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젝

계획은 단순했다.

지훈이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 소연은 그의 컴퓨터에 앉았다. 공유 서버의 원본 데이터 폴더. 'raw_EEG_2024_all'. 열두 명 피험자, 서른여섯 세션, 삼 년치 실험. 그녀는 그 폴더를 통째로 다른 경로로 옮겼다. 서버 안의 다른 드라이브. 이름도 바꿨다. '지훈아_찾아봐_힌트는_없음'.

장난이었다. 원본은 그대로였다. 파일 하나도 안 건드렸다. 그냥 위치만. 폴더명만. 그가 돌아와서 폴더를 못 찾고, 시계를 보고, 그녀를 보고, 한숨을 쉬고, 벌칙이라고 말하기를. 삼 주 만에. 그녀는 그게 필요했다. 그 오 분이. 어제 밤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손만 잡은 걸로는 뭔가가 안 풀렸으니까. 뭔가 큰 걸 던져야 했다. 그가 못 넘길 만큼 큰 걸.

그녀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다. 젤리를 꺼냈다. 복숭아 맛. 기다렸다.

지훈이 돌아왔다. 한 시 십 분.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를 켰다. 발표 슬라이드 파일을 열었다. 그리고 데이터 경로를 클릭했다.

"……"

그는 다시 클릭했다. 새로 고침. 상위 폴더로. 다시 들어갔다. 없었다. 그는 검색창을 열었다. 'raw_EEG'. 결과 없음. 그는 다른 드라이브를 열었다. 아직 못 찾았다. 그녀가 옮긴 경로는 백업 드라이브 안의 아카이브 폴더 안이었다. 세 단계 아래. 힌트는 없다고 폴더명에 적어놨으니까.

소연은 젤리를 씹으면서 그를 봤다. 그의 얼굴이 변하는 걸 봤다. 처음엔 짜증. 그다음엔 당황. 그다음엔.

그다음 표정은 그녀가 삼 년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였다.

"민재."

지훈이 말했다. 목소리가 이상했다.

"네, 선배."

"서버 오늘 누가 만졌어?"

"아니요? 저는 안 만졌는데요."

"포닥 형은."

"형 오늘 출장이잖아요."

지훈은 서버 관리 페이지를 열었다. 로그. 그는 로그를 보고 있었다. 소연은 그때 알았다. 로그에 자기 계정이 찍힌다는 걸. 그런데 그가 로그를 보는 속도가 이상했다. 그는 로그를 읽고 있지 않았다. 그냥 스크롤하고 있었다. 눈이 화면을 못 따라가고 있었다.

"지훈아."

그녀가 말했다. 그는 듣지 못했다.

그는 백업 드라이브를 열었다. 아카이브 폴더. 그 안에는 폴더가 삼백 개가 있었다. 지난 연구실 십 년치. 그는 하나하나 열었다. 스크롤이 느렸다. 그의 손이 마우스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소연은 그걸 봤다. 마우스를 잡은 손이 떨리는 걸.

"지훈아, 그거……"

"소연아, 잠깐만."

그는 폰을 꺼냈다. 한 교수님께 전화하려는 것 같았다. 화면을 보고 있는데 누르지 않았다. 다시 모니터. 다시 폴더. 그리고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서버실 쪽으로 가려다가 멈췄다. 다시 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삼 년치야."

그가 말했다. 손 안에서. 아무한테도 아닌 것처럼.

"발표 이 주 전인데. 삼 년치야."

소연은 일어났다. 그의 자리로 갔다. 그의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내가 옮겼어."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백업 드라이브. 아카이브. 폴더명 바꿨어. 파일은 하나도 안 건드렸어. 그냥 위치만. 여기."

그녀는 경로를 쳤다. 폴더가 나왔다. '지훈아_찾아봐_힌트는_없음'. 그 안에 열두 명, 서른여섯 세션, 삼 년. 전부. 하나도 안 빠지고.

지훈은 화면을 봤다. 폴더를 봤다. 파일 개수를 봤다. 용량을 봤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

"……장난이었어."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아졌다.

"네가 나 보게 하려고. 삼 주 동안 벌칙 없었잖아. 그래서 큰 거……"

"리젝."

소연은 말을 멈췄다.

그가 그 단어를 썼다. 그녀가 아니라 그가. 침대가 아니라 연구실에서. 낮게. 정확하게. 그리고 그 단어가 나온 순간 그녀는 알았다. 그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멈춰. 완전히. 지금.

"지훈아……"

"이거 게임 아니야."

그는 일어났다. 그녀 앞에. 그런데 손목을 잡지 않았다. 그녀에게 가까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섰다. 그 한 걸음이 팔십 센티미터보다 멀었다.

"규칙에 뭐라고 적었어."

"……"

"내가 뭐라고 했어. 하드 리밋. 실험 데이터. 위치만 옮기는 것도 안 된다고는 안 했어. 그건 내 잘못이야. 그런데 이소연, 너 지금 내 얼굴 봤잖아. 이십 분 동안."

"봤어."

"그게 놀이로 보였어?"

"……아니."

"나 지금 진짜 무서웠어. 삼 년이 없어진 줄 알았어. 발표 이 주 전에. 교수님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 피험자 열두 명 다시 모집해야 하나, 졸업이 몇 년 밀리나, 그 생각을 이십 분 동안 했어. 마우스도 못 잡았어."

민재가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서 나갔다. 문이 닫혔다. 연구실에 두 사람만 남았다.

"미안해."

"알아."

"진짜 미안해. 파일은 진짜 하나도……"

"알아. 봤어."

지훈은 안경을 벗었다. 미간을 눌렀다. 그 동작. 삼 년 동안 매일 본 그 동작. 그런데 지금은 소연의 배 아래가 조여들지 않았다. 대신 가슴이 조여들었다.

"소연아. 나 오늘 못 해."

"뭘."

"뭐든. 잡는 것도, 세는 것도, 벌칙도. 오늘은 못 해. 지금 네가 아무리 던져도 못 받아.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아."

"……알았어."

"그리고 이건 네가 던진 게 아니야. 이건 네가 나한테 뭘 한 거야. 그 둘은 달라."

소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뜨거웠다. 울면 안 됐다. 지금 울면 그가 위로해야 했고, 지금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

"폴더 원래 자리로 옮길게."

"내가 할게."

"내가……"

"내가 할게. 지금은 네가 서버 안 건드렸으면 좋겠어."

그 말이 제일 아팠다. 그는 그 말을 하고 앉았다. 폴더를 옮겼다. 원래 경로로. 원래 이름으로. 그리고 파일 개수를 다시 확인했다. 용량을 다시 확인했다. 세 번. 저장은 한 번으로 충분한 사람이 세 번을 확인했다.

소연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앉았다. 모니터를 봤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젤리 봉지가 책상 위에 있었다. 그녀는 그걸 쓰레기통에 넣었다.

다섯 시 오십팔 분. 그녀는 시계를 봤다. 지훈은 보지 않았다. 여섯 시. 그는 보지 않았다. 여섯 시 십 분. 그녀는 가방을 챙겼다.

"먼저 갈게."

"응."

"……내일 봐."

"응."

그녀는 나갔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그녀는 손목을 만져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손목이었다. 이번엔 정말로.

원룸. 침대. 천장. 그녀는 폰을 봤다. 하영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말았다. 이건 하영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건 플러팅도 아니고 삼 초도 아니었다.

열두 시. 그녀는 문자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세 번째에 보냈다.

'리젝이면 끝이야?'

답장이 없었다. 한 시. 두 시. 그녀는 폰을 가슴에 얹었다. 심장이 폰을 밀어 올렸다. 그건 정리할 수 없는 데이터였고, 이번엔 그게 싫었다.

두 시 사십 분. 폰이 울렸다.

'아니.'

그리고 이 분 뒤.

'메이저 리비전.'

소연은 폰을 봤다. 두 단어. 그녀가 정한 규칙이었다. 리비전은 잠깐, 뭔가 바꿔야 돼, 속도 늦춰. 메이저는 상황 봐서. 그런데 그 상황이 지금이었고, 메이저 리비전이라는 건 논문이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고칠 게 많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답장을 쳤다.

'고칠게. 전부.'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녀는 폰을 내려놨다. 천장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삼 년 동안 처음으로, 내일 뭘 던질지가 아니라 내일 뭘 안 던질지를 생각했다. 그게 브랫이 하는 일인지 아닌지 몰랐다. 그냥 이소연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