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관객을 위한 조명
세 번째 밤, 혜림은 조명을 새로 샀다. 무대 조명 대여 업체에서 빌린 작은 핀 스포트라이트 두 개. 하나는 서준의 얼굴을 비스듬히 위에서, 하나는 발밑에서 위로. 얼굴을 조각처럼 깎고, 몸의 선을 길게 늘였다. 그녀는 반나절을 들여 각도를 맞췄다. 없는 관객을 위한 조명 설계였다.
"이렇게까지 해요?" 서준이 물었다. 감동한 티가 났다.
"응. 이렇게까지 해."
혜림은 조명에 진심이었다. 이건 그녀의 매장이고, 진열은 그녀의 예술이었다. 이십 년간 마네킹에 옷을 입혀 유리 안에 세워온 사람이었다. 다만 이번 마네킹은 심장이 뛰고, 그녀를 사랑하고, 무엇보다 보여지는 걸 죽도록 원한다는 점이 달랐다. 그러니 더 잘 진열해야 했다.
오늘의 의상은 소재만 있고 형태는 거의 없는 것이었다. 얇은 검정 니트 하나. 어깨에 걸치면 흘러내려서, 걸쳐 있다기보다 몸에 잠깐 얹혀 있는 것에 가까웠다. 혜림이 직접 입혀주었다. 어깨선을 만지고, 옷깃을 매만지는 척 쇄골을 눌러보고, 니트 아래로 손을 넣어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오늘은 좀 다르게 할 거야." 그녀가 말했다. "오늘은 네가 상상을 소리 내서 해."
"소리요?"
"밖에 누가 있는지 말해봐. 네가 정해. 대신 정한 사람은 진짜라고 믿어야 돼."
서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유리 상자 안, 두 개의 핀 조명이 교차하는 자리에 섰다. 정면의 어둠을 응시하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골목 끝에… 여자 두 명이 서 있어요. 택시를 기다리다가, 이쪽을 봤어요. 처음엔 마네킹인 줄 알았는데 좀 이상하니까 안 가고 계속 보고 있어요."
"그리고?"
"한 명이 다른 한 명 팔을 잡아요. 봐, 저거 사람 아니야? 하고. 근데 확신을 못 해요. 마네킹이 저렇게 잘생겼을 리가 없다고, 아니 마네킹이 저렇게… 숨을 쉴 리가 없다고."
혜림은 웃음을 삼켰다. 이 남자의 자기애는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게 재료였다. 그녀는 그의 뒤로 돌아가 니트를 어깨에서 마저 흘러내리게 했다. 검정 천이 팔꿈치에 걸렸다. 이제 조명 아래 드러난 건 거의 전부였다.
"그 여자들이 지금 뭘 보고 있는데?" 그녀가 물으며 그의 등에 입술을 댔다. 척추를 따라 아래로.
"제 등을요. 어깨를… 아, 근데 안 돼요, 그 여자들은 앞만 봤어요, 등은 못 봐요."
"그럼 앞에서 뭘 봐?"
서준의 목이 울렁였다. 혜림의 손이 앞으로 돌아와 그를 감쌌을 때, 그는 겨우 대답했다. "앞에서는… 제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 봐요. 근데 그게 더 이상하대요. 왜 저 남자는 저러고도 표정이 없냐고."
"그게 좋아?"
"미치겠어요."
혜림은 오늘 서두르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서준이 스스로 만들어낸 관객이 그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걸 보니, 계획을 조금 앞당기고 싶어졌다. 그녀는 그의 앞으로 돌아가, 무릎을 꿇었다. 조명 밖, 어둠 속에. 밖에서 보면 마네킹 혼자 서 있는 것처럼. 그녀의 존재는 유리 밖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움직이지 마." 그녀가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네 관객들이 보고 있어."
그리고 그녀는 그를 입에 담았다.
서준의 온몸이 한순간 팽팽해졌다. 자세를 지키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근육 하나하나에 실렸다. 밖에서 보면 그는 그냥 서 있었다. 두 개의 조명 아래, 완벽하게 진열된 마네킹처럼. 표정 없이, 미동 없이. 그 유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앞에서 절대 보이지 않았다. 혜림이 각도를 그렇게 설계했으니까.
그게 서준을 끝으로 데려갔다. 아무도 못 보는 것과, 다 보이는 것 같은 것 사이의 그 틈. 그의 손이 허공에서 떨렸다. 유리를 짚고 싶었지만, 짚으면 밖에서 다 들킨다. 그는 손을 뒤로 감췄다. 관객을 위해. 없는 관객을 위해.
"참지 마." 혜림이 잠깐 물러나 속삭였다. "저 여자들은 이제 갔어. 택시 왔대."
거짓말이었다. 그녀가 그 여자들을 방금 지웠다. 있지도 않은 관객을 만들었다가 없앨 권한도 그녀에게 있었다. 서준은 관객이 사라졌다는 그 허락 앞에서, 마침내 무너졌다. 조명 아래에서, 유리 상자 안에서, 소리를 죽이며. 그의 무릎이 꺾일 때 혜림이 어둠 속에서 그를 받았다.
두 사람은 조명 밖 바닥에 앉아 한참을 숨을 골랐다. 핀 조명은 빈 자리를 계속 비추고 있었다. 마네킹이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를.
"그 여자들, 진짜 있었으면 좋았겠어요?" 혜림이 물었다.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있으면… 진짜로 있으면 그건 그냥 들킨 거예요. 없으니까 좋은 거예요. 있을 수도 있었다는 게."
혜림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이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알았다. 그건 드문 재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