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손

연우는 다섯 시간을 잤다. 손님 앞에서 다섯 시간은 부족한 시간이었다. 손은 피곤하면 무거워진다. 무거운 손은 정확하지 않다.

센터에 도착하니 지현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물리치료사. 연우보다 두 살 위. 옆 베드를 오 년 썼다.

"요즘 손 무거워졌어."

"뭐?"

"팔꿈치 쓰는 거 늘었지? 어깨 각도가 달라. 저번 달부터."

연우는 자기 팔꿈치를 봤다. 지현은 커피를 두 잔 따라 하나를 건넸다.

"나쁘다는 게 아니야. 손님들이 좋아해. 세게 해 달라는 사람들. 그냥 눈에 보여서."

"...고마워."

"뭐가."

"보여서."

지현은 이상하다는 얼굴로 웃고 자기 베드로 갔다.

* * *

아홉 시 손님은 서른둘, 사무직, 만성 승모근 통증. 초진이었다. 연우는 문진표를 읽고 그녀의 어깨 높이를 봤다. 오른쪽이 이 센티 높았다. 마우스 손. 목이 십 도쯤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오른쪽이 더 아프시죠."

"네, 어떻게—"

"어깨가 말해 줘요. 엎드리세요."

연우는 오일을 덥혔다. 경찰법. 손바닥으로 목에서 어깨로 세 번. 유념법. 그다음 엄지로 상부 승모근의 결을 따라 내려갔다. 결절이 있었다. 오른쪽, 목과 어깨가 만나는 자리. 은행알만 한.

여기네.

연우는 눌렀다.

여자의 몸이 튀었다.

"아—아! 선생님, 잠깐—"

연우의 손이 떨어졌다. 반사였다. 두 손을 들어 몸에서 떼고 한 걸음 물러섰다. 손바닥을 앞으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괜—괜찮아요. 그냥 깜짝 놀라서."

여자가 헤드레스트에서 얼굴을 들어 뒤를 봤다. 웃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얼굴이었다.

"아픈데 시원해요. 그런 거죠, 이런 게?"

"...네. 조금 세게 들어갔어요. 다시 할게요."

"세게 해 주셔도 돼요."

연우는 다시 손을 댔다. 이번엔 정확했다. 교과서의 깊이. 초진 손님에게 들어가는 깊이. 결절의 가장자리를 지문으로 돌리고, 삼십 초 압박하고, 놓았다. 여자가 편안한 소리를 냈다. 이완의 소리. 그 소리는 정확히 이완의 소리였다. 연우는 그걸 확인하고 있었다. 확인하는 자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그 전이었다. 여자가 아, 하고 튄 순간. 연우의 손이 떨어지기 전, 그 반 초. 그 반 초 동안 연우의 배 아래에서 무언가가 뜨겁게 떨어졌다. 성재가 튀는 소리를 들을 때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 같은 자리로.

연우는 그걸 알았다. 몸이 먼저 알았고, 그다음 머리가 알았다.

나머지 사십 분 동안 연우의 손은 완벽했다. 손님은 만족했다.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세게 해 주셔서 좋다고 했다. 연우는 웃으며 인사했다. 웃는 얼굴이 자기 얼굴 같지 않았다.

점심은 먹지 않았다. 대기실 구석에 앉아 손을 봤다.

학원에서 배운 것 중에 아직 기억나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손은 도구가 아니라 계약이다. 손님은 몸을 맡기고, 시술자는 손의 용도를 맡긴다. 계약 안에서 손은 한 가지 뜻만 가진다. 연우는 그 문장을 십 년 동안 믿었다. 그래서 정확했다.

이제 손이 두 가지 뜻을 가졌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낮의 손과 밤의 손이 따로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오늘 아침 그 반 초였다. 밤의 손이 낮에 들어왔다. 연우가 부르지 않았는데.

어젯밤을 생각했다. 센터 로고가 찍힌 장갑 상자. 센터에서 가져온 마사지건. 그리고 지난 몇 주 동안 성재의 등에 남긴 색을 보면서 더, 조금 더, 라고 했던 것은 성재만이 아니었다. 연우 자신이었다. 색이 정확해지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손님의 혈류가 정확해지는 걸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같은 방식으로.

내가 직업을 이용하고 있는 건가.

아니다. 그건 너무 단순하고 너무 도덕적인 문장이었다. 진실은 더 단순하고 덜 도덕적이었다. 손은 하나였다. 연우는 그 손에 두 개의 기준을 심어 놓고 둘이 섞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근육을 아는 사람이 근육은 그렇게 배우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 근육은 반복한 것을 기억한다. 어느 쪽에서 반복했는지는 기억하지 않는다.

* * *

집에 오니 성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에 이미 것들이 나와 있었다. 괄사판. 오일. 파란 장갑 상자. 해부도 두 장. 성재는 웃고 있었다. 어제 사진을 찍던 얼굴이었다.

"오늘은 예열 짧게. 괄사 진하게. 일주일 가게."

연우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안 해."

"왜?"

"피곤해."

"피곤하면 내가 다 할게. 넌 팔만—"

"성재."

성재의 얼굴에서 웃음이 반쯤 빠졌다. 반만.

"뭔데. 무슨 일 있었어?"

"손님 하나 세게 눌렀어."

"다쳤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괜찮다고 했어. 세게 해 줘서 좋다고 했어."

"그럼 뭐가 문제야."

연우는 대답할 말을 찾았다. 찾지 못했다. 성재가 식탁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왔다. 팔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오늘 그 손이 연우를 만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연우. 넌 정확하잖아. 정확하게 세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넌 실수 안 해."

"정확한 거랑 무서운 건 달라."

"그 말 매일 하잖아."

"오늘 낮에 내 손이 무서웠어."

성재는 그 말을 들었지만 듣지 않았다. 연우는 그걸 봤다. 그의 눈이 그녀를 지나 식탁의 괄사판으로 갔다가 돌아왔다. 그는 이미 오늘 밤에 있었다. 어젯밤부터 거기 있었을 것이다.

"그냥 해 줘. 딴 생각 하기 싫어. 오늘 하루 종일—그냥, 하기 싫어. 네가 눌러 주면 아무 생각도 안 나. 그게 필요해."

"성재."

"짧게라도. 예열 없이. 그냥—"

"승모근."

성재가 멈췄다.

거실이 조용했다. 냉장고 소리가 났다. 성재는 연우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자기 손을 봤다. 연우의 손이 떨어지는 걸 본 사람처럼.

"...그건 내 거잖아."

"우리 거야. 지도에 그렇게 썼어. 누구 거라고 안 썼어."

"연우—"

"오늘은 손 못 대. 네 몸에도, 내 몸에도."

연우는 그를 지나 욕실로 갔다. 문을 닫았다. 물을 틀었다. 옷을 벗지 않고 세면대 앞에 서서 자기 손을 봤다. 손톱은 짧고 엄지에는 굳은살이 있고, 이 손은 오늘 아침 한 여자를 아프게 했고 그걸 반 초 동안 좋아했다.

물을 손에 받았다. 뜨겁게. 그냥 받고 있었다. 열을 빼는 손이 아니라, 열을 받는 손.

거실에서는 성재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해부도를 보고 있었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의 날짜. 1차 검사. 그 밑에 매주 하나씩 늘어난 날짜들. 성재는 그것들을 세어 봤다. 그다음 자기가 파랗게 그려 넣은 것을 봤다. 그다음 연우가 빨간 빗금으로 지운 얼굴을 봤다.

그리는 손이 빨랐던 자리.

성재는 그때 처음으로 그 빗금이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