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벌은 벌칙을 안 주는 것
지훈의 마우스가 없어졌다.
월요일 아침 아홉 시. 그는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켜고 손을 오른쪽으로 뻗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마우스패드만 있었다. 마우스패드 위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힌트: 차가운 곳.'
그는 냉장고를 열었다. 없었다. 냉동실을 열었다. 있었다. 그의 마우스가 아이스팩 사이에 얌전히 누워 있었다. 그 옆에 복숭아 젤리 한 봉지. 냉동된 젤리는 돌덩이였다.
"이소연."
소연은 아직 안 왔다. 열 시에 왔다. 들어오면서 화이트보드를 봤다. 10이 11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벌칙."
지훈이 말했다. 마우스는 이미 해동돼서 정상 작동 중이었다.
"뭔데."
"없어."
"뭐?"
"벌칙 없어. 대신 이거."
그는 그녀 책상에 뭔가를 올렸다. 종이 가방. 안에 학교 앞 베이글집의 연어 베이글. 그녀가 매주 금요일에만 사 먹는 거였다. 월요일에는 안 먹는 거였다. 비싸서.
"이게 뭐야."
"아침."
"벌칙은?"
"없다고 했잖아."
소연은 베이글을 봤다. 지훈을 봤다. 화이트보드를 봤다. 11. 뭔가 잘못됐다. 그녀는 잘못됐다는 걸 알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고마워하지 마. 내가 좋아서 사 온 거야."
"강지훈."
"먹어. 식어."
그녀는 먹었다. 맛있었다. 그게 제일 짜증났다.
그 주 내내 그랬다. 그녀는 그의 바탕화면을 그가 작년 학회에서 발표 중 마이크에 걸려 넘어지는 사진으로 바꿨다. 유나가 찍은 거였다. 그는 그걸 보고 웃었다. 바꾸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그 바탕화면을 그대로 뒀다. 소연은 그의 커피에 소금을 넣었다. 그는 한 모금 마시고 얼굴을 찌푸리고, 새로 타서 그녀 것도 타왔다. 소연은 그의 논문 초고 첫 문장을 '본 연구는 이소연이 다 했다'로 바꿔놨다. 그는 그 초고를 그대로 한 교수님께 보냈다. 한 교수님이 답장으로 '그래서 소연이가 1저자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아닙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벌칙은 하나도 없었다. 화이트보드는 14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정산은 없었다.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목요일 밤. 그의 방. 소연은 침대에 앉아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지훈은 책상에서 코드를 보고 있었다.
"아니."
"그럼 뭐야. 왜 벌칙 안 줘."
그가 의자를 돌렸다. 그녀를 봤다. 안경을 벗었다. 그 동작. 그녀는 그 동작에 배 아래가 조여드는 걸 이제 숨기지도 않았다.
"이소연. 벌칙이 뭐야."
"뭐?"
"벌칙이 너한테 뭐냐고."
"……내가 원하는 거."
"그래. 네가 원하는 거야. 그러니까 벌칙은 벌이 아니야. 보상이야. 네가 말 안 듣고, 내가 잡고, 그게 네가 좋은 거잖아."
소연은 팔짱을 풀었다.
"그럼 진짜 벌은 뭐겠어."
"……"
"벌칙을 안 주는 거야."
그녀는 입을 벌렸다. 뭔가 말하려고. 아무 말도 안 나왔다. 그는 일어나서 침대로 왔다. 그녀 앞에 섰다.
"일주일 동안 어땠어."
"짜증났어."
"왜."
"네가…… 나를 안 잡으니까."
"잡았어. 매일. 베이글로, 커피로, 교수님 메일로. 네가 뭘 해도 내가 안 넘어가니까 짜증난 거지."
소연은 그를 올려다봤다. 이 남자가 일주일 동안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건지 이제 알았다. 그는 게임의 규칙을 바꿨다. 그녀가 이길 수 없게. 그녀가 뭘 던져도 그가 웃으면서 받으면, 던지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비겁해."
"테이머는 이기는 사람이 아니야. 네가 지는 걸 즐기게 하는 사람이야."
"그거 검색해서 본 거지."
"응. 근데 맞잖아."
그는 그녀를 밀어 눕혔다. 부드럽게. 그리고 위에 올라왔다.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
"그래서 오늘 벌칙 줄게. 일주일치."
"열네 개?"
"아니. 하나. 근데 길어."
그는 그녀를 벗겼다. 천천히. 티셔츠, 반바지, 팬티. 그녀는 이번엔 싫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노려봤다. 그는 그 시선을 즐기는 것 같았다. 그가 자기 옷도 벗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규칙 하나."
"뭐."
"내 허락 없이 가면 안 돼."
"……뭐?"
"오르가즘. 내가 좋다고 하기 전까지."
소연은 웃었다. 진짜로 웃겼다.
"그게 되냐, 그게. 너 내 몸 조절 못 하잖아."
"해봐."
그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그녀는 이미 젖어 있었다. 일주일 동안 안 했다. 그가 안 했다. 그녀가 매일 밤 그의 방에 왔는데도, 그는 그녀를 안고 잠만 잤다. 그것도 계획이었다는 걸 그녀는 지금 깨달았다. 이 남자는 그녀보다 훨씬 더 오래 참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 자리를 찾았다. 눌렀다. 그녀는 신음했다. 그의 혀가 클리토리스를 건드렸다. 그녀는 허리를 들었다. 일 분. 이 분. 그녀는 빨리 쌓였다. 일주일치가 한 번에.
"지훈아…… 나……"
그가 멈췄다.
손가락을 빼고, 혀를 떼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녀는 눈을 떴다. 그는 그냥 그녀를 보고 있었다.
"……왜."
"허락 안 했어."
"야, 강지훈."
"삼십 초."
그는 정말로 삼십 초를 셌다. 그녀는 그 삼십 초 동안 몸 안에서 뭔가가 천천히 식는 걸 느꼈다. 절벽 끝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것처럼. 그리고 그는 다시 시작했다. 정확히 아까 그 자리에서. 이번엔 더 정확하게.
"아, 씨……"
"입 조심."
"싫어, 씨…… 아……"
두 번째. 그녀는 더 빨리 올라갔다. 그가 더 잘 알았으니까. 그녀의 허벅지가 떨렸다. 그가 멈췄다. 또.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쾌감 때문이 아니라 분노 때문에.
"이게 무슨 벌칙이야, 이건 그냥 고문이지!"
"아니. 훈련이야."
"뭘 훈련해!"
"기다리는 거."
세 번째. 이번엔 그녀가 먼저 그의 머리를 잡았다. 그를 자기 다리 사이에 박아두려고.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서 침대에 눌렀다. 한 손으로 두 손목을. 그리고 다른 손으로 계속했다. 그녀는 이제 정말 갈 것 같았다. 그의 허락이 있든 없든. 몸이 말을 안 들었다.
"소연아."
"뭐, 뭐…… 아……"
"가고 싶어?"
"당연하지!"
"그럼 말해."
"뭘!"
"부탁해."
그녀는 이를 물었다. 절벽 끝. 그가 손가락 속도를 아주 조금 늦췄다. 딱 절벽 끝에서 떨어지지 않을 만큼. 그녀는 거기 매달려 있었다. 온몸이 떨렸다. 땀이 났다. 이 자세, 이 상태로 그녀는 영원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일 초도 더 못 있을 것 같았다.
"안 해."
"그럼 계속 여기 있어."
"……"
"난 괜찮아. 밤새도 돼."
"강지훈, 너 진짜……"
"이소연. 한 마디면 돼."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자기가 지금 얼마나 이 남자에게 잡혔는지 느꼈다. 손목이 잡혔고, 몸이 잡혔고, 그리고 그보다 깊은 어딘가가 잡혔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그게 미치게 좋았다.
"……제발."
그의 손가락이 속도를 올렸다.
"제발, 지훈아, 제발, 가게 해줘, 제발……"
"가."
그녀는 갔다. 세 번 참았던 게 한 번에. 그의 손목이 아플 만큼 조이면서, 소리를 지르면서, 눈물이 나면서. 웃으면서. 다 뒤섞여서. 그는 그녀가 다 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축 늘어졌을 때 손목을 놨다.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잘했어."
소연은 숨을 몰아쉬면서 그를 노려봤다. 눈물이 뺨에 있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닦았다.
"다음엔 안 해."
"뭘."
"부탁. 절대 안 해."
"그럼 다음엔 다섯 번."
"……넌 진짜 최악이야."
"응."
그녀는 그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의 성기를 잡았다. 그는 아까부터 완전히 서 있었다. 그녀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참았던 사람이었다.
"이제 네 차례."
"뭐가."
"넣어. 그리고 너는 허락 안 받아도 돼."
"관대하네."
"내가 관대한 게 아니라 네가 못 참을 것 같아서."
그는 웃었다. 콘돔을 꼈다. 들어왔다. 그녀는 아직 예민했고, 그가 들어오는 것만으로 다시 뭔가가 쌓였다. 그는 이번엔 참지 않았다. 세게, 빠르게. 그녀의 다리를 자기 어깨에 올리고. 그녀는 네 번째로 갔다. 이번엔 허락 없이. 그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도 갔다. 그녀 위에 무너지면서.
한참 뒤. 소연이 말했다.
"베이글."
"응?"
"월요일에 준 거. 그거 벌칙이었어?"
"응."
"제일 잔인한 벌칙이었어."
"알아."
"……다음 주도 줘."
그는 웃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화이트보드 14. 정산 완료 7. 그 숫자 차이가 뭘 의미하는지 이제 두 사람만 알았다. 그리고 그 차이가 클수록 그녀가 더 얌전해진다는 것도, 이제 지훈은 알았다.
그건 위험한 지식이었다. 그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