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그리는 선
닷새.
그녀는 수요일 수업에 가지 않았다. 재이는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오늘은 정물 수업으로 대체했습니다. 다음 주 일정은 하림 씨가 정해요. 그것이 전부였다. 사과도, 설명도, 종에 대한 말도 없었다. 그녀는 그 문자를 여러 번 읽었고, 읽을 때마다 마지막 문장에서 멈췄다. 하림 씨가 정해요.
그 닷새 동안 그녀는 자기 방에서 자세를 잡지 않았다. 십 년 만에 처음이었다. 침대에 눕고, 일어나고, 걷고, 앉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몸으로. 그것은 낯설었고, 낯선 것이 점점 견딜 수 없어지는 것을 그녀는 관찰했다. 사흘째 밤에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알았다. 보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놓여지는 것이었다. 그가 무릎을 열고, 팔을 올리고, 턱을 돌리는 것. 그 손이 떠난 뒤에 남는 형태 안에 있는 것.
그리고 그 형태 안에서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도 알았다. 도윤을 향해 버텼다. 박수를 향해 버텼다. 자기를 열어준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그리는 사람들을 향해. 그가 정한 형태를 그녀가 훔쳐서 다른 데 쓴 것이었다.
닷새째 저녁에 그녀는 화실로 갔다.
그는 뒤편 작업실에 있었다. 캔버스 하나가 이젤에 걸려 있었고, 그가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에 그것을 돌려 벽을 향하게 했다. 그녀는 못 본 척했다.
두 사람은 단상에 앉았다. 형광등. 그림자 없이.
"제가 먼저 말할게요."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못 편 거였어요. 쥔 게 아니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 그녀는 배로 숨을 쉬었다. "저는 그게 선생님한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그랬어요. 첫날은 정말 선생님만 봤어요. 그런데 박수가 났고, 도윤이 그 말을 했고, 그 다음부터는 제가 잘 버티는 걸 보이고 싶은 게 됐어요. 누구한테인지도 모르면서. 선생님이 정해준 자세를 가져가서 제가 잘하는 걸 증명하는 데 썼어요. 그건 복종이 아니라 —"
"공연."
"네."
침묵. 형광등 소리.
"저도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를 보았다.
"저는 하림 씨를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저를 위해서라고. 그건 정직했어요. 그런데 저를 위한다는 게 뭔지 저도 몰랐던 것 같아요. 하림 씨가 제가 정한 대로 있는 걸 보는 것. 그것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스물여섯 명이 그걸 그리는 걸 보는 게 —" 그가 손을 펴 보였다. 빈 손. "그 사람들은 모른다고, 우리만 아는 거라고,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윤은 알았어요. 전부는 아니지만. 그리고 걔가 아는 채로 하림 씨를 그리는 걸 보는데, 걔 선이 하림 씨 몸 위를 지나가는데, 저는 —" 그가 말을 멈췼다. "이건 하림 씨가 고쳐야 할 게 아니에요. 제 거예요. 그냥 말해두는 거예요. 그날 그만하라고 한 게 절반은 그거였다는 걸."
"절반은 저였고요."
"절반은 하림 씨였어요. 떨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오랫동안 단상의 천을 내려다보았다. 지난 수요일의 무릎 자국이 아직 있는지 찾았고, 없었다.
"다시 정해요." 그녀가 말했다. "처음부터."
그날 밤 그들은 세 가지를 바꾸었다.
첫째. 시간은 그가 정하고, 끝내는 것도 그가 정한다. 그녀가 종을 놓으면 끝나는 것은 그대로다. 그러나 그녀가 놓지 않아도, 그가 보기에 그녀가 놓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그가 끝낸다. 그리고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녀는 그 마지막 문장을 세 번 말하게 했다.
둘째. 종을 놓는 연습을 한다. 학생들 앞에서가 아니라 둘만 있을 때. 놓는 것이 무엇인지 그녀의 손이 알 때까지. 그녀는 십 년 동안 쥐는 연습만 했다. 놓는 것은 배운 적이 없었다.
셋째. 그는 학생들 사이를 걷지 않는다. 자세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창가에 있다. 그녀가 보는 자리에. 그녀가 그를 보고 그가 그녀를 보는 그 선 위에 다른 것이 끼어들지 않게. 도윤의 종이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그는 수업이 끝난 뒤에 본다. 그것이 그가 자기 몫으로 정한 규칙이었다.
"오늘." 그녀가 말했다. "연습해요."
그가 정한 자세는 벽이었다.
단상이 아니라 화실 뒤편, 캔버스들이 기대 서 있는 벽. 그녀는 옷을 벗고 벽을 향해 섰다. 두 손을 어깨 높이에서 벽에 대고, 발을 벌리고, 등을 그에게. 그는 종을 그녀의 오른손에 넣어 벽과 손바닥 사이에 두게 했다. 손을 벽에서 떼면 떨어진다. 바닥은 나무였다. 소리가 날 것이다.
"오늘 자세는 하림 씨가 손을 펼 때 끝나요." 그가 말했다.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어깨뼈 사이에 닿았다. "제가 끝내지 않아요. 시간도 없어요. 하림 씨가 놓아야 끝나요. 그게 오늘 과제예요."
"놓지 않으면요."
"그럼 끝나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놓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가 그녀를 만졌다.
첫날처럼 형태를 확인하는 손이 아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가 어디에서 목으로 바뀌는지, 등의 어느 자리를 누르면 그녀의 숨이 흔들리는지, 허리에서 엉덩이로 내려가는 선의 어디에서 그녀가 소리를 삼키는지. 그는 그것들을 순서대로 지나갔다. 서두르지 않고. 그녀는 벽을 짚고 서서 그것을 받았다. 종은 손바닥 아래 있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벽에 눌렀다.
그의 손이 앞으로 돌아와 젖가슴을 감쌌다. 두 손. 그는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두고 천천히 당겼다. 조금 더. 조금 더. 아플 때까지. 그리고 아픈 곳에서 멈췄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이마를 댔다. 소리를 냈다. 종은 벽에 있었다.
"놓아도 돼요."
"아니요."
그의 손이 내려갔다. 배. 그리고 다리 사이. 그녀는 이미 흐르고 있었다. 그가 손가락 두 개로 그녀를 열어 클리토리스를 찾았고,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원을 그렸다. 이십 분마다 종이가 넘어가는 속도. 그녀는 그 속도를 알았다. 그 속도가 얼마나 긴지 알았다. 다리가 떨렸다. 벌린 발이 나무 바닥을 밀었다.
"놓아도 돼요."
"아니요."
그가 다른 손의 손가락을 그녀 안에 넣었다. 두 개. 그리고 구부려서, 그녀가 첫날 이후로 그 자리를 기억하고 있는 곳을 눌렀다. 앞의 손가락은 원을 그리고, 안의 손가락은 누르고. 두 손이 다른 속도로. 그녀는 이제 벽에 매달려 있었다. 손바닥이 아니라 이마와 팔뚝으로. 종이 손바닥 아래서 살에 박혀 아팠다.
"하림 씨. 놓아요."
"아니 —"
절정이 다가오는 것을 그녀는 느꼈다. 골반 깊은 곳에서 무언가 모이고 있었다. 그가 그것도 느꼈다. 그가 손을 멈췄다.
그녀가 소리를 냈다. 항의였다. 그가 손가락을 뺐다. 그녀 안이 비었다. 클리토리스 위의 손이 떠났다. 그녀는 벽을 짚고 떨면서 서 있었고, 아무것도 그녀를 만지지 않았고, 그녀 안의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터지지 못하고 있었다.
"놓으면 다시 만져요." 그가 말했다. "놓기 전엔 안 만져요."
그녀는 이해했다. 이것이 과제였다. 그녀가 쥐는 동안 그는 그녀를 세워둘 것이다. 놓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그녀의 손이 알게 될 때까지.
일 분. 아마 일 분. 그녀는 벽을 짚고 있었고 다리 사이가 뜨겁게 비어 있었고 그의 숨이 등에 닿았고 그는 만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생각했다. 종. 손바닥 아래의 작은 황동. 그것을 쥐는 것이 그녀의 전부였다. 십 년 동안. 쥐고, 견디고, 보여지고. 그것을 펴는 것은 — 그것을 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손을 펴는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 손을 펴면 떨어지고, 소리가 나고. 이유는 묻지 않는다고.
그녀는 손을 벽에서 뗐다.
종이 떨어졌다. 나무 바닥에. 높고, 짧고, 그리고 한 번 더 굴러서 다시.
그의 손이 그 소리와 동시에 돌아왔다. 안으로. 세 손가락. 다른 손이 클리토리스를 눌렀고 이번에는 느리지 않았다. 그녀는 벽에 매달려 소리를 지르며 왔다. 다리가 풀렸고 그가 뒤에서 그녀를 받았고, 그 절정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그녀 안으로 들어왔다. 벽에 그녀를 누르고, 그녀의 두 손을 잡아 다시 벽에 대고 — 종 없이, 빈 손을 — 그는 그녀를 뒤에서 깊고 빠르게 밀어 넣었다. 그녀가 놓았기 때문에 얻은 것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온몸으로 알았다. 그가 그녀 안에서 그녀를 채우고, 그녀의 목덜미를 물고, 두 번째 절정이 첫 번째 위로 덮쳐올 때, 그녀는 빈 손바닥을 벽에 대고 소리를 냈다. 쥘 것이 없는 손으로.
바닥에서 그가 종을 집어 그녀의 손에 놓았다. 담요. 차. 순서.
"소리가 났어요." 그녀가 말했다.
"났어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났어요. 나쁜 일은."
"네."
그녀는 종을 손 안에서 굴렸다. 그것이 소리를 냈다. 그녀는 그것을 한 번 더 굴렸다.
"다음 수요일에 갈게요."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은 창가에 있고."
"창가에 있어요."
"저는 선생님만 보고."
"저만 보고."
"그리고 언제든 놓을 수 있고."
"언제든."
그녀는 종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번에는 그것이 주머니 안에서 아주 작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