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끈, 검은 끈

택시는 이태원 언덕을 올랐다. 토요일 밤 열 시 반. 창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술집의 불빛.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유리 한 장 너머에 있었다. 하은은 그것을 보지 않았다. 자기 손을 봤다. 무릎 위에 놓인 손. 차가웠다.

재민의 손이 그 위에 올라왔다.

"괜찮아?"

"괜찮아."

거짓말이었고, 두 사람 다 알았다. 그래서 괜찮았다.

기사가 경리단길 입구에 세웠다. 두 사람은 내려서 걸었다. 두 번 꺾었다. 골목은 어두웠고 조용했다. 큰길의 소리가 벽에 막혀 멀어졌다. 붉은 벽돌집. 황동판.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은.

하은은 문 앞에서 멈췄다.

"잠깐."

"응."

그녀는 숨을 세 번 쉬었다. 그가 봤다. 그녀의 어깨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을. 세 번째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됐어."

그가 문을 밀었다.

---

응접실은 지난번과 달랐다. 창에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었다. 조명은 낮았다. 벽의 흑백 사진들이 어둠 속에서 회색으로 보였다. 사람들이 있었다. 열 명쯤. 와인잔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그들이 들어왔을 때 대화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이 규칙이라는 것을 하은은 알았다. 아직은 보지 않는 것. 그 방에 들어갈 때까지는.

서윤이 왔다. 흰 셔츠, 흰 끈. 손목에.

"어서 와요."

그녀는 두 사람을 입구 옆의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벽에 사물함이 있었다. 열두 개. 작은 열쇠들.

"전화기. 시계. 카메라." 서윤이 말했다. "재민 씨 카메라 안 가져왔죠."

"안 가져왔어요."

"손이 허전할 거예요."

"이미 허전해요."

서윤은 웃었다. 그러고 나서 서랍에서 끈을 꺼냈다. 두 개. 하나는 검은색. 하나는 붉은색. 실크였다. 좁고 길고 부드러운.

"재민 씨."

그가 손목을 내밀었다. 서윤은 검은 끈을 두 번 감고 매듭을 지었다. 단단하지 않게. 그러나 풀리지 않게.

"검은 끈은 보는 사람. 오늘 밤 재민 씨는 봐요. 선 뒤에서.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하은 씨가 신호를 하면 그건 저한테 하는 거예요. 재민 씨한테 하는 게 아니에요. 재민 씨는 그때도 움직이지 않아요. 제가 움직여요. 알겠어요?"

"알겠어요."

"하은 씨."

하은이 손목을 내밀었다. 손이 떨렸다. 서윤은 그 손목을 잡았다. 잠시. 그냥 잡았다. 그러고 나서 붉은 끈을 감았다.

"붉은 끈은 보여지는 사람. 오늘 밤 이 집에서 붉은 끈은 하은 씨 하나예요. 열한 명이 하은 씨를 봐요. 그 사람들은 하은 씨한테 말하지 않고 다가가지 않고 만지지 않아요. 선을 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십 년 동안 두 번 있었고 두 번 다 그날로 끝났어요. 하은 씨가 멈추고 싶으면 멈춰요. 이유는 안 물어요."

"네."

"신호 다시 말해 봐요."

하은은 오른손을 왼쪽 쇄골에 올렸다.

"이건 잠깐."

"그리고."

"필름 다 됐어."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들으면 제가 들어가서 하은 씨를 덮어요. 그리고 다 끝이에요. 그 말은 하은 씨 거예요. 언제든지."

그녀는 매듭을 지었다. 붉은 끈이 하은의 손목에 놓였다. 하은은 그것을 봤다. 자기 손목에 놓인 붉은 것. 그것은 무겁지 않았다. 그런데 무거웠다.

"이제 갈라져요."

서윤이 말했다.

"재민 씨는 응접실로. 열한 시에 방으로 들어가요. 하은 씨는 저랑 위층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봤다.

"세 번째 자리."

하은이 말했다.

"왼쪽에서."

재민이 말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검은 끈과 붉은 끈이 닿았다. 그러고 나서 놓았다.

---

이 층의 방은 작았다. 침대 하나. 거울 하나. 옷걸이. 그리고 창. 창에는 커튼이 없었고, 밖으로 골목의 어둠이 보였다. 하은은 그 창 앞에 서서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 실크 랩 드레스.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맨발.

서윤이 문 앞에 서서 봤다. 판단 없이. 하은은 그 시선을 느꼈다. 이 시선은 괜찮았다. 이 시선은 이미 여러 번 이것을 본 시선이었다.

"한 번 더 할게요."

서윤이 말했다. 손에 종이가 있었다. 그들의 종이. 번진 채로.

"항목별로. 하나씩. 하은 씨가 네, 라고 하면 넘어가요. 아니면 지금 바꿔요."

"네."

"얼굴. 가리지 않음."

"네."

"몸. 전부."

"네."

서윤은 잠시 멈췄다. 종이를 봤다.

"단, 점은 재민이 것." 그녀가 읽었다. 그리고 하은을 봤다. "이건 제가 모르는 항목이네요."

하은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희 항목이에요."

"좋아요. 그건 두 사람 거니까 저는 안 물어요." 서윤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행위. 탈의. 자기 접촉. 절정. 도구 없음. 손으로만."

"네."

"거리. 이 미터."

"네."

"접촉. 없음. 재민 제외. 종료 후."

"네."

"관객. 열두 명 이내. 오늘 열한 명."

"네."

"소리. 관객 침묵. 하은 씨는 말해도 돼요."

"네."

"시간. 삼십 분."

"네."

"조명. 밝게."

"네."

"종료. 쇄골. 그리고 필름 다 됐어."

"네."

서윤은 종이를 내렸다.

"그리고 한 칸이 비어 있어요."

하은은 그것을 알았다.

"상대방 참여."

"네."

"재민 씨가 끝에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비워 뒀어요. 그날 정하기로."

"그날이 오늘이에요."

하은은 창밖을 봤다. 골목의 어둠. 그 어둠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오래 봤다.

"그대로 비워 둘게요."

그녀가 말했다.

"거기서 정할게요. 그 방에서. 그 사람 얼굴 보고."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렇게 해요. 재민 씨가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하은 씨가 재민 씨를 보고 손을 내밀어요. 그러면 제가 재민 씨한테 신호할게요. 안 내밀면 안 들어오는 거예요. 재민 씨한테는 그렇게 말해 둘게요."

"네."

"그리고 하은 씨."

"네."

"재민 씨가 안 들어오는 것도 대답이에요. 거절이 아니라."

하은은 서윤을 봤다.

"보는 사람들은." 서윤이 말했다. "끝까지 보는 게 자기 대답인 사람들이 있어요."

---

응접실에서 재민은 와인을 들고 있었다. 마시지 않았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어야 해서 들고 있었다. 검은 끈이 손목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자꾸 봤다.

준호가 옆에 와서 섰다.

"처음이시죠."

"네."

"저도 처음에 저랬어요. 잔만 들고." 준호는 자기 잔을 조금 들었다. "괜찮아요. 들어가면 손 생각 안 나요."

"왜요."

"눈만 있게 되니까."

재민은 방을 봤다. 미주가 구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손을 무릎에 올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준비하는 것처럼. 소라는 혜란과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가 모르는 얼굴이 셋 있었다.

그리고 도현.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지난번과 같은 자리. 와인 없이. 커튼이 쳐진 창을 보고 있었다. 볼 것이 없는 창을.

재민은 그를 봤다. 오래. 도현이 돌아섰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도현은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다. 지난번 하은에게 한 것처럼. 그것이 다였다. 그 안에 도전도 없었고 미안함도 없었다. 그냥 인사였다. 오늘 밤 같은 것을 보러 온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재민은 고개를 숙여 답했다. 자기가 그렇게 하는 것에 놀라면서.

열한 시. 서윤이 응접실 안쪽의 벨벳 커튼을 열었다.

"들어가요."

사람들이 잔을 내려놓았다. 소리 없이. 한 사람씩 커튼을 지나 들어갔다. 재민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다. 커튼을 지나면서 그는 손목의 검은 끈을 한 번 만졌다.

방은 생각보다 작았다. 붉은 벽. 두 개의 스탠드 조명. 노란 빛. 방 가운데에 낮은 단 하나. 무릎 높이. 그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바닥에 선. 흰 테이프. 이 미터. 그 뒤에 의자 열둘. 반원으로.

그는 왼쪽에서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벨벳이었다. 팔걸이가 있었다. 그는 손을 팔걸이에 올렸다. 다시 무릎에. 오른쪽으로 두 자리 건너에 도현이 앉았다. 맞은편 끝에 미주. 옆에 준호.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 소리가 멈췄다. 방이 조용해졌다.

열한 개의 눈이 단을 봤다. 빈 단을.

그는 자기 숨소리를 들었다. 옆 사람의 숨소리를. 벽 너머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골목도 조용했다. 그는 손을 봤다. 떨리고 있었다. 이제는.

서윤이 문 옆에 섰다. 흰 끈.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녀는 조명 스위치 옆에 손을 대고 잠시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스탠드 조명을 더 올렸다. 방이 밝아졌다. 하은이 원한 대로. 얼굴이 다 보이게. 열한 개의 얼굴이 노란 빛 속에 드러났다. 재민은 그것들을 봤다. 준호의 얼굴. 소라의. 미주의. 도현의. 모르는 얼굴 셋. 전부 단을 보고 있었다. 전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