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쥐는 손
화실은 비어 있을 때 다른 방이 된다.
이젤들은 접혀 벽에 기대 있고, 스툴은 단상 위에 하나만 남아 있고, 북쪽 창으로 들어오던 빛은 사라져 천장의 형광등 두 줄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형광등 빛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화가들은 싫어하고, 그래서 이 밤에 그것은 이상하게 알맞았다. 그림자 없이, 숨을 곳 없이, 두 사람이 단상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이 첫 번째 규칙처럼 느껴졌다. 이 이야기는 옷을 입고 해야 한다고.
"시간부터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은 노트를 가져왔지만 펼치지 않았다. 나중에 그녀는 그 노트가 끝까지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이십 분씩 세 번, 그 사이에 십 분씩 쉬죠." 그녀가 말했다. "한 자세로 오래 가면 학생들이 좋아하긴 해요. 그런데 사십 분 넘어가면 제 몸이 아니라 제 의지가 자세를 잡는 거예요. 그 차이가 보여요. 선생님 눈에는."
"보여요."
"오십 분." 그녀가 말했다. "한 번. 쉬는 시간 없이. 그게 제 상한이에요, 처음에는."
"오십 분." 그가 받았다. "제가 정한 자세로."
"어디까지 보이는지도 정하신다고 했죠."
"네."
"저는 이미 벗고 있어요." 그녀가 조금 웃었다. "더 보일 게 뭐가 있어요."
그는 웃지 않았다. "있어요. 하림 씨가 정하는 자세는 늘 닫혀 있어요. 무릎이 모여 있거나, 팔이 몸 앞에 있거나, 몸이 반쯤 돌아가 있거나. 학생들은 그걸 우아하다고 해요. 저는 그게 하림 씨가 자기를 보호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벗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그 말에 반박할 것을 찾았고, 찾지 못했다.
"제가 정하는 자세는 열려 있을 거예요." 그가 말을 이었다. "얼굴이 학생들 쪽을 향할 수도 있고. 다리가 벌어져 있을 수도 있고. 하림 씨가 여섯 달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자세들이요. 그게 두 번째예요. 하림 씨가 보이는 게 아니라, 하림 씨가 열려 있는 게 보이는 거."
형광등이 아주 작게 울었다. 그녀는 자기가 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옷을 입은 채로, 단상 위에서, 그의 손이 아직 자기 손에서 한 뼘 떨어져 있는데.
"멈추는 방법이 필요해요."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는 것에 스스로 조금 놀랐다. "자세 중에는 말을 못 해요. 말을 하면 그 순간 자세가 아니게 되니까. 학생들도 있고. 그런데 말 없이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면, 저는 이거 안 해요."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았다. 그의 손바닥 위에서 그것은 황동색으로 둔하게 빛났다. 종.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한, 어디 오래된 시장에서 사 왔을 것 같은 작은 종이었다. 그가 손을 아주 조금 기울였고, 종이 손바닥 위에서 굴러 소리를 냈다. 높고, 짧고, 형광등 소리를 뚫고 나오는.
"손에 쥐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어떤 자세든, 한 손은 이걸 쥘 수 있게 정할게요. 멈추고 싶으면 손을 펴요. 그럼 떨어지고, 소리가 나고, 그 순간 전부 끝나요. 이유는 묻지 않아요. 학생들한테는 제가 알아서 말해요. 하림 씨는 그냥 가운을 입어요."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그가 종을 그 손바닥에 놓았다. 차가웠고, 곧 그녀의 온도가 되었다.
"손을 펴는 게 신호라는 거네요." 그녀가 말했다. "쥐는 게 아니라."
"쥐는 건 계속하겠다는 거예요." 그가 말했다. "펴는 게 그만하겠다는 거고. 하림 씨가 쥐고 있는 동안은 제가 정한 대로 있는 거고, 하림 씨가 펴면 제가 정한 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예요.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놓는 쪽이 하림 씨여야 한다고."
"끝나고는요."
"끝나고는 하림 씨가 정해요. 그날 그냥 가도 되고. 남아도 되고. 남으면 —" 그가 처음으로 말을 골랐다. "남으면 제가 하림 씨를 만질 거예요. 그것도 지금 말해두고 싶었어요. 그날 처음 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게."
그녀는 종을 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대편 손으로 옮겨 쥐었다. 오른손이 비었다.
"오늘 남을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단상 위에 올라가 옷을 벗었다. 수업 때와 같은 순서로, 같은 속도로. 다만 이번에는 이젤도, 목탄 소리도, 스물여섯 개의 눈도 없었다. 형광등 아래서 그림자 없이, 한 사람 앞에서. 그것은 여섯 달 동안 이백 번 넘게 한 일이었고, 그녀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먼저 보기만 해요." 그녀가 말했다. 종은 왼손 안에 있었다. "만지기 전에. 제가 할 수 있는지 봐야겠어요."
"뭘요."
"선생님이 보는 걸 견디는 거요. 스물여섯 명 말고 한 명이."
그가 단상에서 내려가 그녀의 주위를 돌았다. 천천히. 이젤 사이를 걸을 때와 같은 속도로. 그녀는 정면을 보았다. 접힌 이젤들과 어두운 창. 그가 등 뒤에 있는 것을 그녀는 소리가 아니라 온도로 알았다. 그가 옆에 있는 것을 시야 가장자리의 흐릿한 형태로 알았다. 그가 다시 앞에 왔을 때 그녀는 그의 눈을 보지 않았다. 바닥의 한 점을 보았다. 습관이었다.
"얼굴 들어요." 그가 말했다.
그것이 첫 번째 지시였다.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그는 그녀를 보았다. 학생들이 보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학생들은 그녀의 어깨를 볼 때 어깨만 보았고, 그것을 종이 위로 옮기는 동안 그녀는 그들의 시선에서 잠시 자유로웠다. 그는 옮기지 않았다. 종이가 없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어깨에 머물렀고, 그 어깨가 그의 시선 아래에서 어떻게 견디는지를 보았고, 그 다음에 쇄골로, 젖가슴으로, 형광등 아래서 이미 단단해져 있는 젖꼭지로 내려갔다. 그것들이 단단해진 것을 그가 보았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았다.
시선이 배를 지나 다리 사이로 내려갔을 때, 그녀는 자기 허벅지 안쪽이 이미 젖어 있다는 것을 그가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형광등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것을 고르게 비춘다. 축축하게 빛나는 것도.
"움직이지 말아요." 그가 말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알면서 말했다. 그것이 그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때 이해했다. 그녀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말로 만들어서, 그것이 그의 것이 되게 하는 것.
그의 손이 처음 닿은 곳은 어깨였다. 그림을 고쳐주지 않는 사람의 손. 남의 것 위에 자기 손을 얹지 않는 사람의 손이, 처음으로 얹혔다. 손바닥은 따뜻하고 조금 거칠었고, 그는 그 손을 어깨에서 팔을 타고 내려 손목까지, 그리고 다시 올라 목덜미까지 움직였다. 형태를 확인하는 손이었다. 조각가가 점토를 만질 때처럼, 그는 그녀가 거기 있다는 것을 손으로 확인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이 젖가슴을 감쌌을 때도. 손가락이 젖꼭지를 잡고 천천히 굴렸을 때도. 그 손가락이 조금 더 세게 잡아 그녀의 숨이 배 밑바닥에서 튀어 올라오려 했을 때도, 그녀는 그 숨을 다시 눌러 내렸다. 그것은 세 시간짜리 자세보다 어려웠다. 팔보다 더 버티기 힘든 것. 그녀는 이제 그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았다.
"잘하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그의 손이 배를 지나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손가락이 젖은 것을 만났고, 그가 아주 작게 숨을 내쉬는 소리를 그녀는 들었다. 그것이 그가 내는 첫 번째 통제되지 않은 소리였다. 그의 두 손가락이 그녀의 갈라진 곳을 따라 천천히 위로 올라와 클리토리스를 찾았고, 거기서 멈췄고, 움직이지 않았다. 누르고만 있었다.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것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움직이는 손이 아니라 멈춘 손이. 그의 손가락이 거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동안 그녀의 몸이 그 손가락을 향해 저 혼자 밀려 나가려 했고, 그녀는 그것을 막느라 허벅지 안쪽이 떨리기 시작했다. 종을 쥔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 소리가 나지 않게. 종을 쥔 채로.
"떨려요." 그가 말했다. 관찰이었다.
"네."
"그래도 움직이지 않네요."
"네."
그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한 번. 아래로, 그리고 안으로. 두 손가락이 그녀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소리를 냈다. 처음으로. 그것은 자세를 깨는 소리였고, 그녀는 그것을 깨닫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는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손가락을 그녀 안에 둔 채로, 손바닥으로 클리토리스를 눌러둔 채로, 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자기를 보게 했다.
"소리는 돼요." 그가 말했다. "지금은. 오늘은."
그녀는 소리를 냈다.
그가 그녀를 단상 가장자리에 앉히고, 자기는 단상 아래 무릎을 꿇었을 때, 그녀는 그것이 자세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정한 첫 번째 자세. 다리를 벌리고, 두 손은 단상 위에 뒤로 짚고, 등을 조금 젖히고. 열려 있는 자세. 그가 여섯 달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한 자세.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 자세로. 형광등 아래서 젖어 벌어져 있는 그녀를, 그가 그리지 않고 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묻었다.
그의 입은 손보다 참을성이 없었다. 혀가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감싸고 빨아 올렸을 때 그녀는 뒤로 짚은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다시 세웠다. 자세. 그가 그녀를 빨고, 혀로 열고, 손가락 두 개를 다시 안에 넣어 천천히 구부렸을 때, 그녀는 등을 젖힌 각도를 지키려고 애썼고 그 애씀이 쾌감을 배로 만드는 것을 느꼈다. 다리가 저 혼자 더 벌어졌다. 그가 그것을 손으로 눌러 고정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단상에 못 박듯 눌렀고, 그녀는 그 압력 아래서 처음으로 왔다. 소리를 내며. 종을 쥔 채로.
그가 일어섰을 때 그녀는 그가 옷을 벗는 것을 보았다. 마른 몸. 손톱 밑의 프러시안 블루. 단단하게 서 있는 성기. 그는 그것을 감추지 않았고, 그녀에게 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보았다. 그것도 형태였다. 그녀를 향해 있는.
"돌아앉아요." 그가 말했다. "단상 잡고."
그녀는 돌아앉았다. 무릎을 단상 가장자리에 걸치고, 두 손으로 단상 안쪽 바닥을 짚고, 등을 그에게 보이고. 그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한 손은 허리에, 한 손은 그녀의 종을 쥔 손 위에.
"쥐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네."
그가 들어왔다. 천천히. 이십 분마다 종이가 넘어가는 그 속도로. 그녀는 자기가 열리는 것을 느꼈고, 그가 끝까지 들어와 멈추는 것을 느꼈다. 멈춤. 그는 그녀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형광등 아래서, 그림자 없이, 하나의 형태로 멈춰 있었다. 그녀는 자기 안에서 그가 맥박 치는 것을 느꼈다. 그가 그녀의 벽이 그를 조여드는 것을 느낀다는 것을 알았다.
"움직이지 말아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자기가 움직였다.
그것은 길고 느린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밀어 넣고 빼고 다시 밀어 넣으면서 한 번도 속도를 올리지 않았고, 그 느림이 그녀를 미치게 했다. 그녀는 뒤로 밀고 싶었고, 밀지 않았다. 종을 쥔 손 위에 그의 손이 있었다. 그가 그녀의 어깨뼈 사이에 입을 대고 말했다. "떨려요." 그녀는 떨고 있었다. 온몸이. 그러나 자세는 그대로였다. 무릎, 손, 등의 각도. 형태는 그대로였고 형태 안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두 번째 절정은 첫 번째보다 깊은 곳에서 왔다. 그가 안에서 그녀를 채우는 것을 느끼면서, 그가 처음으로 자기 속도를 잃고 그녀의 허리를 세게 잡아당기면서 낮게 신음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녀는 왔다. 그리고 그 절정 속에서 종을 더 세게 쥐었다. 손을 펴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한참 뒤 그가 그녀에게 회색 가운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담요를. 그리고 차를. 순서가 있었다. 그가 늘 하는 것처럼.
"종은요." 그녀가 말했다. 아직 왼손에 있었다.
"가지고 있어요." 그가 말했다. "다음 주까지."
그녀는 가운 주머니에 종을 넣었다. 그것은 아주 작았고, 주머니 속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