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스위치

일주일이 지났다.

다인은 그동안 두 번 메시지를 보냈고 승재는 두 번 답했다. 별 내용이 없었다. 잘 잤어요. 네. 오늘 비 와요. 네, 여기도. 그는 다시 오라고 하지 않았다. 다인이 정하게 두었다.

토요일에 다인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처음이었다. 벨을 누르지 않고 열쇠를 돌린 건. 안에서 승재가 일어나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자 그는 그냥 서 있었다. 웃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고.

"왔어요." 다인이 말했다.

"네."

불은 다 켜져 있었다.

"오늘 안 해도 돼요." 승재가 말했다. "그냥 있어도 돼요."

"하고 싶어요." 다인이 말했다. "근데 다르게."

그는 기다렸다.

"제가 끄고 싶어요."

승재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고 책장으로 갔다. 아래 칸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등이었다. 손바닥만 한 갓에 긴 전선이 달렸고, 전선 중간에 딸깍 스위치가 있었다. 옛날 책상 등 같은 것.

그가 콘센트에 꽂았다. 침대 옆 바닥에 등을 놓았다. 그러고 스위치가 달린 전선을 다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다인 씨 거예요." 그가 말했다. "끄는 것도 켜는 것도 다인 씨가 해요. 저는 이거 안 만져요. 오늘 밤 내내."

다인은 스위치를 봤다. 엄지로 눌러봤다. 딸깍. 작은 등이 켜졌다. 딸깍. 꺼졌다. 손 안에 딱 맞았다.

"다른 불은요?"

"제가 끌게요. 물어보고."

"네."

"천장등 꺼도 돼요?"

"네."

딸깍. 스탠드 셋도 하나씩 물었다. 네. 네. 네. 촛불은 켜지 않았다.

이제 방에는 다인 손 안의 작은 등 하나만 있었다. 다인이 켜 둔 채였다. 노란빛이 바닥에서 올라왔다. 승재의 얼굴이 아래에서 비쳐 낯설었다.

그들은 옷을 벗었다. 서로. 다인이 그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처음이었다. 그는 다인의 손이 하는 대로 두었다. 다인은 스위치를 놓지 않았다. 한 손으로 단추를 풀었다. 느렸다. 그는 기다렸다.

다 벗고 침대에 앉았을 때, 다인은 스위치를 봤다.

그리고 눌렀다.

딸깍.

어둠.

지난주와 같은 어둠이었다. 검은 커튼. 아무것도 없는 검음. 다인의 손목이 기억을 시작했다.

그런데 엄지 밑에 스위치가 있었다.

다인은 그걸 눌렀다. 딸깍. 빛. 승재의 얼굴. 그는 다인을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인은 숨을 쉬었다.

딸깍. 어둠.

손목이 다시 기억을 시작했다. 다인은 엄지에 힘을 줬다. 누르지는 않았다. 누를 수 있다는 것만 확인했다. 스위치는 거기 있었다. 다인의 손 안에.

이건 다인의 어둠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숨이 들어왔다. 셋째 숨이. 지난주에 들어오지 않았던 그 숨이.

"여기 있어요." 승재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났다. 가깝게. "만져도 돼요?"

"네."

그의 손이 다인의 무릎에 닿았다. 어둠 속에서 손이 닿는 건 다른 일이었다. 어디서 올지 몰랐다. 무릎. 허벅지. 허리. 손이 지나간 곳마다 피부가 깨어났다. 눈으로 볼 수 없어서 손이 더 컸다.

그의 입이 어깨에 닿았다. 목. 다인은 고개를 젖혔다. 그의 손이 가슴을 감쌌다. 젖꼭지를 잡았다. 어둠 속에서 다인의 소리가 났다.

다인은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

그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었다. 다인의 가슴에 입을 대려던 자세로. 그가 멈추고 다인을 봤다. 다인은 웃었다. 그냥 보고 싶었다. 그가 거기 있는지.

"있네요."

"있어요."

딸깍. 어둠.

그의 입이 젖꼭지를 물었다. 다인은 그의 머리를 잡았다. 스위치는 다른 손에. 그의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왔다. 다인은 이미 젖어 있었다. 그가 그걸 손가락으로 알았다. 어둠 속에서 다인의 안으로 손가락이 들어왔다. 다인은 소리를 냈다. 벽이 먹었다.

"위에 올라가도 돼요?" 다인이 물었다.

어둠 속에서 그가 웃는 소리가 났다. 다인이 물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네."

다인은 손으로 그를 찾았다. 어깨. 가슴. 그를 눕혔다. 그의 위에 올라갔다. 무릎이 그의 허리 양쪽에. 손으로 그의 성기를 찾았다. 단단했다. 뜨거웠다. 콘돔은 그가 이미 씌우고 있었다. 다인은 그걸 손으로 확인했다.

다인은 스위치를 왼손에 꽉 쥐었다. 오른손으로 그를 잡고 자기 안에 맞췄다. 그리고 앉았다.

천천히. 그가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다인은 자기 안이 열리는 것만 느꼈다. 보이는 게 없어서 그것만 있었다. 다 앉았을 때 다인은 숨을 뱉었다.

그의 손이 다인의 허리에 얹혔다. 양쪽. 밀지 않았다. 얹기만 했다.

"괜찮아요?" 그가 물었다.

"네."

다인은 움직였다. 앞으로. 뒤로. 자기 속도로. 어둠 속에서 그가 다인 안에서 움직였다. 다인이 움직이는 대로. 그는 다인의 허리를 잡고 있었지만 이끌지 않았다. 다인이 이끌었다.

다인은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

그가 다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이 조금 열려 있었다. 눈은 다인의 얼굴에. 다인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자기 위에서. 다인은 그 눈을 봤다. 그 눈이 다인만 보고 있었다.

딸깍.

어둠. 다인은 더 빨리 움직였다. 그의 손이 허리를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밀지는 않고. 다인의 가슴이 흔들렸다. 어둠 속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데 다인은 그가 듣고 있다는 걸 알았다. 숨소리로. 살이 닿는 소리로. 젖은 소리로.

"승재 씨."

"여기 있어요."

다인은 엄지를 스위치 위에 얹었다. 누르지 않았다. 몸이 조여왔다. 허벅지가 떨렸다. 다인은 어둠 속에서 갔다. 그의 위에서. 스위치 위에 엄지를 얹은 채로.

누르지 않았다.

몸이 다 떨리고 나서도 누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숨을 쉬었다. 그가 아래에서 다인의 허리를 잡고 가만히 있었다. 다인이 움직일 때까지.

"저도 가도 돼요?" 그가 물었다.

"네."

그가 아래에서 밀어 올렸다. 몇 번. 다인은 그가 자기 안에서 굳는 걸 느꼈다. 그의 손이 허리를 꽉 잡았다. 소리가 났다. 그의 소리. 어둠 속에서.

다인은 그의 가슴 위에 엎어졌다. 땀. 심장 소리. 스위치는 여전히 손에.

그렇게 누워 있었다. 어둠 속에서. 얼마나인지 몰랐다.

다인은 어둠이 무섭지 않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무서웠다. 하지만 손 안에 스위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인이 누르지 않으면 안 눌리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아니라. 승재도 아니라. 다인이.

딸깍.

빛. 다인은 켰다. 승재가 다인을 올려다봤다.

"켰네요."

"켜고 싶어서 켰어요." 다인이 말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는 한동안 다인을 봤다. 그러고 손을 뻗어 다인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묻지 않고. 다인은 그걸 그냥 두었다.

"오늘은요." 다인이 말했다. "제가 꺼서 좋았어요."

"네."

"다음엔 승재 씨가 꺼도 돼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인의 손에서 스위치를 받지 않았다. 다인이 그날 밤 잠들 때까지 스위치는 다인의 손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