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상영, 관객 둘

시작은 재미없는 영화였다.

밤 열한 시 사십 분. 평일. 제목도 기억 안 나는 프랑스 영화. 하준이 고른 거였다. 시아는 팝콘을 사면서 투덜거렸다.

"자막 읽다가 잠들 것 같아."

"그럼 자."

"오빠는?"

"난 널 볼 거야."

그때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상영관 문을 열자 어둠이 통째로 쏟아질 것처럼 비어 있었다. 좌석 백 몇 개. 사람은 둘. 하준은 예매표를 보지도 않고 계단을 올라갔다. 맨 뒷줄. 정확히 가운데.

"우리 자리 저기 아니야?"

"아무도 없잖아."

시아는 웃으면서 따라 앉았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자리인지 아직 모른 채로.

영화는 시작부터 느렸다. 회색 하늘, 담배 피우는 여자, 아무 말 없는 남자. 시아는 십 분 만에 팝콘 봉지 바닥을 긁고 있었다. 하준은 팔걸이에 팔을 얹고 스크린을 보는 척했다.

그러다 손이 내려왔다. 시아의 허벅지 위로. 아무렇지도 않게.

"뭐야."

"영화 봐."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얹혀 있었다. 그게 더 미치는 거였다. 시아는 스크린을 봤다. 회색 하늘. 담배. 다시 손. 손은 아직도 거기 있었다. 따뜻하고 무겁고, 아무 짓도 안 하고.

이십 분쯤 지나서야 손가락이 움직였다. 스커트 단을 따라 천천히. 안쪽으로.

"오빠."

"쉿."

시아는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진짜로 이러는 거야? 극장에서? 근데 하준은 웃지 않았다. 스크린에서 눈도 떼지 않았다. 손만 안쪽으로, 안쪽으로.

스타킹 위로 손끝이 미끄러졌다. 허벅지 안쪽. 시아는 다리를 오므리려다가 멈췄다. 오므리면 손을 조이는 꼴이 되니까. 벌리면 허락하는 꼴이 되니까. 그래서 그냥 있었다. 그게 제일 허락하는 거라는 걸 하준은 알았을 거다.

손가락이 스타킹 너머 팬티에 닿았다. 가운데. 딱 거기.

"어—"

소리가 났다. 작은 소리. 근데 빈 상영관에서는 작은 소리가 작지 않았다. 스크린 속 여자가 담배를 끄는 사이, 시아의 목소리가 뒷줄에서 앞줄까지 굴러갔다.

하준의 다른 손이 올라왔다. 시아의 입을 덮었다. 부드럽게. 그리고 귓가에 딱 한 마디.

"여기 영화관이야."

시아는 그 손바닥 밑에서 숨을 들이켰다. 심장이 목까지 뛰었다.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는데 누가 들었을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데 누가 볼 것 같았다.

그 감각이 팬티 위에 놓인 손가락으로 곧장 흘러내렸다.

하준이 손을 뗐다. 입에서도, 다리에서도. 동시에.

"안 돼."

"왜."

"소리 냈잖아."

"장난해?"

"영화 봐."

시아는 진짜로 영화를 봤다. 아니, 스크린을 봤다. 아무것도 안 보였다. 허벅지 안쪽이 아직 뜨거웠다. 팬티는 젖었고, 하준은 팔걸이에 팔을 얹고 다시 관객이 되어 있었다.

십 분. 십오 분. 이십 분.

시아가 먼저 무너졌다. 하준의 손을 잡아 다시 허벅지 위로 끌어왔다.

"이번엔 안 낼게."

"뭘."

"소리."

하준이 처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크린 불빛에 반쯤 잠긴 얼굴.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약속이야?"

"약속."

손이 다시 들어갔다. 이번엔 망설임 없이. 스타킹 밴드 안쪽으로, 팬티 옆으로. 손가락 두 개가 젖은 살을 곧장 갈랐다.

시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물었다. 더 물었다. 하준의 가운뎃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원을 그리며 눌렀다. 느리게. 스크린 속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고 시아는 그 대사를 하나도 못 들었다.

"잘한다."

귓가에서 숨소리 같은 칭찬. 손가락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미끄럽게. 시아의 몸이 좌석에서 들썩였고, 소리는 나지 않았다. 대신 손톱이 팔걸이를 긁었다.

"속에 힘 빼."

"어떻게—"

"쉿."

두 번째 손가락. 시아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스크린의 빛이 눈꺼풀 안쪽에서 회색으로 번졌다. 하준의 손가락이 안에서 구부러지며 그 지점을 눌렀다. 딱 그 지점. 시아는 팔걸이를 놓고 하준의 팔뚝을 잡았다. 손톱이 파고들었다.

숨이 목에서 끊어졌다. 소리 대신 숨이. 하준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두 손가락으로 안쪽을, 리듬을 맞추어.

"지금."

한 마디였다. 명령이었다.

시아는 왔다. 입을 하준의 어깨에 짓눌러서. 이빨이 그의 셔츠를 물어서. 온몸이 좌석 위에서 팽팽해졌다가 풀렸다. 소리는—거의—나지 않았다. 코로 새는 숨소리 하나. 그것뿐.

하준이 천천히 손을 뺐다. 손가락이 젖은 채로 어둠 속에서 번들거렸다. 그는 그걸 시아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닦아."

시아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삼키고, 입을 벌리고, 그의 손가락을 빨았다. 자기 맛. 짭짤하고 미지근한.

영화는 아직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오빠."

"응."

"이 영화 뭔 내용이야?"

"몰라."

둘은 그제야 동시에 웃었다. 소리 내서. 텅 빈 상영관에 두 사람 웃음소리가 굴러갔다.

나오는 길에 하준이 말했다. 팝콘 봉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면서.

"다음엔 소리 내면 진짜 벌칙."

"진짜 벌칙이 뭔데."

"그건 다음에."

시아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몰랐다. 근데 알고 싶었다. 그날 밤 집에 가서 두 번 더 하고도, 다음 심야 상영 시간표를 먼저 검색한 건 시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