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까지
기침은 한 번이었다. 남자는 등을 돌리지 않았다.
하준의 손바닥은 시아의 입 위에 그대로 있었다. 시아는 그 손바닥에 숨을 뿜었다. 뜨겁게. 몸 안에 든 것이 그 숨과 함께 맥박쳤다. 움직이지 않는데. 둘 다 움직이지 않는데. 시아의 안쪽이 저절로 하준을 물고 놓고 물고 놓았다.
"움직여도 돼?"
입술로만. 하준의 손바닥 밑에서.
"아니."
"미치겠어."
"알아."
"오빠도 그렇잖아."
"…응."
그 한 마디에 시아는 웃을 뻔했다. 인정했다. 하준도 미치겠다고. 그의 허벅지가 시아 밑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손가락이 허리를 파고들었다. 시아는 아주 조금, 손톱만큼, 허리를 돌렸다.
하준의 숨이 뒷목에 뿜어졌다.
"방금 뭐야."
"안 움직였어."
"움직였어."
"이건 봐줘."
시아는 하준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냈고, 하준은 벌로 시아의 클리토리스를 코트 밑에서 찾아 눌렀다. 시아의 척추가 활처럼 휘었다. 입은 여전히 손바닥 밑에.
스크린에서 음악이 커졌다. 영화의 마지막 장이었다. 태풍. 마을 사람들이 배를 묶었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외치는 소리. 상영관이 소리로 꽉 찼다.
"지금."
하준이 손을 뗐다. 입에서. 시아는 그 뜻을 알았다. 소리가 묻힐 만큼 시끄럽다는 뜻. 그래서 조금은 움직여도 된다는 뜻.
시아는 움직였다. 앞으로, 뒤로. 코트 밑에서. 아주 작게. 후드 남자의 뒷머리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하준의 것이 안에서 미끄러졌다. 나가고 들어오고. 젖은 소리가 났을 거다. 태풍 밑에서 아무도 못 들었을 거다.
"더."
"오빠—"
"더."
시아는 더 움직였다. 허리를 들고 내렸다. 하준이 밑에서 밀어 올렸다. 좌석이 삐걱거렸다. 시아는 얼었다. 하준은 안 얼었다. 다시 밀어 올렸다. 삐걱. 태풍. 삐걱. 파도.
"저 사람—"
"안 봐."
"삐걱거려—"
"태풍이잖아."
시아는 웃음과 신음이 동시에 나오려는 걸 삼켰다. 삼키다가 목이 막혔다. 하준의 손이 앞에서 시아의 클리토리스를 다시 잡았다. 두 손가락으로. 빠르게. 안에서는 밀어 올리고, 밖에서는 문지르고.
가까웠다. 너무 가까웠다. 시아는 팔을 뒤로 뻗어 하준의 머리를 잡았다. 머리카락을 쥐었다.
하준이 멈췄다.
전부. 손도, 허리도. 안에 든 채로. 딱.
"엔딩 크레딧까지."
"뭐?"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참아."
"미쳤어. 이십 분 남았어."
"십오 분."
"오빠 진짜—"
"규칙 기억나?"
"소리 내지 마."
"그리고?"
"…끝까지 버티면 상."
"뭘 원하든."
시아는 후드 남자의 뒷머리를 봤다. 태풍이 마을을 덮쳤다. 시아의 몸 안에는 하준이 있고, 시아의 몸 바깥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그렇게 십오 분을.
시아는 버텼다.
버티는 동안 하준은 가끔 한 번씩 안에서 튕겼다. 아무 예고 없이. 시아의 몸이 매번 튀었고, 소리는 나지 않았다. 버티는 동안 하준은 시아의 클리토리스를 한 번씩 스쳤다. 손가락 끝으로만. 시아는 매번 이를 갈았다. 버티는 동안 후드 남자는 두 번 기침하고 한 번 크게 기지개를 폈고, 시아는 그때마다 죽는 줄 알았다.
태풍이 지나갔다. 아침. 마을. 자전거. 여자가 웃었다. 화면이 검어졌다.
흰 글자가 올라왔다.
"크레딧."
시아가 속삭였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아직 안 끝났어."
"뭐?"
"크레딧 끝날 때까지."
"오빠 진짜 죽여버릴—"
후드 남자가 일어났다. 콜라 컵을 들고. 기지개. 통로로 나가서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쪽 출구. 문이 열리고 닫혔다.
아무도 없었다.
하준이 시아의 귀에 말했다.
"이제 아무도 없어."
"그럼—"
"그래도 소리는 안 내."
"뭐—"
"규칙이니까. 근데 이제 움직여."
시아는 움직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허리를 들고 내리고, 하준이 밑에서 박아 올리고. 좌석이 삐걱댔다. 이제 아무도 안 들었다. 크레딧 음악이 흘렀다. 피아노. 시아는 피아노 위에서 숨을 헐떡였다. 헐떡이는 것까지는 규칙이 아니었다. 소리만. 소리만 안 내면.
하준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빠르게. 안에서는 깊게. 시아의 눈앞에서 흰 글자들이 번졌다. 이름들. 알 수 없는 이름들.
"가."
시아는 갔다. 소리 없이. 온몸으로. 하준의 머리카락을 잡아 뜯을 것처럼 쥐고, 이를 악물고, 좌석 위에서 팽팽하게 굳었다가 무너졌다. 안에서 하준을 있는 힘껏 쥐어짰다. 하준이 뒤에서 낮게 신음했다. 그는 규칙이 없으니까. 그리고 시아 안에 뜨겁게 쏟았다. 두 번. 세 번. 시아는 그 맥박을 하나하나 셀 수 있었다.
크레딧이 끝났다.
불이 켜졌다. 천장 조명. 노란 빛. 텅 빈 좌석 백 몇 개. 그리고 맨 뒷줄, 코트 하나로 덮인 두 사람.
"…끝났어?"
"끝났어."
시아는 소리를 냈다. 처음으로. 웃음이었다. 크고 갈라진 웃음. 상영관 천장까지 울렸다.
"오빠 진짜 미친놈이야."
"상 줄게."
"뭐든?"
"뭐든."
시아는 하준의 무릎에서 내려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벅지 안쪽으로 뜨거운 게 흘러내렸다. 시아는 코트로 몸을 감싸고, 하준을 내려다봤다. 아직 앉아 있는, 지퍼도 안 올린, 얼굴이 벌건 하준을.
"다음 영화는 내가 골라."
"그게 상이야?"
"그리고 규칙도 내가 정해."
하준이 웃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아직 모르는 얼굴로.
주차장에서 시아는 차 문을 닫자마자 소리를 냈다. 두 시간 십 분 동안 참은 소리를 전부. 하준을 조수석에 밀어붙이고, 그 위에 올라타고, 아직 젖은 채로 다시 받아들이면서. 지하 주차장 기둥에 시아의 목소리가 부딪쳐 돌아왔다. 하준은 그 소리를 하나도 막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건 새벽 세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