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라운드

아침 햇빛이 블라인드 틈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줄을 그었다.

재우는 손목을 보고 있었다. 붉은 자국이 옅어져 있었다. 수빈이 침대 끝에 앉아 그 손목에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엄지로 원을 그리면서.

"안 아파?"

"안 아파."

"어제 왼쪽은 미안했어."

"네가 사과할 일 아니야. 내가 말했고 네가 멈췄어. 그게 규칙이잖아."

수빈은 로션 뚜껑을 닫았다. 재우가 폰을 집어 들었다. 발소리 앱. 기록 탭.

라운드 27
날짜 — 금요일
사냥꾼 — 수빈 / 사냥감 — 재우
결과 — 포획 (10:52 남음)
정지 — 1회

그 아래로 누적.

수빈 14 : 재우 13

"한 판 앞섰네."

"원래 앞섰어."

"지난달까지 13대 13이었어."

"그러니까 이제 앞섰지."

재우는 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정지 1회. 그것도 기록에 남네."

"남아야지. 그게 제일 중요한 기록인데."

수빈이 몸을 숙여 그의 입에 입을 맞췄다. 커피 냄새. 재우가 수빈의 허리를 잡았다.

"근데 말이야."

"뭐."

"주도권은 밤까지였잖아."

"그래서."

"지금은 아침이야."

재우가 몸을 뒤집었다. 수빈이 침대에 눕혀졌다. 티셔츠 하나만 입고 있던 수빈의 허벅지 사이로 재우의 무릎이 들어왔다.

"이건 라운드 아니야."

수빈이 말했다.

"아니야. 연습이야."

재우는 티셔츠를 밀어 올리고 배에 입을 댔다. 아래로. 허벅지 안쪽으로. 어젯밤 열 번도 더 봤을 곳에 다시 입을 갖다 댔다. 수빈은 아침 햇빛 속에서 다리를 벌렸다.

재우의 혀는 급하지 않았다. 어젯밤 수빈이 그랬듯이. 갈라진 사이를 천천히 위로 훑고, 클리토리스에 닿기 전에 멈추고, 다시 아래로. 수빈의 손이 재우의 머리를 잡았다. 밀어붙였다. 재우는 밀리지 않았다.

"사냥감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

"난 지금 사냥감 아니야."

"그럼 뭔데."

"...아, 진짜—"

재우가 혀로 클리토리스를 덮었다. 세게 돌렸다. 수빈의 허리가 침대에서 들렸다. 손가락 두 개가 아래로 들어왔다. 어젯밤 그가 있던 곳. 아직 부어 있고, 아직 예민하고. 손가락이 안에서 위쪽을 눌렀고 혀는 밖에서 눌렀고, 수빈은 오래 못 버텼다. 어젯밤 두 번을 하고도. 아침 햇빛 속에서 소리를 냈다. 재우의 머리카락을 쥔 채로.

"연습 끝?"

"아직."

재우가 몸을 세워 수빈을 뒤집었다. 엎드린 자세. 수빈은 팔꿈치로 상체를 세웠고, 재우가 뒤에서 허리를 잡았다. 그의 것이 어젯밤 그대로 뜨거운 채로 입구에 닿았다.

"들어가도 돼?"

"연습이라면서 왜 물어."

"그거는 항상 물어."

"들어와."

들어왔다. 뒤에서, 한 번에. 아침의 각도는 밤과 달랐다. 더 깊었다. 수빈은 베개를 물었다. 재우는 천천히 시작했고, 수빈이 허리를 뒤로 밀자 속도를 맞췄다. 침대가 다시 울었다. 어젯밤 벽을 쳤던 헤드보드가 다시 벽을 쳤다. 재우의 손이 수빈의 묶지 않은 머리를 한 손에 모아 쥐었다. 세지 않게. 당기지도 않고. 그냥 쥐었다.

"셋."

수빈이 베개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뭐?"

"어제 너 셋에서 끝났다고 했지. 나는 지금 몇까지 버틸까."

"세어 봐."

"열—"

재우가 세게 밀었다.

"—아홉, 여덟—"

"빠르다."

"일곱— 여섯— 하, 재우—"

"세."

"다섯—"

수빈은 다섯에서 갔다. 재우의 손이 머리를 쥔 채, 다른 손이 허리를 잡은 채. 안이 조였고 재우가 그걸 느끼면서 뒤따라 갔다. 뜨거운 것이 다시 안쪽으로. 두 사람이 침대 위로 무너졌다.

"다섯."

수빈이 시트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넷보다 많아."

"연습이었잖아."

"그래도 기록에 올려."

* * *

일주일 뒤. 금요일. 밤 11시 40분.

연남동 골목.

수빈은 경의선 숲길 끝 벤치 옆에 서 있었다. 러닝 타이츠, 새 바람막이. 어깨가 찢어진 건 버렸다.

앱을 열었다.

사냥꾼 — 재우
사냥감 — 수빈
구역 — 연남동 (동교로 ~ 성미산로)
제한시간 — 30:00
선출발 — 03:00
위치 갱신 — 90초

가위바위보는 재우가 2대 1로 이겼다. 보, 가위, 보. 재우는 그날 세운상가 뒷마당에서 파레트 뒤에 숨어 있던 그 표정으로 웃었다.

"이번엔 30분 다 채울 거야?"

재우가 물었다.

"난 잡히는 것도 잘해."

수빈이 답했다.

"알아. 근데 오늘은 도망쳐 봐. 제대로."

"그럼 오늘 밤 주도권은 내 거고."

"잡히면 내 거고."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네."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지."

재우가 [시작]을 눌렀다.

두 폰이 동시에 떨렸다. 03:00. 02:59.

수빈은 뒷걸음질로 세 걸음 물러났다. 손가락 두 개를 이마에 붙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연남동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낮은 주택, 카페 간판, 내려진 셔터, 아직 켜진 와인바. 골목이 좌우로 갈라졌다. 수빈은 오른쪽을 택했다. 재우는 위기에 몰리면 왼쪽으로 가지만, 사냥꾼일 때는 사냥감이 오른쪽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 두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꺾을 거다.

3분이 지났다. 폰이 짧게 떨렸다. 첫 핑이 나갔다. 저쪽 어딘가에서 재우가 지도를 보고 있을 것이다.

수빈은 뛰었다.

골목은 조용했다. 자기 발소리만 벽에 부딪혀 돌아왔다. 하나였다. 그러다 골목 두 개를 더 지나자—

둘이 됐다.

뒤에서. 빠르고, 일정하고, 익숙한 발소리.

수빈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더 빨리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