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나눠 쓰는 법

다인의 방에는 여전히 스탠드가 있다.

침대 옆에. 주황색 전구. 켜지 않은 채로 석 달째다. 버리지는 않았다. 있는 게 좋았다. 켜지 않아도 되는 것이 거기 있는 게.

밤에 다인은 불을 끄고 잔다. 밤중에 깨면 천장을 본다. 어둠. 세지 않는다. 옆으로 돌아누워 다시 잔다.

어떤 밤은 승재의 방에서 잔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는 불을 다 켜두고 있다. 여전히. 다인이 끄자고 하기 전에는 끄지 않는다. 그건 변하지 않았다. 다인은 그게 좋았다.

가을이었다.

그날 저녁은 별 게 없었다. 승재가 파스타를 만들었고 다인이 먹었고 설거지는 다인이 했다. 방음벽 안에서 물소리가 유난히 컸다. 다인은 이제 그 소리를 좋아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오자 승재는 침대에 기대 앉아 있었다. 눈을 뜨고. 다인이 오는 걸 보고 있었다.

다인은 그 눈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언제 눈을 감지.

지난 몇 달을 돌려봤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보고 있었다. 눈으로 보지 못하면 손으로. 손으로 못 하면 귀로. 다인이 갈 때도 그는 다인의 얼굴을 봤다. 자기가 갈 때도 눈을 감지 않았다. 다인이 잠들 때 그는 아직 깨어 있었다. 다인이 깨면 그는 이미 깨어 있었다.

"승재 씨는 언제 쉬어요?" 다인이 물었다.

그는 잠깐 다인을 봤다.

"저는 보는 사람이에요."

"알아요." 다인이 말했다. "오늘은 제가 볼게요."

그가 다인을 봤다. 오래.

"눈 감아요." 다인이 말했다. "제가 볼게요."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다인은 그가 답하지 않는 것을 봤다. 그가 늘 다인에게 주었던 시간을 이번에는 다인이 그에게 주었다.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돼요." 다인이 말했다. 그의 말이었다. 그가 다인에게 백 번쯤 한 말.

그가 웃었다. 그 말을 알아들은 웃음이었다.

"네." 그가 말했다.

다인은 문 옆으로 갔다. 조광기를 잡았다. 돌렸다. 천장등이 노랗게 내려앉았다. 스탠드 셋. 다인은 하나씩 껐다. 묻지 않았다. 이건 다인의 방이 아니지만 오늘 불은 다인의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두었다.

서랍을 열었다. 촛불. 다인은 하나만 꺼내 탁자에 세우고 불을 붙였다. 그러고 천장등을 완전히 껐다.

촛불 하나. 다인이 원해서 켠 것. 어둠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다인은 침대로 갔다. 그의 앞에 앉았다.

"감아요."

그가 눈을 감았다.

다인은 그 얼굴을 봤다. 눈을 감은 그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어렸다. 눈꺼풀이 얇고 그 아래로 눈동자가 조금 움직였다. 입술이 조금 열려 있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있는 것을 다인은 본 적이 없었다.

"만져도 돼요?" 다인이 물었다.

"네."

다인은 그의 뺨에 손을 댔다. 그가 다인에게 그랬듯이. 그의 뺨이 다인의 손에 기울었다. 아주 조금. 다인은 그걸 봤다.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나. 둘. 그는 눈을 감은 채 다인의 손이 하는 대로 두었다. 셔츠가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다인은 그의 가슴에 입을 맞췄다. 심장이 있는 자리. 빨랐다. 다인은 웃었다.

"긴장했어요?"

"네." 그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저도 그랬어요. 매번."

"알아요."

"알았죠." 다인이 말했다. "봤으니까."

다인은 그의 바지를 벗겼다. 속옷을. 그는 이미 단단했다. 다인은 그걸 손에 쥐었다. 뜨거웠다. 그의 숨이 바뀌었다. 다인은 그 숨소리를 들었다. 그가 다인의 숨소리를 세었듯이.

"입으로 해도 돼요?"

"네."

다인은 그를 입에 넣었다. 촛불 하나가 옆에서 흔들렸다. 다인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눈은 감겨 있었다. 미간이 조금 좁아졌다. 입이 열렸다. 소리가 났다. 낮은 소리. 다인은 혀로 그를 감았다. 천천히. 그의 손이 시트를 잡았다. 다인의 머리로 오지 않았다. 다인은 그의 손을 잡아 자기 머리에 얹었다.

"잡아도 돼요."

그가 잡았다. 조심스럽게.

다인은 더 깊게 넣었다. 그의 허리가 들렸다. 그가 소리를 냈다. 다인은 그 소리를 들었다. 방음벽 안에서 그 소리는 다인 것이었다. 다인만 듣는 것.

"괜찮아요?" 다인이 입을 떼고 물었다.

"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웃었다. 눈을 감은 채. "여기 있어요."

다인은 옷을 벗었다. 그가 보지 않는 채로. 그건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가 다인의 몸을 보지 않는 것. 다인은 그가 보지 않아도 여기 있었다. 그 생각이 들었다.

다인은 그의 위에 올라갔다. 콘돔은 다인이 씌웠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다인의 손을 느끼게 두었다. 다인은 그를 자기 안에 맞추고 앉았다.

천천히. 그가 들어왔다. 다인은 그의 얼굴을 봤다. 감은 눈. 열린 입. 다인이 다 앉았을 때 그의 눈썹이 떨렸다.

"보고 싶으면 떠도 돼요." 다인이 말했다. "그건 승재 씨가 정해요."

"조금 더요." 그가 말했다. "조금 더 감고 있을게요."

다인은 움직였다. 그의 위에서. 촛불 하나가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크게 만들었다. 다인은 그의 얼굴을 계속 봤다. 그가 다인의 얼굴을 봤듯이. 그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미간. 입. 목의 힘줄.

"괜찮아요?"

"네."

"더 빨리?"

"네."

"말로 해줘요." 다인이 말했다. 그의 말이었다.

그가 웃었다. 크게. 눈을 감은 채.

"네. 빨리."

다인은 빨라졌다. 그의 손이 허리를 잡았다. 다인은 그 손을 놔뒀다.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다인의 안이 그를 조였다. 다인도 가까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를 보고 싶었다.

"눈 떠요." 다인이 말했다. "저 봐요."

그가 눈을 떴다.

촛불 하나 속에서 그의 눈이 다인을 봤다. 아래에서. 다인이 자기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 눈이 흐려져 있었다. 처음 보는 눈이었다. 보는 사람의 눈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의 눈.

"저도 가도 돼요?" 그가 물었다.

다인은 웃었다.

"네."

그가 다인을 올려다보면서 갔다. 다인 안에서. 눈을 뜬 채로. 다인은 그 얼굴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전부. 그가 다인에게 보여준 적 없던 것을. 그의 손이 허리를 꽉 잡았다. 소리가 났다. 다인은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다인도 갔다. 그의 위에서. 그를 보면서. 그가 다인을 보면서.

다인은 그의 가슴 위에 엎어졌다. 심장. 아직 빨랐다. 다인은 웃었다. 소리 내어. 그도 웃었다. 가슴이 울렸다.

"어땠어요?" 다인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가 말했다. "처음이라."

"눈 감는 게요?"

"누가 보는 게요."

다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그는 다인을 보고 있었다. 눈이 젖어 있었다. 다인은 그걸 말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뻗어 촛불을 향했다.

"꺼도 돼요?"

"네."

후.

어둠.

다인은 그의 위에 다시 엎어졌다. 어둠 속에서. 그의 손이 다인의 등에 얹혔다. 다인의 손이 그의 가슴에. 두 사람의 숨소리. 그것만.

"어둠은요." 다인이 말했다. "이제 반은 제 거예요."

"반이요?"

"네. 반은 승재 씨 거고."

그가 웃었다. 어둠 속에서. 다인은 그 웃음을 들었다. 가슴이 울리는 것으로.

"나눠 써요, 그럼." 그가 말했다.

"네."

다인은 어둠 속에 누웠다. 이 방의 천장에는 무늬가 없다. 보이지도 않는다. 셀 것이 없다.

대신 옆에서 숨소리가 났다. 느린 숨. 다인은 그걸 셌다. 습관처럼. 하나. 둘. 셋.

그리고 알았다. 그도 세고 있다는 것을. 다인의 숨을. 어둠 속에서.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의 숨소리를 세는 거예요.

다인은 웃었다. 조용히. 그가 알아들었는지 어둠 속에서 손이 다인의 손을 찾았다. 한 번 쥐었다.

다인은 한 번 쥐었다.

빛이 꺼지면, 이제 다인은 그냥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