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만드는 날

규칙은 도면 종이 뒷면에 썼다. 태오가 쓰던 납작한 목수 연필로, 그의 이층 식탁에서, 저녁 여덟 시에.

그 전에 그들은 두 번 더 만났다. 한 번은 공방 근처 칼국수집에서, 한 번은 서윤의 병원 앞 카페에서. 칼국수집에서 태오는 그녀가 국수를 다 먹는 것을 보았고 "다 먹었네" 하고 지나가듯 말했다. 카페에서 서윤은 그에게 응급실 얘기를 한 시간 반 동안 했다. 심정지, 인계, 민지, 삼백 개의 결정. 그는 한 번도 "힘들겠어요"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걸 열두 년 했으면, 저녁에 손 놓고 싶은 게 당연하죠"라고 했다. 당연하다는 말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요?"

서윤이 물었을 때 태오는 카페 테이블 위에 손을 펴놓고 잠깐 생각했다.

"규칙을 만들어야 해요. 서윤 씨가 결정을 안 하려면, 그 전에 뭘 안 결정할지는 결정해야 하니까. 그건 한 번만 하면 돼요. 그다음부터는 제가 들고 있을게요."

그래서 이층이었다. 이층은 서윤이 상상한 것보다 단순했다. 나무 식탁 하나, 의자 둘, 책이 많은 벽 하나, 창가에 고양이가 누울 자리 하나. 부엌은 작았지만 칼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응급실의 카트처럼. 서윤은 그걸 보고 조금 안심했다.

태오가 도면 종이를 뒤집어 펼쳤다. 앞면에는 여덟 명이 앉는 식탁의 다리가 그려져 있었다. 세 번째 버전이라고 했다.

"서윤 씨가 말하고, 제가 써요. 아니다 싶으면 바로 말해요. 지우는 것도 규칙이에요."

"뭐부터 해요?"

"자는 시간부터. 그게 서윤 씨가 제일 먼저 말한 거니까."

서윤은 손가락으로 식탁 결을 따라갔다.

"오프 전날은 열두 시. 근무 있는 날은 열한 시. 나이트 끝나고 아침에 들어오는 날은... 모르겠어요. 그날은 낮에 자야 하니까."

"그날은 제가 정할게요. 그날 서윤 씨 얼굴 보고."

연필이 종이 위를 갔다. 그의 글씨는 작고 곧았다. 목수의 글씨였다.

"밥."

"하루 세 번. 그런데 응급실에서는 못 먹을 때가 많아요. 그건..."

"그건 규칙 위반 아니에요. 규칙은 서윤 씨를 잡으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받치려고 만드는 거예요. 못 먹으면 못 먹었다고 말하기. 그게 규칙. 그리고 하나 더." 그가 그녀를 보았다. "삼각김밥은 밥 아님."

서윤은 웃었다.

"그럼 뭐가 밥이에요?"

"따뜻한 거. 앉아서 먹는 거."

"간식은요?"

"밥 먹은 다음에만. 자기 전에는 우유나 요거트만."

"제가 그거 지킬 수 있을까요?"

"못 지키면 말해요. 별을 안 붙이면 돼요. 벌 같은 건 없어요. 그런 건 서윤 씨가 싫다고 했으니까."

"별?"

태오는 대답 대신 일어나서 책장 아래 칸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짙은 갈색 나무판이었다. 가로 서른 센티, 세로 스무 센티쯤. 표면에 작은 구멍이 여섯 줄, 한 줄에 다섯 개씩 정확한 간격으로 뚫려 있었다. 아직 마감이 덜 된 채였다.

"호두나무예요. 스티커판이라고 서윤 씨가 썼는데, 종이 스티커는 떼면 자국 남으니까. 별은 이렇게." 그가 주머니에서 작은 것을 꺼냈다. 단풍나무로 깎은 별이었다. 손톱 두 개 크기, 뒤에 짧은 나무 못이 붙어 있었다. 그가 그것을 첫 구멍에 꽂았다. 딱,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서윤은 한참 그것을 보았다.

"이걸... 저 때문에 만들었어요?"

"만들고 있어요. 아직 오일 안 발랐어요. 서윤 씨가 규칙을 다 정하면 마감할 거예요. 한 줄 채우면 소원 하나. 소원은 서윤 씨가 정해요. 그건 서윤 씨가 결정해도 좋은 거니까."

그녀는 별을 뽑아서 손바닥에 놓았다. 가벼웠다. 그녀는 그것을 도면 종이 위에 놓았고, 태오는 그 옆에 「칭찬: 매일 하나 이상. 지나가듯이」라고 썼다.

"그리고 이거요."

서윤은 목소리를 낮췄다. 낮출 이유가 없는데 낮췄다.

"작아졌을 때는... 섹스 안 해요."

태오의 연필이 멈췄다. 그는 그녀를 보았다.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그때의 저는 그냥 쉬는 사람이에요. 뭘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그 상태에서 누가 저를 만지면... 그건 제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태오 씨하고 자고 싶지 않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녀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서른넷에. "그건 큰 서윤이 할 거예요. 서른네 살 정서윤이. 그때는,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제가 알아요."

태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썼다. 「침대: 작아졌을 때는 없음. 큰 서윤과만.」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썼다. 「어느 쪽인지 모를 땐 안 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서윤 씨가 큰지 작은지 제가 헷갈리면, 안 한다는 뜻이에요. 물어볼 거예요. 그리고 대답이 확실하지 않으면 안 해요. 서윤 씨를 위해서만 아니라, 저를 위해서도요. 저는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어떻게 물어볼 건데요?"

그는 잠깐 생각했다.

"지금 몇 살이에요, 하고."

서윤은 그 문장을 입 안에서 굴려보았다. 지금 몇 살이에요.

"큰 서윤은 서른넷이라고 대답할 거예요."

"작은 서윤은요?"

"...모르겠어요. 아마 대답 안 할 거예요. 아니면 그냥, 작다고 하거나."

"그러면 그날은 그냥 자는 거예요. 좋아요."

그가 마지막으로 쓴 것은 안전어였다. 「레드: 전부 멈춤. 무슨 상황이든. 노랑: 천천히, 확인.」 그리고 맨 아래에, 밑줄을 두 번 그으면서, 「언제든 그만할 수 있다. 둘 다.」

"둘 다요?"

"저도요. 제가 못 하겠으면 저도 말할 거예요. 돌보는 사람이 자기를 못 돌보면 오래 못 가요. 그건 제가 배운 거예요."

서윤은 물어보고 싶었다. 어디서 배웠느냐고. 그러나 그가 준 만큼만 받는 것이 이 사람과의 방식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종이를 다 채우고 나서 그녀는 그것을 들어 읽었다. 열 개의 규칙. 그녀의 삶을 열 줄로 받치는 것들. 응급실 프로토콜보다 짧았고, 그보다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요?" 그녀가 물었다. "서른넷에, 응급실 책임간호사가, 자는 시간을 정해달라고 하는 게."

태오는 종이를 받아 반으로 접었다. 그리고 그것을 호두나무판 아래에 끼웠다.

"제 손님 중에 예순셋 되신 분이 있어요. 은퇴한 판사예요. 매주 토요일 아침에 와서 새 사포를 뜯는 게 일주일 중에 제일 좋다고 하세요. 그 사람이 삼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걸 판결했겠어요. 그 사람은 사포를 뜯을 때 아무것도 판결 안 해도 되니까 그게 좋은 거예요. 사람이 쉬는 모양은 다 달라요. 서윤 씨 모양이 이거면, 이게 서윤 씨 모양이에요."

서윤은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하지 못했다.

"제가 태오 씨를 뭐라고 불러야 해요?"

"부르고 싶을 때 부르고 싶은 걸로."

"그 단어... 아직 못 하겠어요."

"그러면 태오 씨. 아니면 아무것도. 이름은 규칙이 아니에요."

현관에서 그녀는 운동화를 신다가 일어섰고, 그와 너무 가까이 서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앞치마 끈이 그녀 손끝에 닿았다. 그녀는 그 끈을 잡았다. 그리고 그를 끌어당기지 않았다. 그냥 잡고 있었다. 그가 몸을 숙였다. 입술이 닿았다. 짧았고, 따뜻했고, 톱밥 냄새가 났다. 그가 먼저 떨어졌고, 그녀 이마에 자기 이마를 잠깐 댔다.

"오늘 몇 시에 잘 거예요?"

"...열두 시?"

"오프 전날이니까 열두 시. 누우면 문자 하나."

버스 안에서 그녀는 아직 입술이 따뜻했다. 오피스텔에 도착해서 씻고, 계란을 삶아 먹고, 열한 시 오십오 분에 누웠다. 그리고 문자를 보냈다. 「누웓어요.」 오타를 고치지 않았다.

답은 바로 왔다.

「잘했어요. 내일 오프 잘 보내요.」

그녀는 어깨의 매듭을 느꼈다. 여전히 거기 있었다. 다만 오늘은 그 매듭 옆에 무언가 다른 것이 하나 더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손톱 두 개 크기의, 단풍나무로 깎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