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해부도

아침에 먼저 말한 사람은 성재였다.

"어제 미안."

연우는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돌아보지 않았다.

"뭐가."

"승모근 듣고도 계속 말했어. 그건—그건 지도 위반이야. 손 뗐어야 되는데 말로 계속 눌렀어."

연우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해부도가 어제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괄사판도, 장갑 상자도. 연우는 장갑 상자를 집어서 자기 가방 옆에 놨다.

"이거 센터에 다시 가져갈 거야."

"응."

"마사지건도."

"응."

"괄사판은 내 거니까 센터에 두고 집에 쓸 거 따로 살 거야."

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다음 어제 아침 이야기를 했다. 아홉 시 손님. 은행알. 반 초. 배 아래에서 떨어진 것. 사십 분 동안 완벽했던 손. 점심을 안 먹은 것. 손은 도구가 아니라 계약이다, 라는 문장.

성재는 끝까지 듣고 물었다.

"그 손님은 진짜 괜찮았어?"

"괜찮아. 다음 주에 온대. 문제는 손님이 아니야."

"너지."

"내 손."

"네 손이 너야."

연우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성재를 봤다.

"넌 왜 그랬어. 어제. 일주일 가게, 예열 없이. 그건 너 같지 않았어. 넌 지도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성재는 커피 잔을 돌렸다. 한참을.

"계약 날아갔어. 체코 소설. 시리즈 세 권. 출판사가 접었어. 목요일에."

"...목요일?"

"넉 달 작업했어. 첫 권은 다 했고. 돈은 첫 권 것만 준대."

"왜 말 안 했어."

"말하면 그게 진짜가 되니까. 그리고—"

성재가 잔을 놓았다.

"네가 눌러 주면 아무 생각도 안 났어. 그게 좋았어. 목요일 밤부터 계속. 더 세게 하면 더 오래 안 났어. 일주일 가는 자국이 있으면 일주일 동안 볼 때마다 다른 생각이 날 거 같았어. 그 생각 말고."

연우는 오래 조용했다. 그다음 천천히 말했다.

"그건 치료야."

"뭐?"

"아픈 데가 있으면 다른 데를 눌러서 뇌를 속이는 거. 통증으로 통증을 가리는 거. 그거 내가 낮에 하는 일이야. 하루에 여덟 번. 밤에 그걸 하면 난 하루 종일 일하는 거고, 넌 손님이야."

성재가 뭔가 말하려 했다. 연우가 먼저 말했다.

"난 너랑 자고 싶어. 손님이랑 자고 싶진 않아. 그리고 내 손은 하루에 여덟 번이면 충분해."

성재는 그 말을 들었다. 이번엔 들었다. 연우는 그의 얼굴에서 그걸 봤다.

"그럼 어떻게 해."

"지도 고쳐."

연우는 파란 펜을 들었다. 후면 해부도의 오른쪽 여백, 승모근 = 정지 밑에 줄을 그었다. 그리고 썼다.

낮의 물건은 밤에 안 쓴다. 밤의 물건은 낮에 안 간다.

"장갑, 오일, 도구. 다 따로. 상자 두 개. 섞이면 그날 끝."

시작 전 : 샤워. 옷 갈아입기. 물 한 잔.

"유니폼 아닌 옷으로. 손 씻는 거 말고 몸을 씻어. 낮을 씻어 내고 시작해."

지도 수정은 식탁에서만. 테이블 위에서는 요청 없음.

"더, 세게, 다음엔. 그거 전부 여기서. 테이블에서 하면 그날 끝. 지도 위반."

다음 날 아침 보고.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재검사. 손님도 그렇게 해. 넌 손님 아니지만 그건 해. 내가 알아야 돼."

연우는 펜을 멈추고 마지막 줄을 오래 생각했다. 그다음 썼다.

도망치려고 하는 날은 안 한다.

"생각 안 하려고 맞는 건 안 돼. 생각 다 하고 맞아. 오늘 무슨 생각을 안 하고 싶은지 식탁에서 말하고, 그래도 하고 싶으면 그때. 아니면 그냥 안고 자."

성재는 그 여섯 줄을 읽었다. 두 번. 그다음 연우를 봤다.

"이거 다 내 규칙이잖아. 넌?"

"나?"

"네 지도는 어디 있어."

연우는 대답하지 못했다. 성재가 일어나 작은 방에 갔다. 돌아올 때 손에 종이가 있었다. 전면 해부도. 연우가 센터에서 두 장 가져왔는데 그동안 후면만 썼다. 전면은 벽에 기대 세워 둔 채였다. 성재가 그걸 식탁에 펼쳤다. 컵으로 네 귀퉁이를 눌렀다.

"그려."

"내가 뭘."

"네 거. 내가 하는 거 아니잖아. 그래도 넌 한계가 있을 거야. 어제 봤어."

연우는 빨간 펜을 들었다. 손이 잠깐 멈췄다. 그다음 전면 해부도의 얼굴 위에, 어제와 같은 빗금을 쳤다. 이번엔 빠르지 않았다.

"얼굴. 내가 안 쳐.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그러고 싶어질까 봐."

목 위에 선.

"목. 내 손은 목을 풀라고 배웠어. 조이는 건 배운 적이 없어. 배운 적 없는 건 안 해."

그다음 연우는 해부도 위가 아니라 옆 여백에 썼다.

호흡 X. 결박 X. 내 손이 감당 못 하는 건 안 해.

"이건 그냥 나야. 못 해서가 아니라, 하면 내가 정확하지 않게 될 거라서."

성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는 펜을 내려놓으려다가 다시 들었다. 파란색으로 바꿨다. 여백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가끔은 그냥 만져. 마사지도 아니고 플레이도 아니고.

"내 손 말고 네 손으로. 내 손은 뜻이 두 개야. 네 손은 뜻이 하나면 좋겠어. 그냥 만지는 거."

성재는 그 줄을 오래 봤다. 그다음 연우의 커피 잔을 밀어 놓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뒤집어서 손바닥을 봤다. 엄지 굳은살. 짧은 손톱. 그걸 자기 손가락으로 쓸었다. 누르지 않고. 그냥.

"내가 해 줄까."

"뭘."

"마사지."

"넌 못 해."

"그래서 하는 거야. 뜻이 하나니까."

* * *

성재의 마사지는 정말로 못했다.

연우는 소파에 엎드렸고 성재는 그녀의 승모근이라고 생각하는 자리를 엄지로 눌렀다.

"거긴 뼈야."

"어디가 근육인데."

"손가락 두 개 안쪽."

"여기?"

"거긴 견갑거근."

"그것도 근육이잖아."

"...그래, 눌러."

성재가 눌렀다. 힘이 없었다. 결절을 찾지 못했다. 각도가 틀렸다. 연우는 그 모든 걸 알았고 그 모든 것을 고쳐 주고 싶었고 고쳐 주지 않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뜻이 하나였고 그것만으로 그녀의 등이 조금 풀렸다. 정확하지 않은 손에 풀리는 근육도 있다는 걸 연우는 십 년 만에 알았다.

"몇이야."

성재가 물었다. 연우가 웃었다. 소파에 얼굴을 묻고.

"숫자 없어. 오늘은."

성재의 손이 등에서 내려갔다. 허리로. 그다음 옷 안으로. 연우는 몸을 돌렸다. 성재가 그녀 위로 왔다. 입을 맞췄다. 오랜만이었다. 입을 먼저 맞추는 것이. 지난 몇 주는 늘 손이 먼저였다.

성재가 내려갔다. 셔츠를 올리고, 바지를 벗기고, 다리 사이에 얼굴을 넣었다. 연우는 소파 쿠션을 잡았다. 테이블이 아니었다. 테이블은 연우의 자리였다. 소파는 둘의 자리였다.

성재의 혀는 정확했다. 지도 없이 정확했다. 여덟 달 동안 손으로 익힌 지도. 그는 어디를 어떻게 하면 연우의 허벅지가 조여지는지 알았고, 그렇게 했다. 연우는 이번엔 그의 승모근을 잡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냥 잡았다. 성재가 신음했고 그 진동이 그녀 안으로 들어왔다.

"성재—"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연우의 허리가 소파에서 들렸다. 그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 아래로 들어와 받쳤다. 대둔근. 세게 잡지 않았다. 그냥 받쳤다. 연우는 그 차이를 알았다. 알고 갔다. 소리를 냈다. 오래.

성재가 올라왔다. 연우는 그를 끌어당겼다. 그가 들어왔다. 천천히. 마주 보고. 연우는 그의 얼굴을 봤다. 빨간 빗금이 쳐진 얼굴. 그녀가 절대 치지 않을 얼굴. 그 얼굴이 그녀 안에 들어오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몇이야."

성재가 웃으며 물었다. 움직이면서.

"열."

"열은 병원이라고 했잖아."

"통증 아니야."

"그럼."

"이름 없어."

성재가 더 깊이 들어왔다. 연우는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았다. 소파가 삐걱거렸다. 이 소파는 하중이 얼마인지 모른다. 연우는 계산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성재가 갔다. 그녀 안에서,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녀의 이름을 말하면서. 근육 이름이 아니라 그녀의 이름을.

한참 뒤에 연우는 일어나 식탁으로 갔다. 전면 해부도. 자기 지도.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파란 펜으로 날짜를 썼다. 그 옆에 썼다.

연우. 검사일.

성재가 소파에서 물었다.

"재검사는?"

"...매주."

"둘 다?"

"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