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서윤, 작은 서윤
토요일의 서윤은 다른 사람이었다. 아니,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다른 크기의 같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아침 열 시에 시장에 갔다. 태오가 물푸레나무 식탁 오일을 사러 가는 길에 그녀가 따라나섰다. 서윤은 이틀 연속 오프였고, 전날 밤 열두 시에 잤고, 아홉 시에 일어나 그가 구운 토스트를 먹었다. 그리고 시장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자기 걸음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깨가 올라갔다. 눈이 사방을 훑었다. 응급실의 눈이었다. 그런데 그 눈이 지금은 떡볶이 가게와 순대와 튀김을 훑고 있었다.
"저거요."
"뭐?"
"떡볶이. 저기. 매운 거."
"밥 먹고 두 시간 됐어."
"알아요. 그런데 오늘 저 큰 서윤이에요. 큰 서윤은 간식 규칙 없죠?"
태오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턱을 조금 들었다. 그가 웃었다. 그가 이렇게 웃는 것을 그녀는 처음 보았다. 눈가가 접히고 반백의 옆머리가 조금 흔들리는 웃음.
"규칙은 서윤 씨 거야. 큰 서윤이 안 지킨다고 하면 안 지키는 거지."
"그럼 두 개요. 순대도."
그들은 시장 뒷골목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떡볶이를 먹었다. 서윤은 그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왜 가구회사를 그만뒀는지, 첫 손님이 누구였는지, 고양이는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느 순간, 튀김을 국물에 적시면서, 물었다.
"전에 누구 있었어요? 이런 거 같이 한 사람."
태오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느리게.
"있었어. 육 년. 그 사람은 돌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걸 주는 걸 좋아했고, 그런데 우리는 규칙을 안 만들었어. 그래서 어디까지가 돌봄이고 어디부터가 내가 없어지는 건지 몰랐어. 끝날 때쯤엔 내가 나를 못 돌보고 있었고." 그는 잠깐 멈췄다. "그래서 이번엔 종이에 썼어. 둘 다 그만할 수 있다고."
"제가 그 사람하고 비슷해요?"
"아니. 서윤 씨는 하루 종일 남을 돌보는 사람이야. 저녁에 그걸 잠깐 내려놓는 것뿐이야. 그 사람은... 다른 얘기였어."
서윤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의 앞에 있는 어묵 꼬치를 하나 가져갔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것이 좋았다.
오후에는 공방에서 오일을 발랐다. 태오가 하고 서윤은 옆에서 보았다. 그가 상판에 오일을 먹이는 손놀림은 그가 물건을 내려놓는 방식과 같았다. 느리고 정확했다. 서윤은 그 손을 보았다. 손등에 흰 흉터가 하나 있었고, 손가락 마디가 굵었고, 손톱 아래에 톱밥이 끼어 있었다. 그 손을 보다가 그녀는 자기가 그 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큰 서윤의 생각이었다.
저녁은 그가 했다. 김치찌개. 그녀는 이번에는 스스로 밥을 더 떴다. 그가 그것을 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는 그것이 허락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홉 시. 설거지를 마친 그가 소파에 앉았을 때, 서윤은 옆에 앉지 않고 그 앞에 섰다.
"물어봐 주세요."
"뭘."
"그거. 그 질문."
태오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것이 들어왔다.
"지금 몇 살이에요."
"서른넷."
"확실해?"
"확실해요. 서른네 살이고, 정서윤이고, 응급의료센터 책임간호사고, 오늘 태오 씨 손 보면서 하루 종일 다른 생각 했어요." 그녀는 숨을 한 번 쉬었다. "오늘은 큰 서윤이랑 자요."
그는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손이 컸다. 톱밥 냄새와 오일 냄새.
"그럼 오늘도 내가 정할게. 그건 괜찮아?"
"...네."
"뭐가 됐든 싫으면 레드. 천천히 하고 싶으면 노랑. 그건 큰 서윤한테도 똑같아."
"알아요."
그가 입을 맞췄다. 현관에서 했던 것과 달랐다. 길고, 깊고, 그의 혀가 그녀 입술을 열었고, 그녀는 소리를 냈다. 자기가 그런 소리를 낸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 뒷목으로 갔다. 승모근 위, 매듭이 있던 자리를 엄지로 눌렀다. 그녀 무릎이 조금 풀렸다.
"침대."
그녀는 갔다. 그가 따라왔다. 침대 앞에서 그는 그녀 스웨터 밑단을 잡았다.
"손 들어."
그녀는 들었다. 스웨터가 벗겨졌다. 브래지어. 그가 등 뒤로 손을 넣어 후크를 풀었다. 그것이 떨어졌다. 서윤은 가슴을 가리려고 손을 올리다가 멈췄다. 그가 그녀 손목을 잡고 있었다.
"가리지 마. 오늘은 내가 볼 거야."
그녀는 손을 내렸다. 그가 보았다. 서른네 살의 몸이었다. 밤근무로 조금 처진 어깨, 왼쪽 쇄골 아래 작은 점, 열두 년 동안 하루 열 시간씩 서 있던 종아리. 그는 그것을 오래 보았고, 그녀는 그 시선 아래에서 젖꼭지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끄러움과 다른 것이 같은 자리에서 올라왔다.
"예뻐."
"...그런 말 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큰 서윤한테는 해."
그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청바지 버튼을 풀고, 지퍼를 내리고, 천천히 벗겼다. 속옷은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녀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 침대 헤드의 나무 살에 대게 했다. 묶지 않았다. 다만 거기 두었다.
"이거 잡고 있어. 내가 내려도 된다고 할 때까지."
"그거 규칙이에요?"
"오늘 밤 규칙."
그녀는 나무를 잡았다. 그가 만든 침대였다. 살이 매끄러웠다. 그의 입이 그녀 목으로 내려왔다. 쇄골. 작은 점 위에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가슴. 그가 젖꼭지를 입에 넣었을 때 그녀는 등이 휘었고 손이 나무에서 떨어지려 했다.
"잡고 있어."
그녀는 다시 잡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한쪽 가슴을 입으로, 다른 쪽을 손으로. 혀가 젖꼭지 주위를 돌고, 빨고, 놓았다가 다시 빨았다. 그녀 배가 떨렸다. 그의 손이 배로 내려갔고, 속옷 위에서 멈췄다. 그는 천 위로 그녀를 눌렀다. 젖어 있었다. 그가 그것을 알았다는 것을 그녀는 그의 숨소리로 알았다.
"뭘 원해."
"...모르겠어요."
"몰라?"
"진짜 몰라요. 그냥, 태오 씨가—"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손가락을 천 위로 조금 더 세게 눌렀다. "정해줘요. 그냥 정해줘요."
"그럼 내가 정할게."
그가 속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녀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그녀는 나무 살을 잡은 채 천장을 보았다. 그의 숨이 허벅지 안쪽에 닿았다. 입술이 닿았다. 그리고 혀가.
그녀는 소리를 냈다. 참지 않았다.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의 혀는 그의 손처럼 느리고 정확했다. 음핵을 찾아 둥글게 돌고, 아래로 내려가 그녀가 흘린 것을 핥고, 다시 올라왔다. 그의 손이 그녀 허벅지를 벌려 잡았다. 그녀 골반이 올라가려 하자 그가 눌렀다. 도망갈 수 없었다.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그가 음핵을 입술로 감싸고 빨았을 때 그녀는 나무 살이 손바닥에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태오 씨, 나—"
"돼."
한 마디였다. 지나가듯이. 그런데 그 한 마디가 그녀 안에서 무언가를 풀었다. 그녀는 왔다. 등이 침대에서 뜨고, 허벅지가 그의 머리를 조이고, 목에서 그녀 자신도 못 알아들을 소리가 났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다 내려올 때까지 혀를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다 그녀 몸이 축 풀리자 입술을 떼고 허벅지 안쪽에 한 번 입을 맞췄다.
"잘했어."
그녀는 웃었다. 울 것 같은 웃음이었다.
"그런 말 지금 하는 거예요?"
"지금이 제일 할 때지."
"손... 내려도 돼요?"
"내려."
그녀는 내렸다. 손바닥에 나무 결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 앉아 그의 셔츠 버튼을 풀었다. 그는 가만히 있었다. 그녀가 벗겼다. 마흔한 살의 몸. 어깨가 넓었고 배에 살이 조금 있었고 팔뚝이 단단했다. 나무를 드는 팔이었다. 그녀는 그의 바지를 풀었다. 그가 그녀 손을 잡았다.
"나 만져도 돼요?"
"돼. 천천히."
그녀는 그를 손에 넣었다. 뜨겁고, 단단하고, 그녀 손 안에서 한 번 움직였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손을 움직였다. 그의 눈이 감겼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그녀 손목을 잡아 멈추게 했다.
"눕자."
그녀는 다시 누웠다. 그가 그녀 위로 왔다. 콘돔을 꼈다. 그것도 느리고 정확하게. 그리고 그녀 안으로 들어왔다. 천천히. 그녀는 숨을 멈췄다. 그는 반쯤 들어와서 멈췄다.
"숨 쉬어."
그녀는 쉬었다. 그가 더 들어왔다. 끝까지. 그녀는 가득 찬 것을 느꼈다.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 위에서 팔로 몸을 받치고, 그녀를 보았다.
"움직여도 돼요?" 그녀가 물었다.
"아직."
"...제발."
"아직. 나 봐."
그녀는 그를 보았다. 그의 눈. 그 안에 그녀가 있었다. 서른네 살의 정서윤이.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게. 깊게. 그녀 안쪽을 한 번 한 번 다 채우고 빠져나가는 움직임. 그녀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손톱이 들어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그녀 안에서 다시 무언가가 쌓이기 시작했다.
"태오 씨, 나 또—"
"알아."
"돼요?"
"아직."
그녀는 신음했다. 그는 속도를 유지했다. 그녀가 끝에 매달린 채 그를 보았다. 그가 손을 내려 두 사람이 이어진 자리 위, 그녀 음핵을 엄지로 눌렀다. 그녀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지금."
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왔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깊었고 길었다. 그녀 안이 그를 조였고, 그가 낮게 소리를 냈고, 그의 움직임이 흐트러졌고, 그가 그녀 안에서 떨었다. 그가 그녀 위로 무너졌다. 무게가 좋았다. 그녀는 그 무게 아래에서 숨을 쉬었다.
한참 뒤 그가 옆으로 누웠다. 그녀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응급실 모니터 소리 말고 진짜 심장 소리를 들은 게 언제였을까.
"이상해요."
"뭐가."
"같은 사람이잖아요. 어제는 저한테 열한 시에 자라고 하고 책 읽어준 사람이. 오늘은..." 그녀는 말을 고르다 포기했다. "이거."
태오는 그녀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었다.
"같은 사람이 두 가지를 다 줄 수 있어. 그게 규칙에 쓴 거야. 큰 서윤한테는 이거. 작은 서윤한테는 그거. 그리고 어느 쪽인지 모를 땐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옆에 있는 거."
"그게 안 헷갈려요?"
"안 헷갈려. 서윤 씨가 말해주니까."
그녀는 그의 심장 소리를 더 들었다. 그러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몸이 풀리면서 어떤 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을 알았다. 그가 그것을 알았다는 것도 알았다.
"...몇 시예요?"
"열한 시 사십 분."
"저 몇 시에 자야 돼요?"
그는 웃었다. 가슴이 울렸다.
"오프 전날이니까 열두 시. 씻고 와. 이십 분 남았어."
그녀는 웃으면서 일어났다. 다리가 조금 떨렸다. 화장실에서 물을 틀고, 거울을 보았다. 얼굴이 붉었고, 입술이 부었고, 쇄골 아래 점 옆에 그의 입술 자국이 있었다. 서른네 살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 뒤에서, 이제 곧 그가 이불을 덮어주고 책을 읽어줄 다른 크기의 자기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서로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 밤은.
열두 시 정각, 그녀는 회색 면 잠옷을 입고 벽 쪽에 누웠다. 그가 이불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지 않고 옆에 누웠다.
"오늘은 여기서 읽을게."
느티나무는 그 해 겨울에 가지를 셋 떨어뜨렸다. 서윤은 두 번째 가지에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