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무대
「여름이 끝나는 방식」은 여덟 번째 주 일요일에 끝났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자마자 철수가 시작됐다. 소극장은 다음 주 화요일부터 다른 극단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어서 그날 밤 안에 무대를 비워야 했다. 우체통이 분해됐다. 병풍이 접혀서 트럭에 실렸다. 을지로 삼만 원 소파는 지훈과 무대감독이 열일곱 개의 계단으로 들어 올렸다. 새로 산 커버가 씌워진 채로.
소희는 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형광 테이프를 뗐다. 'JH'. 그리고 그 옆의 'HW'. 두 번째 것은 주머니에 넣었다.
열한 시. 무대는 검은 바닥뿐이었다. 고스트라이트 하나. 소희는 그 아래 서서 H열 12번을 봤다. 현우가 거기 있었다. 미란이 아직 부스에서 콘솔을 정리하고 있었고 지훈이 로비에서 트럭 기사와 통화하고 있었다. 앙코르는 없었다. 시간이 없었고 무대가 없었고 사람이 있었다.
"끝났네." 소희가 객석을 향해 말했다. 작게. 여덟 줄 뒤까지 닿을 만큼만.
"끝난 거 아니야." 어둠이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 확신이 없다는 것을 소희는 들었다.
그 주 목요일에 전화가 왔다. 「벚나무 아래」. 대학로 중극장 '한빛'. 삼백 석. 주연. 소희가 오디션을 본 지 두 달이 지나서 잊고 있던 작품이었다. 연습 팔 주, 공연 팔 주. 연습은 오전 열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삼백 석 주연은 소희에게 처음이었고, 대학로에서 다섯 해를 버틴 배우에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소희는 알았다.
현우는 그날 밤 소희를 안고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축하해"라고 했다. 진심이었다. 소희는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진심 안에 아주 작게 접혀 있는 것도 알았다.
연습이 시작됐다. 아침 열 시. 밤 열 시. 집에 오면 열한 시. 현우는 책상에서 일하다가 소희가 들어오면 일어났고, 소희는 씻고 그의 옆에 누웠고, 어떤 밤은 그를 안았고 어떤 밤은 그대로 잠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나쁘지 않았다.
프리뷰 공연. 삼백 석이 찼다. 소희는 조명이 꺼지는 순간 세는 버릇대로 셌다. 하나. 둘. 셋. R열. 삼백 석의 마지막 줄. 무대에서 이십오 미터.
거기 어둠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은 방향이 없었다. 삼백 개의 어둠이 하나의 큰 어둠이었고 그 안에서 R열 어딘가에 있는 한 사람을 소희의 몸은 찾지 못했다. 중극장의 조명은 더 밝았고 객석은 더 깊었고, 소희의 목소리는 정확했다. 정확하게 가슴에서 나왔다. 내려가지 않았다.
리뷰가 좋았다. "정확한 연기." 소희는 그 단어를 읽고 폰을 엎어 놨다.
중극장에는 열쇠가 없었다. 극장 소속 하우스매니저가 있었고 자정까지 스태프가 남았고 로비에는 보안 담당이 있었다. 고스트라이트는 있었지만 소희의 것이 아니었다. 공연이 끝나면 소희는 다른 배우 여섯 명과 함께 분장실을 나와 다른 스태프 열두 명과 함께 후문을 나왔다.
현우는 처음 두 주는 매일 왔다. 삼 주째부터는 주말에만 왔다. 표가 오만 원이었다.
"돈 때문이 아니야." 그가 말했다. "거긴 내 자리가 없어. 뒷줄이 너무 뒤야. 네가 나를 못 찾아."
"찾아."
"못 찾아. 네 목소리 들으면 알아."
그는 그 말을 가볍게 했다. 소희는 그것을 가볍게 듣지 않았다.
사 주째 어느 밤, 열한 시 반에 집에 들어왔을 때 현우는 책상에서 자고 있었다. 번역하던 원고 위에 얼굴을 대고. 소희는 원고를 봤다. 「갈매기」. 니나의 대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여자, 유명해지고 싶었던 여자, 그리고 사 막에서 돌아와 말하는 여자. 우리 일에서 중요한 건 명성도 광채도 아니었어. 견디는 힘이었어.
소희는 현우의 머리 옆에 앉아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는 형광 테이프를 만졌다. 'HW'. 사 주 동안 주머니에서 주머니로 옮겨 다니던 것.
다음 날 아침 소희는 연습에 가기 전에 소극장 '뒷문'에 갔다.
박 대표는 매표소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월요일에요."
"월요일이 왜."
"휴관일이잖아요. 무대 비어 있잖아요. 저 개인 연습 하게 빌려 주세요. 매주 월요일 밤."
박 대표가 신문을 내렸다.
"얼마 낼 건데."
"제가 낼 수 있는 만큼요."
"중극장 주연이 낼 수 있는 만큼이 얼마야."
"……많지 않아요."
박 대표는 소희를 오래 봤다. 이십 년 극장을 한 사람의 눈으로.
"고스트라이트 전기세."
"네?"
"그거만 내. 한 달에 한 번 만 원." 박 대표는 매표소 서랍을 열어 열쇠 하나를 꺼내 매표소 창 아래로 밀었다. "네 거야. 복사한 거. 걸쇠 걸어."
월요일. 소희는 현우에게 어디 가는지 말하지 않았다. 대학로 골목. 열일곱 개의 계단. 철문. 소희가 열쇠를 꺼내 열었을 때 현우가 멈췄다.
"이거 어디서."
"들어와."
로비 문을 안에서 잠갔다. 걸쇠를 걸었다. 그리고 객석 뒷문을 열었다.
무대가 비어 있었다. 세트가 없었다. 다른 극단은 화요일에 들어와 일요일에 철수하고, 월요일의 무대는 검은 바닥과 고스트라이트 하나만 있었다. 소희는 현우를 H열 12번에 앉혔다. 그리고 무대로 올라갔다.
"「벚나무 아래」 2막 독백. 삼백 명이 매일 듣는 거."
했다. 정확하게. 삼백 석에서 하는 그대로. 가슴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중간에 소희는 멈췄다.
"이건 삼백 명한테 하는 거야."
숨을 쉬었다. 기술을 내려놨다. 그건 팔을 내려놓는 것과 비슷했다. 오 년 동안 들고 있던 팔.
"이제 너한테."
다시 했다. 같은 대사. H열 12번을 향해. 얼굴이 안 보이는 어둠을 향해, 그 어둠의 눈을 보면서. 세 줄째에서 목소리가 내려갔다.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그 아래로. 소희는 그것을 들었고 어둠도 들었다. 어둠에서 숨소리가 났다.
독백이 끝났다. 소희는 한참 서 있다가 무대에서 내려왔다. 통로를 걸어 올라갔다. H열. 12번 앞에 서서 현우를 봤다.
"일어나."
"뭐?"
"오늘은 네가 무대에 서. 내가 볼게."
현우는 웃었다. 소희는 웃지 않았다. 그는 웃음을 멈췄다.
"소희."
"규칙 일곱. 무대 위에선 객석 말대로. 오늘 객석은 나야. 하우스 라이트 아니면 가."
현우는 일어났다. 통로를 내려갔다. 무대 계단을 올랐다. 고스트라이트 아래 섰다. 소희는 H열 12번에 앉았다. 처음으로. 그 자리에서 무대를 봤다. 여덟 줄. 노란 빛의 원. 그 안에 서 있는 한 사람. 이렇게 보였구나. 소희는 생각했다. 이렇게 다 보였구나.
"옷."
"……진심이야?"
"세 번 말 안 해."
현우는 셔츠 단추를 풀었다. 천천히. 소희가 첫날 단추 열두 개를 풀 때처럼 손이 서툴렀다. 셔츠가 바닥에 떨어졌다. 벨트. 바지. 그는 잠깐 멈췄다가 속옷을 내렸다. 알몸으로 고스트라이트 아래 서 있었다. 손이 올라오려는 것을 소희는 봤다. 가리려는 손. 그 손이 멈추는 것도 봤다.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말해줄게." 소희가 말했다. 여덟 줄 앞으로, 정확하게.
현우의 어깨가 움직였다.
"무대 한가운데 남자가 서 있어. 어깨가 넓고 손이 커. 숨을 쉴 때 배가 들어가고 나와. 얼굴이 붉어. 여덟 줄 뒤에서도 보여. 그리고—" 소희는 잠깐 멈췄다. "아무도 안 만졌는데 서 있어. 서고 있어. 지금. 내가 보는 동안."
현우가 소리를 냈다. 말이 아닌.
"너도 이러네. 보여지면."
"……처음이야."
"뭐가."
"이쪽. 이쪽에 서는 거."
"만져. 천천히. H열 봐."
그가 손을 내렸다. 자기를 잡았다. 소희는 H열 12번에서 그것을 봤다. 그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는 것. 눈이 어둠을 찾는 것. 소희를 못 찾으면서 소희를 보는 것. 그것이 어떤 것인지 소희는 팔 주 동안 알았고 이제 반대편에서 봤다. 그의 손이 빨라졌다. 소희는 자기 다리 사이가 젖는 것을 느꼈다. 만지지 않았다. 보기만 했다.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되는구나. 그가 팔 주 동안 여덟 줄 뒤에서 이랬구나.
"멈춰."
멈췄다. 그의 손이 떨렸다.
소희는 일어났다. 통로를 내려갔다. 무대 계단 아래에 서서 그를 올려다봤다.
"커튼콜은 원래 내가 부르는 거였지. 오늘은 네가 불러."
"……커튼콜."
소희가 올라갔다.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를 입에 넣었다. 현우가 소희의 머리를 잡았다. 무대 바닥에 무릎을 대고 소희는 그를 깊이 받았다. 그가 위에서 소희를 보는 것을 느꼈다. 보는 사람. 소희는 입을 떼고 그를 올려다봤다.
"봐."
"보고 있어."
"계속."
소희는 원피스를 벗었다. 이번엔 자기 옷. 단추가 없는 옷. 머리 위로. 속옷을. 그리고 그를 바닥에 눕히고 위에 앉았다. 세트도 소파도 없는 검은 무대 바닥에서. 고스트라이트가 두 사람을 위에서 비췄다.
"이 무대." 소희가 그를 안에 넣으면서 말했다. "내가 빌렸어. 매주 월요일. 고스트라이트 전기세로."
"……뭐?"
"한 달에 만 원. 박 대표님이 열쇠 줬어. 여기선 아무도 안 와. 온다면 노크한대."
현우가 웃었다. 소희가 그 위에서 움직이는 채로. 웃음이 신음으로 바뀌었다.
"삼백 명 앞에서 목소리가 안 내려가." 소희가 움직이면서 말했다. 끊어지는 말로. "네가 R열에 있는 걸 아는데도. 너무 멀어. 그래서. 매주 여기 와야 해. 목소리. 찾으러."
"나 때문에. 무대를 빌린 거야?"
"너 때문 아니야." 소희는 그의 가슴에 손을 짚고 허리를 내렸다. "나 때문에. 너를 보는 나 때문에. 네가 보는 나 때문에. 그게 없으면 나는 정확한 배우야. 정확한 거 싫어."
현우가 일어나 앉아 소희를 안았다. 그러자 마주 앉은 자세. 7장. 형광 테이프가 없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그날의 자세를 다시 했다. 얼굴이 십 센티였다. 소희는 그의 눈을 봤다. 그가 소희의 등을 안고 아래에서 밀어 올렸다.
"눈." 이번엔 소희가 말했다.
"보고 있어."
"어때. 이쪽에서 보이는 내 얼굴."
"……무서워. 좋아서."
소희는 그 말에 갔다. 자기가 그에게 했던 말을 돌려받으면서. 안이 조였고 현우는 소희를 꽉 안고 그 안에서 같이 갔다. 검은 무대 바닥에서. 세트 없이. 관객 없이. 고스트라이트 하나.
한참 뒤, 소희는 가방에서 열쇠를 하나 더 꺼냈다.
"두 개 복사했어. 네 거."
현우는 열쇠를 받았다. 손바닥에서 차가웠다.
"월요일 열쇠."
"응."
"소희."
"응."
"마지막 공연이 삼 주 뒤야."
"알아. 그날 부탁이 하나 있어."
"뭐."
소희는 옷을 입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고스트라이트를 끄지 않고, 걸쇠를 풀고, 열일곱 개의 계단을 오르면서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