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이 풀리는 순서
준이 바지를 벗었다. 아라는 러그에 누운 채로 봤다. 사흘 동안 못 본 몸. 손목에서 어깨까지, 로프를 잡느라 생긴 팔의 선. 준이 무릎을 꿇고 아라를 봤다.
"일어나."
준이 아라의 묶인 손을 잡아 일으켰다. 아라는 앉았다. 준이 뒤로 물러나 무릎을 세우고 앉았고, 아라의 허리를 잡아 끌었다. 아라가 준의 허벅지 위에 올라앉았다. 마주 보고. 무릎이 러그에 닿았다.
준이 아라의 묶인 손을 들었다. 그 손을 자기 머리 위로 넘겼다. 아라의 팔이 준의 목을 감았다. 손목은 준의 뒷목 뒤에서 묶인 채였다. 로프 끝이 준의 등을 따라 늘어졌다.
"이렇게."
준이 말했다.
"네가 나를 못 놓게."
아라는 팔을 조였다. 준의 목이 안에 있었다. 준의 얼굴이 십 센티 앞에 있었다.
준이 아라의 허리를 잡아 조금 들었다. 아라는 준을 느꼈다. 딱딱하고 뜨거운 것이 젖은 입구에 닿았다. 준이 멈춘 채 아라를 봤다.
"괜찮아?"
"응."
"진짜 응?"
"진짜 응."
준이 아라를 내렸다. 천천히. 아라가 열리면서 준이 들어왔다. 아라는 그 감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꼈다. 넓어지고, 채워지고, 깊어지고. 준의 허벅지에 다 내려앉았을 때 아라는 숨을 뱉었다. 준도 뱉었다. 두 사람의 이마가 닿았다.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 말한 거."
준이 말했다. 아라의 안에서. 목소리가 낮았다.
"매듭 하나에 사과 하나."
"응."
"매듭이 하나밖에 없어. 손목에."
아라가 웃었다. 웃으니까 안에서 준이 움직였다. 준이 숨을 삼켰다.
"그럼 바퀴로 해. 두 바퀴잖아. 매듭 하나. 남은 줄 하나. 네 개."
"네 개."
준이 아라의 허리를 잡았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라를 조금 들었다가 내렸다. 천천히. 로프 할 때처럼. 준은 급한 걸 못 했다. 아라는 그게 답답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매번 준이 끝까지 들어올 때마다 아라의 팔이 준의 목을 조였다. 손목의 로프가 준의 뒷목 피부에 닿았다.
준의 오른손이 아라의 허리에서 떠나 등 뒤로 올라갔다. 아라의 뒷목을 지나, 준 자기 목 뒤에 있는 아라의 손목으로. 로프 끝을 찾았다. 늘어진 여분.
"하나."
준이 말했다. 로프 끝을 당겨서 감아둔 걸 풀었다. 그 줄이 아라의 등 뒤로 떨어졌다.
"두 시에 알람 끄고 회의실에 앉아 있었던 거. 알람이 울리는 삼 초 동안 네 얼굴이 보였어. 대기실에 앉아 있는. 그런데 끄고 앉아 있었어. 미안해."
준이 움직였다. 아라가 받았다. 아라의 안이 준을 조였다. 준의 입에서 소리가 났다.
준의 손가락이 매듭을 찾았다. 싱글 컬럼의 잠금. 준은 그 매듭을 눈 감고도 풀었다. 손가락 두 개로. 뒤에서. 아라의 안에 있으면서.
"둘."
매듭이 풀렸다.
"네 시에 전화 안 한 거. 여섯 시에도. 여덟 시에도. 폰을 세 번 들었어. 세 번 다 네 얼굴이 아니라 네가 나를 볼 얼굴을 생각했어. 나를 생각했어. 너를 생각한 게 아니라. 미안해."
준의 허리가 올라왔다. 아라는 준의 어깨에 이마를 붙였다. 준의 손이 아라의 손목에서 첫 번째 바퀴를 찾았다. 마 로프가 손목에서 조금 떠올랐다. 아라는 그 감각을 알았다. 조임이 반이 되는.
"셋."
첫 바퀴가 풀렸다.
"아홉 시 사십 분에 밥 먹었냐고 물은 거. 달력 앞을 두 번 지나가면서. 두 번 다 봤어. 빨간 글씨. 준 반차. 봤는데 물었어. 오늘 뭐 했냐고. 네가 먼저 말하게 하려고. 미안해."
아라는 울고 있었다. 준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준이 움직이고 있었고, 아라의 몸은 매번 그걸 받았고, 아라의 손목에는 이제 한 바퀴만 남아 있었다. 준의 손가락이 거기 있었다. 풀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 바퀴 위에 손가락을 얹은 채로.
"넷."
준이 말했다. 그런데 풀지 않았다.
"둘째 날 밤."
아라가 고개를 들었다.
"열두 시. 네가 문 앞에 왔어. 발소리 들었어. 나 그때 문 뒤에 서 있었어. 한 시간 전부터. 손잡이에 손 올리고. 열려고. 그런데 못 열었어. 네가 두드리면 열자, 그렇게 정했어. 그럼 내가 여는 게 아니라 네가 부른 거니까. 네가 두드리면. 그런데—"
준의 목소리가 부서졌다.
"네가 안 두드렸어. 처음이었어. 네가 안 두드린 게. 네 발소리가 멀어지는데. 나 문 뒤에 손잡이 잡고 서 있었어. 삼십 분. 그게 제일 미안해. 네가 안 두드린 게 아니고. 내가 항상 너를 두드리게 만든 게. 네가 항상 먼저 소리를 내게 한 게. 네가 아홉 살 때부터 했던 걸 나랑 있으면서도 하게 한 게. 미안해, 아라."
마지막 바퀴가 풀렸다.
로프가 준의 등 뒤로 떨어졌다. 아라의 손목에서 8미터가 전부 빠져나가 러그 위로 흘러내렸다. 스르륵.
아라의 손이 자유로웠다.
그 손이 처음 한 일은 준의 얼굴을 잡는 것이었다. 양쪽 뺨을. 손바닥으로. 손목에 두 줄 자국이 있는 손이었다. 아라는 준의 얼굴을 잡고 자기 얼굴을 가까이 댔다. 코가 닿았다.
"나 밖에서도 노란불 할게."
아라가 말했다.
"저려, 라고 할게. 아파, 라고. 됐어, 안 하고."
"삼십 초 안에 풀어줄게."
"알아."
"그리고 나 두드릴게. 네가 두드리기 전에."
"……알아."
아라가 준의 입에 입을 맞췄다. 사흘 만이었다. 준의 입술이 갈라져 있어서 피 맛이 조금 났다. 아라는 그 입술을 열고 들어갔다. 준이 받았다. 준의 손이 아라의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라가 했다. 준의 무릎 위에서. 손이 자유로운 채로. 한 손은 준의 머리카락 속에, 한 손은 준의 등에. 아라가 몸을 올렸다가 내렸다. 준이 끝까지 들어왔다가 나갔다. 아라는 속도를 올렸다. 준이 하지 못하는 속도로. 준이 그걸 받았다. 준의 손이 아라의 위팔을 잡았다. 후수 자국이 있는 자리. 윗줄이 팔을 감았던 자리. 준의 손가락이 그 자국을 눌렀다. 아라는 그 압력을 안쪽에서 느꼈다. 밖에서 로프가 있던 자리를 준이 누르고 안에서 준이 채우고 있었다.
"아라."
"응."
"나 곧—"
"알아. 나도."
아라는 준의 머리카락을 잡았다. 뒤로 당겨서 준의 얼굴이 자기를 보게 했다. 준의 눈이 아라를 봤다. 셔터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 열려 있었다.
"봐."
아라가 말했다.
"나 봐."
준이 봤다.
아라가 왔다. 준을 보면서. 안쪽이 조여지고 풀리고 다시 조여지는 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준이 그 안에서 왔다. 아라의 이름을 말하면서. 두 번. 세 번. 준의 몸이 아라의 몸 안에서 떨렸고 아라는 그걸 팔로, 허벅지로, 안으로 다 받았다. 손이 자유로운 채로.
두 사람은 그대로 있었다. 준의 무릎 위에. 서로 안에서. 숨이 돌아올 때까지.
준이 먼저 움직였다. 아라를 안아서 러그에 눕혔다. 자기도 옆에 누웠다. 그리고 일어나서 서랍으로 갔다. 아라는 그게 뭔지 알았다. 로션. 준이 로프 끝나면 항상 하는 것.
준이 아라의 손목을 무릎 위에 올렸다. 로션을 손에 덜어 문지르고, 손목 안쪽부터 발랐다. 두 줄 자국. 앞에서 묶은 것. 그 위에 더 오래된 두 줄. 뒤에서 묶은 것. 준이 손가락으로 하나씩 눌렀다.
"하나. 둘. 셋. 넷."
위팔로 올라갔다. 윗줄. 아랫줄.
"다섯. 여섯."
가슴 위. 준이 거기도 발랐다. 로션을 바르는 손인지 다른 손인지 아라는 구분하지 않았다.
"일곱."
"지난번엔 다섯이었어."
"오늘 오래 했으니까."
"삼십 분 넘었어?"
"한 시간."
"규칙 어겼네."
"중간에 풀었잖아. 네가 저리다고 해서."
아라가 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결과 괜찮아서 다행이야."
아라가 말했다.
"응."
"그럼 된 거 아니야?"
준이 아라의 머리에 입을 댔다.
"아니야. 괜찮아도 옆에 있어야 돼. 괜찮은 걸 들을 사람이 있어야 돼."
아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준이 일어났다. 아라는 준이 부엌으로 가는 걸 봤다. 냉장고 앞에 섰다. 달력을 봤다. 빨간 글씨. 14일. 14:00 결과. 준 반차. 준이 그 달력을 넘겼다. 다음 달. 그 다음 달. 여섯 장을 넘겼다. 펜을 들었다. 아라가 쓴 것과 같은 빨간 펜.
준이 쓰고 돌아왔다. 아라는 묻지 않았다. 나중에 봤다. 준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여섯 달 뒤 달력. 준의 글씨.
추적검사. 같이 감. 연차. 알람 안 맞춤. 아침에 아라가 말해줌. 말 안 해도 감.
그 밑에 한 줄이 더 있었다. 작게.
두드릴 것.
로프는 러그 위에 그대로 있었다. 두 다발 16미터가 풀린 채로. 아라는 그걸 주워서 감지 않았다. 준이 내일 할 것이다. 8미터를 전부 손가락 사이로 통과시키면서. 그게 준이 사람이 되는 방식 중 하나였다. 하나였다. 전부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