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의 발소리

일곱 번째 주에는 앙코르가 익숙해졌다. 익숙함은 무대 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었다. 소희는 그것을 알았고, 알면서도 방심했다.

금요일 밤이었다. 마지막 관객이 올라갔고, 문이 잠겼고, 알람은 열한 시 이십 분. 열 시 십일 분에 소희는 무대에 나갔고 열 시 사십 분에 커튼콜을 불렀다.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은 이제 소희의 몸이 대본처럼 외우고 있었다. 원피스, 속옷, 소파, 다리, 손, H열 12번, 그의 목소리, 가지 말라는 말, 가라는 말.

커튼콜 뒤 현우는 소희를 소파에 눕혔다. 등받이에 머리를, 팔걸이에 한쪽 다리를. 소희의 다른 다리는 그의 어깨에 걸쳤다. 그는 셔츠를 벗지 않았다. 바지만 내렸다. 그게 그의 방식이었다. 소희는 알몸이고 그는 반쯤 입고 있는 것. 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람의 차이가 옷의 양으로 남아 있는 것.

그가 들어왔다. 소파가 삐걱했다. 소희의 다리가 그의 어깨 위에서 흔들렸다. 고스트라이트가 두 사람의 왼쪽에서 비쳐서 그의 얼굴 절반이 노랗고 절반이 어두웠다. 소희는 그 얼굴을 보면서 그가 한 번씩 밀어 넣을 때마다 소리를 냈고, 그 소리가 텅 빈 객석으로 흩어졌고, 그러다가—

철문 소리.

로비의 철문. 열쇠가 자물쇠에 들어가는 소리. 지하 복도 전체를 타고 오는, 착각할 수 없는 쇳소리.

두 사람이 동시에 얼었다.

"……내가 잠갔어." 소희가 속삭였다. "내가 안에서 잠갔어."

"열쇠가 하나가 아니야."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계단. 하나. 둘. 셋.

현우가 빠져나왔다. 소희의 몸이 그 갑작스러운 빈자리에 저절로 조여들었지만 그걸 느낄 시간이 없었다. 현우는 바지를 올리고 벨트를 채웠다. 다섯. 여섯. 소희는 소파에서 굴러 내려와 무대 바닥에 떨어진 원피스를 주웠다. 속옷은, 속옷은 어디—일곱. 여덟. 찾을 시간이 없었다. 원피스만 가슴에 안고 병풍 뒤로 뛰었다. 맨발이 무대 바닥에서 소리를 냈다. 아홉. 열.

현우는 무대에서 뛰어내렸다. 객석 통로. A열. 앉았다. 열둘. 열셋. 다리를 꼬고 폰을 꺼냈다.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객석 뒷문이 열렸다.

"누구 있어?"

박 대표의 목소리. 이 극장을 이십 년 운영한 남자. 예순쯤. 말이 적고 배우들에게 밥을 잘 사고, 극장 물건에 손대는 걸 유일하게 화내는 사람.

"안녕하세요."

현우가 일어났다. A열에서. 목소리가 정확했다. 소희는 병풍 뒤에서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기가 배우인데 그가 더 잘한다고 생각했다.

"소희 씨 남자친구입니다. 분장실에서 옷 갈아입는 중이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뒷줄 총각."

발소리가 통로를 내려왔다. 소희는 병풍의 틈으로 봤다. 박 대표가 통로를 내려와 현우 옆을 지나면서 그를 한 번 봤다. 위아래로. 그리고 무대 옆 계단으로 올라왔다. 무대 위로. 병풍에서 세 걸음.

"우산을 두고 갔어. 윙에."

무대를 가로질러 갔다. 소파 옆을 지나면서.

멈췄다.

소희는 병풍 틈으로 박 대표의 뒷모습을 봤다. 그는 소파를 보고 있었다. 소파 시트. 고스트라이트가 비추는 시트 한가운데 어두운 얼룩. 그리고 소파 다리 옆 무대 바닥에 누드 톤 팬티 하나.

일 초. 이 초.

박 대표는 윙으로 걸어갔다. 우산을 집었다. 돌아 나왔다. 소파 옆을 다시 지나면서 이번엔 멈추지 않았다. 무대 계단을 내려가면서, 객석을 향해서도 병풍을 향해서도 아닌 방향으로 말했다.

"소희야. 열한 시 반. 걸쇠 걸어."

통로. 뒷문. 계단 열일곱 개. 철문. 잠기는 소리.

소희는 병풍 뒤에서 나왔다. 원피스를 가슴에 안고. 알몸으로. 다리가 떨려서 병풍을 잡았다.

"봤어."

"……."

"봤어, 현우. 소파. 팬티. 봤어. 멈췄어. 봤어."

"말 안 하셨어."

"'걸쇠 걸어'라고 했어! 그게 말 안 한 거야?"

소희는 웃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었다. 둘 중 어느 쪽인지 자기도 몰랐다. 원피스를 든 손이 떨렸고 무릎이 떨렸고 그리고—그리고 허벅지 안쪽이 젖어 있었다. 아까보다 더. 방금 그 이 초 동안, 박 대표가 소파를 보고 있던 이 초 동안, 소희의 몸은 얼어 있으면서 동시에 뜨거웠다. 들키는 것. 보여지는 것. 그 둘이 몸 안에서 같은 곳에 있었다.

현우가 무대로 올라왔다. 소희에게 다가왔다. 소희는 원피스를 떨어뜨렸다.

"지금."

"소희, 잠깐—"

"지금. 지금 해. 제발."

소희가 그의 벨트를 잡았다. 손이 떨려서 풀지 못했고 현우가 대신 풀었다. 그는 소희를 병풍 뒤 세트 벽으로 데려갔다. 극단 물건. 나무 틀에 천을 씌우고 회색으로 칠한 가벽. 소희의 등이 거기 닿았다. 현우가 소희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자기 팔에 걸고 그대로 들어왔다.

소희는 소리를 냈다. 참지 않았다. 오 분 전에 이 극장에 다른 사람이 있었고 오 분 전에 이 소리를 낼 수 없었고 지금은 낼 수 있었다. 세트 벽이 흔들렸다. 나무 틀이 삐걱했다. 현우는 처음부터 빠르게, 세게, 소희가 벽에 부딪히도록. 그것이 소희가 원하는 것이었고 그는 알았다.

"박 대표님이." 소희가 끊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파 봤을 때. 나 여기서. 젖고 있었어. 더."

"알아."

"미쳤어. 내가."

"아니."

"들킬 뻔했는데. 들켰는데."

"들킨 게 아니야. 보여진 거야." 현우가 소희의 목에 입을 대고 말했다. "너는 보여지는 사람이야. 그건 무대 위에서 네가 제일 잘하는 거야."

소희는 갔다. 거의 즉시. 벽에 머리를 대고 다리를 그의 팔에 걸고, 안이 그를 조이면서 경련했고, 그런데 끝나지 않았다. 현우가 멈추지 않았다. 소희는 첫 번째 파도가 다 지나가기 전에 두 번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은 처음이었다. 무대에서도 집에서도 처음이었다. 소희는 그의 셔츠를 잡아 찢을 듯이 움켜잡았고, 소리는 이제 소리가 아니라 그의 이름이었고, 두 번째로 갔을 때 현우도 같이 무너졌다. 세트 벽에 소희를 누르면서, 안에서, 떨면서.

한참 뒤 두 사람은 무대 바닥에 앉아 있었다. 고스트라이트 아래. 소희는 원피스를 어깨에만 걸치고 있었고 현우는 셔츠 단추 두 개가 떨어진 채였다.

"너무 갔나." 현우가 말했다.

"뭐가."

"이거. 우리. 여기까지."

소희는 고스트라이트를 봤다. 알전구 하나.

"무서웠어."

"응."

"그리고 좋았어. 그게 무서워."

현우는 소희의 어깨에 걸친 원피스를 조금 더 끌어 올려줬다.

"박 대표님이 미란이한테 말하면? 극단에 말하면? 여긴 극장이야. 사람들 직장이야. 나만 있는 게 아니야. 나는 배우고, 무대에서 보여지는 게 내 일이지만, 이건 내 일이 아니잖아. 이건……."

"이건 우리 거야." 현우가 말했다. "그런데 극장은 우리 게 아니야. 네가 첫날 그랬어."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 여덟." 소희가 말했다. "걸쇠. 열쇠로 잠그는 거 말고. 안에서 걸쇠. 박 대표님이 그러라고 했어. 그러면 열쇠로도 안 열려."

"규칙 아홉." 현우가 말했다. "하우스 라이트, 나도 말할 수 있어. H열은 뒷문 바로 옆이야. 로비 소리 내가 제일 먼저 들어. 내가 하우스 라이트라고 하면 너는 묻지 말고 병풍."

"네가 멈추는 말을 해?"

"네가 멈추는 말을 나한테 준 건, 내가 너한테 뭘 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어. 이제 내가 그 말을 갖는 건, 내가 너를 지키기 위해서야. 같은 말인데 방향이 달라."

소희는 그를 오래 봤다. 그리고 웃었다. 이번엔 울지 않고.

"우산 두고 간 거 진짜였을까."

"몰라."

"이십 년 극장 하신 분이야."

"그러니까 몰라."

일요일 낮공연 전, 박 대표가 로비에서 소희를 불렀다. 소희는 심장이 내려가는 걸 느끼며 갔다. 박 대표는 매표소 옆 벽에 기대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 총각."

"……네."

"매일 와?"

"네."

"표는 사고?"

"매일요. 초대권 준다고 해도 안 받아요."

박 대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 극장 이십 년 했다. 고스트라이트 왜 켜 두는지 알아?"

"유령 때문에……."

"유령은 무슨. 밤에 무대에 뭐가 있어도 아무도 넘어지지 말라고 켜 두는 거야."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걸쇠 걸어. 안에서. 그러면 내 열쇠로도 안 열려. 열한 시 반에 올 일 있으면 노크할게." 박 대표는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덧붙였다. "소파 커버 하나 사. 을지로 거 천 얇더라."

소희는 로비에 혼자 서서, 아주 오랫동안,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