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기 전에
여섯 시 십 분에 벨을 눌렀다.
십일월 중순의 여섯 시 십 분은 아직 밤이었다. 해는 일곱 시 이십 분에 뜬다. 현수는 그것을 확인했다. 대로를 건너는 동안 앞치마를 벗은 자리에 편의점 냄새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튀김기와 냉장고와 밤새 켜둔 형광등 냄새. 씻지 말고 오라고 했다.
문이 열렸다. 집 안은 어두웠다. 주방에만 등이 켜져 있었고 그 빛이 거실 바닥에 길게 누워 있었다. 지혜는 어두운 색 셔츠에 바지를 입고 있었다. 맨발이었다.
"욕실. 씻어. 다 씻고 수건만 두르고 나와."
"네."
욕실은 작았고 따뜻했다. 수건이 하나 걸려 있었다. 그가 쓸 것이었다. 현수는 옷을 벗어 세면대 옆에 접어놓고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이 등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그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지시를 생각했다. 다 씻고. 수건만. 그것은 명확했다. 명확한 것을 따르는 동안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수건을 허리에 감고 나왔다. 거실은 여전히 어두웠다. 지혜는 소파 앞에 서 있었다. 러그 위였다.
"이리 와."
그는 갔다. 주방 등의 빛이 그의 왼쪽 몸에 닿았다.
"수건 내려."
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지혜는 그를 봤다. 그냥 봤다. 위에서 아래로, 서두르지 않고. 현수는 자기 몸이 어떤지 알았다. 마른 편이고 야간 근무 이 년으로 창백했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반쯤 서 있었다. 씻는 동안부터 그랬다. 그것을 숨길 방법은 없었고 지혜는 그것을 숨기라고 하지 않았다.
"무릎."
그는 러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러그는 두꺼웠다.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 그게 준비된 것이라는 걸 그는 알았다.
지혜가 그의 뒤로 돌아갔다. 발소리가 없었다. 손이 목덜미에 닿았다. 지난 목요일 현관에서 닿았던 그 손바닥이었다. 손은 목덜미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등뼈를 따라 내려왔다. 천천히. 뼈를 하나씩 세는 것처럼. 허리께에서 멈췄다. 그리고 다시 올라왔다.
"어깨 내려."
그는 어깨를 내렸다. 자기가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내리고 나서 알았다.
"숨 쉬어."
숨을 쉬었다.
지혜가 앞으로 왔다. 그의 앞에 섰다. 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바지 허리춤을 봤다. 그 위를 보지 않았다. 보라고 하지 않았다.
"지금 서 있어.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네."
"씻는 동안부터?"
"…네."
"그 전부터."
대답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그는 네, 라고 했다.
지혜의 손이 내려왔다. 그의 성기를 잡았다. 손바닥 전체로, 단단하게,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현수의 숨이 멈췄다. 손은 차가웠다. 언제나 차가운 손이었다. 그 차가움이 살에 닿아 있는 것이 그가 열한 달 동안 냉장고 문을 열었던 이유의 끝에 있는 것 같았다.
"숨."
그는 숨을 쉬었다.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렸다. 뿌리에서 끝까지, 다시 뿌리로. 지혜는 그것을 하면서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자기 손을 봤다. 손 안에서 그가 어떻게 되는지를 봤다. 귀두가 손 안에서 부풀고 끝이 젖어 나오는 것을. 그녀는 젖은 것을 엄지로 펴 바르듯 문질렀다. 현수의 허벅지가 떨렸다.
"내가 멈추라고 하면 멈춰. 네가 멈추는 게 아니야. 내가 멈추는 거야. 알았어."
"네."
"가까워지면 말해. '가까워요'라고. 다른 말 말고."
"네."
손이 조금 빨라졌다. 조금만. 지혜는 서두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수는 무릎을 꿇은 채 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허벅지 옆에 두었다. 주먹을 쥐었다. 지혜가 그것을 봤다.
"손 펴."
폈다.
"거기 그대로."
그대로 두었다.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려 했다. 손을 따라가려는 것이었다. 지혜의 다른 손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움직이지 마.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뜻이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으려는 것이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을 그는 배웠다.
"가까워요."
손이 멈췄다. 뿌리를 쥔 채로. 꽉.
현수의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말이 아니었다. 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의 숨이 몇 번 오가고 허벅지의 떨림이 조금 가라앉을 때까지. 그 시간이 얼마였는지 그는 모른다. 편의점에서라면 손님 한 명이 컵라면을 고를 시간이었다.
손이 다시 움직였다.
두 번째는 더 빨리 왔다. 몸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까워요, 라고 했고 손이 멈췄고 그는 소리를 냈다. 이번에는 지혜가 그의 턱을 잡아 올렸다.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했다.
"빨강이야?"
"…아니요."
"뭐야."
"초록."
"그래."
지혜는 그의 턱을 놓았다. 다시 자기 손을 봤다. 세 번째는 아주 느리게 갔다. 너무 느려서 현수는 그게 고문인지 자비인지 알 수 없었다. 성기는 그녀의 손 안에서 아팠다. 아픈 것이 아니라 아픈 것 같았다. 그는 이런 상태를 몰랐다. 혼자였을 때는 이런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끝냈다. 끝내는 것이 자기 손에 있었으니까. 지금은 자기 손이 허벅지 옆에 펴져 있었다.
"가까워요."
손이 멈췄다. 이번에는 뿌리를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다른 손이 그의 가슴에 얹혔다. 심장 위에.
"오늘은 안 돼."
현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안 돼. 오늘은 여기까지."
"…"
"말해."
"네."
목소리가 갈라졌다. 눈이 뜨거웠다. 우는 게 아니었다. 그냥 몸이 그렇게 됐다. 지혜는 그의 가슴에 얹은 손을 떼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무릎 꿇은 남자 앞에 서서, 그의 성기에서 손을 뗀 채, 심장만 쥐고.
"기다리는 게 뭔지 이제 알겠지."
"네."
"일주일이야. 만지지 마. 집에서도. 자다가 깨서도. 노랑이면 자정 넘어서 문자해. 그것도 규칙이야."
"네."
"일어나."
그는 일어났다. 다리가 떨렸다. 지혜는 바닥에서 수건을 집어 그에게 주지 않고 소파에 걸었다.
"옷 입어. 그대로."
욕실에서 옷을 입었다. 청바지 지퍼를 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그는 자기 성기가 옷 안에서 아직 완전히 서 있는 것을 느끼며 니트를 입고 코트를 입었다. 거실로 나왔을 때 지혜는 주방에 있었다.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자기 것이었다. 그에게 권하지 않았다.
현관에서 그는 신발을 신었다. 지혜가 뒤에 섰다. 목덜미에 손이 닿았다. 삼 초. 이번에는 손이 떨어질 때 손톱 끝이 살을 아주 조금 긋고 갔다. 여섯 번 규칙. 그녀가 남기는 흔적.
"가."
문이 닫혔다.
밖은 일곱 시 십오 분이었다. 하늘이 회색이었다.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넘어가는 중이었고 대로 끝에서 그 회색이 아주 조금 붉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출근하는 사람들. 이어폰을 꼈고 커피를 들었고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섰다. 그들은 현수를 보지 않았다. 현수는 자기가 유리로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 무엇이 서 있는지 다 보이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유리.
성기가 청바지 안에서 아팠다. 걷는 것이 아팠다. 그는 걸었다. 대로를 건넜다. 편의점 앞을 지났다. 안에 유진이 있었다. 유진은 삼각김밥을 진열하고 있었고 그를 보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 커튼을 쳤다. 옷을 벗지 않고 누웠다. 손을 베개 밑에 넣었다. 두 손 모두. 만지지 마. 자다가 깨서도.
그는 만지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지킨 두 번째 규칙이었다. 첫 번째보다 어려웠고, 어려운 만큼 그는 자기가 지금 누군가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게 무섭지 않았다. 무서운 것은 그게 무섭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홉 시에 잠들었다. 해는 이미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