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채로

두 번째로 방에 갔을 때도 불은 다 켜져 있었다.

승재는 문을 열고 다인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다인은 열쇠고리를 보여줬다. 은색 열쇠가 끼워져 있었다. 그가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오늘은요." 다인이 먼저 말했다. "조금 꺼도 돼요."

"조광기만요. 절반."

"네."

그는 문 옆으로 갔다. 손잡이를 돌렸다. 천장등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어두워진다기보다 노랗게 변했다. 낮에서 저녁으로. 스탠드 세 개는 그대로였다.

다인은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옷 벗겨도 돼요?" 승재가 물었다.

"네."

그는 가까이 왔다. 다인의 카디건 단추에 손을 댔다. 하나. 둘. 벗겨서 의자에 걸었다.

"블라우스."

"네."

단추가 작았다. 그의 손가락이 하나씩 풀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다인은 그 손가락을 봤다. 손톱이 짧았다. 블라우스가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그는 브래지어 앞에서 멈췄다.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래 기다렸다.

"네." 다인이 말했다. 묻기 전에.

그가 등 뒤로 손을 넣어 후크를 풀었다. 천이 떨어졌다. 다인의 가슴이 저녁 같은 빛 속에 드러났다. 젖꼭지가 서 있었다. 추워서인지 아닌지 다인은 몰랐다.

승재는 봤다. 그냥 봤다. 손을 대지 않고. 다인은 그 시선이 자기 몸 위를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사람의 시선과는 달랐다. 뭘 가져가려는 시선이 아니었다.

"눈 감으라고 안 할 거예요." 그가 말했다. "뜨고 있어요. 감고 싶으면 감아도 돼요. 그건 다인 씨가 정해요. 저는 안 정해요."

"네."

"바지."

"네."

그가 무릎을 꿇었다. 다인의 허리에서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바지가 내려갔다. 다인은 한 발씩 빼냈다. 이제 속옷 하나였다. 승재는 무릎을 꿇은 채 올려다봤다.

"침대에 앉아요."

다인은 앉았다. 승재는 여전히 바닥에 있었다. 다인의 무릎 사이에.

"어깨 만져도 돼요?"

"네."

그의 손이 어깨에 닿았다. 따뜻했다. 쇄골을 따라 내려왔다. 다인은 그 손을 봤다. 자기 피부 위에서 움직이는 손을. 눈을 뜨고 있으면 다 보였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머무는지.

"가슴."

"네."

손바닥이 가슴을 감쌌다. 무게를 재는 것처럼 가만히. 그러다 엄지가 젖꼭지를 지나갔다. 다인의 숨이 흔들렸다. 그가 손가락 두 개로 젖꼭지를 잡았다. 살짝. 굴렸다.

"아."

"괜찮아요?"

"네."

그가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다인의 허리가 저절로 앞으로 왔다. 그는 그걸 봤다. 다인은 그가 보는 것을 봤다. 서로 보고 있었다.

"입으로 해도 돼요?"

"네."

그의 입이 젖꼭지를 물었다. 뜨거웠다. 혀가 천천히 돌았다. 다인은 그의 머리를 내려다봤다. 검은 머리. 목덜미. 그가 다른 쪽으로 옮겨갔다. 다인은 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침대를 잡았다.

"제 머리 잡아도 돼요." 그가 입을 떼고 말했다.

다인은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머리카락이 부드러웠다.

그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빨았다. 다인의 다리 사이가 젖는 것을 다인은 느꼈다. 속옷이 축축해졌다.

"허벅지."

"네."

그의 손이 무릎에서 위로 올라왔다. 허벅지 안쪽. 피부가 얇은 곳. 손가락이 거기서 멈췄다. 속옷 바로 앞에서.

"벗겨도 돼요?"

다인은 대답하기 전에 그의 얼굴을 봤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로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이 아니오면 그 손은 거기서 물러날 것이었다. 다인은 그걸 알았다. 왜 아는지 몰랐지만 알았다.

"네."

그가 속옷을 내렸다. 다인은 다리를 들었다. 속옷이 발목에서 빠져나갔다.

다인은 이제 다 벗고 있었다. 저녁 같은 빛 속에서. 스탠드 세 개가 몸을 세 방향에서 비췄다. 그림자가 없었다. 숨을 곳도.

승재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건 오늘 벗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 다인은 그것도 알았다.

"다리 벌려도 돼요?"

"네."

그가 다인의 무릎을 양쪽으로 열었다. 천천히. 다인은 자기 다리 사이를 그가 보는 것을 봤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만져도 돼요?"

"네."

그의 손가락이 음순 사이를 지나갔다. 한 번. 젖어 있는 걸 확인하는 것처럼. 그러고는 클리토리스 위에 멈췄다. 누르지 않고 얹었다. 다인의 몸이 튀었다.

"천천히." 다인이 말했다.

"네."

손가락이 움직였다. 원을 그렸다. 아주 천천히. 다인은 그의 얼굴을 봤다. 그는 다인의 얼굴을 봤다. 손가락은 아래에서 움직이는데 눈은 위에서 만났다. 다인은 그의 눈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눈이 다인이 어떤지를 읽고 있었다. 매 순간.

"안에 넣어도 돼요?"

"네."

손가락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다인은 소리를 냈다. 그가 멈췄다.

"괜찮아요?"

"네. 더."

두 번째 손가락. 안이 꽉 찼다. 그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다인의 허리가 들렸다. 엄지가 다시 클리토리스로 갔다. 안과 밖이 같이 움직였다.

다인은 숨을 쉬었다. 크게. 방음벽이 그 소리를 다 먹었다.

"더 빨리?" 그가 물었다.

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줘요."

"네. 빨리."

그가 빨라졌다. 손가락이 안에서 움직이고 엄지가 밖에서 원을 그렸다. 젖은 소리가 났다. 다인은 그의 눈을 봤다. 계속 봤다. 눈을 뜨고 있으면 여기가 어디인지 알았다. 누구인지 알았다. 승재. 승재의 손. 승재의 눈. 다른 사람이 아니라.

"승재 씨."

"여기 있어요."

몸이 조여왔다. 발끝부터. 다인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손톱이 들어갔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다인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다인은 눈을 뜬 채로 갔다. 그의 손가락 위에서. 그의 눈을 보면서. 온몸이 떨렸다. 안이 그의 손가락을 조였다. 소리가 났다. 다인의 소리였다. 그 소리는 방을 나가지 않았다.

그는 다인이 다 떨고 나서도 손가락을 바로 빼지 않았다. 다인의 몸이 스스로 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천천히 뺐다.

담요가 왔다. 다인은 그가 담요를 가져오는 걸 봤다. 담요가 어깨에 얹혔다.

"불 올릴게요. 천천히."

그가 조광기를 돌렸다. 노란빛이 흰빛으로 돌아왔다. 눈이 아프지 않을 만큼 천천히. 저녁에서 낮으로.

물이 왔다. 다인은 마셨다. 손이 떨렸지만 아까와는 다른 떨림이었다.

"승재 씨는 안 했네요." 다인이 말했다.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에요."

"그럼 무슨 날이에요?"

"다인 씨가 본 걸 기억하는 날." 그가 말했다. "눈 뜨고 있었던 거. 그거 기억하면 돼요."

다인은 그날 밤 집에 와서 스탠드를 켰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손을 뻗어 스탠드의 조광 다이얼을 한 칸 내렸다.

한 칸. 겨우.

천장의 무늬가 조금 흐려졌다. 그래도 보였다.

다인은 그 빛 속에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