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감는 시간
오프 이틀째 오후, 서윤은 작아져 있었다.
그것은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도, 그가 손 씻고 오라고 말하는 순간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점심을 먹고, 소파에 앉아, 그가 준 귤을 까먹고, 고양이가 무릎에 올라오고,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발등에 닿는 동안 천천히 일어나는 일이었다. 어깨가 내려가고, 눈이 사방을 훑는 것을 그만두고, 말이 짧아지고, 결정이라는 것이 그녀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 어딘가 그가 있는 쪽으로 흘러갔다.
"머리 감을래?"
"...네."
"내가 감겨줄게. 그래도 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욕실은 오래된 집의 욕실이었다. 타일이 낡았고 창이 작았다. 태오는 욕조 옆에 낮은 목욕 의자를 놓았다. 자기가 만든 것이었다. 히노키. 물에 강하다고 했다. 서윤은 헐렁한 회색 티셔츠를 입은 채 그 의자에 앉았다. 그는 셔츠 소매를 팔꿈치 위로 접었다. 손등의 흰 흉터가 보였다.
"고개 뒤로."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혔다. 그의 손이 그녀 뒷목을 받쳤다. 다른 손으로 샤워기를 들어 온도를 손목에 확인하고, 그녀 머리에 물을 부었다. 따뜻했다. 물이 이마로 흐르지 않게 그가 손을 눈썹 위에 댔다. 응급실에서 그녀는 의식 없는 환자의 머리를 감겨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 자기에게 해준 것은 처음이었다.
샴푸 냄새가 났다. 그가 쓰는 것과 같은, 아무 향도 없는 것. 그의 손가락이 두피를 눌렀다. 서두르지 않았다. 관자놀이에서 정수리로, 정수리에서 뒷머리로. 손가락 마디가 굵어서 압력이 좋았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귀."
그가 말하고 그녀 귀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물이 쏟아졌다. 거품이 씻겨 내려가는 것이 목덜미로 느껴졌다. 그가 귀에서 손을 떼자 세상 소리가 돌아왔다. 물소리, 그의 숨소리, 문밖에서 고양이가 문을 긁는 소리.
"한 번 더."
두 번째 샴푸. 그녀는 어느 순간 자기가 조금 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손 위에서. 그가 알아차렸는지 손가락이 더 느려졌다. 린스. 다시 물. 그가 수건으로 그녀 머리를 감쌌다. 비비지 않고, 꾹꾹 눌러서.
"됐어. 잘 참았어."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다 하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앞치마에—그는 오늘도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젖은 머리를 한 번 기댔다. 그가 그녀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머리를 말리는 것도 그가 했다. 드라이어 소리 아래에서 그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가 빗으로 가르마를 타주었다. 그녀가 평소에 타는 방향이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보았을 것이다. 그는 보는 사람이었다.
저녁은 여섯 시. 카레였다. 그녀는 다 먹었다. 그가 그릇을 치우면서 "다 먹었네" 하고 지나가듯 말했다.
일곱 시 반. 그녀는 소파에 앉아 그가 책 읽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가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보다가, 어깨가 다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눈이 그의 손에 머물렀다. 손등의 흉터. 굵은 마디. 오늘 오후에 자기 두피를 눌렀던 손가락. 그 손가락에 대한 생각이 다른 곳으로 갔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의 앞에 섰다.
"대디."
그가 올려다보았다.
"...아니. 태오 씨."
그는 책을 내려놓았다. 느리게.
"지금 몇 살이에요."
"서른넷."
"확실해?"
"확실해요.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뭐."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오늘은 그것을 가리지 않았다.
"오늘은 태오 씨가 다 시켜줘요. 하나하나. 뭘 하라고. 저는 아무것도 안 정하고 시키는 것만 하고 싶어요. 그런데 작은 서윤 말고. 이건 큰 서윤이 하고 싶은 거예요."
태오는 그녀를 오래 보았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오후에 머리를 감겨줄 때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가 일어섰다.
"싫으면 레드."
"알아요."
"천천히 하고 싶으면 노랑."
"알아요."
"침대로 가. 옷 벗고 서 있어. 내가 들어갈 때까지."
그녀는 갔다. 침실 문을 닫고, 옷을 벗었다. 티셔츠, 바지, 속옷. 알몸으로 침대 옆에 섰다. 창에 커튼이 쳐져 있었고 방은 어두웠고 그녀는 자기 심장 소리를 들었다. 기다리는 것.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그가 언제 들어올지, 들어와서 무엇을 시킬지. 그 모르는 것이 그녀 배 아래에서 열이 되었다.
문이 열렸다. 그는 셔츠를 벗고 들어왔다. 그녀를 보았다. 위에서 아래까지. 그녀는 손을 옆에 두었다. 가리지 않았다.
"엎드려. 침대에."
그녀는 엎드렸다. 시트가 서늘했다. 그의 무게가 침대에 실렸다. 그가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손이 그녀 어깨에 왔다. 승모근. 매듭. 그는 그것을 눌렀다. 마사지였다. 그녀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엄지가 매듭을 파고들었고, 아팠고, 아프면서 좋았다.
"여기 뭉친 거 열두 년이라고 했지."
"...네."
"오늘 이거부터 풀 거야."
그는 십 분 동안 그녀 어깨만 만졌다. 어깨에서 등으로, 등에서 허리로. 그의 손은 오후에 그녀 머리를 감겨주던 손이었다. 같은 손이었다. 다른 것을 했다. 허리에서 손이 멈췄다. 그리고 그녀 엉덩이 위로 내려왔다. 천천히. 허벅지 뒤. 무릎 뒤. 다시 올라와서, 허벅지 안쪽.
"다리 벌려."
그녀는 벌렸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를 만졌다. 뒤에서. 젖어 있었다. 그가 그것을 알았고, 낮게 숨을 내쉬었다.
"머리 감겨줄 때부터 이랬어?"
"...아니에요. 책 읽을 때부터."
"뭐 보고."
"손."
그가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그녀 안에 넣었다. 그녀는 시트를 잡았다. 그는 천천히 움직였다. 안쪽을 눌렀다. 그녀가 소리를 냈다. 두 번째 손가락. 그녀 엉덩이가 올라갔다. 그가 다른 손으로 그것을 눌렀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는 건 내가 해."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이렇게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의 손가락이 안에서 움직이고, 엄지가 밖에서 음핵을 찾아 눌렀다. 그녀는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소리가 시트에 흡수되었다.
"소리 내. 여기서는 내도 돼."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소리를 냈다. 그의 손이 빨라졌다. 그녀 안이 그의 손가락을 조였다.
"태오 씨, 나—"
"돼."
그녀는 왔다. 엎드린 채, 그의 손 위에서, 시트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그는 손가락을 빼지 않았다. 그녀가 다 내려올 때까지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다 빼고, 그녀 등에 입을 맞췄다. 어깨뼈 사이에.
"잘했어. 돌아 누워."
그녀는 돌아 누웠다. 얼굴이 젖어 있었다. 눈물인지 땀인지 몰랐다. 그가 그것을 손등으로 닦았다.
"괜찮아?"
"...네. 더요."
"더 뭐."
"모르겠어요. 시켜줘요."
그가 바지를 벗었다. 콘돔. 그리고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올라와."
그녀는 올라갔다. 그의 허리 위에. 그가 그녀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자기 위로 내렸다. 그녀는 그를 받아들였다. 이 자세에서는 더 깊었다. 그녀는 숨을 멈췄다.
"숨 쉬어."
그녀는 쉬었다.
"움직여도 돼요?"
"아직. 내가 봐야 돼."
그는 그녀를 보았다. 아래에서. 그녀 얼굴, 가슴, 두 사람이 이어진 자리. 그녀는 그 시선 아래에서 안쪽이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그가 그것을 느꼈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천천히."
그녀는 움직였다. 천천히. 그의 손이 그녀 허리를 이끌었다. 앞으로, 뒤로. 그가 리듬을 정했다. 그녀는 따랐다. 그가 시키는 것만. 그 안에서 그녀 몸이 하는 일은 하나도 그녀가 정한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녀는 몸이 하는 일을 전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것이 그녀 안에서 움직이는 것. 그녀 젖가슴이 흔들리는 것. 그의 손이 허리에서 엉덩이로 내려가 그녀를 자기 쪽으로 당기는 것.
"더 빨리."
그녀는 빨라졌다. 그가 손을 올려 그녀 가슴을 잡았다.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어 굴렸다. 그녀는 머리를 뒤로 젖혔다. 오후에 머리를 감을 때처럼. 그때 그의 손이 뒷목을 받쳤다. 지금은 아무것도 받치지 않았다. 그녀 혼자 젖혔다. 그것도 좋았다.
"나 봐."
그녀는 그를 보았다.
"뭐 하고 싶어."
"...오고 싶어요."
"물어봐."
"...와도 돼요?"
"아직."
그녀는 신음했다.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멈추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의 손이 그녀 엉덩이를 세게 잡았다. 그가 아래에서 밀어 올렸다. 그녀는 소리를 냈다. 그의 엄지가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음핵을 눌렀다.
"제발—"
"지금."
그녀는 왔다. 그 위에서, 그를 보면서, 그가 보는 채로. 그녀 안이 그를 조였고 그가 아래에서 그녀를 잡아 내리며 자기도 왔다. 그가 낮게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그녀는 처음 들었다. 그것이 그녀가 낸 소리였다는 것을, 자기가 그에게서 그것을 꺼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그의 가슴 위로 무너졌다. 그가 그녀를 안았다. 두 사람 다 숨이 거칠었다. 그의 손이 그녀 젖은 머리카락을 쓸었다. 오후에 말려준 머리였다.
"머리 다시 감아야겠다." 그가 말했다.
그녀는 웃었다. 그의 가슴 위에서.
"태오 씨가 감겨줄 거예요?"
"작은 서윤이면 감겨줄 거고, 큰 서윤이면 옆에서 볼 거고."
"지금은 뭐예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 등에 손을 얹었다. 어깨뼈 사이. 그리고 기다렸다. 그녀는 그 손 아래에서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느꼈다. 몸이 풀렸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문이 열렸다.
"...대디."
"응."
"몇 시예요?"
"열두 시 십 분. 오프 전날 열두 시 넘었네."
"...그럼요?"
"오늘은 예외. 규칙 만든 사람이 예외도 만들 수 있어."
그는 그녀를 안고 욕실로 갔다. 다시 머리를 감겨주지는 않았다. 따뜻한 물에 수건을 적셔 그녀 몸을 닦아주었다. 회색 잠옷. 이불. 그가 옆에 누웠다. 느티나무가 태풍을 견딘 해. 그녀는 첫 문단에서 잠들었다.
아침에 그녀는 호두나무판을 보았다. 별 하나가 더 꽂혀 있었다. 열여섯 번째. 옆에 종이.
「어제: 소리 냈음. 잘했어.」
서윤은 그 종이를 세 번 읽었다. 그리고 웃다가, 그 종이를 지갑에 넣었다. 응급실에서 꺼내볼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무언가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