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켜는 법
그날은 일곱에서 시작했다.
전처럼 천장등이 꺼졌고 스탠드가 하나씩 꺼졌다. 촛불 일곱. 여섯. 다섯. 다인이 매번 네라고 했다. 넷에서 그가 들어왔고 셋에서 다인이 갔다. 둘에서 그가 갔다.
둘.
두 개의 불꽃이 탁자 위에 서 있었다. 방은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의 얼굴과 불꽃 둘. 승재의 팔이 다인의 배 위에 얹혀 있었다. 손바닥이 따뜻했다.
"하나 더 꺼도 돼요?"
다인은 둘을 봤다.
"네."
하나.
하나의 불꽃. 그게 얼마나 작은 빛인지 다인은 처음 알았다. 손톱만 한 불. 그 불 하나가 승재의 얼굴을 반만 비췄다. 나머지 반은 어둠이었다.
다인은 숨을 쉬었다. 들어가고 나갔다. 괜찮았다.
"이것도." 승재가 말했다. 묻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것도 아닌 목소리로. "꺼도 돼요?"
다인은 그 불꽃을 오래 봤다. 불꽃은 다인의 숨에 따라 기울었다. 다인이 숨을 참으면 곧게 섰다.
전부 꺼지면 어떻게 되는지 다인은 알았다. 몸이 알았다. 하지만 지금 옆에는 승재가 있고 승재의 손이 배 위에 있고 새벽이라는 말이 있고 두 번 두드리기가 있었다.
"네."
그가 몸을 일으켰다. 다인은 그의 등을 봤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가 후, 불었다.
어둠.
검은 커튼이 창을 다 막고 있어서 진짜 어둠이었다. 눈을 뜨고 있는데 감은 것과 같았다. 다인은 눈을 더 크게 떴다. 아무것도 없었다.
첫 숨. 괜찮았다.
둘째 숨. 괜찮았다.
셋째 숨이 들어오지 않았다.
손목이었다. 손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인은 그걸 알았다. 그런데 손목이 기억했다. 뭔가가 거기 감기는 감각. 그리고 눈 위에 천. 그리고 웃음소리. 조금만 더.
가슴이 닫혔다. 숨이 들어올 길이 없었다. 손이 저절로 주먹이 됐다. 두 번 두드리려 했다. 손이 펴지지 않았다. 새벽. 말하려 했다. 입이 열리지 않았다. 목이 잠겼다.
다인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아마 이 초. 삼 초.
승재의 손이 배 위에서 그걸 느꼈다. 다인의 배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숨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배 밑의 근육이 돌처럼 굳는 것을.
"다인 씨?"
대답이 없었다.
"새벽." 그가 말했다. "제가 말할게요. 새벽."
딸깍.
침대 옆 스탠드. 가장 작은 불. 천장등이 아니었다. 그는 가장 작은 불을 켰다. 눈이 아프지 않게. 노란빛이 천천히 방을 만들었다. 벽. 천장. 탁자. 꺼진 초 일곱.
그리고 승재의 얼굴.
"여기 있어요." 그가 말했다. "저 보여요?"
다인은 그를 봤다. 보였다.
"숨 쉬어요. 하나만."
다인은 숨을 쉬었다. 들어왔다. 찢어지는 것처럼 들어왔다.
"하나 더."
들어왔다.
"손 펴도 돼요. 아무것도 안 잡혀 있어요."
다인은 자기 손을 봤다. 주먹이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들어가 있었다. 천천히 폈다. 손목에 아무것도 없었다.
담요가 왔다. 어깨까지 덮였다. 승재는 다인을 안지 않았다. 옆에 앉았다. 손이 다인의 손 옆에 있었다. 닿지 않고.
"손 잡아도 돼요?"
"네."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가 잡았다.
다인은 울었다. 소리 없이 시작해서 소리가 됐다. 벽이 먹었다. 그는 손을 잡고 있었다. 뭐라고 하지 않았다. 다인이 울음이 끝날 때까지.
"미안해요." 다인이 말했다.
"사과할 게 없어요."
"제가 말을 못 했어요. 새벽. 못 했어요. 두 번 두드리는 것도."
"네. 못 했죠." 승재가 말했다. "그래서 규칙이 있는 거예요. 대답이 없으면 새벽. 오늘 그 규칙이 작동했어요. 그게 다예요. 오늘 일어난 일은 그거예요."
"실패한 거잖아요."
"아니요." 그가 다인을 봤다. "다인 씨 몸이 저한테 말을 걸었고, 제가 들었어요. 그게 제가 원한 거예요. 이걸 하는 이유예요."
다인은 그 말을 들었다. 들었는데 바로 믿기지는 않았다.
"그때도 못 했으면요." 다인이 말했다. "그때 제가 말을 못 했으면. 그 사람은—"
"그때는 말했잖아요."
다인은 멈췄다.
"다인 씨는 그때 말했어요. 그만. 그 사람이 안 들은 거예요. 오늘은 말 못 했는데 제가 들었어요. 둘 다 다인 씨 잘못이 아니에요. 한 번도 다인 씨 잘못이 아니었어요."
다인은 다시 울었다. 이번에는 다른 울음이었다.
시간이 지났다. 스탠드 하나의 불빛 속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요?" 다인이 물었다. "승재 씨는."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다인의 손을 보고 있었다.
"예전에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가 말했다. "제가 처음 이런 걸 하던 때요. 저는 그 사람 표정을 잘못 읽었어요.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그 사람이 안전어를 말했고, 저는 바로 멈췄어요. 바로. 그런데 거기까지 가게 한 건 저였어요. 말이 나오기 전에 그 사람 몸은 이미 말하고 있었는데, 저는 못 들었어요."
"그 사람은요."
"다시 안 왔어요." 그가 말했다. "당연히요."
방음벽이 그 말도 먹었다.
"그때 배웠어요. 말은 마지막이라는 거. 말이 나오기 전에 몸이 먼저 말한다는 거. 그걸 듣는 게 제 일이라는 거. 그러니까 저는 다인 씨 배에 손을 얹고 있었던 거예요. 어둠 속에서 다인 씨를 볼 수 없으니까. 손으로 들으려고."
다인은 자기 배를 봤다. 담요 아래. 그의 손이 있던 자리.
"오늘은 여기까지요." 승재가 말했다.
"네."
"집에 가도 되고, 여기서 자도 돼요. 자면 불은 이대로 둘게요. 아니면 다 켤게요."
"이대로요." 다인이 말했다. "여기서요."
그는 다인이 담요 속에 눕는 걸 봤다. 그러고 옆에 누웠다. 닿지 않게. 다인이 손을 뻗었다. 그가 잡았다.
스탠드 하나. 노란빛. 다인은 그 빛 속에서 천장을 봤다. 이 방 천장에는 무늬가 없었다. 셀 것이 없었다.
대신 옆에서 숨소리가 났다. 느린 숨. 다인은 그걸 셌다. 하나. 둘. 셋.
세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검은 커튼 가장자리로 흰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새벽이었다. 진짜 새벽. 승재는 옆에서 아직 자고 있었다. 손은 여전히 잡혀 있었다.
다인은 그 손을 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