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끄는 순서

탁자 위에 촛불이 일곱 개 있었다.

다인이 들어왔을 때는 아직 켜져 있지 않았다. 흰 초 일곱 개가 낮은 탁자 위에 둥글게 놓여 있었다. 방은 여전히 환했다. 천장등, 스탠드 셋.

"일곱이에요." 승재가 말했다.

"왜 일곱이에요?"

"하나씩 끄면 일곱 번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그는 긴 라이터로 초에 불을 붙였다. 하나씩. 심지가 타닥 소리를 냈다. 일곱 개의 불꽃이 섰다. 아직은 다른 불빛에 묻혀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천장등 꺼도 돼요?"

"네."

딸깍. 방이 노란빛으로 내려앉았다. 스탠드 셋과 촛불 일곱.

"스탠드."

다인은 스탠드를 봤다. 창가. 책장. 침대 옆.

"하나씩요." 다인이 말했다.

"네."

창가 것이 꺼졌다. 다인은 숨을 쉬었다. 책장 것. 숨을 쉬었다. 침대 옆 것. 그는 손을 스위치에 얹고 다인을 봤다. 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네. 꺼요."

딸깍.

이제 촛불만 남았다. 일곱 개. 불꽃이 갑자기 커진 것처럼 보였다. 방의 벽이 가까워졌다. 천장이 사라졌다. 빛이 닿는 곳까지만 방이었다. 탁자와 침대와 승재의 얼굴.

다인은 그 얼굴을 봤다. 촛불이 아래에서 비춰서 그림자가 위로 졌다.

"괜찮아요?"

"네."

그는 다인의 옷을 벗겼다. 이번에는 묻는 간격이 짧았다. 다인이 매번 네라고 했기 때문이다. 카디건. 네. 블라우스. 네. 브래지어. 네. 바지. 네. 속옷. 네. 다인은 촛불 일곱 개 앞에서 다 벗고 섰다. 피부 위에서 불빛이 흔들렸다.

"저도 벗어도 돼요?" 승재가 물었다.

다인은 웃었다. 그 질문이 우스웠다. 그가 자기 옷을 벗는 데 허락을 구하는 것이.

"네."

그가 셔츠를 벗었다. 마른 몸. 어깨가 넓고 배가 평평했다. 바지를 벗었다. 속옷 안에서 이미 단단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속옷을 내렸다. 성기가 촛불 아래서 곧게 서 있었다.

다인은 봤다. 그가 다인을 봤던 것처럼. 그는 다인이 보게 두었다.

침대는 낮았다. 매트리스 하나. 탁자 바로 옆이라 누우면 촛불이 눈높이에 왔다. 다인은 누웠다. 촛불 일곱 개가 보였다. 승재가 옆에 누웠다.

"하나 꺼도 돼요?"

다인은 일곱 개를 봤다. 하나가 없어지면 여섯. 여섯은 많았다.

"네."

그가 몸을 일으켰다. 입을 가까이 대고 후, 불었다. 불꽃 하나가 사라졌다. 연기가 가늘게 올라갔다. 초 냄새가 났다.

여섯.

그가 다시 누웠다. 다인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이었다. 입술은. 지난번에 그는 다인의 몸 어디에나 입을 댔지만 입술에는 대지 않았다. 다인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의 눈도 열려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데 서로 눈을 뜨고 있으니 눈이 흐릿하게 겹쳤다.

그의 손이 가슴으로 왔다. 젖꼭지를 잡고 굴렸다. 다인은 소리를 냈다. 입 안으로. 그가 입을 떼고 목으로 내려갔다. 쇄골. 가슴. 젖꼭지를 물었다. 빨았다. 다인의 손이 그의 머리로 갔다. 이번에는 묻지 않고.

"하나 더."

"네."

그가 일어나 불었다. 다섯.

그의 입이 배로 내려갔다. 배꼽. 아랫배. 다인의 다리가 저절로 열렸다. 그는 다인의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넣었다.

"입으로 해도 돼요?"

"네."

그의 혀가 음순 사이를 갈랐다. 아래에서 위로. 한 번. 다인의 허리가 들렸다. 혀가 클리토리스에 닿았다. 둥글게. 천천히. 다인은 촛불을 봤다. 다섯 개의 불꽃이 다인의 숨에 따라 흔들렸다. 다인이 크게 숨을 쉬면 불꽃이 기울었다.

그의 혀가 빨라졌다. 다인은 소리를 냈다. 소리가 벽에 먹혔다. 그가 손가락을 넣었다. 하나. 둘. 혀는 계속 클리토리스에. 다인의 손이 시트를 잡았다.

"승재 씨."

그가 얼굴을 들었다. 입술이 젖어 있었다.

"하나 더 꺼요." 다인이 말했다.

그는 잠깐 다인을 봤다. 그러고 일어나 불었다.

넷.

그가 돌아왔다. 다인은 그의 팔을 잡았다.

"안에 들어와요."

"확실해요?"

"네."

그가 탁자 아래로 손을 뻗었다. 콘돔. 다인은 그가 봉지를 뜯고 씌우는 걸 봤다. 촛불 넷이 그의 손을 비췄다. 서두르지 않는 손.

그가 다인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세웠다. 다인은 다리를 더 열었다. 그의 성기 끝이 음순에 닿았다. 그는 거기서 멈췄다.

"들어가요."

"네."

그가 들어왔다. 천천히. 다인은 자기 안이 열리는 걸 느꼈다. 그가 채웠다. 조금씩. 끝까지. 다인은 숨을 멈췄다가 내쉬었다. 그가 다 들어와서 멈췄다.

"아파요?"

"아니요."

"괜찮아요?"

"네. 움직여요."

그가 움직였다. 천천히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다인은 그걸 봤다. 눈을 내리면 그의 배가 자기 배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눈을 올리면 그의 얼굴. 눈을 옆으로 돌리면 촛불 넷.

"하나 더 꺼도 돼요?" 그가 움직이면서 물었다.

다인은 촛불을 봤다.

"네."

그가 안에 들어온 채로 몸을 뻗었다. 후. 셋.

세 개의 불꽃. 방이 더 좁아졌다. 이제 승재의 얼굴과 다인의 몸과 불꽃 셋. 그것만 있었다.

그가 다시 움직였다. 아까보다 깊게. 다인의 안이 그를 조였다. 다인은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등이 젖어 있었다. 그가 다인의 다리 하나를 들어 자기 허리에 걸었다. 각도가 바뀌었다. 다인은 소리를 냈다. 큰 소리였다.

"괜찮아요?"

"네. 여기 있어요."

다인이 그렇게 말했다. 그가 늘 하던 말을. 그가 웃었다. 움직이면서.

빨라졌다. 다인이 원해서. 그가 물었고 다인이 답했다. 더. 네. 더. 살이 닿는 소리가 났다. 다인의 숨소리. 그의 숨소리. 촛불 셋이 두 사람의 숨에 흔들렸다.

다인은 먼저 갔다. 그의 아래에서 몸이 조여들고 풀어졌다. 손톱이 그의 등에 들어갔다. 소리를 질렀다. 벽이 먹었다. 눈은 뜨고 있었다. 촛불 셋이 보였다.

그는 다인이 다 떨고 나서 물었다.

"저도 가도 돼요?"

다인은 숨이 차서 웃었다.

"네."

그가 몇 번 더 움직였다. 깊게. 그러고 다인 안에서 몸을 굳혔다. 소리를 냈다. 낮은 소리. 다인은 그가 가는 것을 봤다. 그의 얼굴이 무너지는 것을. 눈은 감지 않고.

그는 다인 위에 무너졌다. 무겁지 않게. 잠시 그렇게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빠져나와 콘돔을 처리하고 돌아왔다. 다인 옆에 누웠다. 촛불 셋.

"더 안 꺼요?" 다인이 물었다.

"오늘은 셋까지예요."

"왜요?"

"셋까지 왔으니까요."

다인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했다. 그가 정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 다인이 온 곳이 셋이었다. 거기까지가 오늘이었다.

그가 일어났다. 라이터를 들었다. 꺼진 초 넷에 다시 불을 붙였다. 하나씩. 일곱이 됐다. 그러고 침대 옆 스탠드. 딸깍. 책장. 창가. 그러고 조광기를 천천히 올렸다. 천장등이 노랗게, 그리고 하얗게.

끈 순서의 반대였다.

"켜는 것도 순서가 있네요." 다인이 말했다.

"끄는 것보다 중요해요." 승재가 말했다.

다인은 그 밤 집에 가지 않았다. 처음이었다. 불을 다 켠 방에서 그의 옆에 누웠다. 그는 다인의 손을 잡았다. 그게 다였다. 다인은 환한 방에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