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한 개의 허락

나이트 근무 나흘째, 새벽 세 시 사십 분에 심정지가 들어왔다.

육십대 남자, 목욕탕에서 쓰러진 채 발견, 구급대 현장 CPR 십일 분. 소생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서윤의 몸은 그녀보다 먼저 움직였다. 침대 위치, 모니터 부착, 기관삽관 세트, 정맥로. 인턴이 정맥로를 두 번 실패하자 그녀는 말없이 옆으로 가서 반대쪽 팔에 18게이지를 넣었다. 한 번에. 에피네프린 1밀리그램. 압박 교대. "민지 선생, 들어가." 민지가 들어갔다. 이번에는 손이 움직였다. 서윤은 시계를 보면서 이 분마다 리듬을 불러주고, 응급의학과 당직에게 초음파를 보라고 눈짓하고, 가족이 어디 있는지 보안요원에게 물었다.

이십칠 분. 리듬이 돌아왔다. 서윤은 승압제를 달고, 체온 유지를 시작하고, 중환자실에 전화했다. 그리고 소생실을 나오면서 장갑을 벗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손은 늘 떨리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잘하는 일이었다.

일곱 시 십 분, 인계를 끝내고 탈의실에 앉았을 때 그녀는 자기가 열두 시간 동안 물을 한 잔 마셨다는 것을 알았다. 규칙 다섯 번째는 물 세 잔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저녁 여섯 시에 먹은 삼각김밥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삼각김밥은 밥이 아니었다.

휴대폰을 켰다. 그에게서 문자가 두 개 있었다. 새벽 한 시. 「물.」 새벽 네 시. 「물.」

그녀는 답을 썼다.

「한 잔밖에 못 마셨어요. 심정지 들어와서. 살았어요. 그리고 지금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사 먹어도 돼요? 배고파요.」

보내고 나서 그녀는 자기가 무슨 문장을 썼는지 보았다. 서른네 살의 응급실 책임간호사가, 이십칠 분 동안 한 사람을 죽음에서 끌어올린 직후에, 샌드위치를 먹어도 되느냐고 묻고 있었다.

답은 이 분 뒤에 왔다.

「살렸네. 잘했어.

샌드위치는 밥 아님. 집에 오면 밥 줄게. 지금은 바나나 하나 사서 먹고, 물 한 병 사서 버스에서 다 마시고 와.」

서윤은 그 문자를 보고 웃었다. 탈의실에서 혼자. 그리고 사물함 문을 닫고 편의점으로 갔다. 바나나 한 개, 물 한 병. 계산대 앞에서 그녀는 샌드위치 진열장을 한 번 보았다. 그리고 보지 않았다.

"너 지금 누구한테 허락받은 거야?"

하은이었다. 같은 나이트조였고, 그녀 뒤에 서 있었다. 손에 삼각김밥 두 개.

"뭐?"

"너 방금 휴대폰 보고 웃고, 샌드위치 들었다가 놓고, 바나나 샀어. 그건 누가 시킨 거야."

서윤은 바나나를 들었다.

"...엄마."

"너희 엄마 대구 계시잖아. 새벽 일곱 시에 딸한테 바나나 먹으라고 문자하셔?"

"할 수도 있지."

하은은 그녀를 한참 보았다. 십일 년을 같은 응급실에서 일한 사람의 눈이었다. 하은은 서윤이 언제 화장실에 가는지, 언제 배고픈지, 언제 환자한테 화가 났는데 참는지 다 알았다. 그 눈이 지금 그녀를 보고 있었다.

"남자지."

"아니야."

"남자야. 너 얼굴 그거 남자야. 그리고 그 남자가 너한테 밥 먹으라고 하는 거야. 근데 그게 왜 샌드위치는 안 되고 바나나는 되는 건데?"

서윤은 물병 뚜껑을 열었다.

"...샌드위치는 밥이 아니라서."

"뭐?"

"몰라. 나 버스 타야 돼."

버스에서 그녀는 물을 다 마셨다. 그가 시킨 대로. 그리고 창에 이마를 대고 생각했다. 하은의 눈. 그 눈에 자기가 어떻게 보였을지.

응급실의 기둥. 김 교수가 회식에서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우리 응급실 기둥. 신규들이 그녀 이름을 부르고, 인턴들이 그녀에게 흉관 세트 위치를 묻고, 당직 의사들이 그녀 판단을 믿었다. 그 기둥이 새벽 일곱 시에 바나나를 먹어도 되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리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먹고, 된다고 하면 먹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았다. 자기가 원한 것이었다. 종이에 쓴 것이었다. 그런데 하은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다른 모양이었다. 유능한 여자가 남자한테 잡혀 있는 모양. 서윤은 그 모양이 자기가 아닌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 모양이 어떻게 자기가 아닌지를 하은에게 설명할 문장이 없었다.

공방 앞. 문은 아직 잠겨 있었지만 이층 창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기 전에 문이 열렸다.

"바나나 먹었어?"

"먹었어요."

"물은."

"다 마셨어요."

"잘했어. 들어와."

밥은 미역국이었다. 그녀는 앉아서 먹었다. 그가 옆에 앉아 그녀가 먹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그가 쉬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녀는 국을 다 마시고 밥을 다 먹고, 그가 놓아준 계란찜을 다 먹었다. 그리고 숟가락을 놓고 말했다.

"하은이가 물었어요. 누구한테 허락받았느냐고."

태오는 그릇을 치우던 손을 멈췄다.

"뭐라고 했어?"

"엄마라고요." 그녀는 웃었다. 웃음이 아니었다. "그리고 남자냐고 물었어요. 아니라고 했는데 안 믿어요. 하은이는 저를 십일 년 봤어요. 제가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알아요."

"말하고 싶어?"

"모르겠어요. 말할 수 있는 문장이 없어요. 응급실에서 저는—" 그녀는 손을 식탁 위에 놓았다. 손등에 정맥로를 잡을 때 튄 소독약 자국이 있었다. "오늘 새벽에 한 사람 살렸어요. 이십칠 분. 제가 리듬 불렀고, 제가 정맥로 잡았고, 제가 승압제 달았어요. 그리고 세 시간 뒤에 저는 바나나 허락을 받았어요. 그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하은이한테 어떻게 말해요."

태오는 그릇을 놓고 앉았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 굳이 설명해야 해?"

"제가 이상하게 보이니까요."

"하은 씨한테?"

"...아니. 저한테요."

말하고 나니 그것이 진짜였다. 하은의 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눈에 비친 자기를 보는 자기 눈이 문제였다.

태오는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일어나서 호두나무판을 가져왔다. 별이 열한 개 꽂혀 있었다. 두 번째 줄이 끝나고 세 번째 줄이 시작되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별 하나를 꺼내 열두 번째 구멍에 꽂았다. 딱.

"이건 뭐예요?"

"바나나."

"바나나가 별이에요?"

"배고픈데 시키는 대로 바나나 사 먹고 물 다 마신 거. 그거 쉬운 거 아니야. 서윤 씨는 열두 시간 동안 자기 몸 생각 한 번도 안 했을 거야. 그러고 나서 한 번 했어. 남이 시켜서라도. 그게 별이야."

그녀는 별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자기 눈을 느꼈다. 하은의 눈이 아닌 자기 눈. 그 눈에 별은 그냥 별이었다. 손톱 두 개 크기의, 단풍나무로 깎은.

"이상하다는 생각은," 태오가 말했다.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 나도 아직 가끔 해. 마흔한 살 남자가 남의 자는 시간을 정해주는 게 뭔가 하고. 그런데 그 생각을 하면서도 할 수는 있어. 이상한 것과 필요한 것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돼."

"태오 씨도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이거?"

"가끔. 그런데 서윤 씨가 아홉 시간 자고 일어난 얼굴 보면 그 생각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져."

그녀는 식탁에 얼굴을 묻었다. 나무가 시원했다. 그가 그녀 뒷목에 손을 올렸다. 승모근 위. 매듭이 있었다. 나이트 나흘째의 매듭. 그가 엄지로 그것을 눌렀다.

"몇 시에 잘까." 그가 물었다. 그녀에게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얼굴을 보고 정하는 것이었다. 규칙 첫 번째. 나이트 끝난 날은 대디가 정함. "아홉 시 반. 씻고 와. 이불 펴놓을게."

그녀는 아홉 시 반에 잤다. 오후 다섯 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 그는 없었고 대패가 발치에 있었고 식탁 위에 종이가 있었다.

「저녁 여섯 시. 밥. 그리고 하은 씨 얘기, 서윤 씨가 하고 싶을 때 해. 안 해도 돼. 그건 서윤 씨 거야.」

그녀는 종이를 접어 잠옷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고양이를 무릎에 올리고, 여섯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이 그녀가 종이에 썼던 것이었다. 하은의 눈은 아직 거기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고양이의 무게 아래에서, 그 눈이 조금 멀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