목소리로.
지혜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두 손이 그의 허벅지에 얹혔다. 그리고 얼굴이 내려왔다.
현수는 자기 성기가 그녀의 입 안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 어두웠지만 봤다. 젖고 뜨겁고, 지금까지 그 손이 차가웠던 것과는 다른 온도였다. 그의 입에서 소리가 났다. 묶인 손이 저절로 올라가려 했다. 어디에 두려는 것인지 자기도 몰랐다. 지혜의 손이 그것을 눌러 내렸다. 허벅지 위로. 거기.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다. 입술이 귀두를 감싸고 혀가 그 아래를 눌렀다. 깊이 넣었다가 천천히 빼면서 빨았다. 현수는 자기가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지혜는 한 손으로 뿌리를 잡았다. 지난주에 멈췄던 그 손이었다. 다른 손은 그의 허벅지 안쪽을 눌렀다. 다리를 더 벌리라는 뜻이었다. 그는 벌렸다.
"가까워요."
입이 떠났다. 손만 남았다. 뿌리를 쥔 채.
"아직."
"…네."
지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가 보는 앞에서. 그의 성기는 그녀의 손 안에서 뛰었다. 그녀는 컵을 내려놓고 다시 몸을 숙였다.
두 번째는 더 깊었다. 그녀는 목까지 받았다. 현수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고 묶인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았다. 그는 그것을 치우려 했는데 지혜가 놔뒀다. 그것만 놔뒀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얹혀 있는 것. 그는 실크가 감긴 손목으로 그 어깨를 느꼈다. 셔츠 아래 뼈. 작았다.
"가까워요."
"아직."
세 번째. 이번에는 지혜가 얼굴을 들지 않았다. 그의 눈을 봤다. 입에 그를 문 채로 눈을 올렸다. 현수는 그 눈을 봤고, 그것이 지시라는 것을 알았다. 보라는 것. 지금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라는 것.
그는 봤다.
"이제."
지혜가 입을 떼고 말했다. 한 마디. 그리고 다시 넣었다.
"지금."
그는 왔다. 일주일이 한 번에 왔다. 몸이 접혔다.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고 그는 그 힘을 놓을 수 없었다. 지혜는 받았다. 전부. 입을 떼지 않았다. 그가 끝날 때까지, 그 뒤로 조금 더, 마지막 떨림이 지나갈 때까지.
그러고 나서 입을 뗐다. 삼켰다. 엄지로 입가를 한 번 닦았다. 그를 봤다.
"일주일 참은 값."
현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숨을 쉬는 것만 했다. 지혜는 스카프를 풀었다. 손목에 자국이 남아 있었다. 붉은 선이 두 줄. 그녀는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한 번 쓸었다.
"누워. 여기."
지혜는 소파에 앉은 채 자기 허벅지를 가리켰다. 그는 러그에 누워 머리를 그녀의 허벅지에 얹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지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그의 가슴에 얹었다. 심장 위에.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심장 빨라."
"네."
"내려올 때까지 있어."
그는 있었다. 어두운 천장을 봤다. 주방 등의 빛이 천장 한쪽에 닿아 있었다. 지혜의 허벅지는 따뜻했다. 셔츠 아래 배가 숨을 쉴 때마다 그의 머리 옆에서 움직였다. 그는 이 여자가 매일 세 시에 냉장고를 열던 것을 생각했다. 그 여자가 지금 자기 정액을 삼키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두 가지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아직 믿기지 않았다. 그 두 가지 사이에 자기가 누워 있었다.
"낮에 뭐 해."
"…자요."
"그것만?"
"네."
지혜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지 마. 낮에도 살아."
"네."
"그건 지시야."
그는 그 말을 들었다. 지시. 낮에도 살아라. 그는 그것을 어떻게 따르는지 몰랐다. 그러나 이 여자는 그가 모르는 것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일곱 시가 조금 지나 그는 옷을 입었다. 현관에서 목덜미에 손이 닿았다. 삼 초.
"다음 목요일."
"네."
밖으로 나오자 하늘이 벌써 회색이었다. 손목의 붉은 선이 코트 소매 안에 있었다. 그는 대로를 건너면서 소매를 걷어 그것을 한 번 봤다. 여섯 번 규칙. 그녀가 남긴 것. 다시 소매를 내렸다.
편의점 앞을 지날 때 안에 유진이 있었다.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그를 봤다. 손을 조금 들었다. 현수는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다음에.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낮에도 살아. 그 여자는 그렇게 말했다.
집에 가서 그는 커튼을 치지 않고 누웠다. 방이 밝았다. 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