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네 번째 줄이 다 찼다. 별 스무 개. 태오는 일요일 아침 식탁에서 그것을 그녀 앞에 놓았다.

"소원."

"지금요?"

"한 줄 채우면 소원 하나. 서윤 씨가 정하는 거야. 그건 서윤 씨가 정해도 되는 거니까."

서윤은 토스트를 씹으면서 판을 보았다. 첫 줄의 소원은 늦잠이었다. 일요일 열한 시까지. 두 번째 줄은 그가 만든 나무 컵을 하나 가져가는 것이었다. 지금 그 컵은 오피스텔 싱크대 위에 있었고, 그녀는 거기서 물을 마실 때마다 결 방향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세 번째 줄의 소원은 아직 쓰지 않았다. 아껴두고 있었다.

"대패 써보고 싶어요."

태오가 눈썹을 올렸다.

"진짜 대패. 고양이 아니고."

"위험해."

"응급실 간호사예요. 위험한 거 잘 알아요."

그는 웃었다. 그리고 잠깐 생각했다.

"좋아. 그런데 오늘 대패는 오후에. 그 전에 나도 하나 제안할 게 있어."

"뭐요?"

"오늘 하루, 서윤 씨가 큰 서윤이면—" 그가 그녀를 보았다. "큰 서윤이야?"

"서른넷이요. 아침부터."

"그러면 오늘은 큰 서윤 규칙으로 하나 해보자. 하루 동안 모든 선택을 내가 해. 뭘 입을지, 뭘 먹을지, 몇 시에 뭘 할지. 그리고 밤에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뭐든 하기 전에 나한테 물어봐. 소리 내서. 허락받고 해."

서윤은 토스트를 내려놓았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뜨거움인지 그녀는 알았다.

"...작은 서윤 규칙이랑 뭐가 달라요?"

"작은 서윤은 결정을 안 하는 거야. 큰 서윤은 결정을 넘기는 거야. 알면서 넘기는 거. 그건 다른 거야. 그리고 작은 서윤한테는 내가 이런 거 안 시켜."

그녀는 그 차이를 이해했다. 몸이 먼저 이해했다.

"싫으면 레드."

"알아요. ...해요."

"뭐라고?"

"할게요. 오늘 하루."

그가 그녀에게 입힌 것은 자기 플란넬 셔츠였다. 짙은 녹색, 소매가 손등을 덮었고, 밑단이 허벅지 중간까지 왔다. 아래에는 아무것도. 속옷도. 그가 그렇게 정했다. 그녀는 그 셔츠를 입고 이층을 돌아다녔고, 앉을 때마다 셔츠 밑단과 허벅지 사이의 공기를 느꼈다. 그는 그것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점심은 그가 정했다. 잔치국수. 그녀가 다 먹자 "다 먹었네". 그리고 오후 두 시, 그는 그녀를 공방으로 데려갔다. 셔츠 위에 앞치마를 두르게 했다. 셔츠 밑단이 앞치마 아래로 나왔다. 그녀 종아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공방 문은 잠겨 있었다. 일요일이었다.

"이게 대패. 이건 날. 이 나사로 날 깊이 조절해. 처음엔 얇게. 종이보다 얇게."

그는 소나무 판을 작업대에 고정했다. 그리고 그녀 뒤에 섰다. 그의 손이 그녀 손 위에 왔다. 대패를 잡는 법. 몸을 어떻게 쓰는지. 팔이 아니라 허리로 밀라고 했다. 그가 그녀 뒤에서 함께 밀었다. 대패가 나무를 깎는 소리. 얇은 종이를 찢는 소리. 그리고 그녀 손 위로 나무가 말려 올라왔다. 얇고 투명하고 노란 리본처럼.

"됐다."

그녀는 그 리본을 들었다. 빛에 비쳤다. 그녀가 만든 것이었다. 정확히는 그가 그녀 손을 잡고 만든 것이었지만.

"혼자 해봐."

그녀는 혼자 했다. 처음엔 날이 나무에 박혔다. 두 번째는 헛돌았다. 세 번째에 리본이 나왔다. 짧았지만 리본이었다. 그녀는 소리를 냈다. 웃음소리였다. 응급실에서는 내지 않는 소리.

"잘했어."

그는 그녀 뒤에서 그 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 허리에 손을 얹었다. 앞치마 위로. 그녀는 대패를 멈췄다. 그의 손이 앞치마 아래로 들어왔다. 셔츠 밑단. 그 아래. 그녀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물어봐."

"...뭘요?"

"지금 뭐 하고 싶어."

그녀는 숨을 쉬었다. 톱밥 냄새.

"만져줘요."

"물어봐야지."

"...만져도 돼요? 아니, 태오 씨가—" 그녀는 문장을 다시 잡았다. "저 만져도 돼요?"

"돼."

그의 손이 그녀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올라갔다. 그녀는 작업대를 잡았다. 소나무 판 위에 그녀가 깎은 리본이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를 만졌다. 젖어 있었다. 아침부터. 셔츠만 입고 돌아다니던 시간 전부.

"이렇게 됐는데 국수 먹고 대패 밀었어?"

"...네."

"잘 참았어."

그의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작업대에 엎드렸다. 앞치마 끈이 등에서 흔들렸다. 그는 뒤에서 그녀를 만졌다. 손가락 두 개, 안에서, 천천히. 다른 손이 앞으로 와서 음핵을 눌렀다. 그녀는 톱밥 위에서 소리를 냈다.

"오고 싶어?"

"...네."

"물어봐."

"와도 돼요?"

"안 돼."

그녀는 신음했다.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딱 그 자리에서. 그녀가 끝에 매달릴 만큼만.

"제발—"

"아직."

그는 그녀를 그 자리에 삼 분을 세워두었다. 어쩌면 오 분. 그녀는 시계를 볼 수 없었다. 응급실에서 그녀는 늘 시계를 보았다. 지금은 시계가 없었다. 그의 손가락과 그의 목소리만 있었다. 그가 손을 뺐다. 그녀는 거의 울었다.

"위층."

그는 그녀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앞치마를 벗겼다. 셔츠는 남겨두었다. 침대. 그녀를 눕히고, 셔츠 버튼을 하나씩 풀었다. 위에서부터. 열지는 않았다. 풀어놓기만 했다. 그녀 가슴이 셔츠 틈으로 반쯤 보였다.

"이제 손 써도 돼요?"

"뭐 하려고."

"태오 씨 만지려고요."

"돼."

그녀는 그의 바지를 풀었다. 그를 손에 넣었다. 뜨거웠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손을 움직였다. 그의 눈이 감겼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그를 입에 넣었다. 물어보지 않았다. 그가 그녀 머리카락을 잡았다. 세게는 아니었다.

"물어봐야지."

그녀는 그를 입에 넣은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뺐다.

"...입으로 해도 돼요?"

"돼. 천천히."

그녀는 다시 넣었다. 천천히. 그의 손이 그녀 머리에 있었다. 이끌지 않았다. 다만 거기 있었다. 그가 낮게 소리를 냈다. 그녀는 그 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혀로, 입술로. 그가 그녀 머리를 잡아 멈추게 했다.

"그만. 나 아직 안 돼."

그녀는 물러났다. 입술이 젖어 있었다. 그가 그것을 보았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누워. 셔츠 열어."

그녀는 누웠다. 셔츠를 열었다. 그가 그녀 위로 왔다. 콘돔. 그리고 들어왔다. 한 번에 깊게. 그녀는 소리를 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 안에 가득 찬 채로.

"움직여도 돼요?"

"아직."

"태오 씨—"

"뭐."

"제발 움직여줘요. 물어봤잖아요."

그는 웃었다. 그녀 위에서.

"물어본 건 잘했어."

그리고 움직였다. 처음부터 빠르게. 오늘은 느리게 시작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헤드를 잡았다. 나무 살. 그가 만든 것. 그의 움직임에 침대가 조금 소리를 냈다. 그녀 안이 그를 조였다. 아침부터 쌓인 것, 공방에서 매달렸던 것, 전부.

"와도 돼요?"

"아직."

"제발, 제발—"

"나 봐."

그녀는 보았다.

"지금."

그녀는 왔다. 소리를 지르면서. 소리 내도 된다고 했다. 여기서는. 그녀 몸이 활처럼 휘었고 그가 그녀를 눌렀고 그녀는 그의 어깨를 물었다. 그가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내려오기 전에 다시 쌓기 시작했다.

"또—"

"또 물어봐."

"와도 돼요?"

"돼."

두 번째. 짧고 날카로웠다. 그가 그녀 안에서 소리를 냈다. 그가 오려는 것을 그녀는 알았다. 그의 움직임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가 멈췄다. 그녀 위에서, 팔로 몸을 받치고, 숨을 거칠게 쉬면서.

"서윤 씨."

"...네?"

"나 안에서 와도 돼?"

그녀는 그를 보았다. 그가 묻고 있었다. 하루 종일 그녀가 물었던 것을 지금 그가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았다. 규칙은 한 방향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돼요. 와요."

그는 왔다. 그녀 안에서, 떨면서, 그녀 이름을 말하면서. 그녀는 그의 등을 안았다. 땀. 톱밥 냄새. 그가 그녀 위로 무너졌다.

한참 뒤 그녀는 그의 셔츠를 다시 여미고 공방으로 내려갔다. 그가 따라왔다. 그녀는 작업대 위의 소나무 리본을 들었다. 그녀가 깎은 것. 짧고 얇고 노란.

"이거 가져가도 돼요?"

"물어볼 필요 없어. 이제 하루 끝났어."

"그래도 물어볼게요."

"돼."

그녀는 리본을 손바닥에 놓고 결 방향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공방을 둘러보았다. 톱밥, 대패, 물푸레나무 식탁, 창가의 고양이 자리. 그리고 말했다. 자기가 그 말을 할 줄 모르고.

"나 여기서 살고 싶다."

반은 농담이었다. 반은 아니었다. 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매듭이 있던 자리. 오늘은 매듭이 없었다. 그가 그것을 확인하고 손을 뗐다.

"저녁은 일곱 시. 오늘 몇 시에 자야 되는지 알지?"

"오프 전날이니까 열두 시."

"큰 서윤도 그건 알고 있네."

"큰 서윤이 만든 규칙이니까요."

그는 웃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밤 별을 꽂을 때, 그는 스물한 번째 구멍이 아니라 판의 맨 아래, 구멍이 없는 자리에 연필로 작은 별 하나를 그렸다. 서윤은 아침에 그것을 보았다. 종이는 없었다. 그녀는 그 연필 별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