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모근이라고 말해
연우는 사람이 걷는 것만 보고도 어디가 아픈지 안다. 자랑은 아니다. 십 년 동안 남의 몸을 누르다 보면 눈이 그렇게 길들여지는 것뿐이다.
오후 네 시, 리셋 스포츠재활센터 3번 베드. 마라톤 동호회 회장이라는 사십대 남자가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며 왔다. 연우는 그가 운동화를 벗는 것을 봤고, 양말을 벗는 것을 봤고, 베드에 올라앉으며 오른쪽 다리를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돌리는 것을 봤다.
"무릎 아니에요."
"네?"
"무릎은 억울한 겁니다. 허벅지 바깥쪽이 굳어서 무릎을 당기는 거예요. 엎드려 주세요."
남자는 반쯤 못 믿는 얼굴로 엎드렸다. 연우는 대퇴근막장근에서 장경인대로 내려가는 선을 손바닥으로 한 번 훑고, 굳은 자리를 찾아 팔꿈치를 올려 놓았다. 체중을 삼 할쯤 실었다.
"아, 아 거기—"
"네. 거기죠."
십오 분 뒤 남자는 무릎을 두 번 굽혀 보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나가면서 그가 말했다.
"선생님 손 진짜 무섭네요."
"정확한 거예요. 무서운 거랑 정확한 건 달라요."
연우는 그 말을 하루에 두 번쯤 한다. 손님들은 웃고, 연우는 웃지 않는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 * *
집에 돌아오면 다른 몸이 하나 있다.
성재는 서재라고 부르는 두 번째 방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체코 소설을 번역하는 중이라고 했다. 연우는 체코어를 모르지만, 성재의 목이 왼쪽으로 십오 도쯤 기울어 있고 오른쪽 어깨가 귀 쪽으로 이 센티는 올라가 있다는 건 문 앞에서 알았다. 견갑거근. 그리고 상부 승모근.
"손 좀 대도 돼?"
"그걸 왜 물어. 같이 산 지 여덟 달인데."
"일할 때 습관."
"난 손님이 아닌데."
"손님이 아니니까 더 물어야지."
성재는 의자를 뒤로 밀고 고개를 젖혔다. 연우는 그의 뒤에 서서 양쪽 엄지를 승모근 위에 올렸다. 손바닥으로 먼저 쓸었다. 경찰법. 피부에 손을 익히는 시간. 그다음 엄지로 결을 따라 눌러 내리다가, 오른쪽 목과 어깨가 만나는 지점에서 은행알만 한 결절을 찾았다.
"여기네."
"응. 거기."
연우는 눌렀다.
성재의 입에서 소리가 났다. 연우는 하루에 스무 번쯤 그 소리를 듣는다. 아픈 데를 정확히 눌리면 사람은 누구나 낮은 소리를 낸다. 그런데 이 소리는 조금 달랐다. 너무 낮았고, 너무 길었다. 끝이 내려가지 않고 떨렸다. 그리고 그의 호흡이 바뀌었다. 흉식에서 복식으로. 손님이 이완할 때 그렇게 바뀐다. 하지만 손님의 배는 이렇게 들썩이지 않는다.
"성재."
"응."
"지금 뭐 하는 거야."
"어깨 풀리는 중."
"그 소리는 어깨 풀리는 소리가 아닌데."
성재가 눈을 감은 채로 웃었다.
"넌 손이 아프잖아."
"정확한 거야."
"그러니까."
연우는 엄지를 떼지 않은 채 그의 앞을 내려다봤다. 회색 트레이닝 팬츠 위로 윤곽이 분명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사귀기 시작하고 세 번째 만났을 때 성재는 이미 말했다. 네 손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아프기 때문이야. 연우는 그때 와인을 마시다 말고 그를 잠깐 봤고, 그다음 이렇게 물었다. 어디가.
그 뒤로 둘은 조심스러웠다. 한 번은 성재가 어디서 읽었다며 신호를 정하자고 했다. 빨강, 노랑. 연우가 진지하게 그래, 라고 하자 성재는 소파에 쓰러져 웃었다. 내가 신호등이야? 그날 밤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래서 여덟 달 동안 연우의 손은 그의 몸 위에서 늘 조금씩 덜 눌렀다. 정확한 사람은 기준이 없는 곳에서는 힘을 빼는 법이다.
오늘은 조금 더 눌렀다.
결절 한복판에 엄지를 세우고, 체중을 실었다. 성재의 등이 의자에서 들렸다. 손이 책상 모서리를 잡았다.
"승모근—"
연우의 손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먼저였다. 두 손을 들어 올려 몸에서 떼고 한 걸음 물러섰다. 수술실에서 나온 사람처럼 손바닥을 앞으로 한 채. 성재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
"왜 멈춰?"
"네가 근육 이름 댔으니까."
"그냥 튀어나온 거야. 네가 늘 말하잖아. 승모근, 승모근."
"손님이 근육 이름을 대면 거기가 아프다는 뜻이야. 그러면 손이 떨어져. 십 년 된 반사야.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야."
성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천천히, 좋은 문장을 찾은 번역가의 얼굴로 말했다.
"그거네."
"뭐가."
"빨강보다 낫잖아. 넌 빨강 들으면 생각을 해야 되는데, 승모근 들으면 손이 먼저 떨어지잖아."
연우는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아직 앞으로 들려 있었다. 천천히 내렸다.
"그럼 정지는 승모근."
"정지 말고 다른 것도 있어야 된대. 천천히, 같은 거."
"광배근."
"왜?"
"넓으니까. 여유 있게."
성재가 웃었다. 이번엔 소파에 쓰러지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채로, 목을 왼쪽으로 십오 도 기울인 채로 웃었다. 연우는 그 각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대도 돼?"
"그걸 왜 물어."
"이제부턴 물을 거야. 늘."
"...응. 대."
연우는 그의 뒤로 돌아갔다. 이번엔 경찰법을 생략하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목에서 어깨로 세 번 쓸어내리고, 결절을 다시 찾았다. 눌렀다. 성재가 숨을 들이켰다.
"열 중에 몇이야."
"...여섯."
"일곱 갈까."
"가."
연우는 엄지의 각도를 바꿨다. 손톱이 아니라 지문 끝으로, 결절의 중심이 아니라 그 가장자리를. 트리거 포인트는 정면으로 누르면 저항하고 옆에서 누르면 항복한다. 성재의 몸이 활처럼 당겨졌다. 소리는 이제 소리가 아니라 숨이었다.
연우는 왼손을 그의 어깨에서 떼어 앞으로 내렸다. 트레이닝 팬츠 허리를 넘어, 안으로. 그의 것은 이미 단단했고 끝이 젖어 있었다. 손으로 감싸자 성재가 의자 팔걸이를 쥐었다.
"손 두 개가 다 바쁘네."
"조용히 해. 세고 있어."
"뭘."
"삼십 초."
허혈성 압박. 결절을 눌러 피를 끊고, 삼십 초를 버티고, 놓아서 피를 다시 흘려보낸다. 연우는 오른손 엄지로 누르는 동안 왼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감싸고만 있었다. 성재가 허리를 들어 손 안으로 밀어 넣으려 하자 왼손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움직이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어. 압박 중이야."
"연우—"
"이십 초."
성재의 허벅지가 떨렸다. 대퇴사두근이 의자에 눌린 채 경련하는 게 눈에 보였다. 연우는 세었다. 십. 구. 팔. 그의 것이 손 안에서 뛰었다. 칠. 육. 그가 무슨 말을 하려다 삼켰다. 오. 사. 연우는 왼손을 아주 조금, 손목만 돌려서 움직였다. 삼. 이. 일.
엄지를 뗐다.
결절에서 피가 돌아오는 순간 성재가 갔다. 소리도 없이, 등이 의자에서 완전히 들려서, 연우의 왼손 안으로. 뜨거운 것이 손가락 사이로 흘렀다. 연우는 손을 빼지 않고 그가 다 끝나기를 기다렸다. 손님의 근육이 다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은 속도로.
"이완에서 갔네."
성재가 헐떡이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그게 무슨 뜻이야."
"근육도 그래. 누를 때가 아니라 풀리는 순간에 피가 돌아. 그때 제일 뜨거워."
"그걸 지금 말해야 돼?"
"정확한 게 좋다고 했잖아."
연우는 티슈를 뽑아 손을 닦았다. 성재는 의자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앉았다. 목이 이제 똑바로 서 있었다. 십오 도가 영 도로 돌아와 있었다. 연우는 그게 자기 엄지 때문인지 다른 이유인지 잠깐 생각했다. 둘 다일 것이다.
"내일도 어깨가 아플 거 같아."
"그건 자세 문제야. 모니터 높여."
"그러면 자세를 고치지 말아야겠다."
"고쳐."
연우는 그의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누르지 않고, 그냥 얹었다.
"굳는 건 안 돼. 아픈 건 내가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